햇볕정책과 어느 꽃제비 소녀의 눈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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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성하 2019.05.09 16:06


내가 증오라는 감정을 처음 느꼈던 것이 언제였던지 딱 집어서 말할 자신은 없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1997년 1월의 그날엔 분명 내 가슴에 증오가 활활 타올랐다.
 
그날 나는 기차를 타고 가던 중이었다. 그때 모든 북한의 기차들이 그랬듯이 내가 탔던 열차도 정전으로 허허벌판에 덜컥 멈춰선 뒤 온밤 떠날 줄 몰랐다.
 
유리창이 하나도 없는 기차 안에서 추위에 떨던 사람들은 창문을 뛰어넘어 내려온 뒤 이것저것 주어와 기차 주변에 모닥불을 피웠다.

나도 내렸다. 한 무리의 군인들이 모닥불을 피워놓고 시끌벅적 떠들고 있는 곳에 몸을 녹이기 위해 걸어갔다.

가서 보니 그 군인들은 꽃제비 남매의 노래를 듣고 있었다. 꽃제비 소녀의 목소리는 정말 청아했고, 노래도 너무 잘했다. "다시 불러봐"하면서 얼려서 서너 곡을 더 들은 뒤 군인들은 사그라지는 모닥불을 남겨두고, 그 꽃제비들에게 빵 한 개를 건네주고 다시 기차에 올라갔다.
 
나는 그 애들을 찬찬히 보았다. 세수를 해본 적이 있는지 얼굴이 까맣게 반질반질하고, 누더기가 돼버린 어른 옷이 무릎 위까지 덮고 있었지만, 그것이 소녀의 반짝반짝 빛나는 눈빛을 가릴 순 없었다. 눈동자가 정말 머루알 같았다. 잘 입혀 내놓으면 정말 예쁠 소녀였다.
 
"너 몇 살이니?"
 
"아홉 살..."
 
소녀의 옆엔 추워서 몸을 웅크린 소년이 있었다.
 
"너는 몇 살이니?"
 
"얜 일곱 살입니다." 소녀가 대신 답한다.
 
 소년은 겁에 질린 듯한 눈으로 나를 쳐다볼 뿐 말할 생각이 없는 듯했다.
 
"친동생이니?"
 
"아니, 가을에 순천역에서 만났습니다."
 
  친남매가 아닌 어린 애들이 떠돌면서 만나 서로 오누이처럼 의지하고 있는 것이다.
 
"아버지, 엄마 다 어디 있는데 이렇게 기차를 타고 떠도니?"
 
"엄마는 굶어죽고, 아버지는 어디 나갔는데 돌아오지 않아서 집 나왔습니다. 얜 아버지 엄마 다 죽었구요."
 
 이런 질문은 워낙 많이 들어봤다는 듯이 대수롭지 않게 소녀는 종알종알 대답한다.
 
 나는 가슴이 아팠다.
 
"여기서 좀 기다려라."
 
나는 열차의 내 자리로 돌아와 어머니가 정성껏 준비해주셨던 도중식사를 들고 다시 내려왔다.
 
"자 먹어라."
 
"고맙습니다."
 
  소녀가 비닐봉지에 싼 밥을 받아든다. 그러더니 포장을 풀고 생사고락을 해왔을 동생을 향해 내민다.
 
"먹어."
 
 소년이 석탄처럼 새까만 손으로 허겁지겁 밥을 퍼먹는다. 그런데 소녀는 동생의 손이 서너 번 들락거릴 사이에 자기는 한번 정도만 밥을 떠서 입에 넣는다. 동생이 더 먹으라고 자기는 천천히 씹는다. 동생이 많이 먹는 것이 흐뭇하다는 눈빛이다.
 
 그런데 바로 그 장면이 내 가슴을 그렇게 갈기갈기 허빌 줄은 몰랐다. 눈물이 저도 모르게 왈칵 터져 나와 고개를 돌려야 했다.
 
"저게 고작 아홉 살인데... 친동생도 아닌 것을...어떻게 9살에 어른이 됐냐."
 
 주변에 사람들만 없었다면 엉엉 울어버렸을 것을, 그 울음을 참느라고 가슴이 찢어지는 듯했다. 그때 찢어진 가슴은 아직까지도 아물지 않았다.
 
