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착전 탈북민에게 봉사부터 권하는 분위기가 과연 정상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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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성하 2021.10.12 10:44


저번에 ‘탈북자들은 왜 단결하지 못하는가’는 주제로 다뤘는데 이러저런 반응들이 제 귀에도 많이 들어옵니다.

제 영상의 취지는 탈북자들이 단결하지 말라는 뜻이 아닙니다. 뜻이 맞는 사람들끼리 모이는 건 전혀 문제가 없고, 또 그런 모임들이 여러 개 존재하다가 공통의 이해관계가 있을 때 연대할 수도 있지요. 다만 탈북자 사회 전체가 하나가 된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인 것이죠.

그걸 하나 만들겠다고 뜻이 다른 사람을 배제하고 물리적 언어적 폭력을 가한다면 그건 북한과 별반 다를 바가 없는 행동입니다. 북한이 싫어서 나왔는데, 민주주의 사회에 와서까지 민주주의를 이해하지 못하고 북한식 사고방식에서 벗어나지 못한다면 불쌍한 일이죠.

오늘은 탈북민 사회에 하고 싶은 말 또 하나 하려 합니다. 탈북민들의 봉사 문제인데, 탈북민 사회에 봉사 집착증이 번지는 것 같아 한마디 하겠습니다.

지금 전국에 탈북민 봉사단체들이 꽤 많습니다. 그리고 정부에서도 이를 장려합니다. 통일부 산하 기관인 남북하나재단에도 탈북민 봉사를 지원하는 예산이 꽤 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아주 장려하는 방향으로 가는 겁니다.

제가 거기 가서 물었습니다. “왜 이렇게 탈북민들이 봉사를 열심히 하게 분위기 만듭니까?”

그러면 크게 두 가지 대답이 나옵니다.

“탈북민들이 어렵고 힘든 사람들을 보면 ‘아, 한국에도 나보다 더 어려운 사람이 있구나’ 이런 것을 깨닫고 더 열심히 살 의지를 다진다. 또 하나는 한국 사람들이 탈북민 사회를 보는 이미지도 달라진다.”

사실 두 번째 이유가 더 큰 것 아닌가 싶습니다. 봉사는 탈북민 인식개선 사업의 카테고리에 들어가는데, 쉽게 말해서 “탈북민들은 돈을 받아가는 존재가 아니라 사회에 기여도 하기 때문에 한국 국민 여러분 예쁘게 봐주세요” 이런 뜻이죠.

또 탈북민이 봉사한다고 하면 이걸 또 꽤 긍정적으로 봐줘서 예산도 많이 나옵니다. 예산 쓰기 위해서라도 전국에 봉사단체 많이 만들어야겠죠. 또 봉사를 하는 각종 탈북민 단체들을 보면, 단체는 만들었는데 할 일이 마땅한 것이 없습니다. 솔직히 탈북민 단체가 한국에서 뭘 하겠습니까.

그러니까 쉽게 떠오르는 아이템이 봉사입니다. 또 봉사를 한다고 하면 예산 지원도 받을 수 있고 후원도 받을 수 있고, 단체 이미지도 개선할 수 있지 않습니까. 그래서 전국에 각종 탈북민 봉사조직이 참 많습니다.

제가 오늘 하고 싶은 말은 “제발 좀 봉사 다니지 마세요”입니다. 봉사가 좋은 행위이고, 좋은 단어라는 것을 제가 왜 모르겠습니까. 봉사한다는데 욕할 사람은 없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봉사를 받아야 할 사람들이 봉사를 다닌다고 하니 그게 안타까운 일입니다.

봉사 다니는 사람 중에 아마 절반 이상은 영구임대 아파트에 살고, 직업도 없는 경우가 아닐까 싶습니다. 한국에 와서 물정 모르는 탈북민을 자꾸 꼬드겨 봉사활동 사진 찍으려 데리고 나가는데 그러지 마세요.

집도 없고, 직업도 없고, 국가에서 주는 기초생활비를 받아 사는 사람들은 봉사 다닐 시간에 직업을 알아보고, 어디 가서 일을 해 돈을 버십시오. 여러분들은 정착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빨리 영구임대주택에서 탈출하고, 월급으로 살아가야 한국에 기여하는 겁니다.

사회의 가장 밑바닥에 사는 사람들이 왜 봉사를 다닙니까. 봉사는 한국에 와서 직업도 갖고 안정적으로 자리 잡은 저 같은 사람이 여유가 있을 때 다니는 겁니다. 취직해 안정된 일자리를 얻고, 돈도 벌어 어느 정도 여유가 되면 그때 봉사 다니십시오. 여러분들은 봉사를 받아야 할 취약계층이지, 봉사를 다녀야 할 계층이 아닙니다. 정작 강남에 사는 돈 많고 부유한 사람들은 봉사 잘 안다니는데, 정말 불쌍하게 사는 탈북민들이 어려운 이웃에 봉사한다고 우르르 밀려다니는 것은 모양새가 이상합니다.

