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마당의 진화 4편-매대에서 상점으로 발전하는 돈주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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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성하 2019.08.28 15:13


장마당의 진화, 다양한 소시장의 탄생

2000년대까지만 해도 북한에서 제일 큰 장마당은 평성 장마당과 함북도 청진에 있는 수남 장마당이었다.

북한 동북부 지역과 서남부 지역을 대표하는 이 두 개의 시장은 유명해지면서 자금과 인력이 대거 유입되어 끊임없이 비대해져갔다. 북한 사람이라면 다른 장마당은 잘 몰라도 이 두 장마당이 북한에서 제일 크고 장사도 잘되는 곳이라는 것쯤은 다 알고 있다.

이렇게 비대해지고 보니 그에 따르는 부작용도 늘어나 절도, 사기, 협잡, 강도와 같은 장마당 범죄의 대부분도 여기에 집중되었다. 당국은 이를 견제하기 위해 수차례에 걸쳐 위치를 변경하면서 여러 개로 세분하는 조치를 취했다.

그 후 다른 장마당들도 번성하면서 엇비슷한 규모를 가진 장마당들이 많이 생겨났지만 그 이름만큼은 지금도 유명하다. 이렇게 발전한 장마당들이 있는 곳들에 가보면 그곳을 중심으로 위성 형태의 소규모 장마당들이 무수히 존재한다.

이와 함께 주민 가옥을 소형 상점화해 상품을 판매하는 민간기업 형태의 소규모 시장들도 존재한다. 이런 소규모 기업은 북한 유통 중심 도시의 하나인 평성시에서 많이 찾아볼 수 있다.

원래 이런 형태의 소규모 기업은 장사를 뒤늦게 시작하거나 장세 마련이 힘들어 장마당을 차지하지 못한 사람들이 시작한 것이었다. 그러다가 이제는 완전히 자율화되어 북한 장마당 경제의 한 부분을 당당히 차지한다.

더욱이 이제는 장마당에서 일정한 밑천을 잡은 사람들이 너도나도 이러한 자기만의 사업에 뛰어들기 시작했다. 이것이야말로 ‘시장관리원’도 없고 ‘조직 생활’도 없는 자기만의 공간, 자기만의 시장인 것이다.

사람들의 왕래가 활발해 위치가 좋은 곳들에 마련된 이런 소시장 상인들은 실제 장마당에 앉아 있는 사람들보다 수익이 더 높다.

이들은 해당 주민 거주 지역의 담당 보위원, 보안원을 다 끼고 장사하기 때문에 안정성이 높고, 장마당과 달리 여러 품종의 상품을 한자리에 놓고 팔 수 있는 장점도 있다.

일반적으로 지방 도시의 물가가 수도 지역보다 낮은 것처럼 평성도 평양보다 물가가 낮다. 평양을 비롯한 평성 주변의 장사꾼 대부분은 평성에서 상품을 이송해 온다.

장사꾼은 물론 일반 주민들도 고가의 상품을 찾아 평성행을 하는데, 사람들이 도착하는 장소에는 이들에게 자기 물건을 팔기 위해 소상인들이 파견한 ‘몰이꾼’들이 도처에 널려 있다.

이런 소시장을 통해 시장경제에 보다 접근하고 돈을 벌게 된 일부 사람들이 드디어 보다 큰 기업, 즉 국영기업의 사영화를 노리기 시작했다.

북한의 모든 도시, 군, 구역에는 직매점, 공업품상점, 식료품상점 등과, 해당 지역의 특산품을 전문으로 파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국영상점들이 한두 개씩 존재했다. 여기에 고난의 행군 시기를 거치면서 전당포 형태의 수매상점이라는 것도 여러 개씩 생겨났다.

그런데 역시 국가가 뒤를 봐주어야 하는 이 상점들이 정상적으로 운영될 수가 없다. 결국 장마당을 통해 돈을 번 신흥 돈주들이 여기에 투자해 일종의 민수기업을 차리기 시작한 것이다.

물론 여기까지 성공한 사람들이 많지는 않다. 또 이런 상점들 중 많은 것이 간부들의 인맥을 타고 들어온 사람들, 그들의 친척에 의해 운영되고 있다.

