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의 한이 맺힌 유선종양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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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성하 2019.07.29 16:23


2019년 현재에도 북한의 전반적인 병원 상황은 크게 개선되지 않았다. 다만 특권층을 위한 최신 병원이 눈에 띄게 늘어났다.

북한이 최근에 홍보한 인민군종합병원인 대성산종합병원이나 옥류아동병원, 평양산원 유선종양연구소 같은 데는 의료설비도 괜찮고 입원실도 수준급이다.

외국인 참관 시 전문코스로 되어 있는 유선종양연구소는 특히 북한이 많은 돈을 들여 지은 것인데 이것을 짓게 된 이유가 있다. 김정은의 생모인 고용희가 유선암으로 사망했기 때문이다.

당시 북한에는 유선암에 대한 온전한 치료 설비와 전문 의사도 부족해 프랑스를 비롯한 외국 병원들을 돌아다니며 치료를 받았지만 끝내 완치할 수는 없었다. 그게 두고두고 가슴에 맺힌 김정은의 지시로 유선종양연구소가 건립되었다.

물론 여기서도 아무나 입원 치료를 받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그나마 명목상 무상 치료제가 살아 있어 평양 여성이라면 검진 정도는 받을 수 있다.

이 밖에도 중앙당 대상인 봉화진료소와 성, 중앙기관 부장 이상, 교수, 박사 이상 학자들이 진료를 받을 수 있는 남산병원 등도 괜찮은 의료 설비와 서비스를 갖추고 있다. 역시 극소수 특권 계층을 위한 봉사만은 의료 체계에서도 어떻게든 유지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기타 병원들과 진료소들 같은 경우에는 주사기와 링거까지 재소독해서 이용하는 형편이다. 북한이 몇 년 전부터 중국과 합작해 1회용 주사기 같은 것을 자체로 생산하기 시작했는데 그나마 공급량이 적어, 주사 맞으러 가는 환자가 약은 물론 주사기까지 준비해 가야 한다.

평양 사람들은 독감에 걸리거나 기타 염증이 생기면 흔히 페니실린을 주사한다. 이때 동네 의원이 있으면 도움을 받지만 대체로 동 진료소 같은 것이 집 가까이에 있어 거기로 간다. 이때 자기가 구입한 약과 1회용 주사기를 들고 가야 하는 것이다. 물론 주사를 놓아주는 것쯤은 아직까진 무료다.  

대다수 병원들이 X-레이나 초음파 진단 설비와 같은 초보적인 진단 체계도 갖추지 못하고 있다. 여기서는 아직도 의사들의 경험과 청진기가 가장 중요한 진단 수단인 것이다.

병원 입원실들은 더 한심하다. 초보적인 경보 체계나 재난 방지 체계가 구비되지 않은 것은 물론 겨울이면 난방이 없어 너무 춥고 여름이면 또 너무 더워 웬만큼 아프지 않고서는 입원할 엄두를 내지 않는다.

여기에 입원을 하면 입원 치료에 이용되는 약은 물론 침구에서 시작해 끼니까지 스스로 챙겨야 하니 가족들이 더 혼이 난다는 것이다.

북한의 병원들에 찾아가 의사나 간호원들을 만나보면 가슴에 달고 있는 직위와 이름을 적은 이름표 위에 ‘정성’이라는 두 글자가 적십자 표식을 가운데 두고 나란히 적혀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의사들의 정성이 명약이다”라는 김정일의 명언도 어느 병원에 가 봐도 액자화해 걸어놓고 있다. 아마 ‘의술은 인술’이라는 고려의학의 전통이 반영된 것은 아닌지?

북한 의료계에서 ‘정성운동’이 시작된 것은 이미 수십 년 전이다. 1960년 11월 13일, 함남도의 흥남비료공장병원에 전신의 48%에 속살까지 드러나는 3도 화상을 입은 한 소년이 실려 왔다.

당시 기존 의학 이론이나 상식으로는 도저히 소생이 불가능해 보였다. 공장병원 의료인들과 이 병원에 실습 나와 있던 함흥의학대학 학생 17명이 자신들의 피부를 떼어내 이식해줌으로써 소년은 기적적으로 소생했다.

이 사실이 1961년 2월 당시 민주청년 기관지인 ‘민주청년’에 실려 사회에 널리 알려지게 되었다. 당시 이 보고를 받은 김일성은 이것은 사회주의 사회에서만 있을 수 있는 아름다운 소행이라고 하면서 높은 치하와 함께 의료 부분에서 환자를 위해서라면 자신의 살도 뼈도 나누어주는 지극한 정성을 발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리고 그해 2월 13일에는 흥남비료공장병원과 함흥의학대학에 치하의 편지를 보내 ‘정성운동’을 공론화하게 했다. 2.8비날공장 조업식에 참가한 김일성이 한 소년을 안고 찍은 사진이 지금도 돌아가는데 이 소년이 바로 구사일생으로 살아난 그 어린이였고, 이때부터 보건 부분에서 ‘정성운동’이 대중적 차원으로 전개되었다.

정성운동은 “사람을 가장 귀중히 여기는 주체사상의 숭고한 발현”으로서 “의학 이론이나 기술 수단과 약이 치료의 성과를 좌우하는 것이 아니라 보건일꾼들의 사상·정신적 풍모의 집중적 표현인 정성이 결정적 역할을 한다”는 것이 핵심이다.

“달걀에도 사상을 채우면 바위를 깰 수 있다”는 북한식 사상 제일론의 또 다른 복제판인 것이다.

이런 ‘정성운동’이 이제는 ‘돈벌이 운동’, 보다 정확히는 ‘살기 위한 운동’으로 탈바꿈하고 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