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탈에 분노해 분신한 여성. 김정은 시대 첫 분신사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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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성하 2020.12.14 14:58

제 유튜브를 찾아주시는 많은 분들이 왜 북한에서는 민중봉기가 일어나지 않느냐고 물어봅니다. 이에 대해선 제가 2월에 민중봉기가 일어나지 않는 이유, 쿠데타나 암살이 불가능한 이유를 각각 동영상을 통해 올렸으니 한번 찾아봐 주십시오. 그걸 들으면 이해가 되실 겁니다.

제가 대학 때 비밀조직을 만들려 했다고 말씀드렸는데, 그때 한 친구가 김일성대 22층 건물 옥상에서 삐라를 뿌리고 분신하겠다고, 그래서 이 나라를 깨우치는 한점 불씨가 되겠다고 했을 때 저는 새벽까지 설득했습니다.

“네가 죽어도 삐라를 주어볼 사람도 없고, 또 죽었다는 소문이 대학 울타리를 넘지도 못하고, 가족까지 다 수용소에 가야 한다”고 말입니다. 북한은 그런 곳입니다.

삐라를 주어볼 자유조차 없는 곳이고, 분신이 아니라 심지어 자살만 해도 가족들은 연좌제에 걸려 추방되고 출세도 못하게 됩니다. 왜냐하면 자살은 지상천국이라고 선전하는 북한을 배신하는 일이고, 김 씨 일가를 따라 혁명할 생각, 즉 본질적으론 김 씨 일가의 노예로 살기를 거절했다는 의미이기도 하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그런 북한에서 김정은 시기 들어와 여성이 분신 자결한 사례가 있습니다. 아마 북한 사람이 분신한 사례는 제가 알기엔 이것이 처음 아닌가 싶습니다. 이제부터 말씀드릴텐데, 주성하TV는 구독, 좋아요보다 끝까지 들어주시면 더욱 힘을 얻습니다.

분신 사건이 벌어진 때는 김정은 집권 첫 해인 2012년이고, 지역은 자강도 고풍군입니다. 고풍이란 지명은 북한 사람들도 있는지 없는지 잘 모르는 외지고 작은 군인데, 예전에 압록강 옆 초산군에 속해 있다가 따로 떨어져 나왔습니다.

초산이란 지명은 많이들 아시죠. 국군에도 초산부대가 있습니다. 6사 7연대인데, 1950년 10월 26일 바로 국군 6사 7연대가 초산의 압록강까지 진격해 수통에 물을 담으며 감격의 순간을 맛보았던 부대입니다. 바로 국군이 점령했던 그 초산에서 고풍이 전쟁 이후 떨어져 나왔는데, 이곳은 논은커녕 밭도 변변한 곳이 없고, 철도도 없고, 도로도 변변치 못한 외진 산골 지역입니다.

둘러봐도 산밖에 없는 곳이기 때문에 이곳 사람들은 산에서 소득을 창출하곤 했습니다. 산열매, 잣, 약초 등이 주요 소득원인 것입니다.

그런데 어딜 가나 악독하고 부패한 관리들은 다 있죠. 바로 이 고풍에도 ‘오빠시’라는 별명으로 불리는 악독한 보안원이 있었습니다. 군 보안서 소속은 아니고 리 분주소, 즉 우리로 치면 파출소 경찰인데 이놈이 계속 사람들 못살게 굴고 뺏어먹고 그러고 살았습니다. 어딜 가나 보위부나 보안서에 이런 놈이 꼭 있습니다.

그런데 2012년 가을에 잣을 수확할 때 이곳에서 잣 되거래 장사를 하는 여인이 이 보안원에게 2톤의 잣을 단속당해 빼앗기게 됩니다. 되거래 장사꾼은 쉽게 말하면 도매상이라고 할 수 있는데, 잣도 원래 개인이 몰래 팔지 못하게 돼 있습니다.

산이 다 국가 소유이기 때문에 이곳에서 나는 생산물은 원천적으로 국가 소유인 것입니다. 명색이 그렇다는 것이고, 솔직히 산에 올라가 약초 캐고, 잣 따고 하는 것을 어떻게 단속합니까. 개인들이 몰래몰래 다 채취해 팝니다.

하지만 이 여인은 워낙 많은 양을 움직이다보니 신고가 들어가 단속에 걸리게 됐는데, 이것도 원래는 다 뇌물 먹자는 수작이죠. 단속되면 북한말로 뇌물을 쓰면 대충 넘어갑니다. 이걸 북에선 ‘고인다’고 하죠.

그런데 이 보안원놈이 뇌물을 먹지 않고 아예 잣 2톤을 다 먹으려 한 겁니다. 잣 2톤이면 비쌀 때는 2000달러가 넘는데, 고풍같은 산골에선 그 정도 돈이면 우리로 치면 강원도 태백에서 10억쯤 되는 큰 돈이라 할 수 있습니다.

그걸 졸지에 떼이게 됐으니 얼마나 억울하겠습니까. 결사적으로 항거하던 이 여인은 끝내 잣을 뺏기게 되자 “내가 눈을 뜨고 네가 먹는 것을 봐줄 수 없다”면서 휘발유를 가져다 잣을 실은 소달구지에 붓고, 자기 몸에 붓고 그리고 분신자살했습니다.

보안원은 이를 말릴 대신에 오히려 진짜 죽나 보자는 식으로 나온 것 같은데, 이 사건이 있은 뒤에 보안원의 행태가 주변에 알려지면서 사람들이 치를 떨었다고 합니다. 이렇게 분신자결하면 이 여성의 가족은 정치범이 됩니다. 보안원도 군복을 벗고 추방됐을 겁니다.

문제는 이렇게 분신까지 해도 소문이 거의 퍼지지 않는다는 겁니다. 한국 같으면 신문을 통해 당일에 다 알려질 것인데, 북한은 소문이 통제돼 저도 자강도에서 온 사람을 통해 썩 나중에 이 사실을 알게 됐습니다.

2010년 북아프리카와 중동을 휩쓴 아랍의 봄은 튀니지 청년 모하메드 부아지지의 분신에서 시작됐습니다. 한국도 분신으로 독재에 항거한 수많은 열사들이 있었고, 지난달에도 전태일 열사가 분신한지 50주년을 맞았습니다.

어느 나라든 자신의 몸을 태워 한점 불꽃으로 산화한 사람들은 역사에 이름을 새기고, 그들이 남긴 뜻은 역사의 진보를 가져옵니다. 그런데 유일한 예외가 바로 북한입니다. 분신해도 이름조차 남길 수 없고, 온 가족이 정치범이 되는 세상입니다. 저 죽음의 땅을 해방시키는 날까지 저는 김 씨 독재정권의 실상과 인민들의 삶을 계속 여러분들에게 생생하게 알려드리겠습니다. 시청해 주셔서 삼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