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해에 있다는 석유의 실체, 통일 밑천이 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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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성하 2021.02.10 15:03

제가 예전에 북한 관련 강연을 다니면 많이 하는 질문 중의 하나가 북한에 지하자원이 많으니 통일되면 그게 다 우리 것이 된다, 특히 서해엔 석유가 묻혀 있다는데 그것만 발굴해 캐도 통일한국은 산유국이 된다 이런 것이었습니다.

특히 서해에 석유가 묻혀 있어 통일되면 캐서 쓰면 대박이란 논리는 심지어 KBS와 같은 공중파에 출연한 사람들까지 거침없이 이야기하는 것을 봤습니다. 그렇다면 북한 서해에 있다는 석유의 실체는 과연 무엇인지, 이에 대해 오늘 이야기하려 합니다. 주성하TV는 구독, 좋아요도 좋지만 끝까지 들어주시면 힘을 얻습니다.

북한 서해에서 석유를 찾아내는 것은 김일성 때부터 시작된 북한의 오랜 꿈이었습니다. 1960년대 벌써 석유 탐사 관련 정부기구를 설치했고, 1980년 열린 노동당 6차 당대회 때에 김일성은 원유 개발을 정식 화두로 꺼냈습니다.

제가 1990년대 초반에 평남 숙천, 문덕에 가니 그때 벌써 석유를 찾기 위한 시추선들이 바다에 떠있었습니다. 1980년대에 벌써 미국 대학에서 석유 전공을 다루는 실향민 출신 교수를 찾아 친척을 만나게 해준다고 유혹해 북한에 초청한 뒤 들여가서 기술도 배웠습니다.

북한의 논리는 간단합니다. 서해와 붙어 있는 중국의 보하이만, 발해만이라고도 하죠, 여기에서 원유가 채취되는데 불과 수백㎞ 떨어진 서해엔 없겠냐 분명히 있을 것이다 이겁니다. 보하이만에선 매년 1000만톤 이상의 원유가 채취됩니다.

그런데 결과적으로 북한은 찾지 못했습니다. 즉 북한의 서해에 원유가 묻혀 있다는 것은 현재까진 사실이 아닙니다. 유전에서 수백㎞ 떨어져 있다고 무조건 원유가 나오는 것은 아닙니다.

그런데 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죠. 북한의 기술력이 석유를 찾아낼 정도에 크게 못 미치는데다가 중국이 석유 탐사를 위한 기술과 장비를 주지 않습니다. 진짜 석유가 나오면 보하이만 유전에서 서해 쪽으로 석유층이 이동할 가능성도 있고, 또 지금은 북한에 원유를 공급하면서 발언권을 세우는데 북한이 석유를 생산하면 고분고분해지지 않을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다만 중국이 지원해도 북한 해역에서 석유가 나올 수 있을까 하는 것은 아직은 답이 없습니다. 그러니 티비에 나와 북한에 석유가 많이 묻혀 있다고 떠드는 사람들의 말은 현재까지 사실이 아닙니다.

그런데 통일된 뒤 북한 서해에서 석유가 발견됐다고 가정해 봅시다. 그럼 우리는 부자가 될 수 있을까.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그것 때문에 오늘 방송을 만들게 된 것입니다.

아시다시피 세계에서 사우디, 러시아, 미국, 베네수엘라 등 주요 산유국은 많습니다. 그런데 자원개발에서 제일 핵심 문제는 경제성입니다. 경제성이 없으면 자원은 없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여러분, 현재 세계에서 석유매장량이 1위인 나라가 어디인지 아십니까. 바로 베네수엘라입니다. 사우디보다 더 많은 석유를 갈고 있습니다. 그런데 베네수엘라 현재 상황을 보면 이건 고난의 행군 때 북한보다 더 심각한 것 같습니다.

강도와 매춘이 만연하고, 사람들이 베네수엘라를 탈출하기에 급급합니다. 그럼 왜 베네수엘라가 거지가 됐을까요. 차베스의 포플리즘 이런 것보다 더 결정적 이유는 배럴당 석유생산비용, 즉 경제성이 없는 원유가 있기 때문입니다.

1배럴에 100달러 이상하면 베네수엘라도 석유를 캐서 잘 살 수가 있습니다. 그런데 석유 채취가격이 폭락해 배럴당 40달러쯤 내려오면 미국의 세일오일이 원가 타산이 맞지 않아 멈추게 됩니다. 더 내려가면 러시아가 타격을 입고요.

세계에서 석유 생산단가가 제일 낮은 곳이 사우디인데, 여긴 콸콸 나오는 것을 퍼서 팔면 되니까 전 세계 모든 유전이 생산성이 맞지 않아 문을 닫아도 돈을 벌 수 있습니다. 요즘 국제유가가 40~50달러 사이에서 오가는데, 그보다 내려갔을 때엔 미국 석유회사들이 죽는다고 난리였죠.

결국 석유는 있냐 없냐보다 더 중요한 것이 채취 단가입니다. 채취단가가 배럴당 60~70달러 정도 되면 어쩌면 사우디나 러시아에서 석유 사오는 것이 더 경제적입니다.

그런데 서해에 석유가 나오면 경제성이 있을까요. 대륙붕에서 캐는 해저 유전은 생산비용이 비쌉니다. 북한이 지금껏 못 찾았다는 것은 그만큼 깊이 있다는 뜻인데, 이걸 찾아도 수입하기보다 더 비쌀 수가 있습니다. 또 석유생산 및 가공시설을 만드는데 엄청난 돈이 드는데 그걸 다 감안해도 경제성이 있을까요.

또 석유는 환경오염이 커서 중국도 이제는 천연가스로 에너지 수급 시스템의 무게 중심을 옮겨갑니다. 한국도 가스 많이 쓰죠. 그럼 천연가스 하면 러시아 사할린 쪽에 무진장 묻혀 있어서 그걸 갖다 쓰면 되는데, 서해에서 석유 찾아 캐서 쓰는 것이 전혀 수지가 안 맞을 수 있는 것입니다. 앞으로는 또 전기차와 수소차가 발전되면 석유 수효는 더 줄어들 것입니다.

결론은 북한의 서해에 있을지 없을지 모를 석유에 전혀 희망을 갖지 말라는 뜻입니다. 혹시 석유가 발견되더라도 그것이 쓸만한 자원이 될 가능성은 그리 높아 보이지 않습니다. 통일한국이면 러시아와 국경을 맞대게 되는데, 이때는 지정학적 리스크가 사라져 연해주 유전 활용하는 것이 현재로는 훨씬 경제성이 있어 보입니다.

찾지도 못한 북한의 원유를 상상하며 통일대박의 장밋빛을 꿈꿀 필요는 없습니다. 통일은 현실적 토대에서 설계해야 합니다. 시청해 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