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대선을 바라보는 김정은의 고민과 한반도의 운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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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성하 2020.07.30 02:21

11월 3일 미국 대통령 선거가 실시됩니다. 석 달 남짓 앞으로 다가온 미국 대선의 결과를 전 세계가 주시하고 있지만, 누구보다 초조하게 지켜볼 사람은 김정은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만약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재선에 실패해 조 바이든 대통령 시대가 열린다면 2018년과 2019년 싱가포르와 베트남을 오가며 벌였던 김정은의 대미 외교도 실패로 막을 내리게 된다. 조 바이든 대통령이 등장하는 것은 북한의 입장에서 불길한 징조다.

바이든 후보는 버락 오바마 행정부를 상징하는 인물이다. 그는 오바마 대통령 임기 내내 미국 부통령을 지냈고, 부통령이 되기 전엔 미국 연방 상원 외교위원회 위원장을 지냈다. 외교를 아는 그는 오바마 정부 시절의 대북 정책에 깊이 관여했다. 오바마 대통령 시절 대북정책은 ‘전략적 인내’였다. 그 시절로 돌아가는 것은 북한에겐 최악이다.

북한은 현재 사상 최강의 제재를 받고 있다. 여기에 올해 발생한 코로나19 바이러스의 대유행으로 인한 타격까지 겹쳐 내부 경제 상황은 급격히 악화되고 있다. 어떻게 하나 대북제재를 풀어야 하는데, 손에 든 카드가 마땅치 않다. 핵실험과 보유, 대륙간탄도미사일 개발과 발사라는 전략적 카드는 이미 다 써먹었고, 미국을 압박할 ‘신선한’ 아이템이 거의 고갈된 상황이다.

만약 바이든 대통령이 팔짱을 끼고 4년 내내 동북아의 작은 나라 북한을 무시하면서 시간을 보낸다면 결국 말라죽어가는 것은 북한일 따름이다. 김정은은 이미 2021년 대미 전략을 어떻게 짜야 할지, 미국을 어떻게 협상 테이블로 돌아오게 만들지 고민에 고민을 거듭하고 있을 것으로 보인다.

오늘 시간에는 미국을 바라보는 북한의 고민과 한국의 위상, 코로나로 인한 북한의 내구성에 대해 깊이 설명해볼까 한다. 주성하TV는 끝까지 들어주시면 고맙습니다.

북한은 왜 미국과의 협상에 사활을 걸고 있을까. 대북제재를 풀기 위해서 또는 미국의 북한 체제 전복 시도를 막기 위해서라고 보는 것은 절반만 보는 것이다.

북한은 미국과의 외교관계 수립에 국가 생존을 걸었다. 믿기 힘들겠지만 미국의 동맹국이 되는 것이 북한 생존 전략의 최고 목표이다.

해방 후부터 소련이 붕괴된 1991년까지 북한의 최우선 생존 전략은 소련과 중국 사이에서 양다리 외교를 벌이는 것이었다. 사회주의권의 두 강국의 틈바구니에서 때로는 소련에 때로는 중국에 붙으면서 두 나라에 자신의 전략적 가치를 인정받으며 살아남았다.

그런데 소련이 붕괴되면서 균형이 무너졌다. 중국 하나에만 의존하는 것은 사실상 자살행위나 다름없었다. 왜냐면 북한의 정권 교체를 만들 수 있는 가장 큰 실질적 파워를 갖고 있는 나라가 중국이기 때문이다. 북한은 김일성 시절부터 중국을 매우 경계해왔다.

냉전의 붕괴와 함께 북한의 생존 전략도 달라졌다. 북한은 세계의 현실적 두 강국인 중국과 미국 사이에서 양다리 외교를 하며 사는 것으로 생존 전략을 수정했다. 그리고 소련 붕괴 직후부터 미국에 끊임없이 수교를 구걸하며 매달려왔다.

그런데 미국은 북한을 인정하지 않았다. 북한은 미국을 협상 테이블로 끌고 오기 위해서는 그들이 관심을 가질만한 힘이 있어야 한다고 판단했다. 1993년 핵비확산조약(NPT) 탈퇴로 시작돼 지금까지 30년 가까이 이어져온 핵 게임이 시작됐다.

