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소불위의 109상무를 아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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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리자 2019.10.16 15:56


북에선 한국의 TF팀과 같은 조직에 상무란 이름을 즐겨 붙인다. 그리고 그 앞에 숫자가 붙는데, 그 숫자는 대다수 김 씨 일가의 방침이 하달된 날짜를 의미한다.

109상무는 북에서 ‘백공구상무’라고 읽는데, 10월 9일 김정일 지시에 따라 만든 조직이란 뜻이다. 109그루빠라고도 한다.

2004년 ‘109상무’라는 것이 출현할 당시에는 인민보안성 소속의 보안원들과 ‘조선컴퓨터쎈터(KCC)’나 ‘평양정보쎈터(PIC)’ 소속의 기술성원들로 구성됐고, 각 지역별로 여러 개의 소조가 활동하는 식으로 만들어졌다.

그러나 단속 과정에 뇌물을 받고 눈감아 주거나 단속 성원들 자체가 한국 매체에 중독되는 현상이 나타나자 몇 년 뒤엔 ‘109연합지휘부’란 거창한 이름으로 승격시키고 여기에 당 기관, 보위기관, 검찰기관 성원들까지 인입시켰다.

그렇게 되면 당연히 매 소조에서 기본 권한은 당 기관에서 파견된 사람이 가지게 된다. 또 당 일꾼과 보위기관 성원, 기술자 이렇게 서로 잘 호흡이 맞지 않는 사람들로 팀이 구성되면서 서로가 견제하게 됐고, 결과 단속되는 사람들이 많아지게 됐다.

북한에선 이 무소불위의 권한을 휘두르는 ‘109’에 대한 원성이 대단하다.

109상무는 북한 주민들이 일상적으로 이용하는 TV 채널의 고정에서 시작해 핸드폰과 가정용 컴퓨터에 대한 검열은 물론 의심 대상에 대한 가택 수색, 심지어 마약 단속에 이르기까지 막대한 권한을 행사하며 나름 북한 체제의 유지에 혁혁히 이바지하고 있다.

앞서 말했듯이 중국에서 들어간 LCD TV의 급격한 보급으로 평양에서까지 한국 TV 시청이 가능하게 되자 이걸 통제하기 위해 북한은 2016년부터 주민들이 소유하고 있는 TV를 모두 수거해 회로판에서 채널 변환 장치를 제거하고 돌려주는 대책을 취하고 있다. 이것도 109가 담당한다.

그전까진 텔레비전의 외부 앞면에 있는 채널 버튼을 뽑아버리고 봉인 딱지를 붙이고 리모컨 감지부를 차단해 ‘조선중앙텔레비전’만 보게 했다.

그러나 주민들이 반도체 회로 기술이 능한 기술자들에게 개별적으로 ‘수공(손으로 하는 일을 맡긴다는 북한말)’을 주고 중국 채널이나 한국 채널을 보는 현상을 막을 수 없었다.

그러자 북한은 아예 텔레비전 본체를 해체해 회로판에서 반도체 소자들을 떼어내 외부 정보를 철저히 차단하고 있다.

개인들이 가지고 있는 노트텔도 텔레비전처럼 수거해 회로판에서 반도체 소자들을 떼어내고 채널을 고정해 북한 텔레비전만 보게 하고 있다.

그리고 이 일에 동원시킨 기술자들의 수고비나 자재 값의 명목으로 텔레비전이나 노트텔 회로를 뜯어내는 비용으로 가정집에 대당 북한 돈 2만 원씩 받아내고 있다.

마음대로 볼 수 없는 자유를 박탈하는 것도 인권 유린인데 거기에 돈까지 내면서 응해야 하는 북한 주민들의 속내는 편할 리 없다.

여기에 동원되는 기술자들도 북한 당국의 강요로 동원되어 이 일을 하고 있지만 사실 수고비로 주민들이 낸 돈은 그들에게 인건비로 지급되는 것이 아니다. 매일 일을 마치면 109상무 담당 지도원이 저녁을 사주는 데 이 돈이 쓰인다.

