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집권의 해답은 핵무기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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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리자
2019.03.02 16:18

북한은 핵무기를 고집스럽게 유지해봐야 대북 제재 속에서 살아야 한다. 몇 년은 버틸 수 있을지 몰라도 장기적으론 경제가 계속 수렁에 점점 깊이 빠져든다.이는 장기적으로 볼 때 김정은에겐 자기 체제를 지키는데 있어 큰 위협이 된다. 경제가 파탄난 상태로 장기전을 벌이긴 어렵기 때문이다.
북한 체제가 오랫동안 유지될 수 있는가의 관권은 결국 경제에 있다. 김정은이 핵을 폐기하고 북미관계를 정상화해, 심지어 북한이 친미 노선까지 걸어가며 경제를 번영의 길에 올려 세우면 김정은 체제는 오랫동안 유지할 수 있는 힘을 얻게 된다.
이런 점은 최근 ‘장기 집권 시대’가 도래한 세계의 트랜드를 통해서도 확인된다.  최근의 장기 집권자들은 국민의 지지를 등에 업고 선거를 통해 권력을 유지한다는 특징을 보인다. 국민의 반대를 무자비한 피의 숙청을 통해 진압하던 20세기 독재자들과는 뚜렷이 비교가 된다.
일본과 독일처럼 민주주의적 선거제도가 잘 작동하는 나라들에서도 국민들이 통치자의 장기 집권에 찬성하고 있다. 중국과 러시아 같은 권위주의 나라들조차 장기 집권이 가능한 이유를 단순히 정적 제거나 언론 탄압 때문으로만은 설명할 수 없다.
장기 집권자들이 선거에서 패배하지 않는 이유를 분석하면 공통점이 있다. 아프리카 일부 국가를 제외한다면 오늘날 장기 집권에 성공한 통치자들은 대개 확실한 경제성과를 거둔 것이다.
장기 집권자들은 대개 세계 평균보다 나은 경제성과 및 정치적 안정을 내세우며 자신들이야말로 외부의 위험에 맞서 국가를 안정적으로 이끌어갈 적임자임을 국민에게 설득시키는 데 총력을 기울인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018년 11월 중간선거에서 예고된 패배에서 벗어난 것도 미국 경제 상황이 최근 매우 좋아진 것과 크게 관계가 있다.
반면 경제가 나락에 빠졌는데도 장기 집권에 성공한 경우는 많지 않다. 결국 경제다.
김정은도 경제적 번영만 가져오면 얼마든지 북한 주민의 지지를 얻을 수 있다. 북한은 워낙 가난한 국가이기 때문에 노선만 잘 세우면 최고 연 30%의 성장까지 이룰 수 있는 잠재력을 갖고 있다.
하지만 이 경우 북한을 통치하는 질서가 너무 급격히 변하기 때문에 김정은이 변화되는 상황을 통제하기 쉽지 않다. 김정은이 어리석지 않은 이상 30%의 경제 발전을 용인하진 않을 것이라 전망한다. 그는 연 10%의 경제성장률을 달성해도 인민의 지지를 얻을 수 있다고 판단할 것이다.
연 10%의 경제성장률은 인민이 피부로 크게 느낄 수 있는 수치이다. 매년 잘 살아지는데, 또한 당장 마땅한 대안도 없는 상황에서 북한 인민이 김정은 만세를 부르지 않을 리가 없는 것이다. 연 10% 성장률은 북한 상황에서 최소 10년은 도달할 수 있는 목표다.
어떤 사람들은 김정은이 개혁개방을 하면 위험해지지 않을까 우려한다.  김정은도 분명 이 점은 인지하지 못할 리가 없다. 그래서 그는 북한에 철조망으로 외부와 격리된 특구를 많이 만들어 발전하는 전략을 취할 것이다.  인민들이 잘 먹고 잘 살게 되면 민주주의와 자유를 원하는 목소리가 커질 수 있다는 점도 분명 잘 알 것이다. 그러나 이런 목소리는 얼마든지 통제할 수 있다고 판단할 것이다.
바로 이웃 중국이 이미 30여 년 전에 시장경제를 도입했지만 아직도 공산당 일당 통치가 가능하다는 것을 증명해주고 있다. 심지어 중국은 오늘날 시진핑 종신 통치를 위한 법안까지 채택할 정도로 통제력이 강력하다.
또 러시아의 경우를 봐도, 시장경제는 물론 정치 분야에서 다당제까지 도입했음에도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장기 집권은 이어지고 있다. 중국과 러시아도 하는데, 그것보다 통제력이 훨씬 더 강력한 북한이 못할 이유는 없다. 김정은의 자신의 장악력으로 푸틴과 시진핑 이상으로 장기집권이 가능하다고 판단했을 것으로 보인다.
