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군님`이 먹을 보신용 해구신은 누가 훔쳐갔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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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성하 2021.02.08 11:09

오늘은 좀 재미있는 얘기 한번 들려드릴까 합니다. 김 씨 일가가 타조, 태평양연어 이런 인민생활과 관련 없는 것들 양식하느라 주민들 들볶는 황당한 얘기는 많이 들려드렸는데, 이번엔 다른 각도의 얘기 한번 들려드리겠습니다. 주성하TV는 구독 좋아요도 좋지만, 끝까지 들어주시면 더욱 힘이 납니다.

원래 북한이라는 나라 자체가 김 씨네 왕국이니, 북한에서 이들이 마음먹으면 못가질 것이 없다는 것은 다 아실 겁니다.

그렇긴 하지만 그 중에서도 특히 “이건 분명히 김 씨네 것”이라고 도장이 박혀 있는 재부가 있으니 사례를 들면 산에서 나는 송이, 땅에서 나는 금과 같은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송이나 금은 외국에 수출해서 그 자금이 김정일의 주머니인 39호실에 다 들어가는데, 개인이 몰래 금을 중국에 밀수하다 적발되면 최고 사형이 언도될 수도 있다.

송이나 금처럼 일반적인 것은 아니지만 북한 주민들이 이건 김정일의 도장이 찍힌 것인줄을 다 알고 함부로 다치지 못하는 것들이 몇 가지 있습니다.

가령 비무장지대 안에서 작업하던 군인들이 간혹 전쟁 전 민가가 있던 터에서 수십 년 된 된장독을 발견할 때가 있는데, 이런 된장은 색깔부터 까맣다고 하는데, 이런 게 발견되면 중앙당에서 차가 내려와 실어간다고 합니다. 반세기 가까이 묵은 된장이니 어찌됐든 상당히 귀한 것임이 분명합니다.

또 하나, 오늘 핵심인데, 어부들이 바다에서 간혹 숫물개를 잡을 때가 있습니다. 물개 숫놈은 상당히 보기 힘든데, 수놈 한 마리가 암놈 100마리 가까이 거느리고 있다고 하니 숫물개는 정력의 상징으로 알려져 있고, 해구신도 최고 정력제로 소문났죠.

어부들이 바다에서 숫물개를 잡으면 중앙당에서 차가 내려와서 어김없이 실어가는데, 이렇게 실려 간 해구신은 김정일이 먹는다고 주민들 속에 쉬쉬 소문이 났습니다.

오늘 이야기는 예전에 함북 청진수산사업소에서 실제로 있었던 이야기인데, 어느 날 이 사업소에서 그 귀한 숫물개를 잡아왔습니다.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중앙당에 보고가 올라갔고 차는 다음날 아침에 올 예정이어서, 숫물개는 사업소의 냉장고에 고이 보관됐습니다.

다음날 아침 중앙당 고급 냉동차가 도착해 물개를 꺼냈는데, 이게 무슨 날벼락인지, 물개의 거시기를 밤새 누군가 싹둑 잘라간 것이 아니겠습니까. 무엄하게도 진상하는 해구신을 어느 간이 해구신보다 더 튀어나온 놈이 베어갔으니 모든 간부들이 사색이 됐습니다.

즉시 수사에 착수했지만 CCTV도 없으니 범인을 찾을 수 없어서, 북한이 잘하는 특기인 공개 사상투쟁회를 열기로 했습니다. 이건 노동자들을 다 모아놓고 반성하고 비판하고 고발하는 회의라고 할 수 있는데, 문제는 회의는 소집했으니 안건을 정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북한에서 안건 제목은 대체로 “…에 대하여”라고 다는데, 이를테면 “충성의 외화벌이자금이 잘 걷히지 않는데 대하여” “영철동무의 부화사건에 대하여”하는 식입니다.

이번 경우도 마찬가지로 그렇게 지으면 되는데 문제가 글쎄 물개 거시기를 어떻게 표현해야 하는지 고민에 빠졌습니다. 해구신이란 말은 저도 여기에 와서 처음 들었는데, 북에선 그렇게 부르지도 않습니다.

물개 거시기라고 하면 되겠는데, 북에선 거시기란 말도 안 쓰고, 여러분들이 상상하는 적나라한 단어를 쓸 수밖에 없는 겁니다.

간부들이 머리를 싸매기 시작했지만, 우리가 알고 있는 거시기를 지칭하는 한 자, 두 자, 세 자, 머리에 떠오르십니까. 아무튼 이런 단어를 모두 갖다 붙여봐야 자기들부터 웃음이 나오고, 아무리 생각해도 붙일 말이 생각나지 않는 것입니다.

또 호상비판 과정에서 “영철 동무는 물개 그게 없어질 동안 무엇을 하고 있었습니까”하고 하고 소리쳐 비판해봐야 웃음판만 될 것이 뻔한 사실이죠.

고민을 거듭하다가 간부들이 만든 제목은 “물개 그것이 없어진 데 대하여”였습니다. 그 이상 더 좋은 제목이 생각나지 않기 때문입니다.

저녁에 회의는 시작되고, 수백 명이 모인 자리에서 책임비서가 회의 안건을 발표했습니다. 그러니까 “에, 오늘 모인 회의의 안건은 ‘물개 그것이 없어진데 대하여’입니다. 동무들도 소문 들어서 알다시피 어제 저녁 중앙당에 올려가려던 물개의 그것을 누가 베어갔는데…”

이렇게 시작되자 여기 저기 킥킥거리는 웃음이 터져 나오고, 소문을 못들은 한 아줌마가 끝내 참지 못하고 “아, 비서 동지, 아까부터 물개 그것이라고 하는데, 근데 물개 그것이 뭡니까?”라고 한 겁니다.

그러니까 회의장이 웃음바다가 되고, 비서가 당황해서 “에, 그러니까, 그게…그게 물게 그것인데…” 이렇게 말을 더듬으니 회의가 더 진도 나가겠습니까. 범인도 잡히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고난의 행군 시기인 1990년대 중반에 제가 아는 어떤 집에 갔는데, 그 집 남편이 수산사업소 기사장 오래 하다가 사망한 집인데, 그 집에 해구신이 있더라고요. 거의 100도 되는 알코올에 10년 넘게 잠겨져 있는 것인데, 문제는 떡볶이 썰어 놓듯이 잘라놓았고, 감정할 데도 변변치 않아 구경만 했습니다.

나중에 들으니 썰어놓은 탓에 수십 달러 정도에 팔았다고 합니다. 그 해구신이 수산사업소 사상투쟁회 안건으로 올랐던 그 해구신인지는 모르겠습니다.

그런데 여러분 반전이 있습니다. 그렇게 좋은 거 다 처먹고 살던 김정일은 50살 넘자마자 그게 안됐습니다. 이건 제가 확실하게 들은 사실입니다. 그래서 5과로 불리는 기쁨조도 52세 때인 1994년까지 뽑고 더 뽑지 않았습니다.

그러니까 김정일을 보면 그렇게 좋은 거 다 먹어도 거시기도 안돼, 70살도 못살고 죽어, 결국 교훈은 해구신이니 산삼이니 뭐니 열심히 비싸게 사 먹어봐야 큰 의미없다 이런 거 아닐까 싶습니다. 재미있으셨다면 구독, 좋아요 눌러주시고, 저는 이만 마치겠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