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축구영웅 김정훈 축구 감독의 실종 내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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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성하 2020.03.27 18:08


전 세계에 창궐하는 코로나 바이러스가 여전히 기세가 죽지 않아 이번엔 유럽과 미국에서 급속히 퍼지고 있습니다. 세계 증시는 엄청 큰 타격을 받고 있는데, 한국의 주식시세도 계속 떨어집니다.

이런 가운데 올해 7월 개최 예정이던 일본 도쿄올림픽도 제대로 열릴지 모르겠습니다. 일본 정부는 그대로 진행한다고 하는데, 국제사회는 물론 일본 내에서도 ‘도쿄올림픽을 미루거나 취소해야 한다’는 의견이 80%에 이르기 때문에 알 수 없습니다. 올림픽도 몇 년 미뤄지는 이변이 벌어질 판입니다. 어찌 보면 북한은 다행일지 모르겠습니다. 7월에 올림픽 열려도 출전 가능한 종목이 몇 개 되지 않으니 말입니다.

2월에 김일국 체육상이 숙청됐다는데 사실인가요? 올림픽 관련해서 제일 주종목은 축구인데 작년 말에 북한은 좀 이상한 행동을 했습니다. 남자 축구는 예선 탈락했고, 여자 축구는 북한이 그나마 노려볼만한 종목인데 예선 참가를 기권했습니다. 왜 그랬을까요. 나중에 알게 되겠죠.

사실 북한 체육계라는 것이 의문이 생겼다가도 나중에는 다 드러나게 되기 마련입니다. 가령 2010년 6월에 북한 축구팀이 남아공 월드컵에 1966년 잉글랜드 월드컵 이후 44년 만에 참가했던 것을 기억하시죠? 그때 감독이 김정훈이었는데 이후에 완전히 사라졌습니다. 그때도 의문이었는데, 제가 북에서 탈북해 온 많은 사람들과 만나는 사람인지라 오랫동안 추적해 내막을 들을 수 있었습니다.

아마 북에 사는 분들도 내막을 모르니까 오늘은 그걸 한번 말씀드릴까 합니다. 북한에게 남아공 월드컵은 악몽 같은 패배의 기억입니다. 첫 경기에서 북한은 브라질과 만나 접전을 펼쳤지만 2대1로 아깝게 패배했지요. 그러자 김정은이 포르투갈전을 생중계하라는 지시를 내렸습니다. 세계 강호인 브라질과 거의 비등하게 싸울 정도면 두 번째 경기인 포르투갈전은 이길 수 있다고 착각한 것입니다.

그때는 후계자로 이룬 것도 없으니 축구에서 성과를 얻으면 후계자의 위대한 ‘영도업적’으로 크게 부각시킬 수 있다고 판단한 것입니다. 하지만 북한은 호날두를 앞세운 포르투갈에 7대 0으로 비참하게 완패했고 허무한 패배의 현장은 북한 안방들에 그대로 전달됐습니다. 제가 북에서 온 사람에게 들으니 당시 얼마나 충격이 컸는지 4.25체육단에 모여 응원하던 북한군 장성들 중에서 총참모부 종합계획국과 축지국의 소장 두 명이 심장마비로 사망할 정도였다고 합니다.

그런데 월드컵이 끝나 한 달 뒤쯤 뒤 한국 언론과 외신들에는 김정훈 감독이 건설장에서 강제노동을 하고 있다는 보도가 나왔습니다. 하지만 김 감독이 그해 11월 카타르에서 열린 아시아축구연맹의 ‘감독의 밤’ 행사에 참가하면서 강제노동설은 쑥 들어갔습니다.

그러나 영원한 비밀은 없는 법입니다. 당시 김 감독이 귀국 후 강제노동을 했던 것은 사실이라고 합니다. 그것도 그냥 건설장이 아니라 비행장에 내리는 즉시 체포돼 평안남도 회창군에 있는 북한군 노동교화연대에 끌려갔다고 합니다. 4.25체육단은 군 소속이라, 형기를 받은 군인 죄수들이 수감돼 강제노동을 하는 곳에 간 것입니다.

물론 이는 김정은의 지시는 아니었지만, 그가 언제 분통을 터뜨릴지 몰라 수하의 아첨꾼들이 미리 선손을 쓴 것이라고 들었습니다. 당시 선수들은 다행히 1주일 동안 사상투쟁회의를 하는데 그쳤습니다.

그런데 김 감독이 강제노동을 한다는 뉴스가 나오자 8월 국제축구연맹은 북한에 해명을 요구했고 아시아축구연맹도 그해 11월 감독의 밤 행사에 그를 참가시킬 것을 지시했습니다. 문제가 커진 것입니다. 북한은 부랴부랴 김정훈 감독을 석방해 평양 낙랑구역 보위사령부 초대소에 데려다 빡빡 깎았던 머리를 기르게 하고, 몸 보양도 시키며 두 달 가까이 부산을 떤 끝에 11월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그를 아시아축구연맹 행사에 출석시키긴 했습니다.

당시 해외에 나와 있던 북한 관계자들은 김 감독의 숙청설이 나오자 그가 원 소속팀인 4.25체육단 축구감독으로 돌아갔다 해명했습니다. 그러나 이 역시 사실이 아니었고 석방된 김 감독은 4.25체육단의 2군 격인 소백수축구팀 감독으로 강등됐습니다.

이렇게라도 살아나는 듯했던 김 감독은 몇 달 뒤 아내와 딸까지 포함해 온 가족이 사라졌는데, 지금까지도 누구도 그의 생사를 아는 사람이 없습니다. 그가 왜 사라졌는지에 대해선 북한에서도 아는 사람이 거의 없는데, 제가 오랫동안 추적 끝에 그 내막을 아는 사람을 만나 들었습니다.

김정훈 감독은 만수대예술단 무용수 출신인 아내 때문에 끌려갔다고 합니다. 아내는 무용할 때 역시 무용수 출신이었던 김정은의 모친인 고용희와 알고 지냈다고 합니다. 그런데 남편이 월드컵 이후 하루아침에 죄수가 되자 아내는 여기저기 뛰어다니며 구명운동을 시작했습니다.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심정이었을 것이니 여러 간부들을 만나 고용희와의 친분까지 입에 올렸다고 합니다.

지금도 그러하지만, 당시 김정은은 모친의 출생지에 특히 민감하던 때였습니다. 백두혈통임을 과시하기 위해 외모마저 할아버지 김일성과 닮게 만드느라 노력했는데 모친이 후지산 줄기라는 것이 드러나면 큰일이었죠. 생모를 언급하는 사람은 용서할 수 없었던 것입니다.

김 감독과 가족은 어디로 끌려갔을까요. 지방에 추방시켜도 소문이 퍼질 위험은 남아있기 때문에 처형은 면했다 해도 완전통제구역인 정치범수용소에 보내졌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때로부터 벌써 10년 가까이 지났으니 살아 있긴 할까요.

44년 만에 북한을 월드컵 본선 무대로 이끌었던 김정훈 감독이 숙청된 뒤 북한 축구는 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에도 오르지 못하고 있습니다. 김정훈 감독뿐입니까. 체육계든 어디든 아무튼 인재는 다 잡아 죽이니 북한이 발전할 수가 없는 것이죠. 오늘 방송은 여기서 마치겠습니다. 지금까지 서울에서 주성하였습니다.

(2020. 3.20 대북방송 내용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