남북하나재단을 비롯한 정부 기관들도 봉사 한다면 단체들에 막 돈 지원해주고 그러지 마십시오. 그 예산 쓰느라 정착에 몰두해도 시간이 부족한, 한국에 온지 얼마 안 된 탈북민들이 머리수 채우는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그중에는 “아, 한국에 오면 이런 거 해야 하는가”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한국 온지 몇 년째 되는데 아직 취직도 못했는데 봉사활동 다닌다고 스스로 뿌듯해 하는 사람도 봤습니다. 이건 완전히 잘못된 겁니다. 잘못 세뇌됐습니다. 정부 예산 소비 방향이 이상하게 세팅돼 탈북민 사회에 잘못된 영향을 줍니다.

빨리 직업 구하고, 가정 구하고, 돈을 버십시오. 여러분이 봉사 다니지 않는다고 뭐라 할 사람이 없습니다. 여러분들이 봉사 다니는 취약계층, 특히 노인들은 대부분 자식들이 있습니다. 여러분들보다 더 낫습니다. 자식도 안 해주는 일을 돈도 직업도, 가족도 없는 여러분들이 꼭 대신할 필요가 없습니다.

한국 사람들에게 이쁘게 보이기 위해 봉사 다닐 필요도 없습니다. 봉사보다 더 중요한 것은 정착입니다. 봉사는 이젠 여유가 있다, 한 숨 좀 돌릴 필요가 있다 이럴 때 하십시오. 봉사 다닐 시간에 돈을 벌어 북에 있는 가족에게 차라리 보내주십시오. 그게 진정한 봉사입니다.

봉사 나갔다고 찍은 사진들을 보면 혼자 사는 탈북민 여성들이 꽤 많습니다. 여러분, 봉사 나갈 시간에 차라리 나가서 결혼할 남자들 찾으십시오. 안정적인 가정이야 말로 최고의 정착입니다. 자꾸 취약계층인 탈북민 사회에 봉사를 강요하는 그런 분위기도 만들지 마십시오.

이걸 보시는 구독자 분들은 한국에서 태어난 분들일텐데, 주성하가 봉사를 하지 말라고 선동하네, 봉사는 많이 할수록 좋은 거 아닌가 이렇게 생각하시는 분들도 있을지 모릅니다. 그런데 굳이 오늘 제가 이런 방송을 하는 이유는 탈북민 사회에서 봉사를 다닌다며 시간 보내는 사람들이 의외로 진짜 많습니다. 그런 분들 보시라고 만든 겁니다.

여유가 돼 봉사 다녀도 진짜 도움이 되는 봉사를 가십시오. 저도 예전에 장애인학교 이런 곳에 봉사를 나갔는데, 가 보고 이건 가면 안 되겠구나 싶어 관두었습니다. 주말에 봉사단체들이 밀려들어 기회를 부여받기도 어렵습니다.

갔는데 예정된 세팅 코스가 있잖아요. 밥 먹여주고, 청소하고 이런 것인데 가보고 나니 장애인 아이들이 너무 불쌍했습니다. 우리가 그 애들에게 봉사하는 것이 아니라 그 애들이 봉사단체를 위해 봉사를 하는 중이었습니다.

주말이면 방에 들어가 편히 쉬어야 하는데, 선생님들이 나오라고 하니 다 나와서, 밥시간에 밥을 먹어주고, 들어가란 말이 있을 때까지 청소하는 시간도 같이 있고 합니다. 우리가 끝나서 가면 방에 돌아가는 줄 알았는데 뒤에 또 봉사단체가 있답니다. 얘들이야 말로 봉사단체를 위해 봉사활동을 하더군요.

그렇게 하고도 봉사단체는 주말에 장애인 아동 봉사를 했다고 사진도 남기고 뿌듯해 하겠죠. 그건 여러분들의 만족을 위한 봉사입니다. 이제 가을이 됐으니 좀 있으면 탈북민 단체들이 김장 담구기 봉사 이런 것을 하겠네요. 김치는 마트에 가서 사 먹으면 됩니다. 김치 살 돈도 없는 사람들이 남의 집에 가서 김치 담구고 그러지 마십시오.

정작 돈 많은 여기 사람들은 봉사를 하지도 않는데, 봉사를 받아야 할 취약계층들이 우르르 봉사 다닌다고 밀려다니니 보기에 안쓰러워 오늘 영상 만들었습니다. 대한민국은 가난한 빈민계층인 탈북민들의 손길까지 빌려 써야 할 가난한 나라가 아닙니다.

봉사 나가자고, 탈북 단체장이 전화로 불러내도 나가지 말고, 그 시간을 여러분의 정착에 쓰십시오. 직장이 없는 단체장들도 있는데, 여러분이 안정적인 직장 찾아 일을 다니면 단체장보다 더 멋진 삶입니다. 여러분들이 잘 정착해 당당하고 경제력을 갖춘 민주시민으로 성장하고, 국가에서 받은 영구임대주택은 다시 국가에 돌려주고, 세금으로 주는 기초생활비 더는 받지 않는 것이야 말로 여러분들을 받아준 대한민국에 보답하는 최고의 봉사입니다. 시청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고구마 10/13 11:52 수정 삭제
정말 옳은 말씀입니다. 봉사보다는 자립이 먼저입니다.
먼저 안정적인 직업을 찾으시고, 그 이후에 여건이 되신다면 다른 공부보다는 돈과 경제에 대한 공부를 열심히 하시면 좋겠습니다.
모든 탈북민 분들의 성공적인 자립을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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