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내자 외국으로! 보내자 평양으로!” 강남 뺨치는 학부형의 치맛바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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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성하 2019.07.15 14:43


"보내자 외국으로! 보내자 평양으로!"

북한에서 공공연하게 돌고 있는 말이다. 북한에선 외국을 다니며 달러를 버는 직업을 가장 선호하기 때문에 외국어를 배워주는 대학이 인기가 매우 높다. 또 좋은 대학은 평양에 있기 때문에 이런 말이 나오는 것이다.

자녀를 외국이나 평양 중앙 대학에 보내기 위해 북한의 부모들은 한국의 부모들 못지않게 모든 것을 자녀 교육에 쏟는다. 그러다보니 나타나는 양상은 한국과 비슷하다. 결국 사교육에 돈을 펑펑 쓸 수 있는 간부나 부자들의 자녀들이 좋은 대학에 갈 수 있는 것이다.

12년제 의무교육 제도를 실시하며 공교육의 질을 높이려고 하는 북한 당국은 큰 난제에 부닥쳤다. 그래서 수시로 사교육 단속을 벌이고 있지만, 문제는 그 단속하는 간부들의 자식부터 사교육을 받으니 제대로 될 수 없다. 북한에서 최근 들어 붐을 일으키고 있는 사교육 열풍과 실태를 해부해본다.

지상낙원-평양의 유치원 뒷바라지

사교육은 유치원부터 시작된다. 평양의 유치원은 전국에서 최고로 좋다. 요즘 들어보면 유치원 입학식이 끝나면 신입생은 한동안 교양원(교사)들의 이런 질문에 대답해야 한다.

"철수 어린이, 아침에 뭘 먹었어요? 영희 어린이는?"

이것은 일종의 호구 조사다. 아침 식사를 뭘 먹었는지 며칠만 조사하면 그 집 생활수준을 알 수 있다. 이런 일은 언제부턴가 당연한 입학 의례가 됐다.

이 나이의 아이들은 거짓말을 못 한다. 심지어 집에서 부모가 싸운 이야기까지 교양원에게 구체적으로 일러바치는 아이들도 있으니...

각 가정의 형편을 파악하는 것은 교양원에게 제일 중요한 일이다. 이런 파악에 기초해야 더 조용히 더 큰 이익을 챙길 수 있다.

아무리 돈으로 시작해서 돈으로 끝나는 유치원이라지만 그것을 일률적으로 적용하다가는 사회적 비난을 받을 위험이 있는 것은 물론 더 얻을 수 있는 이익도 잃을지 모르기 때문이다. 가정생활 수준이 높고 통 큰 학부형들이 더 많이 내고 더 많이 도와주는 것은 당연하다.

부모는 유치원 입학 전부터 돈을 낸다. 벽지, 비닐장판, 페인트, 횟가루, 시멘트, 청소 도구, 장난감 등 '유치원 꾸미기'에 필요하다는 항목들은 수십 가지다.

그래서 대다수 유치원은 입학 때 북한 돈 8~10만 원(10~12달러)을 내는 것이 일반적이다. '입학 턱'이라는 명목으로 유치원 교사들에게 4~5만부터 10~20달러에 이르기까지 쥐어주는 것도 흔한 일이다.

아무리 적게 잡아도 입학 전에 12만 원이 드는데, 북한 환율로 약 15달러에 해당하는 돈이다. 얼핏 많아 보이지 않는다 하겠지만 쌀 20㎏ 또는 옥수수 100㎏은 충분히 살 수 있는 돈이다. 이 정도 식량이면 4인 가정이 한 달 굶지 않고 살 수 있다.

부모들의 '유치원 살이'는 거기서 끝나지 않는다. 매달 쌀 3㎏과 식비 5,000~1만 원을 내야 한다. 반찬도 챙겨 보내야 한다. 유치원에선 점심에 국과 밥만 주고 그 외 간식으로 매일 우유 1잔과 과자 또는 빵을 한두 개 줄 뿐이다.

그뿐이 아니다. 교사들은 다음 날 갖고 와야 하는 각종 항목을 수첩에 적어 아이에게 보낸다. 거기에만 한 달에 5만 원 넘게 든다.

하지만 안 보낼 수는 없는 일. 못 가져가면 아이를 욕하고 벌을 세우거나 집으로 되돌려 보내는 교사들이 있다. 어떤 교사는 자기 생일은 물론 남편 생일, 집안 대소사 때까지 노골적으로 돈과 물건을 요구한다. 안 주면 아이에게 "너희 부모는 도덕도 없냐?" 하고 욕하기도 한다.

교사가 요구하는 것을 잘 들려 보냈다고 마음 놓아서도 안 된다. 대청소나 환경미화 작업 때 노력 봉사를 요구하는 교사도 있고, 도로 보수나 농촌 지원 등 '사회동원'을 대신 해달라는 사람들도 있다. 뇌물 요구는 더 많다.

교사들은 부모의 '열성'에 따라 자녀에게 공부 잘하거나 좋은 일 했을 때 상으로 주는 빨간 별을 더 주거나, 싸움이 붙었을 때 한쪽 편을 드는 것으로 보답한다.

