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당한 방송과 국어사전, 북한말 퀴즈 실태
1110 0 1
주성하 2021.07.22 16:47


오늘은 말을 주제로 말씀드릴까 합니다. 타는 말이 아니라, 언어라는 측면에서 말입니다. 제가 언어를 다루는 기자인데 이런 주제는 한번도 다루지 않았습니다. 말하면 참 끝도 없는데 말입니다. 참, 주제에 앞서 이젠 빠지면 이상한 주성하TV 고정 멘트가 있죠. 주성하TV는 구독, 좋아요보다 끝까지 들어주시면 더욱 힘이 납니다.

제가 한국에 와서 “참 어이없다”라고 생각했던 것 중의 하나가 남북말 비교였습니다. 북한 콘텐츠를 다룬다는 TV에서도 나오고, 통일 관련 교육이나 퀴즈에도 이런 것이 참 많이 나옵니다. 그런데 제가 볼 때 너무 엉터리가 많아요.

가령 한국과 북한이 “오징어와 낙지를 반대로 말한다”라고 하는 것을 들 수 있습니다. 즉 한국에서 오징어를 북한에선 낙지라고 하고, 북한에선 낙지를 오징어라 한다는 겁니다.

그런데 이건 사실이 아닙니다. 한국의 오징어를 북한에서 낙지라고 하는 것은 맞는데, 북한에서 말하는 오징어는 한국의 낙지가 아니라 갑오징어를 말하는 겁니다. 그럼 한국의 낙지는 뭐라고 하냐. 이건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낙지는 전라도 목포 이런 곳에서 주로 나오고 백령도에선 거의 잡히지 않는 것으로 보아 북한에서도 낙지는 아주 희귀한 것일 수도 있습니다. 황해도 바닷가 쪽에서 온 탈북민을 만나면 “거기도 낙지가 잡히냐. 뭐라고 하냐”고 묻는데, 대답이 다 다릅니다. 서해문어라고 한다는 사람도 있고, 또 무슨 생소한 단어를 말하는 사람도 있고, 아무튼 제가 서너 개를 들었는데 기억나지 않습니다. 남과 북이 낙지와 오징어를 서로 반대로 부른다고 알려졌지만, 실상은 다릅니다.

그런데 더 우스운 것은 강제로 남북말의 차이를 만들어내는 겁니다. 한국에 와보니 여긴 외래어를 많이 써서 그렇지, 순수 우리말은 거의 차이가 없습니다. 그런데 이만큼 두터운 남북말비교사전도 여러 권이나 있더군요. 제가 그걸 다 읽어보았는데, 확실하게 말씀드릴게요. 80% 이상이 엉터리입니다.

남북말의 간격을 좁히기 위해 만들었다는 사전이 실제로는 간격을 일부러 만드는 겁니다. 처음 한국에 오니 북한에선 “전등을 불알이라고 하냐. 무리등은 떼불알이라고 하냐”고 묻는 사람이 왜 그리 많은지 모르겠습니다. 농담으로 말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진지하게 물어보는 사람도 꽤 많습니다. 아닙니다. 거기도 전등, 전구, 형광등, 무리등 다 이렇게 씁니다. 떼불알이란 말은 한국에 와서 저도 처음 듣습니다. 어떤 넘이 이런 걸 만들었는지 모르겠습니다.

사전에 보면 북한에선 아내를 집사람이라고 한다고 돼 있기도 합니다. 아닙니다. 거기도 아내라고 합니다. 물론 철자는 ‘안해’라고 씁니다만, 한국 사람이 아내라고 부른 것을 북한 사람도 다 이해한다는 뜻입니다. 즉 “아내는 안해”, 아, 이렇게 말하니까 좀 이상해지네요. 아무튼 아내나 안해나 남북에서 다 뜻이 통한다는 말입니다.

이것처럼 한국에서 쓰는 말을 북한에서도 다 쓴다고요. 철자가 약간 차이가 있어도 그 뜻은 다 이해가 됩니다. 또 쓰는 것이 달라도 의미를 들으면 이해되는 것도 많습니다. 가령 우린 어린이집, 북한에선 탁아소라고 하는 것처럼 차이는 있는데, 그걸 들으면 이해 못하겠습니까. 탁아소가 뭔 뜻인지 한국 사람도 다 안다고요.

