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구경하고 달러도 버는 꿈의 직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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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성하 2019.09.17 13:51


세상 구경하고, 달러 버는 꿈의 직업

북한에서는 외국을 오가거나 외국에 연고가 있는 사람들은 모두의 선망의 대상이다. 국내에서는 아무리 잘나가봐야 극히 일부 장사의 달인들을 제외하고는 입에 풀칠이나 하며 살아가는 것이 일반 주민들의 삶이다.

그러니 외국에 한 번 갔다 오거나 연줄이 있어 용돈이라도 얻어 쓰는 사람들의 생활이 부러움의 대상이 되고 있으며, 특히 직업으로 외국 오가면서 달러를 버는 이들이 선망의 대상이 되고 있다.

북에선 “3년 동안 중동에 나갔다 오면 3만 달러, 러시아에서는 1만 달러를 벌어온다”고 알려져 있다. 그러나 이것도 다 대북제재가 본격화되기 전의 이야기다. 2018년부터 북한에 대한 국제사회의 제재가 강력해지면서 외국에 나와 있던 북한 근로자들은 대거 짐을 싸들고 본국에 들어가고 있다.

이제는 해외에 나와 있는 북한 사람의 숫자가 전성기의 10분의 1 수준도 안 되게 줄어들었다. 하지만 북한이 핵을 폐기하고 정상국가로 나가려 한다면 다시금 수십 만 명의 북한 주민들이 경쟁적으로 해외에 나오기 위해 줄을 설 것이라고 생각한다.
 
꿈의 직업, 해외 파견직

외국에 노동자로 파견되어 달러를 벌어 가는 것은 북한 주민의 꿈이다. 카타르에 간 북한 건설 노동자 이북남(가명) 씨. 수만 리 타향에서 땀을 비 오듯 흘리며 그가 하루 14시간씩 고된 노동을 버티는 것은 돈을 벌기 위해서다.

북한에서 간부가 되면 뇌물로 더 많은 돈을 챙길 수는 있지만 아무나 간부가 될 수 있는 건 아니다. 출신이나 경력, 든든한 배경이 없는 많은 사람들이 애초에 포기하는 것이 간부가 되는 길이다.

승진의 희망을 버린 북한 남성에겐 외국에 노동자로 나가는 것이 새로운 꿈이 됐다. 북한에선 남성에 대한 조직통제가 심한 데다 장마당에 앉아 장사하기도 여의치 않다.

그러나 해외 파견이라고 해서 아무에게나 주어지는 기회는 아니다. 해외 파견자도 출신 성분이 좋아야 한다. 그래서 주로 평양 출신이 많이 발탁된다. 이 씨가 소속된 대외건설지도국은 산하에 18개의 건설사업소를 갖고 있으며 종업원의 30%가 해외에 파견되어 있다.

큰돈이 들어도 해외 파견직을 선호

해외에 나가면 국가계획이란 명목으로 돈을 벌어 바쳐야 한다. 건설 노동자는 1년 국가계획이 6,000~7,000달러 정도다. 그 이상 추가 수입은 자기 몫이다.

북에선 “3년 동안 중동에 나갔다 오면 3만 달러, 러시아에서는 1만 달러를 벌어 온다”라고 알려져 있다. 하지만 사업소가 수주한 공사장에서 열심히 일만 하면 절대 그렇게 벌 수 없다. 개별적으로 또는 끼리끼리 주택 수리, 건설, 청소 등 현지인의 청부 작업을 닥치는 대로 따내야 목돈을 벌 수 있다.

러시아에 파견된 어떤 노동자가 시체를 운반해주는 일을 해서 목돈을 벌었다는 이야기가 아직 전설처럼 돌아갈 정도로, 돈을 벌기 위한 이들의 눈길은 어떤 구석도 찾아다닌다. 집단생활에서 벗어나 청부 작업에 나가려면 파견 나온 보위원에게 뇌물을 상납해야 한다.

고급 기술자나 숙련공은 다른 노동자에 비해 더 많이 벌 수 있다. 이런 사람은 3년 뒤 소환되어 들어갔다가도 대개 뇌물을 주고 다시 나온다.

오래 지낼수록 현지에 인맥이 쌓여 청부 작업을 따내기가 수월해진다. 보위원도 돈을 많이 벌어 오는 기술자의 장기 외출은 쉽게 승인한다.

10년 이상 나와 있는 북한 기술자는 특히 러시아 연해주에 많다. 중동보다 벌이는 적지만 그 대신 통제가 약하고 일거리가 많기 때문이다. 날씨, 음주를 포함한 음식 문화, 작업 강도와 시간도 중동보다 낫고, 가끔 집에 다녀올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한번 외국 물을 먹은 사람이 또다시 나오려고 기를 쓰는 이유는 여러 가지다. 북한에서만큼 조직 생활에 시달리지 않아도 되고 일한 만큼 보상을 받을 수 있기도 하지만 무엇보다도 외국의 선진적인 삶을 체험할 수 있기 때문이다.

더욱이 한번 외국 맛을 들인 사람은 가족과 떨어져 지내는 생활이 고달프긴 해도 수입이 거의 없이 살아가는 북한에서의 노동자 생활에 차츰 싫증을 느낀다.

노동자 대신 해외 무역기관 책임자로 파견 나오면 더 좋다. 무역기관 대표 정도면 국가계획 과제가 일반적으로 월 1만 달러에 이른다. 하지만 이 과제를 수행하긴 매우 어렵다.

그래서 보통 계획의 절반만 하고 대신 소환 권한을 틀어쥔 간부들에게 1,000달러 정도 뇌물을 주는 경우가 많다.

그래도 남는 장사다. 다른 대표들도 피차일반이라 남보다 크게 뒤지지만 않으면 된다. 아프리카에 파견된 의사는 국가계획을 수행하고도 3년 동안 5만 달러를 벌어 올 수 있다고 알려져 있다.

2017년 하반기부터 대북제재가 본격화되면서 해외에 파견됐던 많은 근로자들이 북으로 소환됐다. 그러나 만약 김정은이 핵을 포기하고 대북 제재가 해제된다면 이전보다 훨씬 더 많은 북한 근로자들이 해외에 쏟아져 나올 것으로 보인다.

물론 핵을 폐기하고 경제개혁을 하겠다는 김정은의 꿈이 사실이라면, 이들의 삶도 이전보다는 많이 좋아질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지나가는 사람 09/18 06:58 수정 삭제
"북한 근로자들에 대한 러시아 현지인들의 인권침해 심각" (자유아시아방송)
https://www.rfa.org/korean/in_focus/human_rights_defector/russiahr-09172019092445.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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