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미녀 응원단의 서러운 눈물 속에 숨겨진 진실
1,660 0 4
주성하 2020.06.30 17:53


제가 유튜브를 시작해서 댓글을 보면 많은 분들이 어떻게 저런 인간들과 통일을 하겠냐고 한탄하는 글이 많습니다. 정말 얼핏 보면 북한 사람들은 정치사상적으로 세뇌가 잘 돼 있고 김 씨 일가에 진심으로 충성을 다 하는 광신도들 같죠.

그러나 실상은 그렇지 않습니다. 김 씨 일가만 사라지면 북한의 광기는 금방 사라지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오늘 시간엔 한국에 충격을 주었던 하나의 사건, 2003년 대구 유니버시아드 대회 때 북한 여성 응원단이 김정일 현수막이 비를 맞는다고 울고불고 하던 그 사건을 사례를 들어 설명 드리겠습니다.

이걸 들으면 북한 사람들이 한국에 와서 쇼를 하는 것과 그 매커니즘이 다 이해되실 겁니다.

제가 그때는 한국에 막 왔던 초기였는데 정말 한국 사람들은 엄청 충격이었던 것 같습니다.
그리도 생글생글 잘 웃고 예의바르고 싹싹하던 어여쁜 아가씨들이 김정일 사진이 비를 맞는
것을 보자마자 사이비종교에 빠진 광신자들처럼 돌변하니, 마친 예쁜 피오나 공주가 괴물로, 아니 헐크로 돌변하는 것을 지켜보는 심정이랄까요.

그건 만화니 가능한 일이지만 이건 현실에서 생생하게 벌어진 일이어서 충격은 더욱 컸을 것입니다. 그래서인지 ‘북한 미녀 응원단의 현수막 사건’은 북한의 세뇌를 잘 설명해주는 생생한 사례처럼 지금까지 인용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 모습이 북에서 살다온 내 눈에는 어떻게 비쳐졌을까요?

그걸 본 심정을 한마디로 정의한다면 “놀고 있네”였다.

남한 사람들은 저들의 행동이 세뇌에 근거한 행동이라고 생각하지만, 내가 보건대는 절대 그것이 아닙니다. 저는 심리학자가 아니니까 심리학 용어를 잘 모르겠는데, 굳이 설명하면 ‘공포 체제에 길들여진 관성적 오버 액션’이라고 생각한다.

당시 내려온 아가씨들은 예능계열 대학과 선전대에서 뽑혀온 여성들이었는데, 그런 여인들이 대단한 충성심의 소유자들도 아니고, 솔직히 오히려 북한판 날라리들입니다. 그런 저들이 충성심이 가득해서 김정일의 현수막이 비를 맞는다고 울었다고요? 아닙니다. 북한이라면 절대 울지 않았을 것입니다.

알다시피 북한에는 전국 곳곳에 김일성 초상화가 걸려있고, 모든 역전 건물마다 꼭대기에도 김일성 사진이 걸려있는데, 그 사진은 오가는 눈비를 다 맞고 있지만 그 앞에서 수령님 사진이 비를 맞고 있다고 울고  불고하는 사람은 단 하나도 없습니다. 그런 사람이 있다면 정신병자로 취급될 것입니다.

그때 온 여성들도 북한이라면 김일성 사진이 비를 맞던, 김정일 사진이 눈을 맞던 아무 상관도 하지 않을 여성들인데, 왜 남한에 와서는 장군님 사진이 비에 젖었다고 울고불고 했을까요.

당시 상황을 좀 더 자세히 보면 사건이 일어난 곳은 예천-안동간 34번 국도 진호국제양궁장 진입로였습니다. 북한 응원단이 탄 버스는 현수막이 걸려있는 곳에서 500m나 지나쳐 가다가 갑자기 멈춰 섰고 그다음은 한국 사람들이 다 보는데서 경주라도 하듯이 500m를 뛰어가 현수막을 떼어 냈습니다.

당시 상황은 버스 운전기사가 누구보다 잘 알 것이겠지만, 저는 상황을 직접 보지 못했기 때문에 머리 속에서 상상되는 그림을 이야기하겠습니다. 그 체제에서 살았던 사람이 경험적으로 하는 말이니 아마 비슷하게 맞을 겁니다. 아마 시작은 이랬을 것입니다.

