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파견 북한 IT 인력들의 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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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성하 2019.03.02 15:35


바야흐로 북한 IT 외화벌이의 전성시대가 펼쳐지고 있다. 2018년 1월 시점에서 볼 때, 북한 IT 인력은 그 어느 때보다 많은 외화를 벌어 북한에 송금하고 있다.

2017년 조선컴퓨터센터(KCC)라는 한 기관이 번 돈이 1000만 달러임을 감안할 때 북한 IT 인력이 벌어들이는 돈의 규모는 매년 수천 만 달러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북한도 종전의 미사일 기술, 무기 부품, 자원 수출 주도의 외화벌이에서 기술주도형의 외화벌이에 정책의 역점을 두었다.

중국에 파견된 IT 인력의 규모는 10년 전에 비해 약 5~6배 정도 숫자가 늘었다. 전체 인원은 약 1000명 정도로 추산된다. 최근 북한이 주로 중국에 파견된 IT 인력을 통해 외화를 잘 벌어들이게 된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크게 보면 세 가지 이유가 중요하게 작용한다.

우선 오랜 노하우로 이젠 어떻게 돈을 버는지 깨달았다. 어디서 오더를 따오고 금액은 어떻게 불러야 하는지 등을 잘 알게 된 것이다.

두 번째는 중국의 핀테크 혁명 때문이다. 10년 전만 해도 거래를 따오려면 꼭 외국인을 내세워야 했다. 주로 중국인을 내세워 사업체 주소지를 정했고, 계약서에 사인도 해야 했으며 현지인 명의의 통장도 필요했다.

하지만 핀테크 혁명 결과 이제는 3자가 끼우지 않고 북한 인력이 직접 얼굴을 드러내지 않은 채 계약 체결이 가능해졌다. 송금도 휴대전화로 쉽게 이뤄졌다. 거래 상대에게 내가 북한 인력임을 드러내지 않고 계약을 체결하고 돈을 받을 수 있게 된 셈이다.

세 번째는 북한 인력의 질적 향상이다. 숙련된 IT 인력이 많아지면서 자연스럽게 후배들에게 노하우가 전수가 됐고, 결과 숙달된 인력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중국에 파견 나오는 팀을 북한에선 대표단이라고 한다. 대표단은 각 소속 기관별로 1년 씩 상주하며 있는 팀도 있고, 몇 달 프로젝트를 완성하고 들어가는 팀도 있다.

보통 5~7명 규모로 팀이 구성되며, 이들은 중국의 한 아파트에 월세로 들어가 생활한다. 바깥 구경은 거의 하지 못하며, 식료품을 사거나 쓰레기를 버리는 등 외부에 나올 때는 도주의 위험을 차단하기 위해 꼭 2명 이상씩 나온다. 팀장은 해외 경험이 풍부한 사람이 임명되며, 도주 방지를 맡은 보위기관 일꾼이 끼어있는 경우도 많다.

현재 북한 매 팀은 일반적으로 매달 1인당 1만 달러 미만을 벌고 있다. 제일 잘 되는 팀은 1인당 2~4만 달러를 벌기도 한다. IT 팀들의 국가 납부 과제(달러 할당량)는 다 다르다. 일반적으로 한 달에 1인당 1000달러, 많으면 5000달러 정도이다. 요즘엔 정보산업지도국(75지도국)의 할당량이 제일 높은데 1인당 한 달에 5000달러 정도다.

프로젝트를 수행한 뒤 참여 인력에게도 인센티브를 주는데, 적게 주는 데는 5~10%, 많게 주는 데가 20%를 준다. 북한은 2000년대 중반 금성학원 컴퓨터반 출신 중에 또 최고의 인재를 선발해 인도로 유학을 보냈다. 최근에 가장 많이 돈을 버는 인력들이 바로 인도 유학생 출신이다. 이들은 보통 월 2만~4만 달러를 번다. 인도 유학생들은 주로 미국과 함께 일한다고 한다.

해외에 파견된 IT팀의 업무는 다양하다. 이들의 거래 상대는 주로 북미와 유럽이다. 이외 중국과 한국 호주 등에서도 고객을 찾는다. 게임 개발, 제품 복제, 홈페이지 제작 등의 프로젝트를 수주하면 북한 인력들은 시간대를 미국이나 유럽시간대로 바꾸어 기간을 보장하기 위해 노력한다.

최근엔 북한 내부에서도 인터넷 회선이 많아 프로젝트를 수행하기도 하지만, IT인력은 어떻게 하나 구실을 만들어 해외에 나오려고 애쓴다. 그래야 돈을 더 많이 벌기 때문이다. IT 작업의 특성상 국가 과제 외에도 따로 부업을 하는 이들도 많다. 이렇게 번 돈은 자기가 가진다.

그렇지만 IT 인력으로 파견돼 나와 부자가 되긴 어렵다. IT 인력들 사이에선 예전에는 해외에 나와 1년을 벌면 10년을 산다고 했지만, 이제는 1년 번 돈으로 1년 살고, 3년 번 돈으로 3년 산다고 자조적인 이야기가 돌고 있다.

이들은 자신들이 북에 들어가면 파리 떼처럼 몰려들어 쪼아대기 때문에 가자 마자 다 털린다고 말한다. 이들에게 돈을 달라고 하는 사람들은 간부들과 친척 등을 들 수 있다. 이런 점에도 불구하고 북한에선 해외에 쉽게 나올 수 있는 IT 인력이 되길 선호하는 바람이 불고 있다. 또 해외 고객들 속에서도 북한 IT 인력은 꽤 우수하다고 소문났다.

가격이 싸고, 속도가 빠르며, 질이 괜찮기 때문에 이들은 전 세계에서 일감을 닥치는 대로 빨아들인다. 얼굴을 드러내지 않은 채 오늘도 그들은 일감을 수주하기 위해 인터넷의 세계를 배회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