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도착 첫 소감, 내가 놀랐던 세 가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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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성하 2020.10.16 17:44

탈북민들이 유튜브를 시작하면 대체로 빠뜨리지 않고 하는 이야기가 한국에 도착한 첫 소감이더라고요. 저도 오늘 한번 편안한 마음으로 한국에 도착한 소감 이야기해볼까 합니다. 국뽕 양념 칠한 이야기는 저도 싫어하니까, 저는 솔직하게 이야기하겠습니다.

저는 한국에 올 때 중국 장춘에서 바로 비행기를 타고 왔습니다. 그때는 동남아루트 이런 것이 없었고, 몽골 루트도 막 개척하던 때라 한국으로 올만한 선이 별로 없었습니다.

제가 제 탈북 이야기 지금까지 3편만 공개했는데, 사실 말하자고 작정하면 20부 넘게 할 수도 있습니다. 비행기 타고 오던 이야기도 풀면 꽤 길 수 있는데, 요약하면 1만 달러, 당시 중국돈으로 8만2000위안을 한국에 도착하면 주기로 약속하고 떠났습니다. 물론 그 돈은 한국에 와서 벌어서 다 주었습니다.

2002년 3월 16일이 제가 한국에 도착한 날입니다. 그때 인천공항이 새로 건설됐던 때라 번쩍번쩍할 때였습니다. 공항에서 내려 위조여권은 찢어서 버리고 출입국 여권 검사하는데 가서 북에서 왔다고 했습니다. 그랬더니 어디로 데려가는데, 제가 올 때 신분 증명하려고 김일성대 직인이 찍힌 증명서 하나 들고 왔습니다.

그걸 들고 옆방에서 국정원에 보고하는 것 같은데 아직 잊혀지지 않는 게 “간만에 쓸만해 보이는 친구 하나 왔다”고 하는 말이 제 귀에 들렸습니다. 한 4시간 넘게 있다 나오라 해서 나갔더니 버스 하나 왔더군요.

공항에서 나가는데 국정원 요원이 “이 공항 멋있죠?” 이러는 겁니다. 그런데 제가 공항 둘러본 것도 아니니 사이즈는 볼 수도 없고, 1층에 출입국 통로로 나가는데 대리석 붙인 통로만 보이는데 “속으로 이걸 대단하다고 하나”고 생각했습니다. 중국 호텔 가도 그런 대리석 건물은 많이 있습니다. 건성으로 “예” 했지만 속으론 “이 정도가 자랑거리나” 싶었죠.

그땐 국정원 조사 기관이 대방동에 있었는데, 서울로 쭉 오는데, 밤이 된데다 창문에 커튼을 치고 밖을 내다보지 말라고 합니다. 그래도 몰래 내다봤는데, 밖이 새까만데 저 멀리 불빛이 쭉 한 줄로 늘어서 있는데, 그게 뭔지 궁금했습니다.

나중에 알고 보니 그게 강변북로 가로등이었습니다. 저희는 올림픽대로로 가는데, 가운데가 한강인 줄도 모르고 불빛 하나 없으니 논인가 싶었는데, 논 끝에 화려한 가로등이 쭉 늘어서 있으니 궁금했던 겁니다.

오다가 KBS 건물의 간판을 보고, “이게 KBS구나. 드디어 서울 오긴 왔구나” 하고 실감나던 기억이 납니다. 서울 와서 차가 막히긴 했는데, 그것도 보고 별로 느낌이 없었습니다. 중국 도시도 차가 많이 막히거든요.

대방동 조사 기관에 들어가서 독방 하나 안내해 주는데, 책상하고 옷장, 작은 TV 정도 있었는데 그것도 뭐 어느 나라에서나 볼 수 있는 거니 별 다른 느낌이 없었고, 오히려 방이 참 낡았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제가 기억하는 첫 놀라움은 그날 저녁에 벌어졌습니다. 저녁에 창문에 서서 밖을 내다보는데, 뭐가 제일 많이 보인 줄 아십니까. 제가 있던 방이 4층인데, 대방엔 그때 아파트가 거의 없어서 멀리까지 보였습니다.

사방에 십자가가 보이는 겁니다. 제가 세보니 제 창문에서 12개인가 13개인가 보였습니다. 제가 그때 교회에 무지하진 않았습니다. 중국에 있을 때 교회도 다녔고, 기독교 교리도 잘 압니다만, 이 좁은 구역에 교회가 12개나 있어 놀랐던 거죠.

“이 교회들 다 어떻게 먹고 살지? 경쟁이 참 치열하구나. 저렇게 많을 때는 이유가 있을 건데 혹시 한국에 살려면 의무적으로 교회 나가야 하는 건가”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두 번째, 세 번째 놀라운 느낌은 하나원 갈 때 받았습니다. 저는 한달 정도 조사받고 경기도 안성에 있는 하나원에 다른 사람들과 버스를 타고 갔는데 경부고속 타고 갔습니다. 지금은 어떤지 몰라도 그땐 오토바이를 탄 경찰들이 에스코트 해주었습니다.

사실 저는 북에 있을 때부터 외국 영화 이런 거 많이 봤습니다. 김일성대 외문학부 나오면 외교관이나 무역일꾼들로 가는 경우 많습니다. 그런데 일반 주민들처럼 교육하면 해외 나가서 충격 받을 게 아니겠습니까.

그러다보니 미리 예방주사처럼 외국 상황을 보여주는 비디오도 좀 보게 되는데, 그러다보니 저는 북한 내에선 해외 문물을 가장 많이 접하는 대학 교육을 받았습니다. 그래서인지 차가 많고, 건물이 멋있고 이런 건 별로 감흥이 없었고, 또 중국에 있을 때 한국 TV도 많이 봤습니다.

그런데 경부 타고 가면서 보니 산마다 푸르른 겁니다. 사람이 들어갈 자리 없이 빽빽하게요. 그게 인상적이었습니다. “이렇게 큰 도시 옆에 있는 산도 저렇게 관리가 되는구나, 여기 사람들은 산에 관심이 없구나” 이런 생각 들었습니다. 물론 가스를 쓰니 나무를 베어낼 일도 없죠.

세 번째는 한참 가다보니 숨이 막히는 겁니다. 한 굽이돌면 아파트가 빼곡하게 서 있고, 또 돌면 또 아파트가 차 있고. “뭔 아파트가 이리도 많나. 공백과 여유가 없구나. 정말 숨이 막히는구나” 이런 느낌이 들었습니다.

도시 벗어나면 가끔 산도 보이고, 들도 보이고 할 거라 봤는데 어느 골짜기를 봐도 아파트가 빼곡하니 인구밀도가 장난 아니구나 하는 느낌이 왔습니다. 지금은 많이 적응됐지만, 지금도 저는 빌딩 숲에서 가끔 숨이 찹니다. 어촌에서 나서 자라서 그런지 산도 바다도 그립고, 여전히 목가적인 분위기에 끌립니다.

저는 한 5년 뒤에 홍콩에 갔다가 그 숨 막히는 느낌 다시 받았습니다. 거긴 60~70층짜리 아파트가 좁은 도로 사이로 빽빽하게 들어서 있어 “서울은 양반이다”고 생각하고 왔습니다.
오늘 이야기 정리하면 “교회가 왜 이리 많지? 산이 어떻게 이렇게 푸르를 수 있지? 아파트 숲에 파묻혀 여유가 없이 빽빽하구나” 이 세 가지가 제가 한국에 와서 처음 받은 대표적인 소감들이었습니다.

재미있게 들으셨는지 모르겠습니다. 오늘 이야기는 여기서 마치겠습니다. 시청해 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