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력과 돈, 욕망이 모여 만드는 평양의 부동산 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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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성하 2019.09.10 16:44



5천 달러에서 30만 달러로 치솟는 아파트 가격

2000년대 초 최고가 5,000달러에서 시작된 평양의 아파트 가격은 2018년 30만 달러를 넘어섰다.

2013년 4월 보통강구역 류경동에 완공된 30층짜리 아파트는 8만 달러 언저리에서 맴돌던 아파트 최고가를 단숨에 두 배인 16만 달러로 끌어올려 화제가 됐다. 이 아파트는 2018년에 30만 달러에 거래됐다고 한다.

하지만 대북제재의 영향이 본격화된 올해 초부터 평양 부동산 가격은 추락했다. 단 몇 달만에 반값이 아파트들이 속출하고 있으며, 위에 말한 30만 달러 아파트의 가격도 많이 떨어졌을 것으로 보인다. 북한에 달러가 마르기 시작한 것이다.

30만 달러의 초고가를 기록했던 아파트는 평양 아파트 최초로 180㎡(약 54.5평) 이상의 크기에 수입산 대리석과 같은 최고급 자재를 썼다. 중국 아파트의 설계를 그대로 가져다 지었고, 지하철 황금벌역까지 100m 정도 떨어져 교통 입지도 매우 좋다.

다만 주변 아파트보다는 훨씬 낫긴 하지만 정전과 단수는 피해 가지 못했다. 그래도 특별히 전기를 끌어다 쓰기 때문에 평양 다른 아파트에 비하면 훨씬 조건이 좋다.

이 아파트는 국가가 지은 것이 아니다. 달러를 주무르는 대외경제총국(일명 99호총국)이 자체 부동산 개발로 지은 것이다.

아파트의 절반은 99호 총국 간부들의 몫이고, 나머지는 공사비를 뽑기 위해 팔았다. 하지만 99호 총국 간부들이 서로 차지하겠다고 싸움이 벌어져 또 하나의 화제가 됐다.

이 아파트가 평양에서 눈이 휘둥그레질 정도로 호화롭게 건설된 것은 당시 최고 실권자였던 장성택 노동당 행정부장이 자기 측근들에게 나눠주기 위해 특별히 신경을 써 지었기 때문이라는 증언도 있다.

물론 사실 여부는 확인되지 않고 있지만, 평양에서 가장 비싼 아파트에 사는 것도 권력이 있어야 가능하다. 권력이 없다면 국가보위성 등이 자금 출처를 조사해 비리혐의로 걸고 들어 잡혀갈 수가 있다.

즉 돈만 있다고 좋은 집에 살 수 있는 것이 아니라 보위성의 수사도 피해갈 정도의 권력이 있어야 좋은 아파트에 살 수 있다는 뜻이다.

평양의 고급 아파트들은 거의 다 이런 식으로 힘 있는 기관이 건설한 것이다.

억눌린 욕망의 분출로 뜨거워진 혁명의 수도

미래과학자거리(2015년 완공)와 여명거리(2017년 완공)가 건설된 이후로 평양의 부동산 열기는 좀 진정되는 듯했다. 대형 평수의 고급 아파트 수요가 이 거리들이 완공되면서 많이 흡수됐다.

그러나 현재도 중구역 보통강구역 모란봉구역 평천구역과 같은 평양 중심 구역에는 새 아파트들이 발 디딜 틈 없이 올라가고 있다. 수십 년간 억눌렸던 욕망이 쉽게 잠들 줄 모르는 것이다.

특히 권력이 있는 국가 기관들이 이런 아파트 건설에 발 벗고 뛰어들고 있다. 자기들이 갖고 잇는 권력을 활용해 아파트를 지어 절반은 자기들이 갖고 나머지는 공사비를 뽑기 위해 판다.

아파트를 짓기 위해선 권력과 함께 돈이 필요하다. 건설상무를 조직해 움직이는 핵심 인물인 ‘건설주’는 투자를 받아야 한다.

하지만 북한은 은행이 유명무실해 담보 대출 같은 것은 없다. 돈을 마련하지면 북한 고위 권력층이 저축한 뇌물 자금과 무역으로 벌어들인 돈주의 달러를 끌어내야 한다. 어느 레벨의 권력과 돈주를 끼는가가 곧 건설주의 능력이다.

노동당의 핵심 권력기관인 중앙당 조직지도부 고위 간부 정도를 끼면 최상위 건설주에 속한다. 권력층 역시 돈을 불리기 위해 건설주라는 하수인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물론 권력층은 직접 나서는 대신 아내나 자녀를 대신 내세운다.

건축 허가를 받으려면 내각 국토성, 인민위원회 등 7~9개 관련 부서의 승인 도장을 받아야 하는데, 매번 투자한 권력자의 힘을 이용하는 것을 물론 최소 수 만 달러의 뇌물도 써야 한다.

건설인력은 앞서 말했듯이 속도전청년돌격대나 군인, 또는 국가 소속 전문 건설 기업에 아파트 몇 채 주기로 하고 끌어오면 된다.

기타 필요한 건축 자재는 돈만 있으면 얼마든지 살 수 있는데 좋은 아파트는 중국에서 거의 모든 자재를 조달해 온다.