북한 전체 세대를 약 500만 세대로 가정할 때 이 채널 보정 명목으로 거두어들이는 돈도 상당한 거액임을 알 수 있다. 북한은 채널을 고정하면서 돈까지 받아내니 일거 양득인 셈이다.

북한은 2016년 5월부터는 중국산 LCD TV를 비롯해 외국에서 들어오는 모든 LCD TV 수입을 완전히 금지했다. 국내 LCD TV 시장을 보호한다고 하지만 실제로는 이를 통한 외부 세계의 정보 유입 차단이 기본 목적이며 이에 따른 공문까지 해당 기관에 전달되었다.

그래서 러시아나 중국에서 일하다가 귀국하는 북한 사람들이 자기들이 보던 TV를 갖고 들어오다가 100% 빼앗겼다. 실제 109상무의 활약으로 2016년 이후 북한에서 한국 티비를 실시간 시청하기가 매우 어려워졌다.

그리고 요즘은 북에서 한국 영상물보단 제일 인기인 것이 포르노 영상과 미국 할리우드 영화다. 또 미드도 많이 퍼지고 있다.

2016년 북한 대학에서 공부한 미국인 트래비스 제퍼슨 씨는 북한 거주 당시에 대해 회상하면서 북한 사람들의 자본주의 녹화물에 대한 시청 열기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북한을 세 차례 여행했던 그는 북한을 좀 더 자세히 알고 싶어 2016년 여름 한 달간 김형직사범대에서 한국어를 공부했다. 그러나 북한에서의 생활은 그를 정신적으로 매우 힘들게 했다.

일반 미국인임에도 불구하고 밖에 나갈 때마다 북한 감시인 두 명이 언제나 따라붙었다. 그는 지금도 누가 자신을 감시하고 있다는 혼란에 빠질 때가 있다고 한다.

제퍼슨 씨는 북한에서 겪은 얘기들을 엮은 책 ‘평양에서 다시 봅시다(See You Again in Pyongyang): 김정은 북한으로의 여행’을 2018년 5월 미국에서 출간했다.

그 책에는 이런 재미있는 구절이 나온다. 한번은 북한 정부 관리 집을 방문해 함께 텔레비전을 보고 있었는데 갑자기 관리가 일어나 커튼을 치고 텔레비전을 껐다.

그러더니 어디서 구했는지 할리우드 영화 ‘주토피아’ 해적판 DVD를 꺼내 같이 보자고 말했다는 것이다. 주토피아는 2016년 2월에 개봉된 영화인데 몇 달 뒤에 벌써 북에 들어간 것이다. 어떠한 감시 속에서도 평양에선 볼 건 다 본다는 이야기다.

그런데 이게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나는 1992년 평양에서 ‘다이하드2’를 봤다. 그것도 한글 자막까지 있는 것이었다.

그때는 비디오테이프로 봤는데, 테이프가 이미 돌대로 돌아 반들반들했다. 이 영화가 1990년에 나온 것임을 감안하면 벌써 1990년대 초반부터 북한에는 미국 영화가 실시간으로 들어갈 수 있는 선이 있었던 것이다.

재미있는 한국 드라마는 김정은 체제 들어 단속이 강화됐음에도 지속적으로 퍼지고 있다. 최근 북에서 가장 인기를 모았던 드라마는 2016년작 ‘태양의 후예’였다고 들었다.

한국군이 나와서인지 밀수품을 넘겨받아 건네주는 국경경비대 군인들부터 열광하고 있다고 들었다. 이 드라마는 당시 한 편에 중국돈 30원에 거래됐다. 8부까지 절반 분량이 담긴 USB는 인민폐 180~200위안에 거래됐다고 한다.

재미있는 이야기는 드라마를 본 북한군 국경경비대원들이 “아, 그랬지 말입니다”라는 말투를 놓고 “남조선이 인민군대 말투를 베껴갔다”고 난리쳤다고 한다. 실제 국경경비대에선 그런 말투를 예전부터 많이 썼다.

그런데 국군도 수십 년 전부터 사용했다니 국경경비대의 “말입니다. 말입니다”하는 말투는 남조선에서 옮겨온 말일 가능성이 높다. 당시 군관 아내들은 유시진이 어쩌고저쩌고 하면서 돌아다녔다는 말을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