실제 상점 책임자와 판매원은 국가공무원이고 노동자지만, 여기에 투자해 상품을 공급하고 수익을 챙기는 돈주는 따로 있다. 이 모든 것은 역시 장마당 경제가 만들어낸 변종-민수기업인 것이다.

이렇게 생겨난 민수기업들이 이제는 장마당의 상품 공급까지 담당하고 있다. 이렇게 국가 상점에 투자하지 않고 외화벌이 기관과 직접 연결해 장마당 상품 공급을 도맡은 돈주들의 장사도 이제는 거의 기업화되었다.

상품의 입출고와 장부 관리, 재정통계, 운반에 이르기까지 전문화된 노력이 있으며 이들이 하나의 그룹을 이루고 점점 진화해가고 있다.

골목 상권의 확대

장마당은 또 다른 변종인 골목시장도 만들어냈다. 역시 장마당에서 장사할 여건이 안 되는 사람들이 만들어낸 공간으로, 북한 사람들은 흔히 ‘메뚜기시장’이라고 부른다.

벼가 한창 무르익는 계절, 농촌에 나가 논두렁을 따라 걷노라면 인기척을 느낀 메뚜기들이 황급히 날아올라 자리를 바꾸는 모습을 볼 수 있다. 골목시장에 앉아 있는 장사꾼들이 보안원을 비롯한 단속원들이 올 때마다 논두렁에 앉았던 메뚜기처럼 순식간에 산지사방으로 흩어지는 모습을 보고 누군가가 지어낸 이름이다.

지방에서는 이런 골목시장이 거의 묵인되지만 평양은 ‘혁명의 수도’의 면모를 손상시킨다고 해서 강하게 통제하고 있는 중이다.

이런 ‘메뚜기’들은 대부분 늙은이이거나 밑천이 없어 장마당에서는 장사할 수 없는 사람, 낮에는 직장 생활을 하고 밤이면 생계를 위해 벌이에 나온 사람들이다. 마음 놓고 장사도 할 수 없는 이들, 한낱 메뚜기로 불리면서도 사랑하는 사람들을 위해 삶을 위해 벌어야만 하는 이들, 이들도 마음 놓고 돈을 벌 수 있게 될 때는 언제쯤일지 귀추가 주목된다.

북한 당국이 길거리 장사, 골목 장사를 없애야 한다고 강연도 하고 통제도 강화한다지만 근본적 대책 없이는 이 ‘메뚜기’들을 안착시키긴 어려울 것이다.

이처럼 북한 시장경제의 중심에 서서 ‘장마 당세대’를 만들어내고 최악의 조건에서도 북한의 경제를 나름대로 돌아가게 만든 실체인 장마당은 오늘도 삶을 위한 북한 사람들의 투쟁과 함께 쉼 없이 요동하며 자체 발전의 길을 계속 이어가고 있다.


   
지나가는 사람 08/28 21:47 수정 삭제
시장이 발전하는 것도 좋지만 진정으로 경제가 성장하려면 아무래도 제조업이 커야 하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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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성하 08/29 17:18 수정 삭제
소규모 제조업도 발전하고 있습니다. 10명 미만의 가내수공업도 활발해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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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문 08/29 18:56 수정 삭제
현재 4차혁명이 한창 진행 중이고, 선진국에서는 이미 인공지능을 기반한 산업과 기업이 태동기를 맞이하고 있는데, 북한에서는 이러한 움직임은 전혀 없는가요? 비록 북한이 낙후되긴 하였어도, 김일성종합대 및 김책공대를 비롯한 우수한 인재들은 꾸준히 배출하고 있는 것으로 아는데 국가 및 당을 중심으로 하여 4차혁명에 대비하는 모습은 없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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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성하 08/30 15:58 수정 삭제
북한도 준비는 하는데 산업기반도 시스템도 후진국이라 한계가 있습니다. 우물안 개구리의 한계죠. 그리고 아직 3차 혁명도 못갔는데 4차 혁명 가긴 어렵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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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나가는 사람 09/06 17:23 수정 삭제
일단 알파고가 김정은보다 뛰어날 수도 있다는 것을 인정할 수 없는 나라에서 4차 산업혁명은 머나먼 미래의 일이 아닐련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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