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0억의 세금을 쓴 겨레말사전은 누구 보라고 만드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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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성하 2021.07.22 21:12


제가 한국에 와서 언론사 밥을 20년 가까이 먹게 되니 이제 한국이 어떻게 돌아가는 지 웬만한 것은 다 보입니다. 특히 북한 관련 분야는 좀 더 잘 보겠죠.

 이런 저에게 제일 부러운 직업이 뭐냐고 묻는다면 하나 말할 수 있는 것 같습니다. 거의 6~7년째 개점휴업이라 일도 안하는데, 번듯한 사무실에 월급도 정부 예산으로 꼬박꼬박 나옵니다. 수 백 억을 썼는데도 한번도 감사원 감사도 받은 적이 없습니다. 그게 어딜까요.

제가 가고 싶은 곳은 바로 ‘겨레말큰사전남북공동편찬사업회’입니다. 여기는 서울 마포 번듯한 빌딩에 사무실이 있는데, 2004년에 만들어져서 올해까지 17년째입니다.

제가 2017년 통일부 출입기자를 했던 때 쓴 글을 보니 그때 벌써 300억 원 넘는 세금이 들어갔는데, 이후 4년이 더 지났으니 벌써 400억 가까운 정부 예산이 들어갔을 겁니다. 그런데 이 위원회가 2015년에 북한과 세 번 만나고 지금까지 북한과 만난 적도 없습니다. 6년째 할 일이 없는 겁니다.

그런데 직원은 2017년에 20~30명 정도 됐는데, 그때 인건비만 15억씩 나갔습니다. 지금도 비슷한 걸로 아는데 마포대로에 위치한 사무실 임대료도 아주 비쌉니다. 누가 일을 안한다고 하면 “남북관계가 이런데 어떻게 진척됩니까”하면 끝입니다. 여러분, 정말 좋은 직업이 아니겠습니까.

그런데 배경도 빵빵합니다. 올해 2월에 외통위 소속인 김영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022년에 종료 예정인 겨레말큰사전 사업을 2032년까지 10년 더 연장하자는 법안 냈습니다. 이게 통과됐는지 아직 알아보지 못했지만, 어찌됐든 법이 통과되면 일 안해도 10년 더 당당히 세금 받을 수가 있습니다. 대단하지 않습니까. 김영주 의원이 총대를 멘 것이지 민주당 의원들도 밀어주는 거겠죠.

저번 영상에서 저는 남북공동사전 편찬 자체가 어이없는 일이라고 이야기했습니다. 가령 남북이 마주 앉으면 리설주라 해야 할지 이설주라 해야 할지도 합의를 볼 수 없는데 무슨 통일대사전입니까.

여기 제가 2013년에 제가 집필한 ‘남북필수용어집’이라는 수첩이 있는데, 언어 적용에 어려움을 겪는 탈북민을 위해 쉬는 날에 짬짬이 국어사전 6개를 다 보고 남북이 서로 다른 용어를 골라냈는데, 혼자서도 딱 3개월밖에 걸리지 않았습니다.

직접 해보니 순수 우리말은 남북의 차이를 무시해도 될 정도라 훗날 남북통일이 돼도 언어 소통에 별문제가 없겠단 결론을 내렸습니다. 제 경험상으로도 북에 있을 때 몰래 구한 남쪽 엣센스 영어사전을 가끔 빌려 공부했지만 이해 안 되는 것이 거의 없었습니다. 북한 사람이 남쪽 말을 잘 알아듣지 못하는 원인의 99%는 남용되는 외래어 때문입니다.

저는 이 남북언어사전을 400억 넘게 들여, 또 법안이 연장되면 또 수백 억 세금을 추가로 들여 왜 만드는지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사전 발간 취지는 “남북의 겨레가 함께 볼 최초의 사전”이라는 건데, 아니 지금 북한에선 한국 출판물 보면 끌려갑니다. 북한 사람들 보라고 만듭니까.

아니면 이 비싼 사전이 지금 한국의 누구에게, 도대체 몇 명에게 필요합니까. 지금은 정 모르는 북한말이 있으면 ‘조선말대사전’에서 찾고, 한국어는 ‘표준국어대사전’에서 찾으면 됩니다. 뭐가 그리 불편해 지금 수백억 원 들여 합쳐야 합니까.

통일된 다음에 필요한 것이라면 표준어와 지역어의 위치가 결정된 뒤 그때 가서 만들면 됩니다. 일이 한국 주도로 이뤄진다면 서울말이 표준어가 되고, 북한말은 지역어가 되죠. 그리고 그때 남북 학자들이 모여앉아 작업하면 아주 빨리, 또 싸고 정확하게 만들 수 있습니다.

이런 말도 안 되는 일이 일어나는 것은 한국에는 뭔가 통일운동 하는 척 보이고 싶은 사람들에게 세금이 농락되는 것입니다.

그럼 북한은 왜 나왔냐. 북한 학자들도 이해하지 못할 겁니다. “저것들이 미쳤냐” 이럴 거라 봅니다. 그럼에도 나오는 것은 과거 1년에 몇 차례 만날 때마다 매번 15만 달러어치씩 주기 때문입니다. 1년이면 60만 달러입니다. 북한에서 60만 달러면 적은 돈 아니죠. 그 돈 주면서도 만나 달라 저자세니 북한이 안 나올 이유가 없었던 것입니다. 지금은 나오지도 않지만 말입니다.

