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계 권력서열 1위 김평해 일당 숙청 사건 최초 공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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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성하 2020.04.17 16:13

어느 나라나 명목상의 권력 서열과 실질적 권력 서열은 다르다. 북한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북한의 실질적 권력 서열을 꿰뚫고 있는 사람은 거의 없다.

북한의 실질적 권력 서열은 정점의 김정은과 그 아래 ‘스리 우먼(이설주, 김여정, 현송월)’으로 시작된다. 이 4명은 누구도 건드릴 수 없는 신(神)계의 왕족이라 보면 된다.

그렇다면 인간계 권력 서열 1위는 누구일까.

노동당 상무위원인 최룡해 국무위원회 제1부위원장도, 박봉주 총리도 아니다. 바로 김평해 노동당 부위원장 겸 간부부장이었다. 북한에서 권력자를 찾으려면 인사권을 누가 쥐고 있는지 파악해야 한다. 

김평해는 노동당 내각 보위성 보안성 중앙재판소 검찰소 무력성 총참모부 총정치국의 책임일꾼, 즉 중앙당 정치국에서 비준하는 간부 사업을 하는 책임자다. 가장 높은 레벨의 간부 임명을 맡고 있다. 김평해 밑의 부부장, 과장들이 그보다 한 단계 낮은 중앙당 비서국 비준 대상 간부 임명을 담당한다.

김평해는 모든 고위급 간부들의 해임, 임명, 조동 등을 김정은에게 건의하고 또 지시를 받는다. 김평해는 당정군의 모든 고위간부들의 재임 기간, 미배치 간부 등을 꿰고 있다가 김정은의 히스테리적인 인사 조치에 맞게 적합한 인물을 선발하여 건의하는 데 탁월한 감각을 자랑했다.

중앙당에서 오래 일한 사람을 지방에 파견하거나 또는 그 반대의 순환 경력을 갖게 한다거나 또는 보안, 보위, 군의 당 사업 경력이 없는 간부들이 해당 경력을 갖추게 할 시점을 정한다거나 하는 등의 ‘경력과정안’도 그가 정한다. 간부 스펙 관리까지 하는 셈이다.

이런 인간계 권력 1위인 김평해가 지난해 12월 말 노동당 전원회의에서 전격 해임됐다. 그리고 올해 초부터 ‘김평해 일당’ 숙청 작업이 시작됐다. 김정은 시대에 장성택 전 노동당 행정부장의 처형에 이어 두 번째로 꼽을 수 있는 대숙청이 시작된 것이다.

올해 2월 말에 열린 노동당 전원회의에서 이만건 노동당 조직지도부장과 박태덕 농업담당 부위원장이 해임된 사실은 한국 언론에서 크게 다뤘지만, 김평해는 언급이 거의 없다. 알고 보면 이만건과 박태덕 모두 김평해가 키운 사람들이다.

김평해는 1992년부터 2011년까지 20년 동안 평안북도 도당 조직비서, 책임비서를 역임했던 인물이다. 도당 책임비서는 노동당 비서와 동급의 고위직이다. 도당 책임비서가 가장 선호하는 지역이 평안북도다. 도 소재지인 신의주에 북한의 각 중앙기관 산하의 무역회사들이 밀집되어 있기 때문에 큰 명절 때마다 최소 수십만 달러를 뇌물로 받을 수 있다.

특히 김평해가 평안북도를 쥐고 있던 시기엔 폐철, 폐알루미늄, 구리, 철광석, 산림자원 등이 중국에 대거 팔려 나갈 때였다. 북한 무역일꾼들은 1995∼2005년을 외화벌이 황금기로 평가한다. 이런 시기에 ‘황금의 자리’에서 오래 버티기는 쉽지 않지만 김평해는 20년을 장기 집권했다. 이것만 봐도 그가 얼마나 처세술이 비상한지 알 수 있다.

당연히 김평해는 엄청난 재산을 축적했을 것이다. 그러나 김정일에게서 충신 중의 충신이란 조용한 감사 인사까지 받은 것을 보면 혼자 먹지 않고 많은 액수를 상납했을 것으로 보인다. 

그가 책임비서로 있을 때 둘째 아들은 신의주 시당 간부부장을 지냈는데, 사생활이 부화방탕하고 마약을 복용하는 등 비리가 끊이지 않았다. 그런데도 부친이 김정일의 신임이 두터워 전혀 문제되지 않았다.

하지만 이런 그도 결국 숙청이란 뻔한 말로를 피해갈 수 없었다. 김평해가 지난해 말 숙청되고, 올 2월에는 그가 키웠던 김능오 평양시당 위원장, 이학송 김일성고급당학교 교장 등 심복들이 모두 출당·철직됐다. 

이학송은 김평해가 도당 위원장을 하던 시기 신의주 시당 위원장으로 있었던 사람이다. 평북 도당 위원장 자리가 황금계란이라면 신의주 시당 위원장은 황금계란의 노른자위라 할 수 있다.

평안북도를 연고로 김평해가 키웠고, 또 그가 숙청된 뒤 ‘김평해 일당’으로 몰려 함께 숙청된 북한 고위간부는 올해 1분기에만 50여 명에 이른다. 이들은 김정일 시대 말기 간부들이기도 하다.

김평해 사건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 북한 권력의 가장 큰 세력이 하루아침에 사라졌다. 북한 간부들은 이를 보고 김정은 턱밑에선 누구도 온전히 살아남기 힘들다는 현실을 새삼 느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