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심을 찌른 `니가 장군님이네` 대사에 열광하는 북한 주민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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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성하 2020.06.29 10:59


제가 얼마 전에 ‘사랑의 불시착’이 북한에서 퍼져 당국이 난리가 났고, 또 한국 드라마 너무 봐서 고급중학교 3학년생들과 대학생들은 코로나 격리 해제하고 등교시켰다 이런 영상 올렸습니다.

오늘은 이 사랑의 불시착 때문에 평양에서 가장 핫한 유행어가 탄생했고, 그것 때문에 북한에서 청소년 교양 강화하라며 이름까지 바꾸게 한다는 이야기 들려드리겠습니다.

요즘 평양에서 가장 핫한 유행어. 바로 이것입니다.

“니가 장군님이네?”

드라마에서 인기를 얻었던 표치수가 한 말입니다.

세리가 한국에 떠나기 전에 리정혁 중대원들에게 상장 수여하는 장면 있죠. 친절상, 한류사랑상, 일류의보배상 이런 걸 준다고 하니 표치수가 표정 딱 짓고 “니가 장군님이네?”하고 말하는데, 그 대사가 북한 청소년들의 머리에 딱 꽂혔습니다.

북한은 워낙 지시가 많은 사회가 아닙니까. 이래라 저래라 시키는 사람도 많고, 또 집에 가면 부모나 형제가 시키는 것도 많고 그렇죠. 그럴 때 요즘 청소년들이 “니가 장군님이네?”하고 말한 답니다. “네가 뭔데 이래라 저래라 하냐” 이런 말을 대신하는 거죠.

애들이 너무 이 말을 따라 하는 바람에 어른들이 그거 막느라 난리가 났답니다.
이거 또 문제가 되면 아이만 잘못되는 것이 아니라 부모까지 다 처벌받거든요. 김정은 장군님 조롱했다고 말이죠.

북한은 한국 드라마 보면 혼자 안 봅니다. 요새는 USB로 온 집안이 보고 또 돌려가며 옆집 돌리고 이러면서 봅니다. 그런데 과거와는 좀 다른 점이 있다면 워낙 검열과 처벌이 엄격하니 이젠 하층 자녀들은 볼 엄두를 못 냅니다. 걸리면 감당이 안 되거든요.

그래서 요샌 평양의 간부집, 부자집 애들이 돌려가면서 비슷한 부류끼리 봅니다. 걸려도 어떻게 뇌물로 해결할 수 있는 간부집 자식인 거죠. 그렇다고 항상 해결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니 걸리긴 하는데, 요샌 사랑의 불시착 시청 유포로 조사받는 20대 안팎의 청소년들을 보면 다 부유한 간부집 자녀들입니다.

요새 북한에서 청소년 교양 강화하라는 지시가 제일 많이 내려온다고 합니다. 걸리는 것을 보면 사랑의 불시착이 제일 많고요. 그만큼 불시착이 북한을 크게 흔들어놓았다는 의미입니다.

불시착 이전에 가장 핫했던 드라마는 ‘태양의 후예’였던 것 같습니다. 이 드라마는 국경경비대 군인들이 아마 제일 많이 봤을 것 같은데, 군인들이 그걸 보고 “그렇지 말입니다” 이거 많이 흉내 냈습니다.

그런데 그런 말투가 공교롭게도 2000년경부터 북한 경비대 군인들 속에서 유행했습니다. 그래서 군인들끼리 “남조선에서 인민군대 말투를 베껴갔다”고 서로 난리가 났는데, 또 “아니다. 남조선에서 옮겨온 말이다” 이러면서 반박하고 해서 화제가 됐습니다.

군관들도 USB 구하면 슬그머니 퇴근하고 보는데, 남자들은 말을 못하는데, 군관 아내들이 유시진이 어쩌고저쩌고 해서 화제가 됐습니다. 하도 한국 드라마가 유행하고 북한 사회가 화제가 되니 북한 당국이 5월에 2000년 이후 출생한 청소년들의 이름 중에 북조선식이 아니라고 생각되는 이름은 모두 개명하라는 지시까지 하달했습니다.

