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량미 수탈에 반대했던 농민 7명 모두 의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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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성하 2020.08.12 16:51

오늘은 북한에서 전해온 분노하지 않을 수 없는 사건을 단독으로 말씀드리겠습니다. 강화도 바로 맞은편에 있는 북한 황해남도 연안에서 일어난 일명 ‘연안사건’이라고 제가 이름을 붙였는데, 이걸 통해서 김정은 체제의 악랄한 속성을 다시금 느낄 수 있습니다.

얘기에 앞서 먼저 북한에서 만든 영화의 주제곡을 한번 들어보시겠습니다.

구천에 사무쳤네 백성들 원한소리
피눈물 고이었네 억울한 이 세상
산천아 말해다오 부모처자 빼앗기고
백성의 등뼈 갉는 이 세상 어이 살리

3절 후렴:
나서라 의형제여 악한 무리 쓸어내고
가슴에 쌓인 원한 장부답게 풀어보자

잘 들으셨습니까. 이 노래는 북한에서 월북 작가 홍명희의 원작 소설에 기초해 1987년부터 1989년 사이 5부작으로 만들어진 림꺽정의 주제가 ‘나서라 의형제여’의 가사 중에서 1절과 후렴입니다.

림꺽정은 워낙 잘 알려져 있고, 양반의 수탈을 견디지 못해 결국 죽을 때까지 당대의 세상과 싸운 실제 인물입니다. 제가 어렸을 때 참 재미있게 보았던 영화이고, 당대의 최고 배우들이 출연해 선풍적 인기를 끌었습니다.

그러나 이 영화는 1990년대 중후반 ‘고난의 행군’ 시기에 들어서면서 상영이 사실상 중단됐습니다. 2016년경 북한은 자기들이 만든 예술영화 10여 편에 대해 공식적인 시청금지령을 내렸는데, 림꺽정이 여기에 정식으로 포함됐습니다.

시청과 유포가 금지된 영화들은 외국의 자유로운 생활을 간접으로 드러냈거나, 왕조 시대의 반란을 다루었거나 주인공 역을 맡은 배우들이 숙청됐거나 하는 경우였습니다.

그러나 이중에서도 김정일 시대 이미 상영 금지가 내려진 영화는 림꺽정과 ‘안중근 이등박문 쏘다’였습니다. 안중근 이등박문 쏘다는 수뇌 암살을 영웅적 행위로 추동한다는 이유로 금지됐고, 림꺽정은 온갖 가렴주구에 시달리던 백성들이 반란을 일으켰다는 내용을 담았기 때문에 금지됐습니다.

림꺽정은 특히 주제가가 북한의 상황과 매우 닮았는데 백성의 원한소리가 구천에 사무쳤다고 토로하는 구절만 봐도 북한 사람들의 심정을 구구절절 대변하고 있지 않습니까. 거기다 3절 후렴은 “나서라 의형제여 악한 무리 쓸어내고 가슴에 쌓인 원한 장부답게 풀어보자”고 합니다.

아마 김정일은 이런 가사가 북한 주민들의 반항 정신을 고취한다고 생각한 듯해 금지시켰을 것입니다.

그런데 북한에서 지난해 림꺽정의 활동 배경이 됐던 황해남도 연안군의 한 농장에서 영화와 똑같은 상황이 벌어졌습니다.

발단은 군량미 수탈이었습니다. 각 농장에 할당한 군량미가 제대로 걷히지 않자 북한은 아예 군부대에 군량미를 받아야 할 농장을 정해주고 직접 수확해 가져가게 했습니다. 농사는 농민들이 지었는데, 다 여문 가을에 갑자기 군인들이 들이닥쳐 자기들이 할당받은 논밭을 차지하고 벼를 직접 베어 탈곡까지 해서 실어갔습니다.

림꺽정 영화와 똑같은 상황이죠. 졸지에 논을 빼앗긴 농민들은 분노하지 않을 수가 없었습니다. 연안은 곡창지대지만 아사 사건도 심심치 않게 나오는 곳인데,. 산간지대 농촌은 몰래 산에 개인 텃밭이라도 가꿀 수 있지만, 무연한 평야에선 몰래 할 수 있는 일이 거의 없으니 비유하면 유리지갑인 셈입니다.

