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에서 가장 운이 좋은 한국인, 장군님 거시기 소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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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성하 2020.10.13 11:28

제가 여러 차례 북한에서 김 씨 일가의 우상화 때문에 벌어지는 희비극을 소개해 드렸습니다. 그런데 오늘은 그런 희비극의 끝판왕이 아닐까 싶은 스토리를 하나 말씀드리려 합니다. 재미는 있는데, 이게 19금이 살짝 들어간 얘기라 어떤 분은 민망하다고 생각할지도 모르겠습니다. 양해하고 들어주십시오.

북한에 갔다가 운이 가장 좋은 한국인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이번 이야기는 제가 한국에 와서 통일부에 출입하던 선배한테서 전해 들었던 이야기입니다. 주성하TV는 구독도 좋아하지만, 끝까지 들어주시면 더욱 감사합니다.

이 일이 벌어진 시기는 1990년대 후반입니다. 한 남한 사업가가 북한 황해도 지역을 사업차 방문해서 그곳 간부들과 술을 마시게 됐는데 술자리에서 이런 이야기도 오가게 됐습니다.

사업가가 “제가 전주 김 씨인데, 듣기론 김일성 수령님도 전주 김 씨라고 들었습니다”고 했습니다. 그랬더니 북한 간부들이 맞다고 머리 끄덕였습니다.

이 사업가가 흥이 오른 상태고, 또 술도 마신 상태라 이런 이야기 막 했습니다. “아, 그러면 김정일 장군도 전주 김 씨겠네요. 그런데 비밀 하나 알려줄까요. 우리 전주 김 씨들은 말이여, 남자들이 모두 거시기 크고 정력이 세서 인기 좋아요. 김정은 장군님도 거기기가 말이지 거시기하게 거시기할거라고….”

제가 민망해서 노골적으로 옮기기 어려운데, 아무튼 거시기한 발언을 쏟아낸 것입니다. 제가 일일이 말 하지 않아도 대충 어떤 말이 오갔는지 분위기 짐작이 가시죠? 남자들이 술자리에서 하는 19금 그런 말이 오갔던 것이죠.

북한 간부들이 입을 짝 벌리고 잠시 할 말을 잃은 사이 이 사업가가 자기 딴에는 재미있는 술자리용 이야기한다고 계속 횡설수설했습니다. 그런데 여러분, 북한에 이만한 불경죄가 또 어디 있겠습니까.  북한 사람이 이런 말을 했다가는 처형되고 가족도 정치범수용소에 가야 합니다. 이 사업가는 즉시 신고를 받고 북한 보위부에 억류됐습니다.

그런데 싱겁게도 이 사업가가 하루 이틀 있다가 너무 쉽게 풀려났는데, 그런 발언을 북에서 하고도 살아오다니 이상하지 않습니까.

나중에 사연을 어디서 전해 들었는데 이게 코미디입니다. 해당 지방 보위부에서 남한 사업가를 잡아놓았고, 남북관계에 영향을 미칠 문제이니 중앙에 경위서를 제출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그래서 쓰려고 보니 이거 어떻게 써야 합니까. 그 말을 도무지 보고서에 옮겨 적을 수가 없었던 것입니다. 어느 간 큰 놈이 감히 보고서에 이 사람이 장군님 이러이러하게 모욕했다고 쓸 수 있겠습니까. 그거 쓰는 거 자체가 불경죄인 나라가 북한입니다.

북한에서 장군님 거시기 어쩌고저쩌고 적힌 보고서 자체가 존재할 수도 없고, 그거 올렸다가 위에서 “나보고 이걸 전달하라고”하며 화를 내면 보고서 작성한 사람이 까딱하다 목이 날아갈 수가 있는 겁니다.

보위부에서 아무리 고민해도 이거 중앙에 보고했다간 오히려 자기들이 피해를 볼 것 같으니 할 수 없이 이거 없던 일로 하자고 하고, 사업가 불러다 조용히 “앞으로 절대 그러지 말라”고 경고하고 풀어주었다고 합니다. 이 사람은 방북한 남한 사람 중에 아마 가장 운이 좋았던 사람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좀 다르긴 하지만 김정일을 모욕했다고 펄펄 뛴 비슷한 사례가 2004년 4월에 또 일어났습니다. 그런데 이건 거시기한 발언은 아닌지라 북한이 문제를 걸었죠.