버스에 타고 창밖에 펼쳐지는 남한의 풍경에 빠져 있던 어느 응원단원의 눈에 김정일을 환영한다는 플래카드가 들어왔는데, 하필이면 그 플래카드가 장승배기에 걸려있었습니다. 그냥 나무에 걸렸다고 해도 내려서 울고불고하는 일이 없었을 것입니다.

장승배기는 북한에서 ‘미신’의 상징으로 선전되고 그래서 북한에서는 장승배기를 다 뽑아버렸을 뿐더러 타파해야 할 아주 불결한 것으로 간주됩니다. 그 불결한 곳에 김정일 사진이 걸렸으니 이건 분명 안 좋은 일임이 분명합니다.

그래서 그 응원단원은 주위에 알렸을 것입니다.

“아니, 저것 봐, 장군님 사진이 저런 곳에 걸려있다니.”

일단 누군가가 그 상황을 말한 이상, 다른 사람들은 침묵할 수가 없게 됩니다. 문제제기를 했는데 모르는 체 한다는 것은 충성심이 부족한 행위로 간주되기 때문입니다. 북한에서 남한에 내려오기 전에 엄청 교육을 받았을 것인데, 남한에서 장군님의 권위를 훼손하는 행위가 있다면 즉시 투철하게 투쟁할 것이 가장 중요한 내용이었겠죠.

그리고 북에 돌아간 뒤 한 보름 정도 사소한 발언과 행동까지 모두 낱낱이 생활총화의 무대에 올라 총화하고 헤어지게 됩니다. 그런데 장군님 사진이 장승에 걸려있는 것을 보고 누군가 문제제기까지 했는데 다른 사람들이 모르는 체 했다가는 북한에 올라가서 정치적으로 문제가 있다고 처벌받을 사안입니다.

그래서 그 자리에 앉아있을 보위원을 포함해 다른 사람들에게 자신이 ‘충성심이 높은 당의 딸’임을 내보일 수 있는 액션을 한껏 오버해 취할 수밖에 없습니다. 더구나 이곳은 ‘적구’가 아닙니까.

한마디씩 묵과할 수 없다고 열심히 소리쳤을 것이고, 그러는 사이 버스는 500m나 더 갔습니다. 결국 버스를 세운 응원단원은 현수막으로 내달렸는데, 이때도 남보다 앞장서 달려야 북한에 돌아간 뒤 충성심이 투철하다고 칭찬받지 공연히 뒤에 떨어졌다가는 충성심이 부족하다고 비판에 시달릴 수 있습니다.

그러니 열심히 현수막으로 경주하듯 뛰어갈 수밖에 없는데, 그건 단순한 달리기가 아닌 충성심을 보여주는 순위이기 때문입니다. 남한 기자들이 놀라서 왜 그러냐고 물었을 때 당연히 한마디씩 했을 것이고, 이때는 당시 비가 온 것도 다 시빗거리가 됩니다.

“왜 장군님 사진을 비를 맞게 했냐, 왜 장승에 걸어놨냐” 등 생각나는 대로 대답하고, 이때 우는 것도 충성심을 보여주는 하나의 수단입니다. 남한 사람에게 보여주기 위해서가 아닌 북한 당국에 보여주기 위한 목적이 가장 컸을 것입니다.

이들의 정신세계를 알 리가 없는 남한 언론에는 당연히 이들이 장군님 사진이 비를 맞았다고 엉엉 울었다고 실렸습니다. 사실 북한적인 시각에선 김정일 현수막이 비를 맞는다는 것은 전혀 시빗거리가 될 수 없는 사안입니다.

그걸 시비거는 자체가 나쁜 놈들이나 할 법한 행동인데도 저 아가씨들이 예능계열이라 날라리를 부리면서 대학에서 공부를 열심히 하지 않은 것이 분명합니다.

