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에 탈북 청년이 개성으로 돌아간 사건이 화제가 됐죠. 그런데 이 사건 말고도 탈북자 사회에서 북한으로 돌아가는 사건은 종종 일어납니다.
그런데 북한은 이렇게 돌아간 탈북민들을 이용해 북한에서 소위 탈북 방지 강연도 시키고 있습니다. 특히 4년 전에 중국 북한 식당 종업원 13명이 집단 탈북한 뒤 이런 특별 강연이 대대적으로 진행됐는데, 이때엔 종래엔 주민들만 받던 것이 확대돼 간부들까지 탈북 방지 교육을 받았습니다.
한국 내 탈북자의 생활이 매우 비참하다는 것이 강연의 주된 내용이긴 합니다. 실제로 있었던 일도 있고, 작은 일을 침소봉대한 것도 있는데, 이런 강연을 보면 내용들이 대개 이러루합니다.
“브로커들이 탈북자가 한국에 입국하기까지 비용을 정착금에서 빼앗고, 하나원을 통해 탈북자 정착교육을 하지만, 실제 정착에 도움이 되는 것은 없다”고 하는데, 이런 내용은 일부 맞는 말이긴 합니다.
그런데 이런 내용을 포함시켜 브로커나 하나원 등의 이야기를 하면 오히려 강연받는 사람들이 “아, 남쪽으로 가려면 브로커 도움을 받으면 되는구나. 한국에 가면 정착 지원 기관이 있구나” 이렇게, 모르는 사람들에게 이런 소식 알려주는 역효과를 만들기도 합니다.
이외 한국은 세금을 내지 않으면 살 수 없는 나라이며 돈이 없으면 치료를 받지 못하고 죽는다, 탈북자를 돕는 단체가 탈북자에게 기간이 지난 식료품이나 중고 옷을 가져다주면서 탈북자를 거지 취급한다, 한국의 탈북자들이 가족에게 보내주는 돈은 사실 탈북 가족의 돈이 아닌 북한 체제를 무너뜨리기 위해 비싼 이자를 주고 빌린 돈으로 궁극적인 목적인 탈북을 유도하기 위해서이다, 이러루한 내용도 있습니다.
그중에서 눈길을 끄는 대목은 이런 것도 있는데, “한국에 도착하자마자 여성은 여성의 삶을 포기하게 된다”는 것입니다. 즉 탈북자 심문기관에 들어가면 국정원 요원들이 여성들을 강제로 성폭행하지만 탈북자들은 이에 반항하면 감옥에 끌려가는 등 고초를 당하기 때문에 입을 닫고 살 수밖에 없다고 선전한다는 것입니다.
2016년에는 강연의 생동함을 더하기 위해 1년 전에 탈북한 여성이 일자리가 없어 노래방에서 몸을 팔고 있다고 북한 어머니와 통화한 음성을 강연 중간에 포함시켜 들려주기도 했다고 합니다.
그게 뭐 진짜 통화한 거겠습니까. 어느 여성이 실제로 노래방 다닌다고 해도 엄마한테 그런 말하겠습니까. 다 보위부에서 조작해 녹음한거겠죠. 강연이 끝나면 강연 진행자가 참가자 중 몇 명을 불러 세워놓고 “한국의 상황이 이렇게 비참한데 당신이 간다면 뭘 할 수 있겠는가”고 질문하는 과정도 있었다고 한다.
그래봐야 손바닥으로 태양을 가리는 꼴이죠. 북한 사람들은 한국이 잘 산다는 것을 다 알고 있기 때문에 간부들이 이런 강연을 듣고도 속으로는 당국의 치졸함을 비웃을 수밖에 없습니다. 간부들도 강연하면서 자기도 믿지 않을 겁니다. 아니, 자기가 제일 잘 알겁니다.