평양 유치원들도 해마다 자연관찰, 현장학습 등 행사가 늘고 있다. 체육대회도 예전엔 국제아동절인 6월 1일에만 있었지만 지금은 1년에 3번 이상으로 늘었다. 그때마다 부모들은 죽어난다.

심지어 돈이 없어 아이를 유치원에 안 보내거나, 낮은 반을 건너뛰고 높은 반에 보내 빨리 졸업시키려는 부모들도 많다.

평양은 교육열이 높은 곳이다. 아이 교육은 부모 재력에 따라간다. 교사들은 돈 내는 아이들만 따로 남겨 국어나 수학을 더 공부시켜 보낸다.

요즘 평양에선 유치원생 시절부터 피아노 배우는 바람이 불고 있는데, 유치원에서 배우려면 한 달에 10달러를 내야 한다. 더 많이 내면 선생이 집까지 찾아가 가르쳐준다. 유치원 기간 성악이나 기악, 무용 같은 것으로 TV에 한 번 출연하려면 그것 역시 막대한 자금이 든다.

이들이 어느 정도 수준에 올라설 수 있게 가르쳐주는 데 드는 비용은 물론 의상과 소도구 준비, 촬영진과 심사진에게 주는 뇌물에 이르기까지 적어도 500달러 정도는 준비하고 있어야 한다.

물론 아이가 진짜 재간이 좋으면 이 돈이 대폭 절약된다. 그렇다고 해 진짜 돈 한 푼 안 쓰고 이런 기회를 얻는 경우는 거의 없다고 봐도 된다.

이런 현실에서 아이들이 뭘 배울지 뻔하다. 누가 전학이라도 오면 아이들이 몰려와 "너희 엄만 뭐 하니?"부터 묻는단다. "(장마당에서) 화장품 장사"라는 식으로 답하면 "돈 좀 빠지니(벌리니)?" 되묻고 그럼 다시"그냥 그래"하는 식으로 받아친단다. 5~6살 아이들이 그렇게 사는 것이다.

아이들은 집에 가면 엄마들이 모여 장사 이야기를 하는 것만 보고, 유치원에선 부모 돈에 따라 대접받는다. 그러니 아이에게도 집안 경제력이 최대 관심사인 것이다.

평양 유치원에도 등급이 있다. 평양에서 최고 명문 유치원은 중구역 창광유치원과 창전거리 경상유치원이다. 이곳은 외국 관광객들에게도 보여주는 공식 참관 코스에도 항상 포함된다.

창광유치원은 주로 중앙당 자녀들 위주이고 주변에 사는 아동들도 일부 입학할 수 있다. 경상유치원은 비공식 입학금이 500달러이고 매달 50달러 이상이 추가로 든다.

김정은이 2012년에 이 유치원을 두 번씩이나 방문했다. 북한 언론은 "장군님의 사랑 아래 어린이들이 훌륭한 교육 환경에서" 어쩌고저쩌고 하는데 그 유치원 입학에 얼마 드는지는 북한에서 김정은만 모를 것 같다. 참, 이 유치원은 한국에서 방문한 사람들의 단골 관광 코스이기도 하다.

유치원은 졸업할 때도 돈이 든다. 북한에는 졸업식 때 학부모가 돈을 모아 선생에게 기념품을 주는 오랜 전통이 있다. 과거엔 옷이면 무난했지만 요새는 선생이 냉장고, 컴퓨터, 세탁기 등을 먼저 요구한다고 한다.

"나도 돈 많이 써서 이 자리까지 왔는데 본전 뽑아야 할 것 아니냐"는 것이 교사들의 속셈이다.

기념품까지 주고 나면 고달픈 유치원은 드디어 졸업. 하지만 끝이 아니라 새로운 시작이다. 소학교, 초급중학교, 고급중학교, 대학교가 더 큰 입을 벌리고 차례로 기다리고 있으니...

그러고 보니 평양 유치원들은 과거 남쪽 행태와 크게 다르지 않고, 심지어 부정적인 모습까지 빼다 닮은 듯하다. 물론 가정의 부담이나 노골적으로 갈취당하는 정도는 북한이 몇 수 위다.

남북이 경험을 교류한 적도 없는데 악덕 행태가 닮았다는 건 참 희한한 일이다. 요즘에는 돈이 너무 많이 들어 아이를 더 못 낳는다는 푸념까지 남북이 닮았다.

이러면서도 북한은 세금 없는 사회주의 무료 교육 제도가 있는 낙원이라고 남쪽을 향해 '자랑질'이다. 뻔뻔하다.

정작 북한 부모들은 각종 명목으로 매일 뜯기는 데 지쳐, 유료 교육 제도가 도입되어 정해진 돈만 내는 남쪽을 부러워하고 있다. 그나마 살기 좋다는 평양의 유치원들이 이 정도면 지방은 굳이 설명이 더 필요할까 싶다.

그렇게 유치원 때 시작되는 뒷바라지는 당연히 소학교, 초급중학교와 고급중학교를 거쳐 대학까지 계속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