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만강 건너온 10여명의 괴한 경비대 막사 습격사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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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성하 2021.02.02 11:23

오늘은 신원을 알 수 없는 사람들이 음력설 직전에 총을 들고 두만강을 넘어 북한 북부 국경일대에서 국경경비대를 무장 습격한 사건을 이야기하겠습니다. 주성하TV는 구독 좋아요도 좋지만, 끝까지 들어주시면 더욱 힘을 얻습니다.

오늘 사건은 2006년 2월 7일자 동아일보 2면에 ‘北 두만강국경 무장괴한 습격사건’이란 제목의 기사로 실린 내용입니다. 이 기사는 제가 썼습니다.

지금이 일제 시대도 아니고 2006년 음력설 직전이면 김정일 시대인데 이 시기에 무장투쟁이라니 뭔 말이냐 의아해 하실 분들도 많고, 믿어지지 않는다고 하실 분들도 있을 겁니다. 저 자신도 다른 사람이 이런 말을 하면 그게 가능하냐고 믿지 않겠지만, 이때 정보를 준 사람이 워낙 신뢰할 수밖에 없는 사람이었습니다.

이제는 말할 수 있지만 당시 저에게 해당 정보를 제공한 북한 정보원은 우리의 대령급에 해당하는 고위 장교였습니다. 물론 이 사람은 지금 없기 때문에 이제는 말해도 안전하다고 생각해 제가 공개합니다.

그가 당시 저에게 많은 정보를 알려주었는데, 돈 주고 정보를 사는 관계가 아니었고, 실제 그가 전해준 정보들은 정확했습니다.

그 사람이 당시 두만강 옆 국경경비대에서 상당히 황당한 일이 벌어졌다면서 본인도 아주 당황해 하더라고요. 이에 따르면 습격을 감행한 인물들, 그냥 편의상 무장괴한이라고 부를 건데, 일부는 자동화기까지 소지하고 조직적으로 움직인 정황이 포착됐습니다.

사건이 발생한 시각은 지금으로부터 딱 14년 전인 2006년 1월 28일 저녁이었습니다. 이날은 북한 북부에 나흘 전부터 비상사태가 선포돼 주민들의 이동이 통제되던 때였습니다. 몇 달 전에 소 구제역이 돌아 사람들 다니지 못하게 한 것입니다.

이런 시점인데 함경북도 온성군 남양 노동자구 국경경비대원 한 명이 맞은편의 중국 개산툰 지역에서 두만강을 넘어 북한으로 건너오는 남자 몇 명을 발견하고 체포하려 했습니다. 이때만 해도 탈북자들이 많아 몰래 넘나드는 사람들이 많을 때였습니다.

경비대원도 그냥 탈북자인줄 알고 가서 잡으려 했는데 이 사람들이 갑자기 경비대원에게 달려들었고, 격투가 벌어졌습니다. 그냥 격투가 아니고, 이쪽 사람들이 칼을 써서 찔렀는데, 그 경비대원은 괴한들이 휘두른 칼에 38곳을 찔려 사망했다고 합니다.

원래 경계근무는 2명이 서는 것이 원칙인데, 당시 잠복초소에 나간 고참 대원은 아는 집에 술을 마시러 가고 칼에 찔려 죽은 대원 혼자만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그런데 격투가 벌어지고 주위가 소란스러워지자 몇 백m 떨어진 이웃 초소에서 병사들이 뛰쳐나왔고 추격전이 시작됐습니다. 당황한 괴한들은 배낭을 벗어던지고 얼어붙은 두만강을 넘어 중국 쪽으로 도주했습니다.

이들이 급해서 배낭을 버리고 갔는데, 그 배낭 안에서 분해한 소총 3정과 탄약, 캠코더, 중국제 휴대전화 등이 발견됐습니다.

그런데 비슷한 시간에 그곳에서 약 40km 떨어진 회령시에서도 정체불명의 사람들이 두만강을 건너와 시내와 경비대 막사 쪽을 향해 총을 쏘고 다시 중국으로 도망을 갔습니다. 너무나 뜻밖의 공격이라 이 과정에서 북한군의 응사 등 교전이나 사상자는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그리고 이웃 무산군과 다른 한 곳에서도 유사한 총격 사건이 발생했다고 합니다. 그러니까 음력설을 앞두고 대략 10여명의 괴한들이 두만강 옆 주요 국경도시 4곳을 지목해 넘어와 총소리를 울리고 두만강을 넘어간 것입니다.

북한은 이 사건을 비밀에 붙였는데, 내막을 아는 일부 사람들이 ‘남조선으로 넘어간 탈북자들의 소행’으로 추정했다고 합니다. 이게 습격 방식이 김일성의 항일투쟁이라고 선전하는 보천보전투 방식과 매우 흡사했습니다. 북한은 보천보전투가 조국에 들어와 총소리를 울려 인민들에게 광복의 희망을 심어주었다고 선전하는데, 이걸 흉내 냈다는 겁니다.

당시 북한 당국에선 두 가지 가능성을 가지고 이 사건을 수사했습니다. 첫째는 탈북자들이 북한에 침입해 총소리를 내고 이를 녹음한 뒤 동영상까지 만들어 미국에서 팔려고 한다는 추정입니다. 물론 그런 일을 했어도 이건 엄연하게 실토를 하면 감옥에 갈 일이기 때문에 누구도 자기가 했다고 말할 수는 없을 겁니다. 총이야 중국에서 몇 백 달러면 범죄조직을 통해 얼마든지 구입할 수 있었던 시대였습니다.

둘째 가능성은 그해 1월에 김정일이 8박9일 동안 중국을 방문했는데, 이를 계기로 북-중 관계를 악화시키려는 세력이 조작한 사건이라는 설도 있었습니다.

당시에도 총을 휴대한 북한 군인들이 국경을 넘어 중국으로 가 강도 행각을 한 경우는 종종 있었습니다. 그해 1월 17일에도 무장한 북한군인 8명이 도문 시 양수천 탄광을 습격하다가 1명이 사살되고 3명이 체포되는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그런데 그 사건 이후 열흘 뒤에 북한 땅에 무장괴한들이 잠입해 총소리를 울리고 달아난 것입니다.

그런데 이 괴한들이 실제 누굴 죽여 판을 키우려 했던 것은 아닌 것 같습니다. 총을 쏘고 달아난 정황을 보면 작정하고 병실에 총격을 가하면 군인들이 죽겠지만, 그냥 위협사격 정도 하고 사라졌습니다. 남양에서 경비대원이 찔려 죽은 것은 발각되니 벌어진 사고였을 뿐입니다.

어쨌든 2012년에 탈북자들이 북한의 김일성동상을 폭파하려다 체포된 ‘동까모’ 사건도 있었는데, 두만강에 총소리를 울린다는 발상도 누구의 발상인지 모르겠지만, 용감한 시도인 것은 분명해 보입니다. 다만 이런 행동으로 북한이 얼마나 영향을 받을지에 대해선 저도 장담할 수는 없습니다.

아무튼 계속 이러저런 충격을 가하면 북한의 단단한 동토에도 금은 가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지금까지 시청해 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