 그때 나는 도저히 묘사할 수 없을만큼, 그때까지 느껴본 적이 없었던 최대의 증오와 분노를 느꼈다. 저들에게 밥 한 끼 먹여줄 수밖에 없는 나의 무맥함이 너무 한스러웠다.
 
저 애들을 찬바람 몰아치는 엄동설한에 내친 나라가 원망스러웠다. 그때 평양에선 내 동창들이 달러를 흔들면서 외제 맥주만 찾아먹고 있던 때였다. 주민들의 죽음이 강토에 딩구는데 정치구호만 남발하면서 공포정치를 펴고 있는 김정일이 그렇게 증오스러울 수 없었다.
 
 분노로 눈물을 흘려본, 아니 눈물을 삼켜본 사람만이 알 것이다. 그런 순간이면 두 주먹이 어떻게 부르르 떨리는지...
 
 배고파 허기에 빠져본 경험이 없는 사람들이 사람이 굶어쓰러진다는 것이 어떤 것인지, 그들에게 밥 한덩이가 어떤 의미인지 아는지 모르겠다. 김정일에게 배고파 본 과거가 있었다면 북한이 저렇게 되진 않았을 것이다.
 
 그때부터 벌써 12년이 지났다. 지금은 그때보다 북한 사정이 훨씬 나아졌다고 한다.
 
 그렇지만 나는 북한을 생각하면 자꾸만 그 애들이 떠오른다. 기차역에서 가마니를 대충 덮어놓은 새까만 시체들을 여러 번 보았지만, 이상하게 그런 참상보다는 그 애들이 먼저  떠오른다.
 
 굶어죽지 않고, 얼어 죽지 않고 과연 지금까지 살아있는지...살아있으면 이제는 21살의 아가씨다. 설사 살아있다고 해도 그 거친 세상에 부모를 다 잃고 돌덩이처럼 굴러다니면서 과연 어떻게 컸는지..,
 
 그 애들을 떠오르면 내 주먹은 저도 모르게 또 움켜져 진다. 북한을 생각하면 나는 늘 가슴 아프다. 북한 동포들을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수백만 명을 굶어죽게 한 김정일을 절대 용서하기 힘들 것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사랑이 클수록 증오도 커진다는 것을 책이 아닌 체험을 통해 알게 됐다. 많은 사람들이 쉽게 체험할 수 없는 경험을 갖고 있음에 감사한다.
 
 북한 주민들도 사랑하고 김정일도 사랑한다는 일은 절대 있을 수 없다. 한국에 온 초기 나는 햇볕정책이 매우 못마땅했다. 북한 주민들보다는 김정일과 그의 측근들만 살찌우는 정책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대다수 탈북자들은 지금도 이런 견해를 갖고 있다.
 
 이제는 남한에 온지도 7년이 된다. 온 그해부터 기자를 했으니 7년 동안 북한 문제만 다루고 고심한 셈이다. 아무리 고심했다고 해도 대북정책엔 누구나 찬성할 수 있는 정답은 없다. 이전에도 적었지만 관점의 차이가 존재할 뿐이다.
 
 많은 사람들이 햇볕정책을 비판하는 중요한 이유는 내가 한국에 와서 초기에 했던 생각 즉 김정일 정권에 퍼주기라는 것 때문이다. 햇볕정책이 아니면 북한은 이미 붕괴됐을 것이라는 목소리도 매우 높다.
 
 이런 주장에 대해 나는 반은 맞고 반은 잘못된 생각이라고 본다. 1990년대 말 북한에 있을 때 나는 북한이 2000년을 넘기지 못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버텼다. 그 버틴 중요한 힘의 하나는 남한을 비롯한 국제사회(미국도 포함된다)의 지원이라고 할 수 있다.
 
잘못됐다고 생각하는 이유는 북한이 붕괴되기 전까지는 수백만 명의 북한 주민들이 더 굶어죽었을 것이라는 것이다.
 
 어느 쪽이 비중이 더 클까. 나는 북한 주민 수백 만 명이 굶주려 죽을 바에는 차라리 김정일 정권이 더 오래 지속되는 것이 낫다고 본다. 그래봤자 이제 한 10년 더 갈까... 김정일 정권이 오래 지속될수록 억울하게 죽는 사람은 늘어난다. 그래도 수 백 만은 아닐 것이라고 본다. 그렇지만 이 말은 지금 정치범수용소에 갇혀 있는 수십 만 명의 정치범들에게 죄를 짓는 말이다.
 
