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락이 두려워 비행기 탑승을 거절한 북한 전직 공군사령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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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성하 2020.06.04 22:23


지난달 12일 김정은이 평남 순천비행장으로 추정되는 곳에 가서 전투기 훈련 보고 이후부터 오랫동안 잠적해 화제가 됐죠.

그래도 그 비행장에는 미그29가 있더군요. 그거 북한에서 그나마 쓸만한 비행기인데, 1980년대 후반 제가 알건대 27기인가 사와서 지금까지 30년 동안 10기 넘게 사고로 추락하고, 또 고장 나고 해서 이젠 10기는 운용 가능할지 모르겠습니다.

보면 비행기 옆에 김일성도 봤고, 김정일도 봤고, 김정은도 봤다고 빨간 간판 붙어있지 않았습니까. 얼마나 볼 비행기가 없음 1980년대 후반부터 김 씨 일가 3대가 와서 그거 하나 주구장창 봤겠습니까. 그런 걸 내보낼 때 쪽팔리지 않는지 모르겠습니다.

그 미그29는 너무 낡은 버전이라 우리 F-16하고 붙어도 게임이 안 됩니다. 아무튼 저는 그 비행기를 보는 순간 오금철이란 사람이 제일 먼저 생각이 났습니다.

오금철은 1995년부터 13년간이나 공군사령관을 지낸 인물로 7년 전에 부총참모장을 지낸 사람입니다. 빨찌산 때 김일성의 경호대장을 지낸 오백룡의 맏아들로 1947년생으로 알려졌는데, 올해 73세가 됐죠.

이제는 비밀도 아니니 툭 털어놓고 말하면, 태영호 공사, 이젠 의원이라 해야 하나요, 아무튼 태 공사님의 부인의 사촌 오빠 되는 사람입니다.

그런데 2014년에 재미있는 일이 벌어졌습니다.

김정은이 딱 보니 나이든 군 간부들이 자기가 어리다고 무시하는 것 같죠. 눈빛에서 비웃음을 읽었겠죠. 그러니까 갑자기 2014년 봄부터 갑자기 군기를 잡는다고 별을 뜯었다 붙였다 미친 듯이 그 놀음이 벌어졌습니다.

당시 현영철 인민무력부장은 차수까지 진급했다가 1년도 안돼 상장까지 두 계급이나 강등되기도 했고, 전임 부장인 장정남은 1년 사이 계급이 4번씩이나 오르내렸습니다.

김정은이 60~70대 아버지 시절 고령의 군 간부들을 숙청하고 싶은데, 구실이 없으니 뭐라 했냐. “육체적 능력이 없으면 지휘관이 될 수 없다”는 지시를 내렸는데, 다른 말로 하면 “나이 들었으면 군복 벗고 집에 가라”는 지시인 셈입니다.

고위급까지 어떻게 올라왔는데, 그냥 별이 뜯기면 기득권을 잃게 되니 군 장성들이 어떻게 하겠습니까. 장성택도 하루아침에 목이 떨어지는 시국에 살 길은 단 하나, 자신이 육체적 능력이 있다는 것을 증명하는 길뿐이었습니다.

먼저 김정은이 육군 군단장 불러왔습니다. 자기는 가기 싫으니 원산 자기 별장 앞 백사장에 다 모아놓고 AK-47 주면서 ‘군단장 사격경기대회’를 열었습니다. 

눈이 안보이면 집에 가라는 겁니다. 머리 흰 군단장들이 백사장에서 배를 깔고 사격을 하는 뒤에서 김정은이 좋아 어쩔 줄 모르는 사진이 북한 언론에도 실렸습니다. 사단장들은 군장을 메고 숨을 헉헉거리며 백두산까지 행군 경기를 벌였습니다.

다음 차례는 공군인데, 육군이 저리 장난감 취급당하는 걸 보니, 우린 더 뭔가 보여줘야겠다 이런 생각이 안들겠습니까.

그러니까 공군 윗대가리들이 전임 사령관이던 오금철 부총참모장을 찾아갔습니다.

“제발 김정은 앞에서 전투기 좀 타주세요.”

그때 오금철이 “내가 67세인데 비행기 탈 나이 아니잖아”고 거절했습니다.

그러니까 후배들이 “그 연세에 비행기를 타면 공군은 누구나 육체적으로 준비됐다는 것을 보여줄 수 있지 않습니까” 이럽니다.

오금철은 또 거절했습니다. “몸이 아파서 비행기 조종이 힘들다”고 했더니 이번엔 후배들이 “아픈데도 비행기를 타면 결사의 각오가 김정은을 감동시키지 않겠느냐” 이랬습니다.

더는 거절할 구실을 찾지 못한 오금철은 결국 전투기를 탔습니다. 그나마 전직 공군사령관이 탄다고 제일 좋은 미그기를 보장해 주었겠지만 한 눈에 보기에도 고물이었죠.

이게 정말 김정은을 감동시켰는지 오금철은 두 달 뒤 상장에서 19년 만에 대장으로 진급했습니다.

그런데 이후 장성들 속에서 이런 소문이 퍼졌습니다.

“오금철이 김정은 앞에서 비행기를 타 달라 했는데도 두 번이나 거절한 것은 나이나 병 때문이 아니라 비행기 추락이 겁이 나서였다”고 말입니다.

실제 북한군 공군기들은 언제 떨어져도 전혀 이상하지 않습니다. 전투기의 수명은 기껏 40년에 불과한데 북한 전투기의 90% 이상이 수명이 30년이 넘은 것입니다. 

까딱하면 황천길로 간다는 것을 공군사령관 13년 한 오금철이 누구보다 잘 알고 있겠죠. 2014년 상반기에만 미그 19기 3대, 헬기도 2대가 추락했습니다. 제일 좋은 미그기를 골라 탔을 것이 분명한 오금철은 다행히 추락되진 않았습니다.

육군, 공군을 지나니 이번엔 해군에 육체를 어필할 차례가 돌아왔습니다.

여러분 잘 기억하시죠. 2014년 7월 2일 배를 한껏 내밀고 서 있는 뚱뚱한 김정은 앞에서 팬티 바람의 해군 전대장들이 구호를 외치곤 10km 바다 수영에 도전하는 코믹한 사진이 북한 언론을 통해 공개됐던 장면들 말입니다.

이것도 김정은 602초대소 앞바다입니다. 이런 장면이 북한 언론을 통해 보도될 때마다 김정은은 좋아서 어쩔 줄 모르는 표정이었습니다. 자기 말 한마디에 군부 노인들이 하늘과 바다, 땅에서 설설 기고 있으니 카타르시스도 느꼈을 겁니다.

노구를 끌고 구차하게 김정은 앞에서 육체적 어필을 했지만, 그때 군 간부들이 지금은 거의 남아있지 않습니다. 오금철도 태영호 공사 망명 이후에도 1년쯤 더 보였는데 어떻게 됐는지 알 수 없습니다.

김정은의 변덕은 요새 더 심해지는 듯합니다. 북한에선 간부질 해먹기도, 백성질 해먹기도 참 힘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