민족간부양성기지라는 김일성대에서의 구타, 기합, 가혹행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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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성하 2021.06.14 18:15

요즘 한국 사회에 미투 바람이 불고 있습니다. 예전에 군대 가혹행위를 고발하던 것에서 문화예술계에 미투 바람이 불었고, 이후 정치계 미투, 스포츠계 미투, 학폭 미투로 계속 진화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과거에 문제가 있던 많은 인물들이 날아갔고, 이런 것을 통해 우리 사회가 일정부분 야만적인 사회에서 벗어나는 긍정적 역할도 있습니다. 이런 것을 보면 당연히 사람이 조심해서 살아야겠죠.

그런데 저는 이런 것을 보면서 “북한에서 미투가 벌어지면 정말 입이 벌어질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위계에 의한 성범죄는 아마 세계 최고 수준이 아닐까 싶고, 고발할 언론도, 재판할 권력도 없습니다. 정말 북한은 불쌍한 곳입니다.

어디 성폭력만 그럽니까. 가혹행위도 만연했죠. 어떤 사람들은 북한이 이런 부분에선 한국보다 낫지 않냐 하는데, 천만의 말씀입니다. 저야 가혹행위 그리 당하고 산 사람은 아니지만, 제가 김일성대를 다닐 때 어떤 가혹행위들이 있었는지 오늘 말씀드리려 하는데, 들으시면서 민족간부 양성기지인 김일성대도 이럴진대 다른 곳은 어떨까를 한번 상상해 보시기 바랍니다.

제가 대학에 입학한 때는 만 17살 때인 1990년대 초반이었습니다. 먼저 김일성대 학생들을 어떻게 분류하는지 말씀드리겠습니다. 다른 대학도 다 똑같은 기준입니다.

크게 두 가지로 학생들을 구분하는데, 하나는 전직의 기준에서, 다른 하나는 거주의 기준에서 구분합니다.

전직이라 하면, 군 복무를 하고 온 출신이 있는데, 이런 대학생들은 나이가 꽤 많죠. 제대군인 출신이라고 좋게 말하지만 비속어로 제쌈이라고 불렀습니다. 일반 사회경력을 좀 쌓고 온 사람들은 현직생이라고 불렀고, 학교 바로 졸업하고 오면 직통생이라고 불렀습니다.

거주의 기준에서 보면 평양 자기 집에서 다니는 학생은 자가생, 기숙사에서 사는 지방 학생은 기숙사생, 그리고 지방에서 올라와 평양 친척집에서 다니는 학생은 반자가생이라고 불렀습니다. 이건 지금도 이렇게 부릅니다.

저는 직통생 기숙사생으로 분류됩니다. 이 부류가 가장 가혹행위를 많이 받는 학생들입니다. 자가생이나 반자가생들은 아침과 저녁 규율 생활에 참가하지 않고 집에 가는데 기숙사생의 경우 거의 군대 규율에 따라 통제를 받습니다.

제가 만 6년을 다녔는데, 공부 못해서가 아니라 그때는 학제가 5년에 동원 다니느라 1년 추가로 늘었습니다. 가혹행위는 주로 입학하자마자 1학년에서 가장 심하고, 2~3학년 올라갈수록 약해지다가 5~6학년이 되면 이젠 받았던 가혹행위를 남에게 하는 입장이 됩니다. 한국 군대 서열과 비슷한 겁니다.

일단 기숙사는 군대 시스템이 유지됩니다. 남자 기숙사생 전체가 한개 연대, 여자 기숙사 생들은 여성 연대에 소속됩니다. 각 학부는 이 연대 안에 대대로 포함되고, 각 학년은 다시 중대가 됩니다. 기숙사에 연대본부도 있고, 연대장도 있고 연대 규찰대도 있습니다. 물론 이런 사람들은 제대군인 대학생입니다.

우리 학부 즉 대대에는 고학년 제대군인이 대대장이 됩니다. 대대장실이 기숙사에 따로 있고, 그외 참모장, 대대 참모 이런 식으로 구성되는데 다 제대군인들이 맡습니다. 우리 학년 중대장 역시 제대군인 대학생입니다.

이렇게 군사화된 시스템이고, 제대군인들이 운영을 맡다보니 그냥 군대와 다름이 없습니다. 아침에 5시 반에 기상소리가 울리면 우리는 번개처럼 일어나 밖에 나가 청소를 합니다. 마당청소도 있고, 변소 청소 이런 것도 저학년 몫입니다.

6시까지 마치고 학부별로 밥 먹으려 가는데, 노래를 우렁차게 부르고 발도 맞추고 가고, 식당가는 도중에 사열 구간도 있습니다. 열병식처럼 다리 높이 차면서 목청껏 만세 부릅니다. 그런데 이걸 연대 참모들이 다 보다가 “다시”하면 다시 돌아와 처음부터 또 반복합니다. 밥 한줌 먹으려 5시 반부터 고생이죠.

밥 먹고 대학에 가면 오전에 강의, 오후에 정치학습 이런 식으로 뺑이를 치다가 점심과 저녁엔 기숙사 식당에서 밥을 먹습니다. 청사에서 식당까지 한 20분 거리를 오갑니다. 점심에 와서 또 청소하고, 저녁에 와서 밥을 먹고 또 청소를 하고, 그리고 저녁에 9시에 점검을 합니다.

