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성하의 탈북스토리 3회-국정원 비밀조직이 나를 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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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성하 2020.09.01 09:40

저번에 많은 분들이 제 얘기에 공감해 주셔서 오늘 또 한번도 안 공개했던 저의 드라마같은 과거 탈북 스토리 좀 더 이야기 하겠습니다. 저번에 제가 북송돼 보위부에 끌려가, 김일성대 졸업생이란 이유로 정치범 심사까지 올라갔고, 어떻게 취조를 받았는지 말씀드렸습니다.

사실 제가 어떤 사건에 연루돼 체포됐고, 중국에서 어떻게 취조를 받아 북송됐는지 이것도 민감한 내용이라 생략하고, 그냥 잡혀서 북에 갔다 이렇게만 이야기했습니다. 그 과정도 할 얘기는 많겠죠.

아무튼 보위부에 가서 취조를 하는데, 저는 보위부 조사관들이 제가 지어낸 이야기에 잘 속아 넘어가는 줄 알았습니다. 제가 그땐 어렸죠. 제가 똑똑해서 속인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그들은 애당초 제 말을 믿지 않았죠. 얘가 슬슬 잘 지어낸다, 지어낸 이야기 한 달 뒤에 물어봐도 토 씨 하나 안 빼고 그대로 반복하네, 아이큐 괜찮네 그 정도로만 생각했던 것 같습니다.

그들은 저를 다른 시각으로 보고 있었습니다. 그때 북한 보위부가 가장 관심을 쏟고 있었던 것은 따로 있었습니다. 당시 북한에서 대량 탈북 사태가 벌어지자, 중국에 안기부 요원들이 많이 들어와 활동하고 있었습니다. 물론 그때는 국정원이라 이름 바꾼 지 몇 년 됐지만 북한에선 그냥 다 안기부라고 했죠.

이 안기부 요원들이 들어와서 뭘 했냐면 1990년대 후반부터 탈북한 사람 중에 인재들을 모았습니다.  군이나 보위부 출신이라든지, 특수부대 출신이라든지, 중앙 대학 졸업생 이런 똑똑한 사람들 몰래 영입해 ‘진달래회’라는 조직을 무었다고 합니다.

진달래회 이거 처음 듣는 이야기죠. 제가 무었다가 아니라 무었다고 합니다라고 말할 만큼 이건 민감한 이야기입니다. 나중에 명예훼손이니 네가 증명해 이러면 제가 이 비밀조직을 어떻게 증명해 이깁니까.

아무튼 연길의 모 호텔을 근거지로 하고, 제가 호텔이라고까지 밝히는 것은 이미 이건 어느 호텔인지 보위부도 당시에 이미 잘 알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이 호텔에서 사람을 검증해서 쓸만하다고 판단되면 내륙의 깊은 지역에 보내 약 반년 또는 일년 정도 의식화와 훈련과정을 거친 뒤 북한을 상대로 한 공작에 투입했다고 합니다.

공을 세우면 한국으로 데려간다는 것이 조건이었는데, 당시엔 한국으로 올 수 있는 길이 없었어요. 그러니 이 사람들은 한국 신분증 받으려고 참 위험한 일들을 하게 됐는데, 나중에 약속 지키지 않아 절규한 사람들도 있습니다. 이 이야기도 ‘공작’이란 영화보다 더 영화의 소재로 쓸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나중에 버림을 받았던 이 진달래회 이야기는 영화로 만들어도 될 겁니다. 당시의 조직원 몇 명은 한국에 있습니다.

아무튼 그런 배경이 있었는데, 보위부에서 저를 취조해보고 무슨 감을 잡았는지 “얘는 분명 진달래회 조직원인 것 같다”고 점을 찍은 것입니다. 물론 제게는 진달래의 ‘진’짜도 꺼내지 않았습니다.

진달래회 조직원이냐 이러면 진짜 조직원이면 맞다고 하겠어요. 죽어도 부인할 거니까 저에게 전혀 묻지도 않고 자기들이 판단해서 김일성대도 나왔으니 안기부가 찾는 인재겠다, 또 하필 제가 있었다고 가짜로 지어낸 지역이 진달래회 훈련기지와 가까웠어요, 또 심문 받는 게 나름 틈도 안보이고 하니 자기들이 “이건 훈련받은 조직원 맞다. 우리가 풀어주면 반드시 거기로 다시 찾아갈 것이다” 이렇게 판단해 미끼로 쓰려 작전을 짰습니다.