그리고 길거리에 없어졌던 옷차림규찰대가 다시 등장해서 20~30대 청년들의 옷차림을 단속하고 손전화기 즉 휴대전화도 뺏어서 들여다보기 시작했습니다.
왜냐하면 요즘 청소년들이 문자도 이젠 한국을 따라 쓰는 데, 이건 평양만 한정된 것이 아니고 북한의 모든 주요 시내 청소년들은 다 그렇게 쓴다고 보면 됩니다.

제가 북한 소식통에게 그런데 한국 이름이라고 하면 어떤 이름을 말하느냐고 물으니 역대 북한에서 돌았던 인기 한국 드라마에 등장하는 이름이 모두 포함된다고 합니다.

제가 더 구체적으로 물으니 이름들을 불러주었는데 이런 겁니다.

채린, 자영, 수연, 세나, 혜린, 기주, 호재, 다혜, 효주 이런 이름이고, 중국 드라마에서 나오는 이름도 포함돼 있는데 아영, 위국, 초애, 유평, 단평 이런 이름이 개명 대상이라고 합니다.

왜 2000년 이후 출생자에게만 국한시켰나 하면 그 이전엔 이런 이름이 없었거든요. 이젠 북한에 수연, 세나, 다혜, 효주 이런 이름이 완전히 사라지게 됐습니다. 경제를 발전시킬 생각이나 하지 코로나 와중에 드라마와의 전쟁, 이름과의 전쟁이나 벌리고 있는 북한이 참 한심하기 짝이 없습니다. 오늘은 여기서 마치겠습니다.

오늘 영상 뒤에는 질문에 대한 답변 대신 재미있는 이야기 하나 이야기해 드리겠습니다.

김정은이 5월에 나타났을 때 손목에 까만 점이 있는 것이 포착됐죠. 그런데 일본 아시히 신문에서 “요즘 북한 간부들 사이에서는 최근 비만에 효과가 좋다는 뜸 치료가 인기인데 김정은도 비만 치료를 위해 뜸을 뜬 흔적일 수 있다”고 보도했습니다.

김정은이 다이어트를 시작한 것일까요. 그런데 말입니다. 김정은이 4월 11일까지 모습을 나타내고 잠적하지 않았습니까. 재미있게도 제가 4월 11일에 ‘김정은이 10년 내로 죽을 수밖에 없는 이유’라는 동영상을 올렸습니다.

비만과 각종 병 때문에 10년도 못 산다 이런 내용이었는데, 어쩌면 그날 김정은이 이 동영상을 보고 충격 받아 다이어트에 들어가지 않았을까요. 물론 농담입니다.

하지만 김정은과 김여정은 열심히 인터넷을 보고 있는 것은 사실입니다. 북한에 인터넷이 없으니 한국 인터넷 들어와 북한에 대해, 자기에 대해 뭘 보도했나 열심히 살피는 것도 사실입니다. 과거 한국 언론보도에 민감하게 반응했고, 제 칼럼과 기사도 열심히 봤다는 증거도 많습니다.

이런 사정이니 북한에 대한 유튜브, 제 유튜브를 보지 않는다고 단정할 수도 없습니다. 물론 제 유튜브를 본다는 근거는 없습니다. 다만 제가 김정은이 10년 내로 살 때문에 죽는다고 했는데 공교롭게도 그날부터 김정은이 사라졌고, 비만치료 흔적일 수 있는 뜸 자국을 팔목에 새긴 채 다시 나타났다는 것은 사실입니다.

그래서 재미있는 상상을 한번 해봤는데, 혹시나 제가 김정은에게 삶의 의욕을 북돋아줬다면 어쩌면 의도치 않은 일을 한 것 같습니다. 주성하TV는 열심히 정보를 퍼오고, 여러분들은 열심히 시청해주십시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