그런데 북한이 남조선이 사람 못살 곳이라고 교육한 것은 역사가 반세기가 넘죠. 그래서 1980년대 귀순자들은 어디 가보고 싶냐고 물으면 한강다리 밑에 가보겠다고 제일 많이 대답했다고 합니다. 한강 다리 밑에 거지들이 우글거린다고 하도 세뇌를 당해서 말입니다.
북한 외교관으로 있다가 망명해 서울에 온 고영환 선생도 이런 이야기를 했습니다. 하루는 외교부에서 남조선 실상 관련 강연을 듣는데 강사가 강연 대본 그대로 남조선이 썩고 타락했다면서 무려 600만 명의 여성들이 거리에서 몸을 팔고 있다고 하더랍니다.
그런데 상대가 누굽니까. 외교관들이 아닙니까. 가만 들어보니 그때 남조선 인구가 약 4000만 명이니 여성은 절반인 2000만 명이 되겠고, 이중 20~30대 여성 인구를 계산해보면 대략 600만 명이 나오는 겁니다.
그래서 “강사 동무, 600만 명이면 20~30대 남조선 여성은 전부 거리에 나와서 몸을 판다는 이야기인데 그건 좀 지나친 것이 아니오”하고 물었답니다. 강사도 듣고 보니 이건 할 말이 없지요. 그러니까 “음, 일리가 있네” 하고 돌아갔는데, 나중에 보니 강연 대본에서 매춘부 숫자는 600만 명에서 60만 명으로 수정돼 있더랍니다.
그때만 해도 북한은 자기들은 매춘부가 없다는 자신감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고난의 행군을 거치며 북한에서도 수많은 여성들이 먹고 살기 위해 몸을 팔아야 했습니다. 굶어 죽어가는 여성들에게 정조란 것이 어떤 의미가 있을까요.
요즘은 식량 사정이 그때보단 훨씬 낫지만, 한번 흐린 물은 쉽게 맑아지지 않습니다. 이젠 권력형 성범죄가 판을 치고, 대도시 뒷골목엔 마약과 매춘을 하는 여성들이 북한에도 많아졌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남조선에 가면 몸을 팔아야 한다고 선전하니 먹히겠습니까. 오히려 사람들이 몸을 팔 바엔 잘 사는 곳에 가서 팔면 몸값이 비싸겠다 이런 생각을 가질 수밖에 없습니다.
제가 중국에 탈북해 왔을 때 영화 ‘쉬리’를 보았는데, 거기서 북한군 특수군단 소좌 최민식이 한석규를 붙잡고 “니들이 한가롭게 통일 노래를 부르고 있을 이 순간에도 우리 인민은 나무껍데기에 풀뿌리도 모자라서 이젠 흙까지 파먹고 있어. 새파란 우리 인민의 아들딸들이 국경 넘어 매춘부에 그것도 단돈 100달러에 개 팔리듯 팔리고 있어”라고 침을 튀기며 울부짖을 때 저는 소름이 돋았습니다.
“저 작가 진짜 대단하다” “그게 바로 내가 절규하고 싶은 말이다” 이런 생각이 들며 우리 북한 동포들의 비참한 현실에 눈물과 분노가 솟구쳐 올랐습니다. 정작 여성들이 자청해서 중국에 팔려가고 싶어하는 그런 지옥을 만들고선, 잿더미에서 한강의 기적을 쓰고 전 세계에서 ‘코리안’의 위상을 높여준 한국을 깎지 못해 발버둥질치는 북한 당국이 정말로 가소롭습니다.
오늘 시간엔 북한의 먹히지도 않는 탈북 방지 대책 교육의 실태에 대해 말씀드렸습니다. 요즘은 이런 것도 안 먹히니 국경 1㎞ 안에 접근하면 예고없이 사살하라는 지시까지 내리며 광분하고 있는 거겠죠. 그런다고 침몰해가는 배가 다시 뜰 순 없는 일입니다. 지금까지 시청해 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