북한 대학에서 배워주는 김정일 혁명역사 과목에는 1968년에 김정일이 박금철 김도만 등 반당반혁명종파분자들의 악랄한 책동을 분쇄했다는 내용이 나오는데, 대략적인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종파분자들은 역전에 수령님 초상화가 걸린 것을 보고 ‘수령님이 만주에서 눈바람을 다 맞으며 빨치산 투쟁을 했는데 해방된 지금까지 눈비를 맞게 해서야 되겠는가. 떼어내라’고 시비를 걸었다. 하지만 이를 보고 받는 장군님은 충성심을 빙자해 수령님 초상화를 떼어내려는 나쁜 놈들의 흉계를 꿰뚫어보고 단호하게 응징했다.”

국내파 공산주의자 출신으로 나중에 종파로 몰린 박금철 김도만 등은 결국 정치범수용소에 수감됐습니다. 저 여인네들이 공부를 제대로 했다면 비를 맞는다고 김정일 사진을 떼어낸 자신들의 행동이 과거 김정일의 응징을 받았다는 반당반혁명종파분자들과 조금도 다름없는 행동을 했다는 것을 알 것입니다. 아무튼 무식이 약입니다.

떼어내서 플래카드를 자랑스럽게 들고 돌아오는 모습을 보면 아주 당당하기까지 합니다.  왜냐면 자기들 딴에는 충성심이 강한 사람들이라고 북한에 가서 칭찬받을 건수를 하나 올렸다고 생각하고 있으니까요. 개도 칭찬받을 일을 하면 우쭐해지지 않습니까.

플래카드를 떼어낸 모든 과정이 위에서 설명한 것처럼 순간순간 상황별로 머리가 팽팽 돌아가서 움직인 것은 아닐 것입니다. 다만 파블로브의 개처럼 북한 독재사회에서 충성심을 강요당하며 20여년을 살아온 체험과 생존본능이 저런 움직임을 저도 모르게 만들었을 것입니다.

이건 세뇌된 충성심과는 거리가 있는데, 그래서 저는 공포체제에 길들여진 본능적 액션이라고 설명하는 것입니다. 아마 그 자리에 제가 있었더라도 달리 행동하진 못했을 것입니다.

남이 소리치면 같이 거들어야 하고 남이 뛰어가면 뒤지지 않게 뛰어가는 것이 안전한 삶이기 때문입니다. 세뇌와 거리가 있다고 보는 것은 저들이 진짜로 충성심이 뇌에 배어있어서 저런 행동을 한 것은 아니라는 점입니다.

왜 그럴까요. 가령 저들 응원단원들이 각기 혼자 남한에 왔다고 가정하고, 그 장소를 승용차를 타고 혼자 지나치게 해보세요. 말하자면 저런 플래카드를 보고 울고불고해도 봐주고 알아주고 북한에 보고해주는 사람이 없다고 하면, 장담컨대 승용차를 세우고 장군님 사진이 비를 맞는다고 울고불고할 여성은 한 명도 없을 것이고, 모두가 그냥 보고 모르는 체 지나갔을 것입니다.

여담이지만 이 사건이 남한에 준 충격 때문에 북한 대남 기관 사람들도 적잖게 당황했던 것 같습니다. 남한에 북한의 실상을 그보다 더 어떻게 낱낱이 보여줄 수 있단 말입니까. 남한 사람들을 충격에 몰아넣었으니 대단한 역효과를 낳았습니다.

당시는 남북관계가 좋았던 때라 얼마 뒤 북한 대남기관 높은 인물과 남측 인사가 사석에서 만났을 때 이 이야기가 화제에 올랐다고 합니다. 그러자 북한 대남 간부가 어색하게 웃으면서 “걔네들, 어린 애들이 뭘 몰라서 그러니 이해해 달라”는 취지로 말했다고 합니다.

하지만 아무리 대남 전략에 역효과를 끼쳤다고 해도 저런 행동을 하면 칭찬하고 표창해줄
수밖에 없는 것이 북한입니다. 북한 대남 고위 관계자들의 속은 쓰리겠지만 충성심이 모든 평가의 척도가 되는 사회에서 다음에 한국에 가서 또 그러지 말라고 내놓고 말해줄 수도 없는 것이 북한 시스템입니다.

