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가지 질문-대북 식량지원은 늘 선인가? 북한은 식량난 상황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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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성하 2019.05.20 10:08


<북한에 정말 식량난이 닥쳐왔을까>

북한의 식량난을 판단하는 중요한 잣대는 장마당 쌀값이다. 하지만 최근 북한 시장 내 식량 가격은 위기 상황과는 전혀 어울리지 않게 안정적이며, 오히려 하락하고 있다.
 
지난 10년 간 보름 주기로 북한의 쌀값과 환율 등 주요 지표들을 조사해 공개해 온 북한전문매체 데일리NK에 따르면, 5월 14일 현재 북한의 식량 가격은 평양 기준으로 1㎏당 4180원이다.

평양의 쌀값은 지난해 12월 5000원이었고, 지난해 5월 15일엔 5100원이었다. 1년 동안 오히려 1000원이 하락한 것이다. 북한의 식량가격은 2017년 9월에 6100원을 기록한 뒤 지금까지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있다.
 통일부는 15일 이에 대해 "북한 체제 특성상 공식 가격이나 공식 기구가 아닌 (장마당) 지표를 가지고 식량 사정을 추정한다는 것은 여러 가지 많은 제한이 있다"며 "공식기구에 의한 가격이 아닌 장마당 가격에 대해 정부가 평가하는 것이 적절한지에 대해서는 의문"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통일부의 이런 발표는 실제 현실을 무시한 것이다. 오히려 북한은 공식 기구의 가격을 믿을 수 없다. 대다수 주민이 의존하는 장마당 가격 이상으로 북한 실태를 잘 반영하는 지표 역시 찾기 어렵다.

과거 사례를 보면 북한에 식량이 부족하면 예외없이 쌀값이 올랐다. 주민의 구매력이 떨어지면 시장 식량가격이 떨어진다는 일각의 논리 역시 북한에서 발생한 사례가 없다.

지어 1990년대 고난의 행군 시기 수많은 아사자가 발생할 때도 쌀값은 자고 나면 올랐다. 또 이때 경험으로 보면 굶주림이 시작되면 사람들은 먼저 산에 올라 나무껍질을 벗기고 칡뿌리 등을 캤다. 현재 북에서 그런 일이 벌어진다는 증언은 없다.
 
WFP는 5~9월이 북한의 춘궁기라며 식량지원이 가을 추수 이전에 이뤄져야 한다고 요청했고, 정부도 9월전까진 식량지원을 한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이는 전통적인 북한의 춘궁기 개념과 거리가 멀다. 보릿고개로 불리는 북한의 춘궁기는 3~5월 사이로, 6월 초부터 이모작 봄작물인 밀, 보리, 감자가 나오면서 식량 사정은 점점 풀렸다.
     

<대북 식량지원은 언제나 선한 일일까>
 
WFP 보고서 신뢰도 논란과 북한의 미사일 발사, 대남 비난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대북 식량지원 준비를 착착 진척시키고 있다. 통일부는 이번 주 대북식량 지원 찬성 단체들과 만나 의견 수렴을 했고, 다음주는 대형교회 등을 방문해 정당성을 설득할 예정이다.
 
정부가 대북 식량지원을 하겠다고 밝힌 것은 인도주의 목적 외에 교착상태에 빠진 북미대화를 견인할 카드로 적절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9일 "대북식량지원을 통해 북미대화 교착상태를 조금 열어주는 효과도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대북 식량지원이 의도한 효과를 거둘 수 있을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반드시 고려할 점은 이 문제가 북한 내부에도 적잖은 파급효과를 낳기 때문에 실상을 정확히 파악하고 신중히 결정해야 할 일이라는 것이다.
 
식량 조달 방식을 놓고 구분하면 북한엔 크게 3가지 계층이 있다. 군부와 간부, 주요 기관을 중심으로 배급제에 의존해 사는 계층, 배급을 전혀 받지 못하고 장마당에서 사서 해결하는 계층, 배급을 가끔 받지만 시장에서 구입하는 양이 더 많은 계층이 존재한다.
 
북한에 식량이 지원되면 내부 쌀값이 떨어지고, 굶어죽을 걱정이 없어진다는 점은 긍정적이다. 또 농민에 대한 군량미 수탈도 줄어드는 작용도 있다.

경험적으로 보면 북한은 대북 식량지원이 이뤄질 때 대남도발을 거의 하지 않았다. 햇볕정책이 본격 시행돼 매년 3~4억 달러 어치의 식량지원이 본격 시작된 2002년 하반기부터 2007년말까지 북한은 인명피해를 초래한 군사도발을 하지 않았다.

그러나 이명박 정부가 집권해 식량지원이 과거 수준의 1/5 정도로 크게 줄어들자 2010년부터 천안함 폭침과 연평도 포격 등의 강력한 도발을 했다.
 
일방적인 식량지원은 역효과도 있다. 대표적으로 북한은 외부 지원으로 국가가 장악한 식량이 많아지면 배급제를 부활시킨다.

그러면 시장에서 돈을 벌어 살던 주민이 배급 500그램 때문에 직장에 강제로 출근해 통제에 묶이게 된다. 북한의 시장화에 역행하는 것이다. 이런 이유를 들어 상당수 탈북민들은 대북 식량지원을 반대하고 있다.

또 북한의 농업제도 개혁도 늦어진다. 북한은 부족한 식량난을 타개하기 위해 일부 지역에서 농가 책임 경영제 등을 시범 실시하고 있다. 하지만 외부 지원으로 연명할 수 있다면 굳이 협동농장 체제를 허물 동기도 없어진다.

모니터링이 철저히 되지 않으면 지원 식량이 군량미 창고에 쌓이는 것도 막을 수 없다. 인도적 지원이 북한군 전력을 강화시켜주는 역할을 하는 것이다.
 
북한에서 아사자가 발생하는 상황이라면 인도주의적 대북 식량지원은 명백히 긍정적이며 인도주의적이다.

그러나 북한에 식량이 부족하지 않고, 요청도 하지 않고 오히려 적대적인 태도를 보이는 가운데 일방적으로 진행되는 식량 지원이라면 북한 내부에 부정적 영향을 얼마나 끼칠지도 충분히 검토해야 하는 것이다.

말 잘듣지 않는 자식에게 엄격한 훈육은 포기하고, 용돈만 주는 부모는 절대 그 자식을 변화시킬 수도 없다. 오히려 악화만 시킨다.

비슷한 교훈은 많고도 많다. 아무리 뛰어난 명약이라 해도, 증세에 맞지 않게, 필요 이상의 과용량으로 쓰면 그때는 독약이 될 수 있다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