우선 각 호실 인원이 빠지지 않았는지 점호를 하고, 대대장, 참모장, 참모, 중대장이 차례로 나와 연설하다보면 복도에 한 시간 서 있어야 합니다. 그런데 제가 있을 때 10시쯤 점검이 끝나 제 시간에 자 본 역사가 거의 없습니다. 꼭 청소 못했느니, 누가 빠졌느니 구실대고 청소를 또 시킵니다. 기숙사생은 중대장 이상의 허락 받지 않고서는 밤에 마음대로 외출할 수 없습니다.

점심밥을 먹으려 왔을 때도 청소 잘못했다고 기합이 들어가는데, 화장실이나 세면장 수도꼭지를 벽돌을 가루로 내서 반짝반짝 만들어도 시비를 겁니다. 화장실 변기는 꼭 손으로 닦으라고 강요합니다. 그래서 기숙사 변기나 세면장은 낡았는데 늘 반짝반짝합니다.

제가 제일 기억이 남는 것은 점심 먹으려 왔는데, 청소 못했다고 우리 학급에 복도를 다 같이 기게 했습니다. 흰 셔츠를 입었는데, 복도 길이 100미터쯤 되는 것을 기여 갔다 왔죠. 청소를 잘 못해 먼지 있으니 몸이 걸레가 되라는 겁니다.

저녁에는 거의 매일 100미터 복도에 양동이로 물을 붓게 합니다. 더 부으면 각 호실 문턱 넘어 들어가니 대략 3cm 정도 차게 붓습니다. 그 다음에 밀대도 쓰지 않고 수건으로 그 물을 훔쳐서 양동이에 다시 짜서 넣습니다. 그렇게 물기 하나도 없이 복도를 다 말리고 윤기까지 내면 새벽 1시가 금방 됩니다. 그러면 대대장이란 작자가 나와서 더 시키거나 들어가 자라고 합니다.

아침에 1시간 청소와 대열훈련, 저녁에 1시간 꼬박 서서 점호를 받고 추가로 3시간 처벌을 받는 것은 기숙사생들만 감당하는 몫입니다. 5시간은 기본으로 청소와 체벌에 씁니다. 자가생은 그런 거 없습니다. 공부하는 것도 힘든데 그걸 1~2년 정도 계속 반복을 했습니다.

대학인지 기합 주는 곳인지 모를 지경이죠. 밥이나 제대로 주면 모르겠는데, 한참 먹을 나이에 나중에 고난의 행군까지 겹쳐 꾹꾹 다지면 딱 세 숟가락 줍니다. 그러니 아이러니하게 먹고 나면 배고픈 게 느껴집니다.

그리고 구타도 비일비재하죠. 그런데 맨날 맞고 사는 애가 있고, 눈치 빠르게 잘 안 맞는 애도 있어서 차이가 큽니다. 저도 많이 맞았는데, 가령 이런 식입니다. 기숙사 방이 합판으로 칸막이가 돼 있어 방음이 전혀 안됐는데, 저학년 때 고학년이 늘 옆방입니다.

저녁에 가만있다가 “야, 410호”하고 옆에서 부릅니다. 저의 호실에 5~6명이 같이 살았는데, 침대는 없고 그냥 이불 깔고 자죠. 부를 때 누가 “네”하면 “야, 이자 대답한 새끼 오라” 그럽니다. 그래서 가면 “식당가서 물 떠오라” “식당가기 싫으니 식권 갖고 가서 밥 받아오라” 이런 심부름 시킵니다.

이걸 하기 싫어서 옆방에서 부를 때 눈치 보면서 서로 대답 안할 때가 있죠. 그럼 바로 옆방에서 “이것들이 방금까지 소리 났잖아”하며 문이 벌컥 열리면서 슬리퍼 질질 끄는 소리가 납니다. 그럼 우린 “아이쿠 죽었구나” 하는 생각만 들죠.

우리 호실에 들어와서 몽땅 벽에 세우고 “이 새끼들이 5학년이 부르는데 감히 대답 안 해”이러면서 구타를 시작합니다. 저학년 때렸다고 뭐가 부러지지 않고선 문제되는 일은 전혀 없죠. 나중에 우린 익숙 돼서 옆방에서 부르면 순서대로 대답합니다. 저번에 내가 갔으니 이번에 네가 가라는 식인데, 그걸 다툴 수는 없으니 옆방에서 부르면 자동으로 손가락이 이번에 가야 할 사람 지목합니다.

말하자면 끝도 없지만, 이 정도 이야기하면 김일성대 기숙사생의 삶이 그려지십니까. 남자만 그런 거 아니고, 여자 기숙사는 상급학년의 학대가 더 심하다고 들었습니다.

흔히 김일성대는 공부 잘해서 가고, 가서 공부만 열심히 하면 졸업하는 줄 압니다. 다 공부로 연관지어 생각하는데, 실제로는 공부할 틈도 거의 없죠. 먹는 것도 변변치 않은데 하루에 5시간 넘게 청소와 기합 받는데 소모하면 무슨 힘이 나겠습니까.

그런 곳에서 6년 버틴 사람들이 지금 북한의 간부가 됐겠죠. 그렇게 대학을 나오니까 간부들이 사람들 못살게 구는 게 몸에 배는 겁니다. 북한에선 쉬운 삶이란 없습니다.

저도 북에서 살면 별 수가 있었겠습니까. 그런데 대학 졸업하고 일찍 탈북해 한국에 오다보니 착하게 살아도 되는 세상에서 착하게 사는 겁니다. 지옥에서 살면 사람이 악마가 되고, 천국에서 살면 사람이 천사가 될 확률이 높겠죠. 오늘은 옛날 대학 이야기 한번 해봤습니다. 시청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