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대북식량 지원이 적절치 않은 이유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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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성하 2019.05.14 10:42


한국 정부가 대북 식량지원을 밀어붙이고 있다.

간략한 사정을 먼저 보면, 세계식량계획(WFP)이 3일 북한 식량 사정에 대한 WFP와 세계식량농업기구(FAO)의 공동조사 결과 보고서를 발표하자마자 한국 정부는 기다렸다는 듯이 "국제기구가 북한의 식량 상황이 매우 심각하다고 발표한 것에 대해 같은 동포로서 인도적 차원에서 식량지원을 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북한은 이런 발표 당일 미사일 발사로 대답했고, 북한 대외선전매체 메아리는 12일 "우리 겨레의 요구와는 너무도 거리가 먼 몇 건의 인도주의 협력사업을 놓고 마치 북남관계의 큰 전진이나 이룩될 것처럼 호들갑을 피우는 것은 민심에 대한 기만이며 동족에 대한 예의와 도리도 없는 행위"라고 비난했다.

북한의 도발과 비난에도 한국 정부의 의지는 꺾이지 않고 있다. 오히려 문재인 대통령을 시작으로 강경화 외교부 장관, 김연철 통일부 장관은 데이비드 비슬리 WFP 사무총장을 만나 대북지원 여론의 군불 때기를 시작하고 있다.

2일 통일부 관계자가 "지금 정부차원에서 대북식량지원을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가 9일 갑자기 적극 지원으로 바뀐 것은 아마 청와대의 의중이 강하게 작용한 것이 아닐까 싶다.

문재인 대통령은 13일 "북한의 식량난 직접 듣겠다"며 비슬리 사무총장을 만났다. 그러나 이러한 문재인 대통령의 인식에는 문제가 있다.

세계식량계획 사무총장은 북한의 식량난을 제대로 얘기해 줄 사람이 못된다. WFP는 세계에 식량난 국가가 많기를 바라는 조직이다. 그래야 저 조직이 먹고 산다. 그래서인지 조사도 얼렁뚱땅 해버린다.

이번에 유엔 관계자들이 3월말부터 보름 동안 북한 6개 도를 돌면서 조사했다. 조사라는 것이 그래봐야 북한이 제공한 차량으로 총 155개 농가를 살펴보고 농민들을 만나 물어보는 것이었다.

그런데 장마당은 북한이 허락하지 않아 가보지 못했다. 가보겠다고 요청은 했지만, 그 장소에서 마라톤을 한다는 등의 이유로 허가가 나지 않았다. 그러니 이런 조사를 믿을 수 없는 것이다.

유엔 사람들이 북한이 마련한 차를 타고 조사를 한다면서 돌아다니는 장면은 1990년대 나도 북에 있을 때도 봤다.

그들이 들어가는 집이란 것이 다 사전에 짜고 준비한 곳이다. 내가 살던 동네에도 한 번 방문을 왔는데, 먼저 북한 관계자들이 마을을 돌며 가마를 열어보면서 밥이 있으면 당장 꺼내 숨기라고 했다. 그리고 유엔 사람이 들어오면 풀죽을 먹으라고 대답하라고 했다.

심지어 다른 곳에선 유엔 관계자들에게 홍수 피해 상황을 보여주기 위해 유엔 사람들이 오기 전날 제방을 일부러 붕괴시켜 밭을 잠기게 한 전례도 있다. 유엔이 아무리 열심히 돌아봐야 북한의 이런 조직력을 이길 수가 없다.

지금이라고 다르지 않을 것이다. 유엔 관계자들이 들릴 농가에 가서 최대한 죽는 소리를 하라고 미리 포치를 해놓았을 것이다.

정 급하면 장마당 보여주지 않을 이유는 없다. 장마당에 가면 식량 가격을 숨기기 어려우니 못 가게 막았을 것이다.

문제는 대북 정보망들을 통해 듣는 북한의 식량 가격은 매우 안정돼 있다. 이것은 민생 식량사정이 전혀 심각하지 않다는 것을 의미한다.

유엔 조사단이 올봄 북한 현장을 조사하는 모습.

이런 상황에서도 한국 정부는 식량 지원을 해야 할까.

나는 늘 북한 사람이 굶주리면 무조건 대북 식량지원은 해야 한다고 주장해 왔지만, 이번 경우는 대북 식량지원을 할 때가 아니라고 판단한다.

그 이유는 첫째 장마당 식량 가격이 안정돼 있기 때문이다. 오히려 작년 이맘때보다 더 하락했다. 북한이 저 조사단에 장마당 방문을 허락하지 않은 것도 그런 이유때문이다. 식량 위기가 없는데 먼저 주겠다고 나서는 게 이상하고, 이렇게 먼저 굽히고 들어가면 모니터링도 제대로 못한다.

