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투기를 부르는 재건축 시스템
261 0 2
주성하 2019.09.04 18:04


평양의 부동산 투자자들은 주로 정부 기관이나 국가급 기업소를 등에 업은 개인, 또는 그런 개인들의 일정한 집단이다. 재건축이라고 해서 아무나 무턱대고 짓지는 못한다.

재건축은 평양시 도시설계 계획에 반영된 이른바 ‘평양시 현대화 공사 설계’에 기초해 진행돼야 한다. 물론 이러한 현대화 계획이 없다고 해서 재건축이 불가능하지는 않다. 뇌물로 못하는 일이 없는 북한인지라, 계획이 없다면 윗단위 간부에게 돈을 찔러주어 새로 만들면 된다.

평양의 재건축 과정을 진행 순서대로 상세하게 설명하면 이렇다.

가령 평천구역 어느 지역에 낡은 단층집들이 몰려 있는데, 현대화 계획에 따르면 이 지역에 새로운 단지 구획을 조성하게 되어 있다. 그런데 새 단지 건설은 개인들이 할 수 있는 영역이 아니다.

이럴 경우 투자자들은 그 구역 안에 해당 계획에 부합하는 한 채의 건물을 먼저 짓는다고 계획서를 낸다. 이 계획서가 숱한 뇌물을 주어 최종 승인을 받으면, 제일 먼저 만들어지는 것이 ‘건설상무’이다. 북한에서 상무는 특정일을 처리하기 위해 특별히 만들어진 기구를 의미한다.

‘건설상무’라고 불리는 그룹에는 자금 조달, 자재 보장, 시공, 분양에 이르기까지 각 분야를 담당한 사람들이 포함된다. 모두 일정한 사회적 지위를 가지고 있는 사람이다. 그 중에서도 이번 재건축을 발기하고 각 분야 담당자들을 모집해 상무에 넣는 핵심 인물이 있기 마련이다. 이 사람이 사실상 재건축 책임자인 셈이다.

건설상무가 만들어지면 다음 절차로 투자자들을 모집하기 시작한다. 돈주들을 대상으로 해당 위치가 얼마나 좋으며, 아파트가 건설되면 얼마에 팔릴 것인지 등을 설득해 투자하게 한다. 투자 액수에 비례해 아파트가 차례진다.

투자자까지 모집되면 다음 절차로 해당 지역에 대한 철거가 이루어진다. 물론 강제로는 절대로 철거할 수 없다. 해당 주거민들의 동의가 필요한데 크게 세 가지 방식으로 동의를 얻어낸다.

첫째는 지금 살고 있는 집과 유사하거나 더 좋은 조건을 가진 집을 시내 다른 곳에서 찾아내 소개(알선)해 주는 것이다. 이런 일은 상무 성원이 하는데, 직접 주거민들과 논의해 다른 집에 가도록 설득한다. 물론 이사 갈 집은 해당 건물에 투자한 돈주들이 미리 사둔다.

가야 할 집이 지금 사는 집보다 조건이 나쁘면 절대로 이사하지 않겠다고 버티는 것은 당연. 이때부터 상무와 주거민의 암투가 시작된다. 가야 할 집의 평수라든가 인프라 조건(교통 조건, 상하수도 조건, 전력 조건 등)을 고려해 원만히 합의가 이루어지면 이사하는 것까지 상무에서 보장해주는 것이 통상적이다.

둘째 방식은 철거 주택을 바로 구매하는 것이다. 구매 가격 역시 상무와 주거민의 합의에 의해 이루어지는데 상무는 깎으려 하고 주민은 한 푼이라도 더 받으려고 다투는 것은 당연하다. 보통 새로운 건설이 시작될 때 주택 가격은 평소 이 주택을 팔 수 있는 가격보다 20% 정도 더 높다. 평양식 프리미엄인 셈이다.

셋째 방식은 철거 주민에게 ‘철거증’이라는 증서를 주는 것이다. 각종 국가기관의 인증이 찍혀 있는 이 철거증은 아파트가 완공된 후 그 아파트의 입주증과 교환할 수 있는 증서다. 즉, 주거민은 자기 집을 철거하는 대신 새로 건설되는 아파트의 한 집을 받게 되는 것이다.

그런데 철거민에게 좋은 집이 배당되지는 않는다. 보통 고층 아파트일 경우 ‘만장’이라고 불리는 맨 윗 층 또는 보안이 취약한 1층이 가격이 제일 싼 층인데 철거민들에겐 이런 집이 배정된다.

상무들은 새 집의 가격이 철거 전의 단층집보다 비싸기 때문에 합당한 가격을 고려해 배정한다고 말한다. 어떤 아파트들은 철거증을 가진 기존 주거민을 위해 아예 전용 주택을 설계해 반영한다.

즉, 한 층에 1호부터 4호까지 네 집이 있다면, 해가 잘 들지 않는 북동향 4호의 칸수(방 숫자)와 평수를 다른 호보다 작게 만들어 철거민을 위한 집으로 마련하는 것이다. 남향이면서 평수도 큰 다른 호들은 돈주나 초기 투자자들에게 분양한다.

이런 과정을 통해 이렇게 건물을 올릴 자리가 마련되면 본격적으로 건설이 시작된다. 상무 성원들 중에 전문 건설 자재를 물어오는 자재 인수원 격의 상무도 있다.

그는 해당 기관과 거래해 시멘트, 모래, 자갈, 철근, 마감 건재에 이르기까지 아파트 건설에 필요한 자재를 될수록 좋은 가격에 제때 보장하기 위해 일한다. 물론 아파트의 층고와 지반 조건에 따라 구체적인 자재 소요량이 타산되고 그에 따라 자재가 보장된다.

이런 과정에서 이익에 눈이 먼 자들의 부당 행위가 아파트 붕괴 사고로 이어지는 경우도 있었다. 2014년 300명이 넘는 사망자를 낸 평천구역의 아파트 붕괴 사고도 고층 아파트를 지으면서 강도가 기준에 크게 미달하는 저마르카 시멘트를 이용했기 때문이다.

북한은 시멘트 강도를 마르카라는 단위로 계산하는데, 180이상이면 고마르카, 120이하면 저마르카로 구분한다. 300마르카는 교각 등 특수 건축물에만 들어가는 매우 귀한 고강도 시멘트다.

평천 아파트 붕괴는 저마르크 시멘트를 사용한데다 필요한 철근 수량도 다 채우지 못한 것이 주요 원인이었다. 될수록 원가를 적게 들여 폭리를 취하려는 일부 부동산 투자자들의 탐욕이 인명을 앗아가는 무서운 후과를 가져온 것이다.


   
지나가는 사람 09/04 21:53 수정 삭제
재건축 말고 아예 신도시를 -특히 지방에- 건설하려는 움직임은 없나요?
댓글달기
주성하 09/06 14:46 수정 삭제
신도시를 건설할 자금이 없습니다. 또 신도시급 아파트가 분양될 수 있는 자금력도 없고요.
댓글달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