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마당의 진화 2편-표준화되는 북한 시장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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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성하 2019.08.20 10:47


북한의 장마당 대부분은 해당 지역의 이름을 달고 있다. 실례로 통일시장, 선교시장 등 거리나 구역의 이름을 단 것이 있고, 1개 구역이나 시 안에 시장이 2개 이상 있는 경우는 해당 장마당이 위치한 동의 이름을 붙여 상신시장, 하신시장 등으로 부르기도 한다.

일반적으로 장마당은 주민 주거 지역의 중심에 위치하는데 일부는 부지 관계로 주거 지역 외곽에 위치하기도 한다.

평양시의 일부 장마당들은 외랑식(外廊式: 여러 층의 주택에서, 각 층의 바깥쪽에 공동으로 사용할 수 있는 복도가 딸려 있는 구조) 아파트 사이의 공간에 상품 유형에 따라 구획되어 개설되기도 했다. 이런 아파트의 집값은 당연히 같은 조건의 다른 지역 아파트들보다 비싸고 장사도 잘되는 것은 두말할 것 없다.

장마당의 규모와 자금 유통이 늘어나면서 시설들도 개선되어 지방과 달리 평양 시내 중심부 시장들은 비교적 깨끗한 환경을 갖추고 있다. 특히 평양 주재 외국인들도 자주 찾는 평양의 통일시장은 수차례 리모델링되어 북한판 시장의 표준이 되고 있다.

장마당에 들어서면 상품 유형에 따라 일정한 구획이 나누어져 있다. 의복류, 곡물류, 육류, 수산물류, 철기류, 신발류, 화장품류, 당과류, 잡화류, 식료품, 일용품, 학용품 등 판매 제품 유형별로 구획이 존재한다. 이러한 구획들은 구체적인 항목에 따라 다시 나뉜다. 예를 들면 의복류는 양복, 남자 옷, 여자 옷, 어린이 옷 등으로 또다시 세분된다.

각 구획에는 해당 상품의 이름을 적어놓은 마크가 붙어 있다. 심지어 시장 상인들의 옷차림까지 구획별로(어떤 시장인 경우 전체적으로) 통일되어 있으며, 오른쪽 가슴에 이름과 업종을 소개한 마크를 달고 있다.

물론 이것은 평양을 비롯한 번화가의 중심에 위치하며 비교적 활발히 운영되는 시장들의 경우다. 실제 내각 결정으로 이러한 사전 준비를 갖추게 되어 있지만 지방의 장마당에 가보면 단체복이니 마크니 하는 것은 찾아볼 수가 없다.

장마당엔 없는 게 없다

북한에는 “장마당에는 고양이 뿔 빼고는 다 있다”라는 말이 돌 정도로 이곳에는 없는 물건이 거의 없다. 시장에서 통제하는 물품은 당국의 요구와 지시 사항에 따라 달라지지만 전자제품, 가전제품, 가구류, 군수용품 등 정도다. 그러나 이런 물건도 얼마든지 살 수 있다.

시장 앞에 가면 종이 팻말을 들고 서 있는 사람들을 볼 수 있는데 그 종이 팻말에는 각종 전자제품과 가전제품, 가구류를 비롯해 없는 것이 없다. 이 사람들은 대체로 장마당 주변 사택에서 장사하는 사람들의 중개인이라고 볼 수 있다.

이들은 구매자 한 명을 끌어들이면 일정한 보수를 받는 방식으로 판매자들과 연계되어 있다. 상품 유형에 따라 다르지만 대체로 구매자 한 명당 북한돈 1,000원 정도의 보수를 받는다고 한다.

또 부피가 크지 않은 많은 물품들은 현장에 숨겨두고 팔고 있다. 예를 들어 UBS나 CD 같은 것은 통제품이지만 일용품 매대 같은 곳에 가서 물어보면 얼마든지 찾을 수 있다.

물론 이때 복장이나 신분이 보위원이나 보안원 같은 단속자처럼 보여서는 절대 안 된다. 장사꾼들은 대체로 여자들에게는 안심하고 판다. 이걸 이용해 평양 시내 여성 보안원들을 풀어 통제품을 파는 장꾼들을 단속한 사례도 자주 있다.

장마장 안에서는 장사꾼들을 상대로 장사를 하는 또 한 부류의 상인들도 목격할 수 있다. 이들은 주로 국수나 김밥, 국밥, 음료를 제조해 밀차에 싣고 다니며 장마당에서 장사하는 사람들의 ‘끼니 보장’을 업으로 한다.

완장 찬 시장관리원과 암달러상

장마당에는 팔에 ‘시장관리원’이라는 완장을 두르고 장세를 받으러 돌아다니는 사람들도 있다. 이 시장관리원들의 파워가 대단하다. 실제로 매일같이 장사꾼들을 상대하는 이들은 누가 불법 상품을 팔며 누가 ‘돈 장사’를 하는지 환히 꿰뚫고 있다.

여기서 돈 장사라는 것은 북한 돈과 외화를 교환해주며 차익을 얻는 암달러상을 말한다. 북한에서도 실제 장마당 안에서 공공연하게 외화를 쓰는 것은 위법이다.

그래서 일부 농촌을 제외하고 거의 모든 지역들의 시장 앞에 전문적으로 돈을 교환해주면서 벌이를 하는 돈 장사들이 진을 치고 있다. 이들은 장마당 환율로 외화와 북한 돈을 교환해준다. 시장관리원들과 잘 통해야 장사도 안전하게 해 먹을 수 있다.

그래서 이 자리도 누구나 노리는 자리가 되고 있는데 실제 수익도 장사꾼 평균을 웃도는 수준이라고 한다. 모든 장마당에는 시장관리소가 있고 여기에 소장과 지도원들, 규모에 따라 수십 명에 달하는 시장관리원이 있다.

시장관리소 소장쯤 하려면 적어도 구역당이나 인민위원회에서 과장 이상이나 구역급 기업소의 지배인 혹은 당비서 경력쯤은 있어야 한다.

장마당 주변에는 장마당에 오는 사람들을 노리고 해당 지역의 지방 권력기관들과 급양봉사기관들이 세운 소규모 식당과 상점, 매장들도 경쟁적으로 생겨나고 있다.

이 밖에 장마당 주변은 신발 수리하는 사람, 열쇠나 도장을 깎아주는 사람, 시계를 수리해주는 사람, 심지어 병 치료를 해준다든가 악기를 가르쳐준다는 등 능력껏 돈을 벌기 위해 나선 사람들로 항상 붐빈다.

북한식 시장경제의 일선이라고 볼 수 있는 장마당은 이처럼 단순한 상품 판매지가 아니라 가치를 가지는 인간의 모든 재화와 재능이 상품처럼 판매되는 대형 마트를 방불케 한다.


   
보송복슬이 08/22 07:18 수정 삭제
꿀잼인데 너무 짧아요 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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