하지만 둘 다 동시에 선택할 수는 없는 일이다. 생명은 어떤 이념보다 귀중하다. 가슴 아파도 더 많은 생명을 구하는 길을 택할 수밖에 없다고 본다. 그리고 북한을 고사시켜 김정일을 붕괴시키겠다는 사람들. 암만 자신들의 혈육이 없다고 해도 이것은 너무 잔인한 것이 아닌가.
 
지금까지 이명박 정권은 북한과 등을 돌리고 지내왔다. 물론 지지층의 기대에 맞추어야 하기 때문에 이런 방향으로 흘러갔다는 것을 모르는바 아니지만 북한 사람으로서 나는 이런 정책보다는 햇볕정책이 훨씬 낫다고 본다. 물론 햇볕정책의 많은 세부 집행과정은 잘못됐다고 보지만 개인적으로는 큰 틀에서 햇볕정책의 철학적 원칙에는 동의한다.
 
나는 햇볕정책과 현 정권의 대북정책의 차이는 사랑이 내포된 정책과 그렇지 않는 정책, 철학이 있는 정책과 그렇지 않은 정책의 차이라고 본다. 물론 햇볕정책에 대한 비판의 핵심은 그 사랑의 수혜자가 누구인가에 대한 것이다. 하지만 이명박 정권의 지금까지의 대북정책에는 사랑이 없다는 것은 확실해 보인다.
 
사랑의 힘은 위대하다. 사랑은 만물을 변화시킨다. 사랑이 가면 사랑이 오는 법이다. 물론 간혹 배은망덕한 자들도 있지만 극소수다.
 
나는 대북 지원은 반드시 필요하다고 본다. 물론 남한이 통일을 원하지 않는다면, 북한 주민들의 마음을 얻을 필요가 없다고 하면, 북한과 영영 등 돌리고 살겠다면 지금처럼 행동해도 좋겠지만.
 
지원을 한다면 비료와 쌀은 조건없이 주어야 한다고 본다. 쌀을 보내면 군대에 간다고 태클이 거세다. 군대에 가는 것은 나도 직접 수없이 본 일이다.
 
그러나 내가 과거 글에서도 항상 주장해왔던 바이지만, 군인도 인민의 아들이고, 제대되면 인민으로 돌아가는 사람들이다. 열악한 군사 장비를 갖고 있는 북한이 군인들이 살 좀 쪘다고 갑자기 자신감을 찾아 남침할 일도 아니요, 북한군이 전부 영양실조로 쓰러졌다고 해서 남쪽이 북진해 올라갈 일도 없을 것이다.
 
분명한 것은 가장 어려운 시가에 남쪽의 쌀을 먹고 살아난 사람들은 항상 고마움을 간직하고 있을 것이라는 점이다.
 
대북지원을 받으면 북한이 핵무기와 장거리 미사일을 만든다고? 그건 미국이나 신경 쓸 일이지 남한이 미국보다 더 펄펄 뛸 일은 아니라고 본다. 북한은 아무리 핵을 수천 개 갖고 있어도 김정일이 자연수명을 다하면 자연스럽게 망하거나 또는 노선을 바꾸어 핵을 폐기하게 될 수밖에 없다고 본다.
 
그리고 기본 적으로 북한이 핵무기를 개발했기 때문에 햇볕정책이 실패했다는 논리를 이해하기 힘들다. 햇볕정책이 대륙간탄도미사일이나 핵무기를 개발하지 말라고 나온 정책이었던가? 언제부터 이렇게 해석됐지?
 
그래봤자 김정일은 몇 년 안 남았다. 어차피 우리가 어떤 정책을 쓰던 지간에 김정일이 늙어 죽기 전에 북한을 붕괴시키진 못한다는 것을 이제는 깨달을 때가 되지 않을까. 대북정책을 펴는 사람들은 그걸 알아야 한다. 그동안 고생을 하는 것은 애매한 북한 주민들뿐이다.
 
나는 김정일을 너무나 증오하는 사람이지만, 현실적으로 북한이 김정일의 통치 하에 있는 한 김정일에게 한 푼의 이득도 주지 않고 북한 주민들에게 도움을 주는 방법은 없다. 정말 오래오래 고민해 봐도 이것은 현실이다. 그래서 더욱 가슴 아프기도 하다.
 
