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당 간부들 사주 봐준 점쟁이 고백 "새까맣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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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성하 2020.08.11 11:05

요즘 북한의 변화를 보면 뚜렷하게 변화되는 것들이 있습니다. 그중에서 제가 북한을 취재하다보면 미신의 전성시대를 맞은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사람들은 당과 수령을 마음속에서 파버렸는데 마음은 허전하니 대신 미신이든 귀신이든 아무튼 보이지 않는 존재를 채워 넣고 있는 것 같습니다.

이번 영상은 북한에서 성행하는 미신, 중앙당 간부들부터 노동자들까지 기회만 되면 보는 미신 행위에 대해 이야기해 드리겠습니다.

우선 개인적 경험을 말씀드리면 저도 솔직히 탈북 직전 점쟁이를 찾아갔습니다. 김일성대에서 6년 동안 “자기 운명의 주인은 자기 자신이며 자기 운명을 개척할 힘도 자기 자신에게 있다”는 주체사상을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었건만 목숨 걸 순간이 되니 그따윈 소용없더군요. 주인인건 알겠는데, 주체사상은 내일 내가 죽을지 살지는 알려주지 않으니까요.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심정일 때 지인이 “용한 점쟁이가 있다”며 나를 데려갔습니다. 40대 중반 여성 점쟁이의 말 중에 “남쪽으로 가면 성공하겠어. 다 잘 될거야”라는 말이 확 들어왔습니다. 속으론 “내가 한국 가려는 걸 어떻게 알았지”하고 기겁했는데 당시 점 본 값은 쌀 2㎏ 정도 살 금액이었습니다.

이후 죽을 고비 여러 번 넘겼는데, 보위부에서 고문 받을 때조차 “용한 점쟁이가 물 건너가 크게 될 팔자라고 했으니 여기서 죽을 팔자는 아닐거야”라고 믿으며 의지를 가다듬었습니다.

그런데 지금 돌아보면 제가 북쪽에서 점을 봤는데, 거기선 먼 길 떠나면 남쪽밖에 갈 곳이 없습니다. 그 점쟁이 찾아가는 사람들이 당연히 먼 길 떠나기 전에 갔을 것이고 남쪽으로 갔을 거 아니겠습니까. 그러고 보면 별 것도 아닌 것 같기도 하고요. 다만 쌀 2㎏ 값에 잘될 것이란 굳은 믿음을 가졌으니 결과적으로 손해는 아니라고 봅니다.

사람은 앞날이 불안하고 확신이 없으면 초월적 존재에 매달리게 됩니다. 두만강을 건널 때는 교회를 구경도 못한 나조차 “하나님 잡히지 않게 해주세요”라고 기도까지 했으니 말입니다. 그런데 이후에 잡혀서 북송됐는데, 그 얘기는 길어져서 패스하겠습니다.

물론 지금은 불안한 마음이 없으니 미신과는 담을 쌓았습니다만, 남쪽에 처음 왔을 때 지하철 책 할인코너에서 ‘토정비결’을 발견했습니다. 그때 북한에선 토정비결은 ‘가보’였는데, 필사본이라도 있으면 운세를 봐달란 사람이 몰려들어 큰 돈 벌 수 있었습니다. 그런 귀한 책이 단돈 만 원도 안했습니다. 냉큼 샀는데 몇 년 지나고 보니 그 책이 어디 있는지 기억도 나지 않네요.

탈북자들에 따르면 이젠 토정비결은 북에서도 살 수 있다고 합니다. 옥수수는 100㎏ 이상 살 수 있는 꽤 비싼 가격이라고 합니다. 요즘은 토정비결보다 두께는 3분의 1 정도, 너비도 3㎝ 작은 운세 책이 최고 인기라고 하는데 제목은 잘 모르겠습니다.

2013년경부턴 컴퓨터 있는 집 대다수가 한국에서 들어간 사주팔자 프로그램을 깔아놓고 매일 운세를 보는데, 5.0, 6.0 하면서 최신 버전으로 업그레이드하며 퍼지고 있습니다.

요즘엔 정월 대보름만 되면 북한 도시 주변 산과 강 주변은 불바다가 되는데, 촛불을 켜고 빙 둘러서서 소원을 빌고, 강물에 촛불과 돈을 넣은 종이배를 둥둥 띄웁니다. 김정은 체제 이후에 생겨난 풍경인데 중국에서 들어간 듯 합니다. 아무리 단속해도 소용이 없고 간부들도 차를 타고 다리를 지나는 척 하면서 돈을 강에 던져버린다고 합니다.

점집이 십리에 하나씩 있다는 말도 나오는데, 하도 북에 점쟁이가 넘치다 보니 탈북해 한국에서 무당이 된 탈북여성도 몇 명 있습니다. 한국에 온 탈북민치고 북에서 점 안본 사람이 거의 없지 않겠나 싶습니다.

북한은 종교와 미신이 혁명사상을 좀 먹는 사회악의 온상이라며 강력하게 처벌하고 있지만 점집은 나날이 늘어나고, 간부들부터 미신에 매달리니 통제가 될 리 만무합니다. 심지어 요샌 보위부 수사관들도 몰래 점집에 가서 범인을 잡아 달라 부탁한다고 합니다. 이름이 좀 알려진 점쟁이들이 몰래 평양에 불려 다닌다는 것쯤은 누구나 압니다.

서울대 다니는 한 탈북 여성이 들려준 이야기가 인상적인데, “둘째 누나가 애기신을 업었다고 하면서 점을 봐주는데 형제가 다 한국에 왔는데 점쟁이 누나만 벌이가 좋아 한국에 오지 않고 있다”고 합니다. 중앙당 간부에게 굿과 부적을 해주고 500달러도 받은 적 있다고 합니다. 그런데 웃기는 것은 “중앙당 간부집을 돌며 점을 봤는데 하나같이 팔자가 새까맣다. 그래도 돈 받았으니 좋은 말만 해주고 왔다”고 말했다고 하는 겁니다. 걸핏하면 죽으니 중앙당 간부들이야 말로 미래가 제일 불안할 것입니다.

이 이야기 들었던 것이 한 10년 전인데, 기가 막히게 맞힌 것 아닙니까. 그때 간부들 중에 지금 살아있는 사람이 몇이나 되겠습니까. 팔자가 새까맣다는 중앙당 간부들이 가장 두려워해야 할 액살은 안 보이는 귀신이 아니라 김정은입니다.

그런데 김 씨 일가도 미신을 잘 믿습니다. 중요 대회가 소집되는 날짜를 보면 대개 손이 없는 날입니다. 김정일의 경우는 숫자 3에 집착했는데 그가 대의원 선거 때 출마한 선거구는 333호나 666호처럼 3과 연관되는 번호였습니다. 김정은도 2014년에 최고인민회의 선거구 출마한 것을 보니 111호 선거구에 출마했던데 세 숫자를 합치면 3이 되더군요.

하지만 아무리 3에 집착해도 소용없나 봅니다. 김정일은 69세로 죽는데, 최고의 점쟁이가 찍어주었을 숫자 3은 행운의 숫자가 아닌 액운의 숫자였던 것 같습니다. 김정일이 환생한다면 “내가 다 해봤는데, 사교, 미신, 점쟁이 따윈 절대 믿지 말라”고 목청껏 외칠지 모르겠습니다. 이상 오늘 북한의 미신 이야기 들려드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