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에서 태어났다면, 대학에 갔을까" 북한 수능 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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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성하 2020.12.07 14:56

오늘은 좀 말랑말랑한 주제를 다뤄보려 합니다. 3일이 수능시험인데, 이날은 온 나라의 시선이 거기에 가있습니다. 그래서 오늘은 북한의 수능에 대해 한번 이야기해보려 합니다.

제가 와보니 여기 교육열은 정말 장난이 아닌데 그 열기가 수능일에 최고로 분출하더군요.

저도 북에서 선생님도 해봤기 때문에 교육에 관심이 크고, 북한의 교육에 대해선 영상 10개를 만들어도 모자랄 정도로 알고 있지만, 문제는 이렇게 말랑말랑한 주제는 사람들이 보질 않더군요.
그냥 죽이고, 터지고 이런 자극적인 이슈에만 수십 만 건씩 조회수가 나오니 이왕 똑같은 품이 드는 바엔 자꾸 자극적인 이슈를 다루게 됩니다. 오늘 많이 봐주시면 제가 교육과 같은 연성 이슈를 자주 이야기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본론에 들어가면 북한은 전국적인 수능이 없습니다. 대학입학시험만 있죠.

북한 대학입학시험의 특징은 첫째, 졸업생의 15~20%만 대학에 갈 수 있다는 것, 둘째, 대학 갈 놈은 3년 전에 이미 정해진다는 것, 셋째, 지역할당제라는 것, 넷째, 시험 점수를 공개하지 않는다는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북한의 학제는 소학교 6년, 초급중학교 3년, 고급중학교 3년입니다. 그런데 학교 졸업생 중 대학에 가는 비율은 15~20% 정도밖에 안됩니다. 대학가고 못 가고는 대학입학시험 3년 전인 초급중학교를 졸업하면서 거의 결정이 난다고 봐야 합니다.

북한에는 각 도에 도소재지 명칭을 딴 이공계 인재를 키우는 1중학교가 있고, 외국어 영재를 키우는 외국어학원이 있고, 예술 인재를 예술학원이 있는데, 15세에 초급중학교를 졸업하면서 이런 곳에 가야 일류 대학에 갈 수 있습니다. 일반 고급중학교에 진학하면 시험 자격 자체가 거의 주어지지 않습니다.

평양에는 평양제1중학교, 창덕학교, 모란봉 제1중학교, 동평양 제1중학교까지 1중학교가 4개나 있습니다. 외국어학원도 평양외국어학원, 통일거리에 있는 시급의 시외국어학원이 있다. 이런 곳을 졸업해야 김일성대나 김책공대, 외국어대학과 같은 중앙대학 시험 자격이 나옵니다.

물론 일반 고급중학교에도 간혹 추천이 나오지만 확률이 매우 낮으니 일반 사람들은 꿈도 꿀 수 없습니다. 실례로 요즘은 김일성대 같은 경우 지방 1개 군에 1명 정도밖에 나가지 않습니다. 기타 중앙대학에 가려고 해도 일반 고급중학교를 졸업해서는 어림도 없습니다.

또한 북한의 대학입시는 철저히 지역할당제입니다. 가령 김일성대의 경우 평양 학생 절반, 지방학생 절반이 입학합니다. 제가 입학하던 1990년대 초반엔 그해에 1300명 입학시켰는데, 750명이 평양이고, 750명이 지방입니다. 시험자격은 딱 두 배인 2600명에게 줍니다. 이걸 폰트라고 하는데, 평양이 1300명 폰트 가져가고, 지방이 1300개 가져갑니다.

지방에 도와 특별시가 10개니 한개 도에 평균 130개 정도 시험자격이 내려갑니다. 그럼 간부들이 몰려 있는 도 소재지에서 70~80개 풀고, 나머지 일반 시군에 가는데, 지금은 외국어학원과 1고등이 더 많이 가져갑니다. 대학에 추천받고 시험 친 학생의 절반이 떨어지게 되는데, 재수란 것이 없으니 떨어지면 보통 군대에 가야 합니다.