북한을 생각하면 증오와 사랑이 교차한다. 김정일의 숨통을 터주는 것이 너무나 증오스럽지만 주민들을 생각하면 어쩔 수 없다. 늘 승리하는 것은 결국 사랑이다. 그래서 사랑은 증오보다 더 힘 있는가 보다.
 
하지만 일부 사업들, 실례로 사람들이 많이 사는 개성이나 평양에 관광 다니는 것은 그나마 낫지만 외딴 곳에 있는 금강산이나 백두산을 관광하는 것은 마음에 안 든다. 거기서 북한 주민들이 덕을 볼 수 있는 것은 거의 없다. 달러는 현찰로 고스란히 김정일의 주머니에 들어간다. 그 돈이 인민들의 쌀을 사는 데 쓰일 리는 만무하다.
 
마음만 같았으면 과거보다 10배는 더 많이 북한을 지원했으면 한다. 전체 GDP의 한 2%는 북한에 쏟는 것이 옳다고 본다. 물론 남한에 통일을 원하지 않고 이대로 살겠다고 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고 이런 사람들이 크게 반발하겠지만 말이다.
 
투자한다면 지난 기간의 햇볕정책과는 달리 지원액수의 대다수를 북한 SOC건설에 투자했으면 한다. 도로를 닦고 항만을 건설해주고 아파트를 지어주면 좋겠다. 특히 고속철도를 새로 건설하면 좋겠다.
 
남한이 통일을 하면 어차피 이런 것들은 우리가 해줄 몫이라는 생각에 좀 더 빨리 들어가 만드는 것일 뿐이라고 본다. 노동력이 제일 쌀 때 만드는 것도 별로 나쁘진 않다.
 
고속도로가 생기고 철길이 건설된다고 김정일 체제에 큰 도움을 주지 않는다. 어차피 김정일이 늙어죽을 때쯤에 완공될 것이기 때문이다.
 
4대강 사업에 22조가 투입된다고 한다. 나는 차라리 그 돈의 10분의 1이라도 북한에서 삽질하면 훨씬 얻을 것이 많을 것이라고 본다.
 
지난 기간 햇볕정책은 내가 보기엔 별로 성공적이지 못했다. 특히 내가 이만큼 주었으니 너는 이만큼 행동하거나 또는 변해야 한다는 식의 장사치 사고관으로 주는 것이 마음에 안 들었다.
 
어차피 국가간 무 교류형식이 아닌 통일까지 내다본다면 진심으로 주는 자세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북한 통치자들이 아닌 주민들이 실제로 덕을 볼 수 있는 것 위주로 세심하게 선정해 주어야 한다.
 
예전에 사회주의권에서 주은래와 브레즈네브의 인기는 하늘땅 차이였다. 두 나라 다 사회주의 종주국으로 자처했지만 굳이 따진다면 소련이 훨씬 많이 원조를 많이 했다.
 
그렇지만 주은래는 꼭 주고도 "더 필요한 것이 없나"고 재차 물었지만 브레즈네브는 항상 "이렇게 많이 주었는데 염치가 없다"고 툴툴대는 차이가 있었다. 그 차이 때문에 지금도 알바니아처럼 중국의 지원이 조금이나마 들어간 사회주의권에 가면 주은래의 인기는 하늘을 찌른다고 한다. 이는 황장엽 전 노동당 비서에게서 들은 말이다.
 
이번 김대중 전 대통령의 서거에 북한 주민들 대다수도 애도할 것이라고 본다. 나도 개인적으로 김 전 대통령의 서거에 슬픔을 느끼지만, 특히 북한주민들이 애도하는 대통령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슬픔의 강도는 더욱 커진다.
 
김 전 대통령이 북한 언론이 가장 좋게 평가하는 대통령이고 얼굴조차 잘 모르는 다른 역대 대통령들과는 달리 직접 북한에 온 모습을 누구나 지켜보았다는 이유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더 중요하게는 북한 주민들을 적이 아닌 동포로 그러안으려고 했던 심정이 그들의 마음에 전해졌을 것이라고 보기 때문이다. 김 전 대통령의 업적은 지금보다는 먼 훗날에 더 좋게 평가될 것이라고 본다. 물론 나의 이 생각에 동의하지 않는 사람들도 많겠지만 말이다.
 