제 옆에 동갑내기 스파이 청년 하나를 역시 죄수로 꾸며서 붙여 몇 달 그 어려운 감옥생활 같이 하게 했어요. 신임 얻게 하려고요. 그 기간 이 친구가 내게 귓속말로 “한국과 연결된 줄이 있냐. 자기 외삼촌이 삼성 사장인데, 다시 탈북하면 꼭 데려가 달라” 이러고 세뇌시켰습니다. 저는 삼성 사장이라니까 연결만 해주면 한국에 갈 수 있을 줄 알고, 나중에 탈북할 때 이 친구 데리고 중국에 데려왔습니다.

사실 제가 보위부 감옥에서 나와 재탈북까지 이르기까지도 순탄치 않았지만, 너무 길어 이건 생략하겠습니다. 아무튼 이 친구 중국에 데려나와 영문도 모르는 고비를 많이 넘겼는데, 이것도 소설 하나 나올 얘기가 있습니다.

아무튼 결론적으로 저는 이 스파이를 따돌리고 한국에 왔는데, 제가 한국에 간 것을 확인한 뒤 이 스파이가 전화로 내게 고백을 했습니다.

“보위부에서 주성하의 신임을 얻어 같이 탈북하면 진달래회에 잠복할 수 있으니 무조건 붙어라” 이랬답니다. 저는 진달래회에 그 스파이를 안내할 미끼로 활용될 목적으로 석방된 겁니다. 저는 진달래회란 말도 몰랐고, 전혀 그런 내막을 모르니 천운이 살려준 줄 알았는데, 사실은 보위부가 착각을 하고 작전을 짜는 바람에 제가 살아난 겁니다.

어떤 의미로는 그런 착각이 천운은 맞겠네요. 그만큼 그때 보위부는 저 하나 풀어주는 것은 아무 것도 아닐 정도로 진달래회 근거지를 알아내 일망타진하고, 북한 내 침투한 조직원들 잡는 게 지상의 과제였습니다. 아마 놓쳐도 좋다 이런 위험을 감수하고 저 같은 미끼 여러 명 풀었을 겁니다. 그만큼 하나만 걸리면 대박인거죠.

그 공작을 짰던 보위부 고위 간부도 지금은 죽고, 스파이로 따라 붙어 저와 중국에서 한참 같이 있었던 그 친구도 수용소로 끌려가 죽고. 그 스토리도 풀면 여러분들이 다른 탈북민에게서 들어본 적이 없었던 극적 얘기가 많습니다.

그때는 한국으로 오는 루트도 없었고, 브로커도 없었고, 후원자도 없었고, 저 자신이 모든 것을 목숨 걸고 스스로 개척해야 했던 탈북 흐름의 초창기라 그런 경험을 한 것이죠.

돌아보면 한국에 오기까지 얼마나 많은 운명을 건 선택의 순간에 서야 해야 했겠습니까. 지금 돌아보면 그때마다 판단을 괜찮게 했다고 보지만, 그것보다 몇 배 더 중요한 것은 여러 번 천운이 도왔기 때문입니다. 보이지 않는 어떤 힘이, 저의 실수도 오히려 전화위복으로 바꾸어주어 제가 한국까지 무사히 오도록 이끈 듯 합니다. 그런 고비를 거쳐 지금 제가 여러분들 앞에 앉아 이렇게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오늘 이야기는 진달래회 이야기가 요점이니 이쯤에서 마치겠습니다. 사실 그때 진달래회가 없었다면 저는 이미 정치범수용소로 끌려가 지금쯤 이 세상 사람이 아닐 겁니다. 그런 점에서 저는 안기부에 고마워 해야겠죠. 오늘도 제가 여러분들이 들어보지 못했던 이야기 많이 공개했는데, 공감되시면 구독 안하신 분들 구독 버튼 열심히 눌러 주실거라 믿습니다. 지금까지 들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