그러나 결과는 신통치 않았다. 미국은 1990년대 중반엔 북한이 경제난으로 붕괴될 것이라 판단해 적극적이지 않았다. 2001년 9·11 테러 이후엔 중동의 수렁에 빠져 있어 북한에 관심 둘 여유가 없었다.

미국 대통령 중에서 취임 직후부터 북한에 관심을 가진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이 유일했다. 김정은은 기회를 잡았다고 생각했고, 적극적으로 움직였다. 그러나 11월이 되면 김정은에게 다가왔던 기회가 날아갈 가능성이 높다.

북한이 미국과의 수교를 통해 얻고 싶은 것은 체제 안보와 정상국가화이다. 미국과의 동맹관계를 맺어 중국과 미국 사이에서 양다리 외교를 기꺼이 펼 준비가 돼 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두 차례의 만남을 통해 핵 폐기를 하면 대북제재를 해제해주겠다는 정도만 제안했다.

그러나 이는 북한이 받아들일 수 없는 조건이었다. 제재와 바꾸려고 북한이 30년 가까이 제재를 받으며 핵을 만들진 않았다. 핵은 북미 수교와 국제 경제 시스템으로의 복귀, 다자적 체제 안전 보장, 대일 수교 등과 교환할 북한의 유일한 재산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의 경제적 잠재력이 훌륭하다”거나 “광휘로운 미래가 펼쳐져 있다”는 식의 뜬구름 잡는 말로만 때웠지 실제 북한이 듣고 싶어 한 대답인 “핵을 폐기하면 북미 수교를 해주고, 북한을 세계 경제 생태계에 복귀시켜 주겠다”는 약속은 하지 않았다.

북한과 실질적인 거래가 이뤄지는 순간 자신에게 적대적인 주류 언론으로부터 북한에 속고 있다는 포화가 날아들 것임을, 그것이 재선에 도움이 되지 않음을 트럼프 대통령은 잘 파악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사이의 회담은 더 이상 진도가 나가지 못했다. 민주당 정권이 들어서면 김정은이 펼쳤던 평화쇼는 사실상 무위로 돌아가게 된다.

그러나 어떤 정권이 들어서든 미국과의 수교를 위한 북한의 노력은 계속 이어지게 될 것이다. 트럼프가 재선되면 북한은 새로운 계산서를 들고 그에게 다가가야 한다. 민주당 정권이 들어서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그렇다면 한국은 북한에 어떤 존재일까. 북한이 얻고자 하는 것들은 모두 미국이 손에 잡고 있다. 한국은 북한이 간절히 원하는 중요한 것을 쥐고 있지 못하다. 대북제재 해제도 줄 수 없으며 북한 체제의 생존을 보장할 실질적 힘도 외교적 역량도 없다. 북진할 생각도 없어 위협적이지도 않다. 그렇다고 너무 친하게 지내면 북한 내부 통제가 어려워진다.

북한에 있어 한국의 용도는 크게 두 가지이다. 미국으로 접근하기 위한 통로로 활용하거나 급할 때 경제적 지원을 얻어내는 달러 박스 역할이다.

이미 북한은 미국으로 접근하기 위해 한국을 두 번 이용했다. 2018년 초반 두 차례의 남북정상회담을 통해 트럼프 대통령과 마주 앉는데 성공했다.

그런데 이 수법은 과거에도 있었다. 2000년 6월 김대중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가진 김정은은 그해 10월 매들린 올브라이트 당시 미국 국무장관의 북한 방문을 성사시켰다. 빌 클린턴 대통령이 그해 11월 방북해 핵·미사일 폐기와 북미 수교를 일괄 타결하기로 약속됐다. 그러나 11월초 대선에서 공화당의 조지 W 부시 대통령이 당선됐다.

이때 북한은 자신들의 숙원을 이룰 기회를 눈앞에서 놓쳤다. 지금까지 북한에 찾아왔던 최고의 기회였다.북한은 트럼프 대통령 재임 기간에도 똑같은 수법으로 접근했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북미 수교를 쉽게 해줄 의사가 없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을 활용해 재선에 유리한 외교적 업적을 만드는 것에만 관심이 있어 보였다.

