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가수들의 평양 공연을 본 북한 주민의 반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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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성하 2019.10.11 20:34


2018년 4월에 진행된 한국예술단의 평양 공연에는 수십 곡의 남한 노래들이 올랐다. 공연장의 평양 시민들은 김정은 앞에서 노래에 맞춰 손도 흔들고 소리도 질렀다.

김정은이 직접 “우리 인민들이 남측의 대중예술에 대한 이해를 깊이하고 진심으로 환호하는 모습을 보면서 가슴이 벅차고 감동을 금할 수 없었다”라고 겉으로나마 말할 정도면 이건 대단한 파격이다.

물론 그는 뒤에 돌아가서 “우리 내부에 자본주의 문화가 너무 깊숙이 침투했어. 단단히 단속하라”고 딴 소리를 했는지는 모르겠다.

해외에 떨어진 지시는 김정은이 직접 한 지시일 수도 있지만, 요즘 같이 분위기가 바뀔 때 내부 단속을 단단히 하라는 김정은의 지시에 따라 보위부가 자체로 판단해 내린 지시일 가능성도 있다.

‘사랑의 미로’나 ‘J에게’ 등은 이미 북한 사람들에게 익숙한 곡들이었다. 나중에 평양 청년의 말을 들어보니 이번 공연에서 평양 주민들의 심금을 가장 틀어잡은 노래는 이선희의 ‘아름다운 강산’과 윤도현의 ‘1178’이라고 한다.

이선희 가수의 가창력이 평양에서 통할만큼 상상 이상인 것은 물론 노래 가사 자체가 사람들을 감동시켰다는 것이다.

이 청년은 “아름다운 강산을 들으며 남조선 사람들이 자기 땅에 대한 자부가 저 정도인데 우리는 아직도 그들 속에 북 같은 사회를 꿈꾸는 이들이 있는 것으로 생각하고 있으니 참으로 어이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윤도현의 ‘1178’에 대한 반응도 좋았다고 한다. “처음에 우리는 하나였어” 하는 가사가 관중들의 마음을 사로잡았고, 항상 통일은 자기들만 외치고 바라는 것이라고 생각했던 북한 사람들의 인식도 달라지고, 한민족임을 의식하는 정서도 다시 깊어졌다고 한다.

백지영의 노래 ‘총 맞은 것처럼’은 이번 공연에서 김정은이 각별히 관심을 가진 노래다.

최근 북한의 청년 학생들 속에서 이 노래가 애창되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이번 공연에 김정은까지 반응을 보인 것으로 보면, ‘총 맞은 것처럼’ ‘뒤늦은 후회’와 같은 애절하고 슬픈 노래가 그의 현재 심리를 반영한 것은 아닐까.

하지만 이번에 한국 예술단의 평양 공연은 북한에서 중계되지 않았다. 중계되지 않았을 뿐더러 이것을 보거나 유포하는 행위를 엄금하라는 중앙의 지시는 비단 해외뿐만 아니라 내부에도 여러 차례 하달되었다고 한다.

평양에선 지금 평창동계올림픽 개막식을 담은 USB까지 몰래 퍼지고 있다. 이것도 절대 보지 말라는 지시가 하달됐다고 한다.

또 평양예술단이 한국에서 한 공연 역시 현재 북한의 금기 항목에 들어갔다. 이것을 보다가 걸리면 정치범과 마찬가지로 취급된다.

물론 평양에서 이런 것들을 몰래 접할 수 있는 사람과 그렇지 못한 사람들 사이에는 명백하게 엄청나게 높은 장벽이 존재한다.

당국이 금지한 것은 어쨌든 아무나 볼 수 없지만 그렇다고 보는 사람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북에선 단속하는 사람들이야 말로 이런 것들을 가장 많이 보는 사람들이고 또 퍼뜨리는 사람들이기도 하다.

여담이지만, 2000년대의 어느 날 평양 사람들만 볼 수 있는 TV 채널인 ‘만수대통로’에서 녹두장군 전봉준을 형상한 한국 가극을 방영한 적이 있다. 아마 북한 역사에 남한 가극을 TV로 방영한 유일무이한 사례일 것이다.

이 가극은 아무런 사전 예고도 없이 갑자기 저녁 시간에 방영되었는데 그것을 본 사람들은 별로 재미있다는 반응은 아니었다.

그러나 역사를 중시하는 한국의 풍토만큼은 어느 정도 알게 되었다고 한다. 또 “하늘을 보아라”라고 외치는 주인공의 마지막 말에서 불합리한 사회에 대한 일종의 반항감이 생기는 듯 느끼기도 했다는 증언도 있다.

공개 방영을 전제로 남북이 활발하게 문화 교류를 한다면 얼마만한 예산이 필요하든 이건 남쪽이 전혀 손해 볼 일은 아니다.

아울러 북한 당국도 그렇게 존중한다고 하는 인민들의 문화생활만큼은 정상 수준으로 보장해주면 좋겠다. 적어도 그들이 접할 수  있는, 그들이 받아들이고 용인할 수 있다는 범위 정도에서라도.

♣ Deep Learning / 평양 공연을 몰래 본 평양 시민의 반응 ♣

공연 노래 들었는데 이선희 씨의 노래는 다 멋있고 윤도현의 ‘1178’이 정말 좋았습니다. 물론 여기 대다수 사람들은 감히 볼 생각을 못하지만 그래도 몰래 볼 사람들은 이미 다 보았습니다.

그리고 기자님이 레드벨벳 공연이 어땠는지 물었는데, 물론 당연히 기자님도 아시겠지만, 그건 북한 사람이라면 누구도 이해하지 못할, 그리고 역시 ‘자본주의는 썩었어’ 하는 표현이 나올 만한 수준이었고, ‘명태’라는 노래는 제 듣기에 얼마나 어색한지…. 아마 다른 사람들도 같을 것입니다.

‘사랑의 미로’는 너무 많이 들어 이미 귀에 익었던 것보다 어쩐지 못해 보였습니다. 나머지 노래들은 그저 그렇다 하는 정도로 느꼈습니다. 이런 문화 교류 많이 됐으면 진짜 좋겠습니다.

아시겠지만 이미 변했거나 변하기 시작한 사람들의 인식을 완전히 바꾸는 데 이보다 좋은 수단은 없겠죠. 가장 어이없는 것은 정작 저희들은 마음껏 즐기면서도 대중에게는 철저한 통제가 들어가는 우리 지도부의 행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