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일성대에 입학하는데 필요한 뇌물 액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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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성하 2019.10.29 17:54


장관, 교수 국가 월급은 1달러

북한에서 장관급이라고 할 수 있는 내각 상의 생활비가 월 8,000원 정도, 그보다 높다고 하는 교수, 박사의 생활비가 월 9,000원 정도이다. 이 생활비로는 쌀 2㎏ 정도나 겨우 살 수 있다.

그런데도 사람들은 가족까지 부양해가며 살아간다. 더욱이 장마당에서 장사도 하지 않는 많은 사람들, 권력자들은 더 잘 산다.

권력이 있는 기관일수록, 수입이 높은 단위일수록 뇌물의 액수도 높아지는 것은 북한뿐만 아니라 어느 나라에서도 마찬가지다.

북한에서 일반적으로 가장 선호되는 직업은 당연히 외국과 거래하며 외화를 만질 수 있는 기관이다. 하지만 이들은 사실 알고 보면 돈은 잘 벌 수 있을지언정 크게 보면 뜯기는 대상이다.

북한의 외화벌이 일꾼은 외국 파견 전후 중앙당, 내각, 외무성, 무역성, 보위부 등 관계기관의 간부들과 담당 일꾼들에게 반드시 인사해야 한다. 북한에선 인사한다는 말이 곧 뇌물을 들고 찾아간다는 뜻으로 통한다.

해외 공관 생활을 하는 사람들도 임기가 끝나 귀국하면 상사에게 인사한다. 작게는 수백 달러에서 많게는 수만 달러에 이르기까지 액수는 다양하다.

분명한 것은 이런 것은 이미 전통화되어 있어 하지 않는 사람은 오히려 이상하게 취급받아 다시 해외에 나갈 확률이 희박하게 된다는 것이다.

북한에서 뇌물이 인사가 된다는 것은 다시 말해 뇌물을 들고 찾아다니는 사람이 ‘예의있는 사람’으로 취급받는 다는 것을 의미한다. 뇌물이 예의가 되는 사회에선 그런 풍토가 쉽게 사라질 수가 없다.

뇌물은 북한군이라고 예외가 아니다. 군에서도 뇌물 행위는 사회 못지않게 성행한다. 10여 년을 군에서 보내는 북한의 청년들이 제대하면서 그나마 바라보는 것은 노동당 입당이다.

장래를 위해 입당이라도 해야 일정한 사회적 지위를 부여받을 기회를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뇌물이 없다고 입당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지만 뇌물이 있으면 모든 것이 훨씬 쉬워진다.

입당뿐 아니라 군관학교나 대학 추천, 계급 진급에 이르기까지 모든 분야에서 통한다. 그리고 이런 뇌물이 없다면 정치위원 같은 군 정치일꾼들은 또 어떻게 살아가겠는가.

뇌물에 취한 간부들은 이제는 담배나 술 같은 물품을 받거나 음주 접대를 받는 것쯤은 일상사로 여긴다. 이쯤 되면 뇌물이 예물이 되는 것이다. 돈이면 모든 것이 통한다는 측면에서 보면 군도 뇌물로 유지되는 북한은 자본주의보다 더 자본주의적인 사회인 것이다.

의사에게 담배 한 갑은 ‘예의’

의료계에서도 뇌물은 당연시되고 있다. 병원에 치료받으러 가면 의사에게 담배 한 갑 정도를 건네는 것은 그야말로 아주 초보적이며 기본적인 ‘예의’가 되었다. 큰 수술을 받거나 긴 입원 치료를 받았을 경우, 퇴원에 앞서 담당 의사들과 간호원들을 다 초대해 한상 차리는 것도 일상화되었다.

어떤 병을 앓는가, 어떤 치료 대책이 필요한가에 따라 담배 몇 갑에서 수백 달러에 이르기까지 뇌물의 크기가 달라진다. 물론 병원에 가면 환자가 약값이나 수술에 필요한 재료비를 대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

무상 치료 시스템을 표방하는 북한에서 국가적 관심 대상이라든가 널리 알려진 사람은 완전 무상 치료가 진행되고는 있다.

하지만 일반적인 주민이 아파서 병원을 찾아가면 의사들은 약이 없다느니 주사가 없다느니 온갖 핑계를 다 대가면서, 처방전에 써준 약을 장마당에 가서 사 먹으라는 식으로 처방한다. 의료계에서 뇌물은 곧 치료비 개념으로 인식되고 있다.

김일성대 입학, 5,000달러에서 수만 달러

교육기관에서도 뇌물은 당연히 한자리를 차지한다. 학령전 교육, 초등교육, 고등교육에 이르기까지 매 단계에 해당 가격의 뇌물이 있고, 그것을 피해 가자면 진짜 실력이 필요하다. 대학 입학부터 졸업에 이르기까지, 과목 총화 시험부터 대학 졸업 시험에 이르기까지 뇌물이 미치지 않는 곳은 없다.

북한에서 최고 대학이라는 김일성대를 사례로 들자. 김일성대에 입학하려면 5000달러에서 수만 달러에 이르는 뇌물이 필요하다고 평양에 소문나 있다.

물론 액수가 다른 것은 학생의 실력이란 변수가 있기 때문이다. 정말 공부를 잘하는 학생이라면 뇌물을 하나도 주지 않아도 김일성대 입학이 가능하다.

그러나 공부를 못하는 학생이라면 몇 만 달러를 주고서도 입학이 어렵다. 공부를 아주 못하는 학생이라면 아무리 돈을 많이 줘도 대학 입학이 불가능하다. 공부를 따라가지 못하기 때문이다.

뇌물의 액수를 좌우하는 두 번째 변수는 ‘선’이다. 정확한 선을 타고 뇌물을 주면 적은 뇌물로도 확실한 효과를 낼 수 있지만, 이런 정확한 선을 타지 못하고 곁다리부터 물고 들어가면 돈이 배로 든다는 것은 더 말할 것도 없다.

여기서 정확한 선이란 실제 뇌물을 받고 움직여줄 수 있는 사람,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사람을 의미한다. 선을 잘못 타면 돈은 돈대로 쓰고도 원하는 것을 얻지 못할 수 있다. 이는 교육 문제가 그런 것이 아니라 사회 모든 분야에서 똑같이 적응되는 상식이다.

대학 입학에 있어 해당 대학 입학처만 확실한 권력을 가진 것이 아니다. 입학처를 좌우할 수 있는 권력 기관도 정확한 선이 된다.

가령 2007년 김일성대 보위부에서 보위부장 이하 보위부 거의 전체가 출당, 철직, 제대, 추방 등 제재를 받은 적이 있다. 보위부 전체가 뇌물을 받고 대학 입학에 개입했다가 중앙당 검열을 받고 풍비박산 난 사례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김일성대가 꼭 뇌물로만 입학하는 것은 아니다. 김일성대를 두고 이런 말이 있다.

“돈이 제일 많은 학생도 김대에 있고, 돈이 제일 없는 학생도 김대에 있다.”

즉 돈이 없어도 실력만 출중하면 김일성대에 입학할 수 있다는 것이다. 북한은 아직까진 사회주의의 무상 교육 제도를 표방한다.

김일성대는 국가의 교육 예산이 가장 많이 지출되는 곳이다. 그러니 뛰어난 성적을 가진 학생들은 아직까진 돈이 없어도 대학 입학이 가능하다. 사실 모든 것이 썩은 북한이지만 그래도 교육계는 아직 덜 썩었다.

뇌물을 주지 않았다고 해도 학생에게 불이익을 주지 않을 양심 정도는 가지고 있는 교육자가 그나만 절반은 될 것이라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