올해 미국에서 누가 집권하든지 북한은 그가 행정부를 구성할 약 6개월 정도의 시간적 여유를 둔 뒤 내년 6월쯤부터 다시금 한국을 이용한 미국 접근법을 펼칠 것으로 예상된다. 문재인 대통령을 다시금 활용하려 할 것이고, 대선을 1년도 채 안 남겨둔 문 대통령도 차기 민주당 집권을 위해 기꺼이 활용되려 할 것이다.

그때까지 1년 정도 남았다. 이 기간엔 북한이 한국과 꼭 가까이해야 할 이유는 없다. 오히려 6월처럼 남북 관계를 긴장으로 몰아가야 내년의 극적 만남이 더욱 빛을 발휘할 것이라 타산할 가능성도 있기 때문에 북한의 행보를 하나하나 잘 판단해야 한다. 북한에게 한국의 징검다리 역할과 달러 박스 역할 중 하나를 택하라고 한다면 당연히 징검다리 역할이라는 전략적 가치에 더 큰 비중을 둘 것이라고 생각된다.

문제는 미국 대선 이후의 전략적 구상을 현실로 옮기려면 시간이 많이 남았다는 것이다. 내년에 북한이 펼칠 것으로 예상되는 대남 화해 공세까지 거의 1년의 시간이 남아있다. 이 기간 북한은 버텨야 한다. 하지만 현실은 녹녹치 않다.

강력한 제재와 코로나로 인한 셀프 봉쇄로 북한은 급속히 허약해지고 있다. 달러를 벌 수 있는 길도 다 막혔다. 특히 북한은 2017년 8월 유엔에서 강력한 대북제재 결의안이 통과되자 제재 예외 항목인 관광을 통해 달러를 벌기로 마음먹고 삼지연 관광지구, 양덕 온천지구, 원산갈마 관광지구 공사에 매달렸다.

하지만 코로나가 퍼지면서 북한의 계획은 물거품이 됐다. 이제는 관광객이 온다고 해도 대거 받을 수 없게 된 것이다. 김정은이 유일하게 품고 있던 마지막 희망이 사라지게 된 것이다.

이제 김정은이 해야 할 일은 명백하다. 달러가 나올 곳은 중국과 한국 정도밖에 없다. 그러나 한국은 아무리 문재인 정부가 북한과 가까워지려고 노력한다 해도, 유엔 대북제재를 크게 위반하면서까지 북한과 경제 협력을 하거나 달러를 퍼주는 데는 한계가 있다. 즉 한국과 앞으로 아무리 평화쇼를 해봐야 크게 얻을 것은 없다는 뜻이다.

정 궁하면 개성공단 재개를 현실적 목표로 북한이 올해 하반기 대남 강경정책과 화해 정책을 적절히 활용하면서 다가올 가능성은 있다.현 시점에서 북한에게는 실질적, 그리고 유일한 구세주는 중국밖에 없다. 결국은 중국에서 모자라는 식량과 비료, 원유를 얻어야 한다. 김정은은 올 하반기 대중 외교에 올인할 것으로 보인다.

북한이 쓸 수법은 예상이 가능하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에게 매달려 살려달라고 읍소하거나 또는 한반도 정세 긴장을 원치 않는 중국을 자극시켜 도와주지 않으면 이판사판으로 갈 수밖에 없다는 협박 전술을 쓸 수밖에 없다. 협박 전술을 쓰는 경우 한국이 인질처럼 계속 당하는 수밖에 없다.

북한의 올 6월 행보는 협박 전술의 시작으로 보인다. 그러나 북한은 대남 강경책을 예상보다 일찍 스톱시켰다. 중국에게서 원하는 약속을 들었을 가능성도 있지만 북중 밀약은 대개 외부에 거의 알려지지 않아 알 수는 없다.

다만 한국은 북한의 처지와 예상 가능한 외교 행보를 주시해야 한다. 미국과 중국을 움직이려는 북한에 언제까지 한국이 동네북 신세로 활용되고만 있을 수는 없는 일이다. 오늘 좀 긴 정세 해설을 여기서 마치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