이명박 정부에 장사치 속이 보이지 않는 대북 지원을 바란다면 무리일지 모르겠다. 이 정권의 브레인에 대북전문가가 과연 있는지 기자인 나도 모르겠다. 하긴 북한을 잘 아는 사람이라면 이런 정책의 브레인 역할을 과연 해낼 수 있을지 의심이 되긴 하지만 말이다.
 
기자가 어떤 정책에 대한 찬반 입장을 공개적으로 드러내는 것은 옳지 않다는 것이 나의 생각이다. 기사가 아닌 개인 공간의 블로그 글이라고 해서 크게 면죄부가 되는 것은 아니라고 본다.
 
그런데 아까 TV로 북한 조문대표단을 보던 중에 불현듯 그 오누이가 또다시 떠올랐다. 왜 그랬을까. 모르겠다.
 
나는 평생 그 이름도 모르는 애들 앞에 죄진 심정으로 살 것 같다. 북한을 생각하면 왜 그 애들이 떠오르는지, 그리고 왜 이리도 죄스러운 마음인지 전혀 알 수가 없다. 그런데 아까 그 애들이 내 뺨을 철썩 때리며 묻는 듯싶었다.
 
"남쪽엔 쌀이 썩어나간다는데 여기선 배고파서 아이들이 난쟁이가 돼가요. 아저씬 도대체 뭘 하고 있나요?"
 
"애들아 김정일은 정말 나쁜 놈이거든" 이렇게 변명하고 싶지만 슬프게도 그 애들 앞엔 이런 변명이 절대 통하지 않는다는 것을 나는 안다. 굶주린 사람앞에선 어떤 변명도 아무리 큰 증오도 모조리 무너져 내릴 수밖에 없다. 그래서 아마 이렇게 긴 글을 쓰게 된 것이리라.
 
나는 그 소녀의 머루알같은 까만 눈동자 앞에 늘 떳떳하고 싶다.

-2009년 8월 주성하-

* 이 글에 등장하는 꽃제비 소녀와의 만남은 내 인생을 결정지은 사건이었다.소녀의 눈빛은 내가 한국으로 오게 만든 결정적 이유였다. 그리고 지금까지 내 인생을 좌우하는 가장 큰 동력이기도 하다.
소녀와의 만남에서 치솟는 분노를 느낀 나는 평양에 올라가자마자 동지들을 모아 김정일 체제를 뒤집어엎을 목적의 비밀지하조직 결성을 시도했고, 몇 년뒤 결국 동지 한 명을 잃고 뜻을 이루지 못하고 한국으로 오게 한 계기가 됐다.  나는 지금도 늘 북한을 떠올릴 때면 그 이름모를 소녀의 눈빛을 떠올리며 나의 삶을 되돌아본다.
2009년엔 김정일 체제가 10년 가지 못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런데 예상대로 김정일은 죽었지만 김정은이 물려받아 지금껏 버티고 있다.




   
김상재 05/09 19:28 수정 삭제
북한 식량지원에 대해 어떻게 판단할까 라는 딜레머에 참고가 됩니다.
많은 탈북자 유튜버들이 김정은 권력 연장에 오용된다는, 이유있는 논리로 식량지원을 반대하고 있는 것을 확인했는데 주기자님의 글이 상당히 판단에 참고가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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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nho Yu 05/10 11:49 수정 삭제
좋은 글 감사합니다.
아쉽게도 2009년 쓰신 글은 결국 틀린 예언이 되었습니다.
김정은은 핵무력 완성을 선언했지요.

지금 상황과 97년 당시를 비교하기는 많은 점에서 어렵습니다.
당시는 장마당 체제가 없었으며, 배급에 많은 부분 기대고 있었기에 자생력이 없었습니다.
우리가 지원한 쌀은 대부분 장군님의 은혜로 둔갑하여 김정일 체제 강화에 악화되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쌀로 살아난 동포가 있다면 마땅히 그 가치를 다했다 할 것입니다.

지금은 장마당이 활성화되어, 자구책이 있습니다.

현 시점에서, 주기자님의 정보력으로 볼 때, 북한에 식량 지원을 안하면 다시 90년대 같은 참사가 벌어질지, 아니면 버틸 수 있을지 예측 가능하실까요? 궁금합니다. 아울러 식량지원이 옳을지 아닐지 판단하는 주요 근거가 될 것 같습니다.