분노한 농민 중 한 개 분조 7명이 외통길에 가 볏가마니를 싣고 가는 군용차 앞에 드러누웠는데 어차피 죽을 목숨이니 우리를 깔고 가라는 것이었습니다. 북한에서 이 정도 항거는 반정부 시위나 다름없는 심각한 반항입니다.

그런데 북한은 이들을 당장 체포하지 않았고, 농장 관리위원회 책임일꾼들이 나와서 자기들이 잘 해결해 주겠다며 겨우 달래서야 군용차를 보낼 수 있었는데, 이후에도 이들에 대해 한동안 처벌이 없자 사람들이 이상한 일이라고 수군거렸습니다.

그런데 진짜 이상한 일은 이후에 일어났습니다. 3월초까지 반 년 사이에 7명 모두 앓아죽거나 객사하는 등 사망한 것입니다. 이들은 마을 사람들의 주목을 받던 터라 소문은 빠르게 퍼져나갔습니다. 사람들은 권력의 보이지 않는 손이 이들을 죽였다고 의심치 않지만, 증거나 조사가 있을 리가 없겠죠. 연안 사건은 최근 북한 체제의 처형 방식이 새롭게 진화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방증입니다.

북한 내부 소식통에 따르면 코로나 방역에 군법을 적용해 2월부터 4월 중순까지 두 달 남짓 기간에 700명 이상 처형했는데, 이들 모두 공개처형된 것이 아니라 비밀리에 처형됐습니다.

과거 북한의 대표적 처형방식은 공개처형, 즉 사람들을 모아 놓고 총소리를 울려 사회에 공포를 심어주어 순종하게 하는 방식이었습니다. 그런데 최근 공개처형이 비밀처형으로 바뀌는 조짐을 보이고 있습니다.

이렇게 바뀌는 것은 크게 세 가지 이유 때문으로 분석됩니다. 우선 대중을 모아놓고 처형하면, 처형자와 심정적 분노를 공유하는 군중 심리가 폭발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즉 그만큼 북한 체제가 대중의 눈치를 볼 만큼 허약해졌다는 것을 보여주는 겁니다. 비밀처형을 해도 소문이 퍼지기 때문에 목표한 공포감 형성은 충분히 할 수 있습니다.

다음으로 죽여야 할 사람이 공개총살로 할 정도를 넘어 도처에 많다는 뜻인데 이 역시 북한 체제가 허약한 증거일 것입니다. 공포감을 주자는 목적으로 넘어서 진짜로 마구 죽이지 않으면 반항의 불씨를 끌 수 없기 때문이 아니겠습니까.

끝으로 공개처형을 하면 국제사회의 감시를 피하기 쉽지 않은데, 북한 인권에 대한 압박이 강화되는 조건에서 비밀처형은 증거를 남기지 않으려는 시도일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

이렇게 북한이 점점 생지옥으로 변해가는 것을 지켜보는 저의 마음도 정말 괴롭고 한스럽습니다. 언제까지 김정은 하나 때문에 우리 동포들이 수없이 죽어가야 합니까.

‘인민의 천국’이란 달콤한 말에 유혹돼 따라간 값비싼 대가를 동유럽과 소련은 이미 30년 전에 결산을 지었지만, 북한은 너무 오래, 잔인하게 치르고 있습니다. 서울에서 제가 할 수 있는 일도 이렇게 북한 상황을 전하기만 할 뿐, 행동할 수 있는 일이 많지 않아 답답하고 분통이 터집니다. 마지막까지 들어주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탈북민 08/15 21:40 수정 삭제
포전담당제 도입해서 일정한 할당량을 회수하고 나머지는 농민이 가져간다는 북한체제로서는 파격적인 농업정책을 채택할때 믿지 않았지만 아비때보다 더 농민들을 착취하고 수확량을 깡그리 다 약탈할줄을 저 7명의 농민들도 차마 예견하지 못했겠죠.

이제는 공개처형이 아니라 중동지역 독재자들처럼 비밀경찰들이 비합법적으로 비공개로 암살하는 너절한 수법을 쓰네요.

하지만 허울뿐인 인민정권헌법위에 군림하는 김씨3대왕놈이 비공개로 비열한 짓을 하는것을 보면 이 독재자의 수명도 얼마 남지 않았다는 희망이 드네요.

다시는 허리띠를 졸라매지 않게 하겠다고 맹세하던 날이 이제는 거의 10년이 되어오는데 우리 인민들만 불쌍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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