둘째 북한이 달란 말도 하지 않고, 오히려 식량 주겠다는 날에 미사일 쏘고, 주겠다는 한국을 향해 욕을 한다. 이런 사정에서 우리가 식량을 받아 달라 애원할 이유도 없고, 또 그렇게 줘봐야 또 다른 남남갈등의 소재가 돼 북한의 노예냐는 말이 나온다.

실제로 13일 '리얼미터' 조사에 따르면 10일 전국 성인 511명을 대상으로 대북 식량지원에 대한 찬반 의견을 물은 결과, '반대한다'가 50.4%로 나타났다. '찬성한다'는 46.0%였으며, '모름/무응답'은 3.6%였다. 기존의 여론조사에서 문재인 정부의 대북정책에 대한 지지가 과반으로 나타나고 있었던 점과 비교하면 이 같은 여론은 정부와 여당에겐 불리하게, 야당에겐 호재로 작용할 것이다.

이런 부담을 무릅쓰고 기어이 북한에 식량지원을 할 이유가 있을까. 국제기구를 통한 우회지원 역시 북한이 요청을 했을 때 주는 것이 정석이라고 판단된다.

셋째, 식량이 어디 갈지 뻔하다. 장마당 즉 민생 식량 사정이 괜찮은데, 북한이 요청하는 이유는 군량미 창고가 비어있기 때문이다. 대북제재로 석탄에 빌붙어 살던 군부가 어려워졌고, 군량미 창고는 이미 오래 전에 다 털어먹어 비어있다.

이번 요청은 대북제재의 장기전을 대비해 비어있는 군량미 창고부터 채우려는 의도라고 판단된다. 그런 이유 때문에 부담이 큰 한국 정부보단 모니터링을 손쉽게 속일 수 있는 만만한 국제사회 지원을 받으려는 것이다.

물론 나는 군인도 북한 인민이고, 누군가의 아들이니 그들이 굶어죽으면 우리가 쌀을 지원해도 된다고 생각하지만, 지금은 아니다. 우리가 먼저 군량미 창고 채워주려 너무 앞서나갈 필요는 없다.

북한은 입만 열면 우리민족끼리를 외쳐왔다. 그런데 유엔에는 손을 내밀면서 남쪽에는 달란 말을 하지도 않는데, 한국 정부가 먼저 대북 지원한다고 설레발을 떨 필요는 없다. 북한이 요청하면 그때야 식량 지원을 검토하는 것이 순리라고 생각한다.
   
Minho Yu 05/14 11:36 수정 삭제
대북제재를 더 유지해도 되겠군요. 식량 사정이 양호해서 일반 북한 사람들은 굶지 않는다니 정말 다행입니다.

좋은 글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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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세준 05/14 12:25 수정 삭제
대북제재가 별로 효과적이지 않다는거네요.... 식품 가격이 일정하다는거는, 외환이 안정적이라는 얘기고. 그럼 북한이 지금 빨리 나와야 할 이유도 별로 없다는 거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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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nho Yu 05/14 15:16 수정 삭제
일반 인민들이 사먹는 장마당 쌀값은 오르지 않았으므로, 일반 인민들이 제재로 크게 고통받고 있진 않지만,
군량미 창고는 텅 비었으므로 북한 정권에는 안 좋은 일이죠.
즉 대북제재가 일반 북한 주민들 대신 정권을 타겟으로 하여 고통을 주고 있다는 뜻으로, 제재가 효과적이며, 더 유지해야 한다는 뜻으로 해석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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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nd Lee 05/14 17:59 수정 삭제
그래서 제가 문재인은 참 이상한 사람이라는 겁니다...도저히 이유가 없는데 그런 이유를 알 수 없는 행동을 합니다 최소한 이유가 타당하거나 실익을 따지는 모습을 보인다면 저는 동의는 못하더라도 아 이사람이 이런 셈법을 하고 있구나 할 수 있는거 아닙니까 그런데 문재인 대통령의 셈법은 아무리 봐도 이상한곳이 한두군대가 아닙니다 큰 목표를 위해 자기가 의도해서 숨기는 것인지 그냥 아무 생각이 없는 것인지 입으로는 인도주의니 뭐니 당위성만 이야기하니 속을 알 수가 없습니다 제발 큰 그림을 그리는데 카드가 새어나가면 안되니 일부러 숨기는거였으면 합니다 한국 대통령의 지력이 그정도도 안되면 큰일인거 아니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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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원 05/14 19:18 수정 삭제
희소식입니다.

대북제재로 인하여 김씨 일가 세력에 적잖을 타격을 주고 있으면서도 일반 인민들은 물가 상승 없이 저렴하고 합리적인 가격에 끼니 걱정은 안 해도 된다고 하니 이것이야말로 꿩 먹고 알 먹는 일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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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선홍 05/15 07:06 수정 삭제
이 문제에 대한 문재인 대통령의 생각을 이해하기가 참 어렵습니다. 착한 사람 증후군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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