개인적으로, 90년대엔 햇볕정책을 열렬히 지지했으나 지금은 매우 후회스럽게 생각하는 입장이지만, 여전히 식량지원이 꼭 필요하다면 보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생명이 소중하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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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성하 05/10 14:58 수정 삭제
아직은 지원이 급한 상태 아닙니다. 북한이 국제사회에 요청한 이유는 군량미가 모자라고 사올 돈은 없고 예비창고는 이미 털어먹었고 해서 군량미 보충성격입니다. 아직 사람들 사는데는 문제없습니다. 달란 말도 안하는데 먼저 주겠다고 하는 건 하책이라 반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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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nho Yu 05/10 16:16 수정 삭제
바쁘실 텐데도 답 달아주셔서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평안한 주말 되셔야 하는데 계속 바쁘시겠네요.. 힘내세요!
이주원 05/11 00:50 수정 삭제
처음으로 주기자님의 공간에 제 글을 남깁니다. 동포이기전에 사랑을 품은 인간이라면 굶주리는 사람들을 외면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햇볕정책은 완벽히 실패한 정책이라는 사실은 한치 변함없는 팩트이며 또한 햇볕정책의 당위성 또한 인간의 존엄성과 사랑을 최고 가치로 삼은 명분이 충분했던 옳은 정책이라는것 또한 팩트입니다.

도덕적으로 올바른 것들이 항상 승리할 수는 없는 것이 이 세상 삶 아니겠습니까?

단도직입적으로 제 생각을 말씀드리자면 주기자님의 예측이 반은 맞았으나 결과적으로 틀리게 된 원인은 단 하나, 중화인민공화국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우리 모두가 바라는 평화로운 통일한국 건설은 이 중화인민공화국의 존재 때문에 현재로써는 매우 어려울 수밖에 없습니다.

주기자님의 말씀에 전적으로 동의합니다.

다만 주기자님은 중화인민공화국의 존재를 망각했다고 생각합니다.

중화인민공화국이 두눈 시퍼렇게 뜨고 건재하는 상황에서 우리가 정말로 바라는 통일 대한민국을 이 땅위에 건설하는 일이 가능하다고 보시나요?

미국이 도와주겠지만 미국을 비롯한 서방 세력의 열렬한 지지 하나만으로 중화인민공화국이 떡 하니 버티는 가운데 통일 대한민국을 큰 탈 없이 건설하는것이 가능하다고 보시나요?

압록강 하나를 마주보고 정말 제대로된 자유민주주의 시장자본주의 노선을 타고 있는 친미국가 대한민국과 국경을 맞대는 상황을 중화인민공화국이 용인할 것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주기자님의 견해를 듣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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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성하 05/11 12:16 수정 삭제
중국의 요인이 매우 중요하다는 말씀은 사실입니다. 당연히 중국은 친미국가와 국경을 맞대고 싶지 않고, 어떻게 하나 막으려 할 겁니다. 단 중국이 그보다 더 겁내는 것이 있습니다. 북한의 붕괴입니다. 북한에 누가 집권하는가와 상관없이 혼란과 무질서에 빠지고 그래서 동북이 함께 소용돌이에 빠지는 상황을 더 겁을 냅니다. 이때문에 그런 상황을 막기 위해선 친미국가와 이웃하는 것도 어쩔 수없이 용인할 겁니다. 그래서 북한이 궁지에 몰려 끝내 붕괴되는 순간 한국이 북한을 접수해 관리하는 것은 중국에겐 어쩔 수 없는 선택이 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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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원 05/11 13:31 수정 삭제
귀한 시간 내어 답변해 주신점 정말 감사드립니다.
중공은 중국몽과 일대일로라는 헛된 망상을 품은 채 대국으로서의 체면과 책무는 내팽개치고 그 시커먼 야욕을 전 세계에 드러내고 있습니다.