당시 금강산을 방문한 통일부 사무관이 금강산 바위에 ‘천출명장 김정일’이라고 새긴 글을 보고 한마디 했습니다. 다 아시다시피 북한은 후대들에게 길이 전해줘야 할 자연 명승지에 35~50m 높이의 큰 글씨로 김 씨 일가 우상화 문구를 잔뜩 새겨놓고, 거기에 빨간 페인트칠까지 해놓아 멀리서도 보이게 만들었습니다.

이 사무관이 ‘천출명장’이란 글을 보고 “우리 남쪽에는 천출이란 뜻이 천한 출신이라는 뜻으로 쓴다”고 했습니다. 북한은 나름 ‘하늘이 낸 명장’이라는 뜻으로 천출이라 적어놓았는데 그걸 “천한 출신의 명장”이라고 해석했으니 북한 관계자들이 화를 낸 거죠.

여러 명이 있을 때 말하면 봐줄 수도 없습니다. 신고하지 않으면 자기들이 잘못되는 게 북한 시스템이죠. 그래서 그때 이산가족 상봉이 중단되고 난리 났습니다만, 다행히 이 사무관은 살아 돌아와 엄중경고 받고 전보조치 됐습니다.

그래도 그때는 남북관계 좋았을 때니 이만큼이라도 된 겁니다. 그런데 북한이 그 말에 찔렸는지 2007년에 천출명장 글씨 안의 붉은 페인트를 다 벗겨냈다고 합니다.

한국 사람들이 멀리서 그 글을 보고 천한 출신의 김정일을 떠올릴까봐 그랬던 것 같습니다.김 씨 독재정권이 무너지면 명승지들의 바위마다 깊이 새긴 이 글씨들을 또 어떻게 메워버려야 할지 그것도 후손들이 깊이 고민해야 할 것 같습니다. 오늘 방송은 여기서 마치겠습니다. 들어주셔서 감사합니다.


   
탈북민 10/16 02:05 수정 삭제
북한궁금해서 이런 글을 읽을 사람들이 대체 남한에 몇이나 될가요? 통일에 대한 열이 식어 얼어가는 이 시대에 철없는 젊은 사람들이 먹고 살아나기도 빠듯하여 국내정치에 더 집중하는데 몇이 아직도 북한세상이 신기해서 한가히 이런 글을 읽을거며 또 이런 글을 읽으면 남북통일에, 북한민주화에 도움이 될런지 모르겠습니다.

예전의 주기자님의 정치분석글들이 그립습니다. 일단 개인블로그인것 만큼 이전 동아일보틀에서 나와 북한주민의 견지에서 통일, 북한정치, 남한정치, 국제정치 분석글들을 많이 써주시면 좀 더 흥하리라고 생각하는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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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나가다가 10/17 09:50 수정 삭제
주기자님 글 읽고있는 남한 사람들 꽤 있습니다. 저 부터도 그런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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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북민 10/19 00:32 수정 삭제
그렇다면 좋지만서도 먼가 허전한 느낌이 드네요.

이전 서평블로그를 관리하실때는 정치적 성격이 낀 글들과 논평도 많이 하셔서 친통일 반통일, 친중반미 반중친미파들이 서로 토론하고 그러면서 나름대로 이 나라의 앞날과 북한민주화, 통일에 대한 뜻있는 국민들의 토론마당이 되고 북한외교관들 (태영호)도 몰래 눈팅하는 자유와 희망의 등대가 됐었는데 이 블로그는 그냥 취미삼아 하는 재미난 이야기와 남한 아줌마들이나 호기심 가질만한 김정은이 호적이나 사생활, 이미 오래전에 다 알려진 북한내부소식같은 이야기거리가 더 많으니 개설하여 시간이 많이 흘렀지만 쓸쓸하네요.

제 말이 남의 잔치집에 와서 감노라 배노라 하는것처럼 들렸다면 죄송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