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0명 중대 전원 사살한 북한판 실미도 사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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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성하 2020.09.14 15:41

실미도 사건을 모르는 분들은 아마 없으실 겁니다. 1971년 18명의 기간병을 살해하고 서울로 들어오던 북파공작원 24명이 버스에서 집중 사격을 받아 20명은 현장에서 죽고 4명은 총살을 입고 체포돼 사형당한 사건입니다. 실미도 사건은 극비로 30년 가까이 실체가 드러나지 않다가 1999년쯤부터 이슈가 됐습니다.

2003년 만들어진 영화에서 마지막 버스 안에서 포위돼 집중 사격을 받자 설경구가 자폭하는 장면이 아직 제 머릿속에 남아있습니다.  그런데 여러분, 북한에도 비슷한 사례가 있어 120명 한 개 중대 전체가 열차에 포위돼 사살된 사건이 있습니다.

이 이야기는 북한 중앙기관에서 간부로 있다가 오신, 저도 잘 알고, 술도 여러 차례 같이 마신 분이 증언한 내용입니다. 2005년에 북한은 1980년대부터 군부대들을 돌려가며 동원해 건설하던 금강산발전소 공사가 지지부진하자 발전소 전문 건설부대를 편성했습니다.

이 건설부대에 함남도 있던 7군단 산하 한 중대가 명령을 받고 건설부대에 배속되게 됐습니다. 금강산발전소 건설이 어떻다는 것은 북한 사람들 모르는 사람이 없습니다. 그냥 건설이 아니라 100리 굴을 뚫는데 자재도 변변치 않아 몸으로 때우는데, 수시로 낙석이 떨어지고 물이 터져나와 죽거나 부상당하는 일이 비일비재했습니다.

금강산발전소 건설 30여 년 동안 5000여명이 죽고 2만5000여명이 부상당했다는 이야기를 저도 들었습니다. 먹을 것도 제대로 공급되지 않고 훔쳐오려고 해도 주변에 인가도 없고 그야말로 생지옥인 곳입니다.

10년 군 복무하는 것도 모자라 이런 곳에 갑자기 끌려가 제대될 때까지 깊은 갱 속에 들어가 함마를 휘두르게 됐으니 얼마나 억울하겠습니까. 떠나는 날 이들은 중대에서 팔만한 것들은 장마당에 팔아 술과 음식을 바꿔서 기차에 탔습니다.

군인 차량은 맨 뒤에 붙였는데, 이 중대원들은 올라가자마자 술을 마시기 시작했죠. 도살장에 끌려가는 심정이라 울분이 가득하니 마지막으로 한번 실컷 취하기라도 하자는 생각이 아니었을까요.

그런데 북한 기차에는 군인들 증명서 검열을 하는 경무원들이 타고 있습니다. 한국으로 치면 헌병인 셈이죠. 민간인은 열차 보안원이 하고, 군인은 경무원들이 단속합니다. 접이식 자동보총을 소지하고 일반 경무원 병사들에게 군관들이 쩔쩔 맬 정도로 위세가 대단한데, 탈북민들은 잘 알겠지만 정말 건방집니다. 이런데 가려면 간부집 자식쯤 돼서 빽도 좋아야 합니다.

이 경무원 둘이 마지막 열차에 딱 들어가니 군인들이 단체로 술판이 벌어진 겁니다. 경무원들이 증명서 검열하겠다고 하자 술에 취한 군인들이 이건 또 뭐야 이랬겠죠. 원래 군인들이 경무원에 대해 악감정이 있습니다.

부모 잘 만나 편한 보직에, 뇌물까지 받으며 살 수 있고, 군 복무가 끝나면 대학도 잘 갑니다. 힘이 없어 갱도에 끌려가는 열 받는 상황에서 꽃보직이 나타나 증명서 내라고 하니 “야, 지휘관들에게 가서 물어봐” 이랬나 봅니다.

경무원들이 “지휘관에게 가서 이게 뭡니까” 하니 고참 병사들이 또 “계급도 아래인 어린 넘이 중대장한테 시비거냐” 이러다가 싸움이 붙었습니다.

쪽수가 비교 됩니까. 경무원들이 총을 벗어 쏘려니 완전히 자극을 받은 병사들이 달라붙어 총을 빼앗고 마구 때렸습니다. 다른 차량의 경무관들과 보안원들이 총출동했는데 군인들이 차량 문을 봉쇄하고 계속 구타했습니다. 끝내 경무원 두 명이 모두 내장 파열로 죽었습니다.

이게 위에 즉각 보고가 되자 최고사령부 명령이 즉각 하달됐습니다. 기차가 도중역에 서지 않고 강원도 고성군까지 직행했는데, 고성역을 지나 어느 골짜기에서 마지막 열차를 분리시켰습니다.

그 골짜기에 누가 있었냐. 최고사령부 명령을 받은 한 개 대대가 완전 무장을 하고 열차를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술에 취해 열차가 분리되는 줄도 모르고 있다가 열차가 서자 내다보던 병사들은 밖에서 갑자기 한 개 대대의 집중사격을 받게 됐습니다.

열차 한 개 차량에 한 개 대대가 둘러서서 총을 난사한다고 생각해보십시오. 순식간에 벌집이 되고 피가 도랑처럼 흘러내리겠죠. 마지막에 대대 군인들이 열차에 들어가 혹 살아남은 병사들이 있는지 확인하고 울면서 살려달라고 애원해도 모두 사살했습니다. 120명 모두가 싸움에 가담한 것도 아니지만, 애매한 병사들까지 단 한 명도 살려두지 않았습니다.

이후 인민무력부 총정치국과 검찰국이 현장에 급파돼 시신을 수습하고 소문을 막았는데, “최고사령관 동지의 명령에 불복종하는 자들은 죽어 마땅하다”고 선전했습니다. 군인 금주령도 김정일 지시로 내려졌지만, 이건 좀 있다 흐지부지 됐습니다. 그 세상에 군인이든 인민이든 술 없이 맨 정신으로 살 수 있겠습니까.

실미도 사건은 49년 전에 일어난 일인데, 오늘 이야기는 15년 전에 북에서 일어난 일이고, 북한에서 일어났던 수많은 끔찍한 비극들 중 하나입니다. 지금까지 시청해 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