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성하 탈북스토리 2편-보위부 감옥에서의 심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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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성하 2020.08.30 14:40

주성하 탈북스토리2

보위부 감옥 생활 정치범이 된 사연

오늘은 주성하의 탈북 스토리, 저번 시간 공안에 체포됐던 이야기에 이어 두 번째에 체포돼 북한 보위부에 끌려 나갔던 이야기 해드릴까 합니다.

2000년대 초반은 한국으로 오는 길이 없었던 때였는데, 나중에 몽골 루트, 동남아 루트 이런 것이 생겨나서 이후 탈북자들은 브로커 끼고 안내를 받으며 오지만 2000년대 초반만 해도 브로커도 없고, 루트도 자기가 찾아야 했습니다.

그걸 개척하려고 위험하게 무리하다가 체포됐고, 북한에 북송돼 끌려 나갔는데, 제 신분 밝히면 정치범이 되는 거 아니까 처음에 가서 어느 공장 노동자라고 했습니다.

왜냐하면 북한에선 김일성대 졸업하면 바로 간부사업 대상이 됩니다. 도급 이상 기관의 간부부가 우리의 직업을, 북에선 배치한다고 하는데, 아무튼 김일성대는 민족간부 양성기지이기 때문에 이걸 졸업하면 간부로 취급한다 이렇게 보시면 됩니다. 최고의 정치교육을 받은 간부가 탈북했다 이거면 정치범이죠.

저는 끌려 나가 이젠 죽었구나 싶었습니다. 김일성대 졸업생은 탈북했다 잡혀서 죽이더라도 주민들에게 주는 영향이 나쁘다고 공개총살도 안 하고 비밀처형 한다고 들었습니다.

그래서 일단 버틸 때까지 버티려고 광산 노동자라고 했는데, 그날로 신분 들켰습니다. 왜냐면 끌려간 그 보위부에서 어느 소좌를 봤는데 대학에 가기 전에 제가 다닌 외국어학원 선배였어요. 딱 알아 본거죠.

감싸주기는커녕 반역자가 됐다고 펄펄 뛰고 더 못되게 놀았어요. 통일돼서 북에 가면 이 선배란 작자 찾아서 죄를 좀 물어야겠습니다.

아무튼 신분 들켜서 정치범이나 중죄인만 보낸다는 더 윗선 감옥에 가게 됐습니다. 탈북민 중에 북송됐어도 여기까지 가 본 사람은 몇 % 밖에 안 될 겁니다.

그런데 거기 가니 대우는 더 좋았어요. 군 보위부는 5평 남짓에 30~40명 씩 박아 넣어서 앉을 자리도 없을 정도였고, 밥도 몇 숟가락 주었는데 여기는 한 감방에 몇 명 없었고 시래기죽이라도 좀 많이 주었어요. 고문도 받긴 했는데, 쪽 팔려서 그건 다른 사람도 다 겪은 거니 패스하기로 하고요.

여기는 예심을 해서 정치범으로 종신 수용소에 보낼 것인지 아님 교양 개조할 기회를 줄 것인지 판단하는 곳입니다.

조사 받으려 갈 때마다 도망치지 못하게 발에 쇠줄로 만든 긴 원통형 족쇄를 차는데, 뛰려면 관절 굽혀야 하는데 이걸 허벅지까지 끼면 달릴 수가 없어요. 그런데 제가 있을 때 조사 받으러가다 보위부원 때려눕히고 이걸 풀고 도망친 사람이 있었습니다. 특수부대 출신이라 들었는데 대단하죠. 아마 한국에 오지 않았을까 싶은데 이 영상 보시면 연락 좀 주십시오.

처음 조사는 중국 내 행적 자세히 적어 내는 겁니다. 30페이지가 넘었죠. 언제 강을 넘어 누굴 만났고, 언제 어떤 버스를 타고 어디로 이동했고, 거기서 누가 만났고 등등 엄청 많은데 제가 중국에 있을 때 저를 보호해 준 사람들은 북한과 연계된 사람들이라 제가 불면 그들이 피해 보지 않겠습니까.

그래서 중국 내 행적 몽땅 가짜로 만들어 진술했습니다. 연변은 북한 보위부에서 확인이 가능하니까 저 멀리 흑룡강성 한 지역을 대서 있었던 곳, 만났던 사람들 이름 몽땅 창작해 진술했습니다. 당시 누가 저에게 조사 어떻게 받는지 알려준 사람은 없었지만 이걸 나중에 틀리면 내가 엄청 힘들어진다는 것을 본능적으로 알았습니다.

그래서 친한 친구들 이름 한 스무 명을 떠올려 한 명씩 대입했죠. 영철이는 나를 숨겨준 집 주인, 미선이는 와이프, 강철이는 아들, 영남이는 내가 일했던 집 사장. 이런 식이죠.

영화 기생충 때문에 제시카송 유행했죠.

‘제시카 외동딸, 일리노이 시카고, 과 선배는 김진모, 그는 니 사촌’ 이것과 똑 같다고 할 수 있었던 겁니다.

가령 “영철이는 집주인, 연변대학 졸업생, 와이프는 미선이 어릴 적 친구‘ 이런 식으로, 물론 노래는 대입하지 않았지만, 중국 가서 한 스무 명은 만났을 거 아닙니까. 스무 명을 다 거짓말로 댄 겁니다.

그리고 거기 몇 달 있었는데, 아침에 일어나면 제가 맨 먼저 한 것이 30페이지짜리 둘러댄 소설을 잊어먹지 않으려고 머리 속에서 계속 다시 외우고, 점심에 다시 외우고, 저녁에 외우고 그랬습니다. 이게 조금이나마 틀리면 거짓말한다고 얼마나 시달리겠습니까.

한 보름 있다가 불러서 떠보는 척 여기 찌르고, 저기 찌르면서 물어보는데 전혀 논리적 모순이 없이 대답했죠. 한달 되니 갑자기 불러내 진술에 허점이 있다고 다시 진술서 싹 다 쓰라고 하는데 처음과 토 씨 하나 틀리지 않고 똑같이 적어냈습니다. 그러니까 믿어지는지 다신 안 찾아요.

돌아오면서 속으로 “너희들 아무리 보위부라 해도 내 머리는 돌이냐” 이러면서 비웃었습니다. 그런데 나중에 알았지만 그건 젊은 저의 오만이었습니다. 뒤에서 보위부의 산전수전 다 겪은 모략가들이 저를 이용해 어떤 꿍꿍이를 만드는지도 모르고 비웃었던거죠.

저는 당시 북한에서 가장 골치가 아팠고, 어떤 일이 있어도 소탕하고 싶어 했던 반정부 비밀조직을 소탕하기 위한 작전에 자신도 모르게 끌려들어가 미끼가 됐습니다. 썩 나중에 보위부의 음모를 알았고, 남에게 피해를 주진 않고 빠져 나왔는데 정말 다른 탈북자들은 경험하지 못했던, 영화 몇 개를 만들 소설 같은 아슬아슬한 인생의 경험을 했습니다.

이건 민감한 이야기라 더 얘기할 수 있을지 생각 중입니다. 사실 오늘 이야기만 해도 제가 지금까지 한번도 안했던 이야기인데, 용기를 내서 공개를 했는데 다음 편이 궁금하시면 구독 버튼 눌러주십시오. 여러분들의 호응이 좋으면, 정말 실망시켜 드리지 않는 아주 흥미진진한 이야기에 빠져들게 되실 겁니다. 오늘 이야기도 시청해 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