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IT 대부 정성화는 누구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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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성하 2019.03.02 14:26

2017년 9월 미 재무부 해외자산통제실(OFAC)은 중국 옌볜(延邊)에 있는 &lsquo실버스타(은성)&rsquo와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 소재 &lsquo볼라시스실버스타&rsquo, 그리고 이들 기업의 실질적 책임자인 북한 국적의 정성화를 제재 명단에 올렸다.

정성화와 이들 기업이 북한 노동자를 통한 외화 수익 창출을 금지한 행정명령과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 결의를 위반했다는 것이다. 미국의 제재대상이 되면 미국 내 자산이 동결되고 미국과의 거래도 전면 금지된다.  그러나 이 제재 내용에 정성화가 누구이면 어떤 일을 했는지 구체적으로 적시돼 있지 않았다.

정성화는 북한 IT 업계의 대부와 같은 사람이다. 그의 행적으로 통해 북한 IT 업계의 성장과정을 엿볼 수 있다.
정성화는 1970년생이다. 1995년 당시 조상현(29세), 리성남(25세), 리일진(23세), 량수일(22세) 등 4명의 20대 젊은 피들을 이끌고 ‘은별(銀星)’이라는 바둑게임을 개발할 때 책임자였다.

이 라인을 북한에선 은별라인이라고 하며 IT 인력의 1세대로 볼 수 있다. 은별라인은 최룡해가 당시 김일성사회주의청년동맹 비서를 하며 키운 직속 라인이다. 이 때문에 이들은 최룡해 라인이기도 하다.

은별팀은 1996년 바둑프로그램 개발에 뛰어들어 2003년부터 수년간 세계 컴퓨터 바둑대회를 휩쓸었다. 그러나 1997년 최룡해가 숙청돼 혁명화를 간 뒤 뒤를 봐줄 권력을 잃은 은별라인은 해체됐다.

정성화는 북한 최대 정보기술조직인 조선콤퓨터센터(KCC) 산하 삼일포연구센터에 남았고, 은별라인의 다른 팀원들은 대외보험총국 등에 가서 외화벌이를 했다.

정성화는 2000년 삼성전자가 대북사업에 진출한 것을 계기로 해외에 파견돼 외화벌이를 시작했다. 삼성전자는 2000년~2004년 사이 북한에 300만 달러 이상을 투자했다. 이 돈은 KCC의 노동당 자금 납부 실적으로 기록됐다.그러나 이명박 정부가 들어서면서 남북협력이 끊기자 KCC 인력들은 해외 IT 개발 분야로 흩어졌다.

정성화는 이때쯤 제일 실적으로 내는 IT 거물 책임자로 부상했다. 미국이 대북 제재 리스트에 올랐을 때 그는 300여명의 젊은 IT 인력을 거느린 실력자가 됐다. 주로 중국에서 활동하는데, 정성화는 1년에 수백 만 달러씩 북한에 바쳤다. 정성화가 소속된 KCC는 2017년 1000만 달러를 북한 당국에 충성자금으로 바쳤다.

KCC는 지난해 313총국으로 개명한 뒤 2경제위원회 직속이 됐다. 2경제위원회는 국방 담당 부처로, KCC가 버는 자금은 고스란히 북한 무기 개발에 들어가는 셈이다.


김정은은 정성화를 위시한 KCC의 성과에 고무돼 정부 각 부처에 IT 대표단을 파견할 것을 요구했다. 대북 제재로 줄어든 자금난을 타개할 방편으로 간주한 것이다.

이 때문에 2018년 현재 북한 노동당, 인민무력부, 보안성, 보위성 등 각 내각 부처들이 IT 팀을 중국에 파견했다. 예전에는 중국과 더불어 말레이시아가 IT 관련 북한 외화벌이의 핵심 기지였지만 2017년 2월 13일 김정남 살해 사건 이후 현지 파견 인력이 추방됐다. 앞서 유럽의 중요한 기지였던 불가리아에서도 2016년 북한 IT팀이 추방됐다.

그래서 현재론 중국이 북한의 거의 유일무이한 기지가 되고 있다. 파견된 북한 IT 인력의 전체 숫자는 1000명 미만일 것으로 추정된다. 형체가 보이지 않게 은밀하게 숨기며 젊은 사람들만 왔다 갔다 하기 때문에 서로 팀별로 알지는 못한다.

정성화는 거물급 인물이 된 뒤 ‘악덕상사’로 소문이 자자했다. 그는 수하 부하들에게 돈을 주는데 매우 인색했고, 실적을 짜내기 위해 걸핏하면 욕설을 퍼붓거나 모욕을 주었다. 정성화가 미국의 제재 리스트에 올라 북한에 추방되자 그의 조직에서 만세가 나왔다는 후문이다. 하지만 정성화는 북에 들어가서도 여전히 북한 IT 외화벌이의 중추적 인물로 활동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된다.

현재 북한에는 수백 개의 인터넷 회선들이 들어가 있기 때문에 내부에서도 얼마든지 프로그램 개발이 가능하다.
다음 편에는 해외에 파견된 IT 인력들의 상황에 대해 설명하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