자유롭고 정의로운 통일 한국을 이 땅 위에 건설하기 위해서 그 어느 때보다도 동포들이 일치 단결하고 우리의 우방국들과의 깊은 공조를 통해 한반도 평화를 저해하고 자신들 수하에 넣어 갖은 행패를 부리려 하는 중공을 막기 위해서 결국 그들이 통일 한국의 탄생을 결국에는 용인할 수밖에 없도록 하는 일이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박종원 05/11 19:03 수정 삭제
안녕하세요 몇년간 눈팅만 하다가 한마디 남기고 싶어서 가입햇습니다 주기자님 동아일보 블로그 "서울에서 쓰는... " 시절부터 거의 빠지지 않고 읽엇습니다 가끔 쓰시는 동아일보 칼럼도 꼭 읽구요 정말 장하시다는 말씀 드리고 싶습니다 부디 건투하셔서 훗날 통일이 됏을때 큰일 한번 하시기 바랍니다 이글은 제가 예전에 탈북자 수기로 읽엇는데 지금껏
어느분 글인줄 몰랏고 묘사가 "내딸을 백원에 팝니다" 라는 글과 언뜻 비슷한 점이 있어서 장진성 시인의 글인줄 짐작만 하고 있었는데 인제보니 주기자님의 글이었군요 그때 같이 읽은 글이 역전에서 어느 소녀가 죽어가면서 사람이 죽으면 이가 다 밖으로 기어나온다 하는데 그 몰골이 흉할거 같으니 자기를 사람 안보는 곳으로 좀 옮겨달라고 하더라는 내용의 글도 잇엇는데 그 글도 역시 주기자님 글일 가능성이 높겟네요 나역시 그당시 글을 읽고 많이 울엇고 김정일이가 옆에 있다면 때려 죽이고 싶도록 분노햇던 기억이 납니다 그땐 김정일이만 죽으면 북한인민이 해방될거라 생각햇는데 이건 웬 돼지가 하나 나와서 또 권력을 이어가고 있군요 북한인민을 생각하면 참으로 안타까움을 넘어 처절함을 느낍니다 참고로 전 남한에서 태어나고 철저히 반공교육을 받으며 자란 구닥다리 세대 입니다만 그런 반공과는 다른 차원에서 지금까지 많은 탈북수기들을 읽으면서 북한 실상을 제대로 알게 됏고 북한 권력층이 얼마나 비인간적이고 폭압적인 집단인지도 똑똑히 알게 됏으며 하루빨리 없어져야 하는데 그러지 못하는 현실이 참담할 뿐입니다 그리고 주변에 북한 얘기를 할때 가장 많이 인용하는게 주기자님 입니다 황장엽 선생도 태영호 공사도 인용하지만 주기자님 글을 가장 많이 읽엇기에 자연스럽게 그렇게 됩디다 겉으로 드러나진 않지만 응원하는 사람들이 많이 있다는걸 생각하시고 늘 건강하시고 좋은글 많이 써주시길 부탁 드리고 하루빨리 북한 주민들이 해방되기를 기원합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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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광운 05/18 22:46 수정 삭제
저도 이글을 당시에 읽었던 기억이 납니다.
처음 주기자님 블로그에 왔을때. 탈북출신 기자라고? 게다가 동아일보라니 보지 않아도 극우성향이 강하겠지 하는 선입견이 있었는데 블로그의 내용이 너무 현실적이고 재미나서 읽다보니 어느한쪽의 관점에 얽매이지 않고 과감하게 주장하는 내용들이 제손이 닿지않은곳까지 시원하게 긁어주는 통쾌함을 느꼇습니다.
그 당시 저에게 가장크게 와닿았던 내용중에 하나가 바로 이 글이였네요.

극우주의자들이 듣기만해도 욕을하는 햇볕정책을 동아일보 기자가 어떻게 이렇게 주장할 수 있을까. 그것도 남과북을 다 경험한 입장에서의 주장이라 다른이들과 말의 무게부터가 다른데 말입니다.

북을 바라보는 관점의 가장 큰 차이는 바로 애증의 이라는데 적극 동의 합니다.
극우세력에 점령당한 동아일보쪽 사람들의 주장에는 그들나름의 당위성이 있을지는 몰라도 그 안에서 결코 애정은 찾아볼 수 없었습니다. 그저 북이라는 단어자체조차도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증오심만 가득한 그들의 주장의 끝은 파멸이지 상생이라는 생각은 추호도 들지 않습니다.