결과적으로 필자는 김정은은 핵을 폐기하지 않으면 10년을 버티기가 어렵지만, 핵을 폐기해 원하는 것과 바꿀 수만 있다면 최소 10년은 장기 집권에 성공할 확률이 크다고 판단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또 이런 점을 감안하면 김정은이 핵 폐기를 통한 미국과의 흥정에 나선 것도 결국은 자기가 살기 위해서이다. 이런 판단은 그의 처지에서 볼 때 정확한 것이다.
바로 이런 이유 때문에, 비록 미국의 태도라는 변수가 있지만 앞으로 북미 관계와 남북관계 전망은 긍정적이라는 데 무게가 실린다. 왜냐면 지금에 와서 가장 절박한 쪽은 김정은이고, 최대한 버티겠지만 결국 종당에는 양보를 하게 되는 이도 김정은이라고 보기 때문이다.
그리고 중국 견제가 최우선 과제인 미국의 입장에서도 북한을 친미 국가로 만들려는 그림을 그리지 않았을 리가 없다. 북한을 친미국가로 만드는 방법은 간단하다. 북한이 중국보다 잘 살게 되면 그렇게 될 수밖에 없다.
한편으로 볼 때 미국과 한국의 대통령 임기가 한정돼 있다는 점은 변수가 될 수 있다. 하지만 어떤 정부가 들어서든 김정은이 적극적인 의지를 가지고 접근해 온다면 굳이 대북 강경책을 쓸 이유는 찾기 어려울 것이다.
이런 점에서 결론적으로 볼 때 북핵 폐기와 대북 제재 해제, 북미 수교와 국제사회의 지원은 가까운 시일 내로 가능성이 높다. 대북 제재가 풀리는 순간 무수한 한국 기업이 북한의 특구 지역에 진출하는 것이 가능해진다. 개성공단 같은 곳이 북한 전국에 최소 10곳 이상 만들어지는 것이다. 이들 특구가 가동되면 북한 주민의 소득도 높아져 자연스럽게 북한의 내수시장도 커지게 된다.
그러나 이들 특구들이 당장 정상적으로 가동되길 기대하기엔 변수가 많다. 개성공단의 경우 한국과 붙어 있어 남쪽의 인프라를 사용하는 것이 용이했다. 그러나 북한 내륙에 건설되는 특구라면 발전소도 건설해야 하고, 도로, 철도, 항만은 물론 용수 문제도 해결해야 한다.
북한도 국제사회의 지원이 들어오면 특구 지역의 사회간접시설에 투자하는 것을 우선으로 할 것이지만 이 과정이 쉬운 문제는 아니고 시간이 꽤 걸릴 수밖에 없는 일이다.
당장 대북제재가 풀려도 한국 기업들의 북한 투자는 신중해야 한다.
특구에 들어가는 경우가 아니라면, 빈약한 북한의 내수 시장만 기대해 돈을 벌기 어렵다고 봐야 한다. 또 돈이 되는 업종은 북한이 기득권을 놓지 않을 것이다. 대북 투자와 별개로 북한 정부는 제재가 풀리는 시점에서 수출과 관광에 우선적으로 힘을 쏟아 돈을 벌려고 할 것으로 판단된다. 그것이 현 시점에서 북한이 달러를 벌 수 있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기 때문이다.
경제 문제와 별개로 북한의 인권문제도 언급할 필요가 있다. 북한이 핵 폐기를 한 상황이라면 북한 인권문제도 많이 개선될 것으로 전망한다. 왜냐하면 핵을 폐기한 뒤 국제사회의 자금이 북한에 들어가는데 있어 가장 큰 걸림돌은 인권문제가 될 수밖에 없다.
“아직도 정치범수용소를 운영하는 나라에 어떻게 투자하냐”는 여론이 거세질 것이고, 이는 대북 투자의 큰 걸림돌이 되게 된다.
그런데 김정은 입장에서 보면 핵까지 폐기하고 외부의 자금을 끌어오려는 상황에서 정치범수용소도 없애지 못할 이유가 없다. 물에 빠진 사람이 비를 두려워하지 않는 것과 마찬가지 이유다. 또 현재 북한의 정치범수용소는 과거에 비해 숫자가 적잖게 축소돼 수감자가 많지 않다. 이런 수감자들을 감옥에 옮기거나 이동을 제한하는 농장으로 개조할 수 있다.
북한이 과연 정치범수용소까지 없앨 수 있을까의 반론도 있을 수 있다. 그러나 현재 북한 체제의 내구성으로 보아 김정은은 그 정도는 얼마든지 감당이 가능하다고 판단할 수 있다. 정치범수용소 문제와 더불어 다른 인권 문제도 많이 해결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아무리 변화한다고 해도 향후 10년간 북한의 인권 상황은 중국과 러시아보다 더 열악할 것이라는 점 역시 분명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