이런 희한한 발상을 누가 했을까요. 누구 아이디어인지 몰라도 이 위원회가 처음 나올 때 이사장이 시인 고은이었고, 2018년 미투로 고발되기 전까지 12년 동안 이사장 계속 유지했습니다.

요새 뭘 하는지 모르겠지만, 아무튼 오랫동안 마포 빌딩에 세금으로 운영되는 번듯한 이사장실도 갖고 있고, 명함도 있고, 진척이 되면 노벨문학상까지 바라볼 수 있었던 것 아니겠습니까.

그런데 고은이 누구입니까. 나는 그의 문학 작품의 수준을 말하는 것이 아닙니다. 다만 북한에 가서 김정일 앞에서 감격에 겨워 시를 낭송하고, 한편으로 북한 인권에 대해 묻는 기자에겐 “서울의 달동네에 가 봐도 참담한 삶이 있다. 우리 대통령이 도시 빈민을 어떻게 다 해결하냐. 파편적으로 들려오거나 소문 오는 소문으로 북한 인권 문제를 알 수가 없다” 이렇게 대답한 인간입니다.

올해 2월 이인영 통일부 장관이 외신기자들과 만나 “북한 인권 기록이 실제인지 일방적 의사를 기록한 것인지 아직 확인·검증 과정이 부족하다”고 한 발언과 일맥상통하지 않습니까.

북한 인권을 보는 사고의 구조가 비슷한데, 고은도 자기가 민주화 운동했다고 하죠. 그런데 행적으로 보면 민주화운동하다 감옥에 간일도 없더군요. 고은은 1952년 한국전쟁이 한창일 때 징집연령인 19세에 절에 출가해 스님이 됐습니다. 그럼 그냥 거기 있지 또 속세로 돌아와 술과 추문으로 속세 사람들도 입이 쩍 벌어지는 기행을 수십 년 동안 일삼았습니다. 그러면서도 도덕적 우월의식을 숨기지 않는, 요즘 우리가 지겹게 보는 딱 그 사고방식의 스승님이 아닐 수 없습니다.

제가 남북공동사전 제작의 문제점, 예산낭비를 칼럼으로도 썼고, 여러 차례 비판했는데 달라지지 않습니다. 네가 짖어도 우리는 간다는 것이죠. 이러면서 이 정부는 북한인권재단은 출범도 안 시키고, 탈북자단체들은 예산도 안주면서 전수 검열하겠다고 합니다.

그래서 오늘 유튜브 영상으로도 만들었는데, ‘겨레말큰사전’ 하던 것을 마저 해야 겠다 이런 사람들도 있을 수 있고, 또 수백 억 투자한 것이 아까울 수도 있습니다. 하세요. 저는 남북이 만나는 거 반대하는 사람이 아닙니다. 그런데 김정은이 하겠다고 하면 그때 사람 쓰세요. 그때까지 싼 사무실에 옮겨가 직원은 몇 명만 두고 유지하면 되지 않겠습니까. 이 영상 공감이 되신다면 더 많은 사람들이 볼 수 있도록 좋아요 눌러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시청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선생님 07/23 17:10 수정 삭제
선생님 글 잘 읽었습니다. 글의 취지에 동의하는데 작은 오류가 있어서 알려드리고자 댓글 답니다. 고은은 1979년 카터 대통령 방한 반대 운동, 1980년 김대중 내란음모사건 연루로 감옥에 다녀온 적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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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철 07/26 09:41 수정 삭제
1979년 카터 대통령 방한 반대 운동, 1980년 김대중 내란음모사건 연루가 민주화 운동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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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주의 08/20 05:24 수정 삭제
북조선이 민주화를 달성하여 주권국가로 살지 무슨 한국의 일개 지역이 되다니요?

주기자는 이젠 한국사람 다 되서 한국의 리익관점에서 북조선을 바라봅니다.

북조선사람들의 인권을 무시하고 지난 20여년동안 북조선민주화를 도와주기는 커녕 독재자의 세습정권의 명줄을 이어주고 연장해준 나쁜 한국입니다.

우파정권도 믿을게 못되요. 북조선인민들의 인권과 노예해방이 기본 목적이 아니라 통일은 대박이라는 등 돈벌이계산을 하고 이에 대다수 한국국민들도 동서독통일비용을 실례로 자기들 세금 아까워 하는게 현 상태입니다.

이렇게 말하면 북조선사람들은 자기들의 피와 목숨으로 민주화를 실현할 생각은 전혀 안한다고 한국의 광주항쟁 같은걸 실례로 핀잔을 줍니다. 도와는 못줄 망정 더 방해만 하는 나쁜 한국정부와 국민들이 통일되면 북조선의 싼 인권비요 무궁무진한 지화자원이요 하면서 제 리득부터 계산하는게 괘씸하지 않습니까?

적어도 한국은 북조선을 천금주고서라도 통일하여야 할 같은 민족, 나라, 국민들로 대하여야 합니다. 그런 진정성이 있어야 피와 원한에 멍든 북조선사람들의 마음을 녹여줄수 있는 자애로운 맏형이 되여 통일도 더 쉽게 빠르게 올수 있습니다.

한국은 그런 그릇이 못된다는게 시간이 흐를수록 더 명확해지므로 저는 한국주도하의 통일을 꿈도 안꿉니다. 차라리 더 불가능한 북조선인민들의 내부민주화항쟁에 더 기대를 걸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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