그런데 기회는 나중에 한 번 더 있습니다. 대학 입학생의 절반은 학교 졸업하고 시험치는 학생이고, 절반은 제대군인입니다. 최소 5년 이상 군 복무를 하고 부대에서 추천받아 와야 또 대학시험 칠 수 있고, 이게 재수인 셈인데, 군에 가서 대학입학 폰트 받기는 정말 힘듭니다. 이때는 성적을 안보니 거의 간부집 자식들이 가져갑니다.

김정은 체제 이전에는 대학입학시험 과목이 혁명역사 국어 영어 수학 물리 화학 6개 과목이고 체육은 기준체력을 통과하나 보는 형식적인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김정은 체제 이후 국어가 빠지고 대신 역사·지리가 들어갔습니다. 한국에 온 탈북자들이 가장 약한 것이 역사인데, 북한에선 거의 잘 배워주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가령 한국사라고 하면 고조선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45분 수업 30~40시간에 다 배우고, 세계 역사는 더 진도가 빠르죠. 게다가 봉건왕조의 역사는 알 필요도 없다고 잘 가르치지 않으니 탈북자들이 세종, 정조 이런 왕을 몇 명만 알아도 잘 아는 셈입니다. 김정은이 올라서서 지리, 역사에 무지한 것이 화가 났는지 이걸 대학입학시험에 넣었습니다.

대학입학시험은 과거엔 추천받은 대학에 직접 가서 쳤습니다. 제가 있을 때엔 주관식이었는데 채점자가 개입해 점수를 조작할 여지가 많았고, 이때도 시험문제 빼돌리려고 경쟁이 치열했습니다. 시험지는 대학끼리 교환해 채점하기도 했는데, 이 대학의 시험지가 어느 대학에 가는 지는 극비 사항입니다. 그래도 부패를 완전히 막진 못했습니다.

그런데 북한이 2015년부터 자동채점시스템과 객관식 시험을 도입했습니다. 수험생들이 직접 컴퓨터에 마주 앉아서 답을 찍어 시험을 치고, 시험이 끝나면 점수는 곧바로 모니터에 공개됩니다. 심지어 지방학생이 평양에 가서 시험을 칠 필요도 없는데, 각 도 소재지에 있는 전자도서관에 앉아 국가정보통신망으로 시험을 치면 컴퓨터가 시험 점수를 알려줍니다.
북한은 정전이 잘되니 시험을 치는 컴퓨터에는 전기 공급체계를 특별히 따로 만듭니다.

물론 이렇게 시험 점수가 즉석에서 공개돼도 출신성분을 따라가긴 어려운데, 당에서 특별히 배려해야 하는 대상은 점수가 낮아도 대학에 갑니다. 그래서 북한 대학은 합격자 점수를 공개하지 않습니다.

저는 주관식 시험 세대인데, 북한도 찍기 세대로 바뀐 것을 보면 감정이 묘합니다. 찍기는 공정성을 담보할 수 있지만, 개인적으론 창의력 키우는 건 주관식 교육이 낫다고 봅니다.

그럼 북한에선 어떤 대학이 선호될까요. 이것도 수십 분 말해도 모자란데, 간단히 말하면 북한의 요즘 구호가 “보내자 외국으로! 보내자 평양으로!”입니다. 즉 평양 중앙대학, 그리고 외국 나가 달러 만질 수 있는 외국어 전공이 인기가 많습니다.

아무튼 오늘 간략하게 북한의 수능 제도를 설명해 드렸는데, 반응을 봐서 북한의 교육제도가 인기가 있으면 나중에 여러 차례 소개하겠습니다. 재미있는 얘기도 많고, 또 교육 말고도 다른 분야의 말랑말랑한 주제도 할 말도 많지만 오늘은 여기서 줄이겠습니다. 시청해 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