이런 시스템에서 모두가 충실성 있는 척 쇼를 하면서 사는 것이 북한입니다. 하지만 이런 식의 공포에 의한 우상화는 우상화하는 대상이 죽는 순간 사라집니다.

2차 세계대전 때 독일이 항복하자 미군이 베를린에 들어가며 이곳은 “히틀러 광신도들의 나라이니 항복했어도 내일부터 어떤 저항이 있을지 모르겠다”고 우려했습니다.

수십 만 명이 광장에서 ‘하일 히틀러’를 광기를 부리며 외치던 모습이 머리에 남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히틀러가 죽었다는 것을 안 뒤 베를린은 너무 조용하고, 저항도 한 건도 없어서 미군이 오히려 “여기가 히틀러가 어제까지 지배한 독일의 수도가 맞냐”고 놀랐다고 합니다.

북한도 같습니다. 김 씨 일가만 사라지면 북한, 그리고 평양은 “여기가 어제까지 장군님 만세 부르며 울고불고하던 평양이 맞냐”고 놀라게 될 것입니다. 탈북자들도 처음 두만강을 넘어 조선족 사회에 갔을 때는 중국 사람들이 김 씨 일가를 욕하면 “왜 우리 장군님 욕하냐”고 그러는 사람도 많습니다.

하지만 그런 사람에게 북한 실상을 알려주는 책 몇 권만 주면 입을 다물고 일주일 뒤쯤부터는 그 누구보다 무섭게 김 씨 일가를 욕하게 됩니다. 산 우상을 섬기는 우상화는 전혀 힘이 없습니다.

그러니 북한의 세뇌를 여러분들은 전혀 걱정하지 않아도 됩니다. 오늘은 좀 길었죠. 여기까지 열심히 시청해 주신 분들께 감사의 인사를 드립니다. 또 뵙겠습니다.


   
Pho Mr. 06/30 20:12 수정 삭제
이해가 잘 됩니다. 오히려 이해가 잘 되니까 더 씁쓸하네요. 북한의 실상을 잘 알려주셔서 감사합니다.
댓글달기
강철 07/01 08:38 수정 삭제
당시에 관련기사를 읽으면서 주성하기자님과 같은 생각을 했었는데... 너무 재미있게 쓰셨네여~~~ 개도 칭찬받을받을 일 하면 우쭐해진다는 언급에서 지하철서 혼자 웃었네여 ㅋㅋ
댓글달기
탈북민 07/01 18:51 수정 삭제
대부분 남한사람들이 북한사람들의 공포심리세계와 마지못해 충성하는 원리를 아직도 모르니 북한사람과 북한정권을 하나로 결부시켜놓고 통일하면 안된다고 생각하는게 뻔하지요. 그들에게는 북한사람들이 어려서부터 뼛속까지 세뇌되여 자발적으로 북한정권에 충성하는 빨갱이들로 보이겠지요. 하지만 이 주기자님의 글이 널리 알려지면서 북한사람들을 북한정권과 떼여놓고 보기를 바라며 그들 북한사람들도 자유와 평화와 물질적생활향상을 원하는 똑같은 인간, 평범한 한국인으로 보기를 바랍니다.

마지못해 충성하는 북한사람들에 대조되게 맹목적 자발적으로 김정은을 칭송하고 북한정권체제를 지향하는 남한내 종북이들과 청년단체들을 탈북자의 시각에서 보면 저런 정신병자 머저리들도 있구나 하고 생각하며 그저 피식 웃기기만 할뿐입니다.

다음번에는 남한내에 있는 토종 반북한민주화 민주주의운동권소속 종북이들과 정은이 칭송자들과 북한독재체제지향자들의 뇌구조와 심리세계를 분석하는 글을 써주시면 이 블로그를 몰래 눈팅하는 북한외교관들과 해외노동자들의 궁금증도 풀려줄수 있을것 같습니다.
댓글달기
박혜연 07/05 18:07 수정 삭제
이런건 우리나라도 이승만 박정희 전두환 노태우시절때에 그랬었대요~!!!!! 단지 북한이 더 심했을뿐~!!!!
댓글달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