새로운 곳에서 시작하는만큼 이곳에서는 더욱 건설적이고 다양한 의견들로 가득한 대화의 창구가 되기를 진심으로 기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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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혜연 01/17 12:26 수정 삭제
북한의 식량난과 꽃제비들에 대해서는 이미 극좌성향의 사람들도 알고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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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획 01/17 13:17 수정 삭제
단순 이분법적 논리로 북한을 바라보면 북한은 참담한 세상입니다. 몇 십여년이 흐른 지금 북한은 인민 인민하면서 지구상 최악의 국가로 지입하는게 눈에 보입니다. 위글은 가슴아픈 내용이며 누군가 있어야 할 자리에 있어 누군가 고통을 받는 것이라면 그 자리에 있지않아서 당해보지않아 나는 다행이다는 생각이 아닙니다. 남한에 있는 사람이나 북한에서 고통받고 있는 사람이나 모든것을 떠나 인간이기에 무관 할 수 없지 않는가 하는 생각입니다. 주기자님 글을 10여년간 읽으면서 느낀것은 주기자님이 큰뜻을 가지고 계지지 않는것 같습니다. 단지 인간에 대한 존엄성을 가지고 북한을 보는것 같다는 생각입니다. 누구의 잘잘못을 떠나 분명한것은 정치하는 사람들이 현명하지 못하여 이지경이 되었으며 대다수 국민들은 작은 새들이 깃털을 비비고 살아가듯이 남북한 사람들이 함께 행복한 삶을 살아가기를 바랄뿐입니다. 우리가 죄가 있다면 정치하는 사람들을 잘못만난 죄밖에 없는것 같습니다. 즐거운 주말 보내시길 바람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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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 01/23 06:52 수정 삭제
적어도.. 적어도.. 아무리 못해도 아이들은 보호 받아야죠...ㅠ
발전이고 이념이고 뭐고 적어도 적어도.. 전쟁은 없어야 해요..
나쁜 어른들 때문에 희생되고 있는 아이들을 생각하면 가슴이 미어집니다..ㅠㅠ

사람으로 태어나서 사람다운 삶도 누려보지 못 하고 이념과 전쟁에 희생되어 가는 생명들을 생각하면 너무나 마음이 아프고 답답합니다.

저는 이념이고 정치고 그런 거 모릅니다. 그냥 사람은 사람답게 살아야 해요.
그리고 적어도 우리 아이들에게는 평화롭고 안전한 세상을 유산으로 물려주어야 합니다.
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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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혜연 01/23 10:21 수정 삭제
당연하죠~!!!! 하지만 보수우파들은 이유여하를 불문하고 김정은이 핵을 포기하고 스스로 자폭해서 죽어야 남북통일이 가능하다고 말을 해댔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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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북민 01/23 20:04 수정 삭제
저도 고난의 행군시기 구석구석에서 쪼그리고 잠을 자는 꽃제비들과 시장주변에서 돈을 구걸하는 사람들이 나타났을때 이상하게도 "세상에 부럼없어라"의 노래구절들이 머리에 떠오르며 독재자의 거짓선전에 온나라가 최면술에 걸려 반항도 못하고 굶주림과 죽음을 숙명처럼 여기는것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하늘은 푸르고 내 마음 즐겁다 손풍금소리 울려라
 사람들 화목하게 사는 내 조국 한없이 좋네
 우리의 아버진 김일성원수님 우리의 집은 당의 품
 우리는 모두다 친형제 세상에 부럼없어라

 - 우리 힘 꺾을자 그 어데 있으랴 풍랑도 무섭지 않네
 - 백두의 넋을 이어 빛나는 내 조국 두렴 몰라라
 우리의 아버진 김일성원수님 우리의 집은 당의 품
 우리는 모두다 친형제 세상에 부럼없어라

 - 동무들 다같이 노래를 부르자 손풍금소리 맞추어
 - 천리마 나래펴는 내 조국 백화가 만발하였네
 - 우리의 아버진 김일성원수님 우리의 집은 당의 품
 우리는 모두다 친형제 세상에 부럼없어라

 - 아-... 세상에 부럼없어라
 아-... 나의 조국 부럼없어라
-

북한주민의 가난과 기아는 세상에 부럼없는 북한독재자의 특기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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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혜연 03/26 18:50 수정 삭제
극좌언론들이든 극우언론들이든 북한에 있는 꽃제비들에 대해서 안타깝게 여겨줘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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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혜연 05/18 00:06 수정 삭제
극진보좌파세력들이 민족자주통일을 외치든 극보수우파세력들이 멸공북진통일을 외치든 북한정권은 결코 무너지지않고 앞으로 영영유지될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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