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뢰말찌꺼기 없애라` 한류에 열받은 김정은의 지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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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성하 2021.01.15 10:11

요즘 북한에서 휴대전화로 문자를 주고받다가 휴대전화를 빼앗기는 사례가 급격히 늘어나고 있습니다. 북한에서는 문자를 통보문이라고 하는데, 특히 연인들이 문자를 주고받다가 빼앗기는 사례가 특히 많아지고 있습니다. 왜 그런지 말씀드리겠습니다. 주성하TV는 구독, 좋아요보다 끝까지 봐주시면 더욱 힘을 얻습니다.

요즘 휴대전화를 빼앗기는 가장 큰 이유가 바로 한국말로 통보문을 보냈다는 것입니다. 원래는 휴대전화까지 뺐지 않았는데, 김정은이 지난해 11월 25일에 내린 방침에 따라 압수조치가 이뤄지고 있습니다.

방침에 따라 북한 내에는 이런 지침이 하달됐습니다. 원문 그대로 말씀 드릴텐데 “괴뢰말 찌꺼기를 쓴 통보문을 전송하는 경우 그 통보문은 자동적으로 차단되며 엄중한 경우 손전화이용이 중지됩니다”라고 돼 있습니다.

원래 북한의 표현이 정말 상스럽기는 한데, 이번도 예외없이 한국말을 ‘괴뢰말찌꺼기’라고 부르고 있습니다. 졸지에 한국어를 쓰는 5000만 국민들이 괴뢰말찌꺼기를 쓰는 사람이 돼 버렸고, 한류에 빠져 한국어를 열심히 배우는 세계 사람들도 괴뢰말찌꺼기를 배우는 사람이 됐군요. 아무튼 멍멍이 입에서 멍멍이 소리밖에 나오지 않으니 이건 그렇다 칩시다.

그런데 이번 조치가 무서운 것은 융통성이 없다는 것입니다. 북한은 과거에도 규찰대, 안전원 등이 휴대전화, 북에선 손전화라고 하죠, 이 휴대전화를 불시에 단속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그런데 정작 휴대전화 빼앗기는 경우는 많지 않았습니다.

말투까지 단속하는 경우는 많지 않았고, 주로 영상 등을 단속하긴 했는데, 걸려도 뇌물 찔러주며 사정하면 넘어가기도 했고, 아는 사람들끼리 왜 그러나 이러면 또 넘어갈 수도 있습니다. 한국 말투를 썼다고 단속하면 최악의 경우엔 “네가 이게 한국말인거 어떻게 아냐. 너부터 보는 거 아니냐” 이러면서 생억지, 북한말로 ‘완데기’를 부리면 단속원도 난감해집니다.

그런데 이 통보문이란 것은 말 그대로 도청입니다. 도청한 사람과 단속당하는 사람이 알 확률이 거의 없죠. 이 사람들이 도청해서 전화번호 몇 번이 회수할 내용이 있다 이러면 집행하는 사람이 또 따로 나갑니다. 그 단속원과 단속당하는 사람이 서로 알아도 봐주기 어렵습니다. 이미 보고서가 위에 올라갔기 때문입니다.

북한에 원래 한류가 엄청 퍼졌다는 것은 이젠 비밀도 아닙니다. 한국 영화, 드라마 못 본 사람은 바보라고 할 정도이죠. 그런데 그런대로 참아내던 북한이 올해 ‘사랑의 불시착’이 퍼진 뒤로 갑자기 한류에 강경한 태도로 변했습니다.

아마 김정은이나 김여정이 매우 열받은 것 같습니다. 제가 6월에 유튜브를 통해 ‘사랑의 불시착’에 북한이 난리가 났고, 중앙에서 세나 다혜 채린 이런 식의 남조선식 이름을 본 따 지은 이름 개명하라는 지시가 떨어졌다고 전한 바가 있습니다. 그때부터 길거리에서 휴대전화 갑자기 뺏어 문자를 보기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왜 사랑의 불시착에 화가 특히 났냐. 바로 표치수 때문입니다. 표치수가 한 ‘니가 장군님이네’가 평양에서 가장 핫한 유행어로 곧바로 부상했던 것이죠. 엄마가 잔소리해도 ‘엄마가 장군님이네’하고, 친구가 뭐 하자고 말해도 ‘니가 장군님이네’ 이러는 거죠. 이건 김정은에 대한 패러디로밖에 받아들일 수밖에 없어 김정은이 열 받은 겁니다.

여름에도 북한 전역에서 ‘괴뢰말 찌꺼기를 따라하는 현상을 철저히 없애고 처벌 강화한다’는 강연회가 열렸는데, 요즘 강연회는 동영상이랑 틀면서 하는데 이때 한류가 걸려 잡힌 청년들이 머리 깎고 체포돼 예심받고 조사받는 과정 다 보여주며 공포감을 주었습니다.

그것도 모자라 급기야 문자까지 보고 처벌한다고 발표한 것입니다. 그럼 문자에선 어떤 말이 가장 많이 걸릴까요.

‘자기야’ ‘오빠야’ 이런 호칭입니다. 자기야는 이건 북한에 없던 빼도 박도 못할 괴뢰말찌꺼기이고, 오빠야는 ‘오빠’는 괜찮은데 ‘야’가 붙어 ‘오빠야’라고 하면 괴뢰말찌꺼기가 됩니다. 북한 청년들이 조심해 문자를 하겠지만 손과 입에 밴 문자 습관이 갑자기 바뀌겠습니까. 그 외 ‘파이팅’ ‘힘내시라요’ 이런 것도 다 단속대상입니다.

한국말투가 어제 오늘 퍼진 것도 아니고, 벌써 15년 전에도 ‘친절한 금자씨’란 영화 들어가서 ‘너나 걱정하세요’가 북한을 휩쓴 유행어가 되기도 했죠.

아무튼 지금 북한의 경제가 파탄직전으로 몰리고 있는데, 김정은은 앉아서 괴뢰말찌꺼기와의 전쟁을 선포했으니 참 할일도 없습니다. 그리고 한다는 일도 가뜩이나 밉상인데 더 미운 짓만 골라합니다.

이거 통보문 검사한다고 하면, 이미 북한 사람들은 도청당하는 것을 다 알고 있긴 하지만, 이번 경우를 통해 “모든 문자를 도청한다”는 것을 공식 선포한 꼴이 됩니다. 문자를 다 도청한다는 것을 이렇게 공공연하게 밝히고, 그게 당연한 듯 사는 세상이 있다니 정말 놀랍지 않습니까.

이런 북한을 젊은이들이 휴대전화도 쓰고, 문자로 연애도 한다면서 마치 사람이 살만한 좋은 세상처럼 둔갑시키는 김 씨 왕조 추종자들도 우리 곁에 버젓이 있습니다. 하지만 아무리 김정은이 발광하고, 추종자들이 발광해도 한류는 결국 막지 못할 겁니다. 아담과 이브가 사과를 따먹듯이, 인류의 역사는 결국 인간의 호기심이 바꾼 역사입니다. 지금까지 시청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