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마당의 진화 3편-쿠쿠밥솥도 버젓이 팔리는 북한 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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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성하 2019.08.23 17:32


20년간 경제의 버팀목이 된 장마당
 
주민들이 스스로 만들어낸 사실상의 시장경제-장마당은 오늘날 북한에서 점점 커지면서 자기의 능력과 힘을 과시하고 있다. 2000년대 이후로 거대 시장으로 변화한 장마당은 북한 경제와 사회 변화의 도화선 역할을 하고 있다.

장마당은 북한에서 개인 자금을 순환시키는 기본 유통 마당이다. 살아남기 위한 사람들의 몸부림 속에 하층으로부터의 시장화로 성장한 장마당은 2003년 당국이 이를 인정하면서 끊임없이 진화 발전해, 공인받은 종합시장만 480여 개(2018년 2월 기준)에 이른다.

이런 공인된 종합시장(장마당) 외에도 골목시장, 야시장 등 갖가지 시장이 사람들이 살고 있는 모든 곳에 존재하며 이것이 북한 주민들 생활 수요의 80~90%를 해결해준다.

최근 북한 김정은 정권이 대북 제재로 타격을 받고 있음에도 그나마 주민들이 살아갈 수 있는 것은 바로 이 장마당 경제 덕분이다. 실제로 500개 가까운 공식 시장들과 각종 형식의 거래 공간을 합쳐 이에 종사하는 사람이 100만 명이 넘고, 그들의 가족을 포함해 북한 인구의 3분의 1 이상이 수입의 3분의 2 이상을 장마당을 통해 벌어들인다.

그리고 이 기저에는 부유층을 중심으로 한 사금융이 금융회사 역할을 하는 시장경제 순환 체계도 놓여 있다. 장마당 경제에 기초한 북한 경제의 시장화는 국영기관, 기업소 들이 자기 역할을 못 하고 공급 체계가 거의 붕괴된 북한을 20여 년간 존속시킨 진짜 힘이다.

장마당 세대의 탄생과 스마트폰

장마당은 시장경제를 경험한 소위 '장마당 세대'라 불리는 신세대를 낳았다. 80~90년대에 태어나 ‘고난의 행군’ 시기를 거치며 장마당의 발전과 함께 성장한 이들은 집단적 이익이나 가치보다는 개인의 주머니에 채워지는 부의 가치를 훨씬 중시한다. 그들은 이제 더는 국가의 공급에 자기의 생존을 맡기려 하지 않으며, 국가의 체제에 자기의 운명을 걸지 않는다.

장마당을 통해 돈을 번 신흥 계층도 자리를 넓히고 있다. 시장의 발전과 분화로 인한 각종 차별화는 필연적으로 ‘경쟁’과 ‘사적 욕망’의 확대를 가져온다. 성장기부터 자연스럽게 시장 경쟁 체제에 눈뜬 북한의 젊은 세대가 이 시대에 들어 서서히 사회 변화의 핵심 축이 되고 있는 것이다.

사람들은 이 공간에서 자본 순환의 원리를 익히고 독자 생존의 지혜를 체득하고 있다. 북한 주민들은 사실상 정부가 깔아준 시장경제의 멍석에서 물건을 사고팔며 거둔 소득의 일부를 국가에 사용료로 납부하고 있는 셈이다.

장마당이 북한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눈에 띄게 늘고 있고 많은 북한 주민이 자기 나름의 방법으로 시장에 뛰어들고 있다. 특히 현 정권이 시장경제를 무조건 가로막았던 이전 시기와 달리 장마당을 사실상 수용하면서 장마당 활성화는 더욱 가속화되고 있다.

현재 북한에는 약 500만 대의 핸드폰이 보급되어 있다. 이것 역시 장마당 경제의 활성화를 떠나서는 생각할 수 없다. 사람들 대부분의 핸드폰 사용 용도는 바로 돈을 버는 것, 즉 장사다. 북한 장마당에서 장사하는 사람들치고 핸드폰이 없는 사람은 없다.

한국 제품이 유통되는 장마당


장마당의 활성화는 일반 주민들이 시장경제의 본질을 깨닫게 되는 계기가 되었을 뿐 아니라 한국 드라마와 영화가 유입되는 시초가 되었고, 이는 한국 상품이 북한 주민들을 사로잡는 것에도 일조하게 되었다.

실제로 2000년대 이후로 북중 국경 지역 장마당 주민들을 비롯해 중국과의 밀수를 통해 한국의 상품을 반입하고 비밀리에 판매하는 장사꾼이 급속도로 늘어났다. 한국 상품의 질이 좋고 성능이 뛰어나다는 인식이 박힌 북한 사람들은 이제는 한국 상품이라면 묻지 않고 사가는 풍조까지 생겨나게 되었다.

특히 간부들부터 한국산 가전제품과 화장품, 의류, 심지어 생필품까지 은밀하게 구입하는 경우가 늘어나기 시작했다.

장마당에서 한국 상품은 당연히 통제품이므로 상표를 떼고 팔아야 하지만 그렇게 되면 가치 하락을 피할 수 없어, 장사꾼 대부분이 위험을 감수하고서라도 상표를 보존하기 위해 애쓴다고 한다.

북한 사람들이 한국 제품을 얼마나 선호하는가에 대한 일화도 여러 가지가 있다. 평양시의 어느 간부의 집으로 압수당한 쿠쿠밥솥이 뇌물로 들어갔다고 한다.

이를 사용해본 그 간부의 아내는 ‘이렇게 편리하고 좋은 물건을 왜 단속하느냐?’며 남편에게 따지고 들었는데, 남편은 한국 상품을 단속, 적발해 압수하는 보안서 간부였다.

장마당은 북한 사람들의 생활 보장의 공간, 상품 교류의 공간일 뿐 아니라 문화적, 정신적 변화를 유도하는 희망의 공간이기도 한 것이다.


   
지나가는 사람 08/24 15:09 수정 삭제
혹시 주 기자님은 노동당과 장마당이 공존하는 저 뒤틀린 체계가 얼마나 더 갈 거라고 보시는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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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성하 08/28 15:05 수정 삭제
그게 뒤틀렸다고 체제는 무너지지 않을 듯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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