요즘 짓는 아파트는 180㎡ 이상 대형 평수가 대세인데, 보통 20층 이상의 아파트인 경우 초고속 엘리베이터가 2대 이상 설치된다. 이것 역시 중국제이다.

입주자들에게 매달 돈을 거둬 24시간 전기 공급도 가능하다. 이 돈을 배전소와 발전소에 배급과 석탄 구입비 명목으로 주고 전기 공급 우선권을 받는다. 이는 전력 생산과 같은 국가 기간산업까지 개인들이 떠받치고 있다는 뜻이다.

아파트가 완공되면 투자금과 기여도에 비례해 이익을 나눈다. 여기서 주목되는 점은 건설 기획 단계에선 최종 분양가의 10분의 1만 투자해도 아파트 한 채를 받을 수 있는 사람도 있다는 점이다.

건설에 절대적으로 기여한 권력자가 주로 해당된다. 이것이 바로 평양에 존재하는 ‘강자의 룰’이다.

목이 좋은 곳에 건설되는 좋은 아파트일수록 권력 없는 돈주처럼 ‘송사리’들은 미리 건설 정보를 알아도 초기 분양에 참여할 수도 없다. 이들은 중간 단계에서나 분양가 절반 이상을 투자하고 낄 수 있다.

약삭빠른 건설주는 무조건 잡아야 할 권력층에게 약속한 것 이상을 보상한다. 가령 이익을 절반씩 나누기로 약속해도 다 지은 뒤에는 간부 아내에게 6할을 주며 정말 고맙다고 머리를 조아린다.

그러면 권력층의 눈에 들어 돈을 재투자 받을 수 있고 다음 공사 때 또 뒤를 봐주도록 부탁할 수도 있다.

북한의 대다수 아파트 건설은 이런 식이다. 워낙 부동산을 둘러싸고 엄청난 돈이 오가다보니 큰돈이 있다면 누구나 부동산 개발에 뛰어들려 한다.

평양의 건설 부문 간부에 따르면, 평양에 각 기관들이 자체적으로 지은 아파트는 최근 10년 사이 7∼8만 채나 된다. 반면 북한이 국가 차원에서 건설한 집은 1995년 이후 4만 채가 채 되지 않는다.

기차를 타고 평양에 들어오는 사람들은 역 바로 앞 아파트 옥상에 크게 붙어 있는 이런 간판을 맨 먼저 보게 된다.

‘혁명의 수도 평양.’

‘혁명의 수도’는 세뇌의 키워드다. 북한 사람 누구에게나 “평양은?” 하고 물어본다면 수십 년 익숙해진 접선 암호 맞히듯이 “혁명의 수도”라는 대답이 즉시 돌아올 것이다. 심지어 잠꼬대 속에서도.

하지만 반세기 전쯤 평양에서 끓었던 사회주의 혁명의 열망은 3대 권력 세습과 고난의 행군을 거치며 개인의 욕망으로 변해버렸다.

이제 평양은 더는 혁명의 수도가 아니다. 부자가 되려는 꿈이 지배하는 ‘욕망의 수도’일 뿐이다. 이제 그곳에선 혁명도, 통제도, 순응도 부자가 되기 위한 수단에 불과하다.

물론 평양에는 아직 사회주의 잔재인 국가 배정 시스템도 여전히 남아 있다.

최근 지어진 여명거리나 미래거리 아파트들을 김일성대, 김책공대 교원 연구사들이 무료로 배정받은 것을 비롯해 은하수악단이나 공훈합창단, 국립교향악단 성원들도 몇 만 달러짜리 아파트를 선물로 받았다. 김 씨 세습에 기여한 공로로 하사받은 일종의 상이라고 할 수 있다.

이처럼 북한의 부동산 시장에서 나타나고 있는 시장경제와 사회주의의 혼재, 시장화의 급속한 확산, 이것이 북한 전체를 아우르는 오늘날의 실상이다.


   
그날이오면 09/11 20:20 수정 삭제
일종의 과도기.. 이렇게 해석하면 될까요..

그럼 주기자님 질문을 약간 비틀어서 올리겠습니다.

개인적인 관심사이기도 한데 김씨 부자의 향락을
위해 건설된 각 지방 경치좋은 곳에 건설된 특각에 대해서입니다.

통일이 되면 통일한국 정부는 김씨 일가의 특각을 국가 재산으로 몰수할테고 일부는 정부기관에서 운영하는 외국 정상 혹은 그에 준하는 국빈 접대를 위한 공관으로 쓰겠지만 대다수는 감정을 거쳐 가격을 책정한 후 민간 자본에게 팔릴 것이라고 누구나 예측이 가능할 겁니다.

김씨 일가 소유의 특각이 자본주의 경제 시장 내에서도 그만한 가치를 지닐 수 있을까요?

민간 기업에게 팔릴 수 있다면 여행관광사업을 영위하는 기업에서 리모델링 후 리조트 등으로 사용하면 좋을 것 같기도 합니다.

아니면 남한의 재력가들에게 개인적으로 팔려가 그들만을 위한 별장으로 이용될 수도 있을까요?

시간 되시면 김씨 일가 소유의 특각에 대한 포스팅도 한번 부탁드려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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