물론 차이가 나는 단어가 있긴 있지만 많지는 않다는 뜻입니다. 또 혹시 모르는 단어가 있으면 그건 무슨 뜻이냐고 물으면 바로 한 문장으로 설명이 가능한겁니다. 탈북자들이 한국에 와서 고생하는 것이 여긴 외래어가 많아서 그런 것이지 순수 우리말 때문에 고생하진 않습니다.

그런데 남북언어사전을 보면 이런 식으로 만들었습니다. 예를 들어 경상도에서 대문을 사투리로 삽작이라고 한다고 해서, 경상도 출신으로 북에 간 사람이 ‘남조선에선 대문을 삽작이라고 합니다’고 말했고, 이를 북한 당국이 사전으로 출판해 ‘(북한말)대문=(남조선말)삽작’ 이런 식으로 만든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그래서 이젠 남북말비교 이런 거 퀴즈 내고 하지 맙시다. 오히려 더 혼선을 줍니다. 제가 예전에 MBC에도 “왜 공영방송에서 엉터리를 가르치냐”고 몇 번 메일 보낸 적도 있는데 공영방송조차 틀립니다. 그 기자들이 실력이 없어서가 아니라 북에서 살아보지 못했으니 사전보고 찾을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겠죠. 그래서 모르면 애초에 하지 맙시다.

또 한국에서 잘 알려진 북한말 중에 “일없습네다” 이런 거 있죠. 근데 북한에선 네다를 안 씁니다. 억양이 ‘니’에서 액센트를 확 떨구니 우린 네로 들리는 겁니다. “일없습니다. 그렇습니다” 이런 식으로 발음하는 겁니다. “일없습니다”는 남북이 오해의 여지가 있는 말이죠. 그런데 요즘 남북공동사전 편찬한다면서 이걸 다 정리해서 사전에 같이 넣는다고 합니다.

우리 한국어대사전에 약 40만 개 정도 용어가 있고, 북한의 조선어대사전에 44만개가 있다고 하는데, 이걸 다 비교해서 믹스하겠다는 겁니다. 아니, 그걸 왜 하죠. 남북공동사전 만들어서 서울 학생들에게 “우리의 주스는 북한에서 단물이라고 합니다” 이렇게 가르쳐야 합니까. 북에서도 주스라고도 하고 단물이라고도 합니다. 그러니 그냥 주스라고 하면 다 통합니다.

그런데 언어는 권력입니다. 통일이 되면 한국에서 북한말 열심히 배울 사람이 몇이나 있겠습니까. 그런데 북한 사람들은 서울말 배우느라 엄청 열심일겁니다. 왜냐면 옛날에 한국에서 영어 좀 하면 “와 엄청 유식한 사람이네”하고 부러워하는 것처럼 북한에서도 한국말을 해야 “와, 뭐 있는 사람이네”라고 쳐다보기 때문이죠. 한국에 와서도 북한 억양이 나오면 비문명국에서 온 듯이 창피해 할 사람들이 많죠.

지금 벌써 북한에서 한국 드라마 보면서 말투를 열심히 흉내내서 김정은이 한국 말투와의 전쟁을 펴지 않았습니까. 어떤 언어를 쓰는 가에 따라 그 사람의 문명도가 평가되는 겁니다. 나아가 “와, 한국 드라마 많이 본 사람이네. 돈이 많나보구나” 이런 식으로 동경까지 사는 겁니다.

그러니까 북한말 굳이 배우려 애쓰지 마십시오. 시간 낭비입니다. 비교하려고도 하지 마십시오. 어차피 북한말 쓸 때가 오면, 북한 사람들이 서울말 하느라고 애를 쓰는데 왜 굳이 여러분이 북한말 배워야 합니까. 시간 낭비입니다.

통일이 되면 언어는 무조건 서울말이 표준어가 됩니다. 그럼 됐지 가보지도 못한 북한말에 관심을 쏟을 시간이면 차라리 제주도말이나 열심히 배우십시오. 오늘 제가 말씀드리려는 의도가 충분히 전달됐는지 모르겠습니다. 시청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푸른바다 07/23 19:20 수정 삭제
주기자님, 여기 낙지를 북에서는 서해낙지라고 부릅니다.
댓글달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