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상분계선 순찰 중 자폭으로 침몰한 북한 구잠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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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성하 2020.11.19 17:37

저번에 제가 북한 분대장 한 명이 서해함대 잠수함 11전단 병기창에 들어가 자폭해 한 개 전단 탄약이 몽땅 날아나고 핵폭발로 착각할 정도의 폭음과 함께 40여명의 해병이 현장에서 사망했다는 것을 전해드렸습니다.

그때 제가 이것은 북한 해군의 3대 최악 참사 중 하나라고 했는데, 로미오급 침몰과 병기창 폭파와 함께 김정은 시대에 발생한 최대 사고를 오늘 말씀드리겠습니다.

2013년 11월 2일 북한 언론은 김정은이 전투임무를 수행하다 희생된 해군 제790군부대 용사들의 묘를 찾아 참배했다고 보도했습니다. 북한은 이때 10월 중순에 구잠함 233호의 지휘관과 해군들이 전투임무를 수행하던 중 희생됐다고만 말했지 왜 죽었는지 밝히지 않았습니다.

김정은은 묘비에는 묘주의 이름이 있어야 한다면서 죽은 해병들의 묘주를 자청하면서 자기 이름을 묘비에 적으라 했고, 북한 방송원들은 또 울먹울먹한 특유의 코맹맹이 소리를 내며 사랑과 감동이라고 칭송했습니다.

이것이 북한 언론에 보도된 뒤 이 군함의 침몰 원인에 대해 파도가 높아 가라앉았다는 설, 폭뢰를 던지다 폭발했다는 설, 또 구잠함이 아니라는 설 등이 한국에 퍼졌고, 몇 명이 죽었는지도 화제가 됐습니다. 제가 북한 해군 출신에게서 이 사고를 직접 들었습니다.

일단 당시 침몰한 것은 구잠함이 맞습니다. 구잠함이란 잠수함을 잡는 군함인데, 폭뢰를 싣고 다닙니다. 주로 2차 세계대전 때까지 많이 건조됐고, 이후엔 구축함, 호위함, 초계함 등에서 폭뢰를 직접 발사 가능해서 1950년 이후에는 거의 건조되지 않습니다. 한국에도 구잠함이 있었는데, 한국 해군의 첫 군함으로 6.25전쟁 발발 직후 부산으로 상륙하기 위해 몰래 오던 특수부대원 600여명이 탄 북한 수송선을 침몰시켜 전세를 바꾼 백두산호가 바로 미국에서 중고로 사왔던 구잠함이었습니다.

구축함에서도 폭뢰를 발사가능한 뒤로 발전된 나라는 구잠함이라고 따로 만들 필요를 못 느꼈는데, 소련과 중국을 포함한 3세계 나라들이 구잠함을 썩 이후에도 건조했습니다. 북한은 1970년대 중반 중국 청도함대에서 450톤급 구잠함 4척을 중고로 사왔습니다. 말이 중고이지, 만든 지 4년 정도 된 새 배였습니다. 원래 500톤급 미만은 정이라고 불러야 하는데, 이상하게 구잠함은 500톤급 미만도 함이라고 불렀습니다.

이 구잠함들은 북에 들어와서 사실상 경비함처럼 운용됐습니다. 앞뒤에 57미리 함포 붙이고 37미리 쌍신 고사포도 설치하고 다니는데, 한국과 미국의 잠수함에 대항하기 위해 폭뢰도 싣고 다닙니다. 폭뢰는 보통 20~30발 싣는데, 가끔 필요하면 기뢰도 싣고 가서 부설합니다. 구잠함 탑승 인원은 35명~40명입니다.

그런데 2013년 10월에 있었던 사고는 파도가 높아서 배가 가라앉은 것이 아니라 폭뢰가 터져 순식간에 군함이 침몰한 사고입니다. 당시 이 군함은 동해 해상분계선에서 경계임무를 수행하던 중인데 폭뢰 발사 상황이면 적국 잠수함이 들어왔다고 비상을 걸었던 것 같습니다.

북한 폭뢰는 1개 당 장약 폭약량이 20㎏입니다. 이것도 군사비밀이지만 제가 오늘 밝히는 겁니다. 이런 폭뢰가 20발만 터졌다고 하면 400㎏ 화약이 터진 셈이 되는데, 중어뢰 두 발 동시에 맞은 것과 같은 충격이 있습니다. 아니죠. 배 내부에서 터지면 순간에 군함이 사라집니다.

폭뢰는 발사 전에 신관을 끼웁니다. 이것도 수동으로 수압조절을 맞춰서 넣는데, 50m 아래에 터지게 하려면 5기압에 맞추고 100m 아래에서 터지게 하려면 10기압 맞춥니다. 그리고 배에서 바로 뚝 떨어뜨리면 배와 부딪쳐 폭발할 게 아닙니까. 그러니까 폭뢰도 발사합니다. 배가 앞으로 가면서 뒤에서 발사하는데, 발사거리는 40m입니다.

그런데 구잠함 233호은 폭뢰가 폭발했다고는 알지만, 다 죽었으니 원인은 정확히 알 수가 없습니다. 그냥 전문가들은 폭뢰 투하 상황이 돼서 신관을 맞추다가 폭발했을 정황이 가장 유력하다고 판단합니다. 폭뢰 폭발로 배가 순식간에 가라앉고 35~40명인 탑승인원도 순간에 사라졌죠. 이 사람들 시신도 못 찾습니다.

그런데 김정은이 가서 묘비에 자기 이름 새기면서 쇼를 한 것은 뭐냐. 이건 죽은 해병들이 남은 유품을 묻은 것이라고 합니다. 즉 시체가 없는 합장묘인 셈입니다. 이 사고 이후 해군사령관 김명식은 부임된지 6개월밖에 안돼서 그런지 살아남았는데, 해군 사령부 정치위원이 대대급인 어뢰정 편대 정치위원으로 강등됐습니다.

2000년대 들어 북한은 경제가 파탄 나 제대로 된 군함을 못 만드는데, 이렇게 자꾸 사고로 소모되니 환장할 지경이겠죠. 하긴 1970년대 초반 만든 구잠함은 이미 50년이 돼 가는데, 한국이라면 두 번 폐기처분해야 할 고물입니다.

어차피 북한은 전쟁이 나면 해군은 사실상 포기한지 오랩니다. 잠수함이 좀 쓸만하지만, 이것도 80척 상당수가 고물입니다. 물론 천안함처럼 우리가 방심할 때 기습은 가능하지만, 실전 상황에선 거의 못씁니다. 다음 시간엔 해군 이야기 나온 김에 천안함 공격한 북한 1번 어뢰의 비밀을 최초로 공개하겠습니다. 아마 반응이 클 것이라 봅니다. 지금까지 시청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