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일보를 포격하라" 북한의 황당한 협박 사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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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성하 2021.02.17 14:56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2021년 신축년 새해 인사를 드립니다. 상서로운 기운이 가득한 새해, 모든 분들이 힘든 일도 묵묵히 이겨내는 우직한 소처럼 코로나로 인한 어려움을 극복하고 좋은 일만 가득한 한해 되시길 기원합니다.

이렇게 새해 인사드리니 제가 유튜브 시작한 뒤 두 번째 새해 인사를 드리게 됐습니다. 지난해 이맘때에 저는 “다시 뵙게 돼 반갑습니다”라고 오프닝 인사를 했던 것 같습니다. 그랬더니 많은 분들이 생명의 위협을 받고 있냐 이런 질문을 하셨습니다.

오늘은 그때를 떠올리며 새해의 스스로의 다짐도 새롭게 다질 겸 제가 언론인으로 살며 북한의 협박을 받았던 이야기를 주제로 할까 합니다. 솔직히 대한민국 언론인 중에 저만큼 북한의 협박과 공격을 많이 당했던 사람은 없을 것이라고 감히 단정합니다.

유튜버 주성하가 아닌 동아일보 주성하 기자가, 19년째 북한 기사를 다루면서, 김 씨 독재정권의 협박 속에 언론인으로 살아 왔는지 사례가 너무 많아 영상 하나로 이야기하긴 어렵지만, 오늘은 대표적으로 한 가지 사례만 말씀드리겠습니다.

나름 북한은 진지하게 협박했는데, 저는 개인적으로 웃겼던 사례라 할 수 있습니다. 주성하TV는 구독, 좋아요도 좋지만 끝까지 봐주시면 더욱 힘이 납니다. 제가 쓴 기사를 놓고 북한이 최후통첩을 보낸다면서 “사죄하고 사태를 수습하지 않으면 무자비한 성전으로 대답할 것”이라고 위협했던 사건이 있습니다.

그때가 2012년 6월인데, 현충일인 6월 6일은 북한에선 조선소년단 창립일입니다. 그런데 이때 김정은이 조선소년단 창립 66주년 기념행사를 열고 고려항공 여객기까지 동원해서 지방에서 어린 학생들 2만 명을 싣고 왔습니다. 무슨 애들 대회하는데 전국에 여객기까지 보내며 자랑하니 눈길이 가지 않겠습니까.

그래서 제가 1면에 기사를 썼는데, 제가 보도했던 스타일에 비교하면 크게 자극할만한 내용도 아니죠. 왜 이런 대회 열었는지에 대해 저는 “김정은은 체제를 지탱해줄 신세대의 충성심을 이끌어내는 것과 동시에 부모들의 마음을 잡으려는 포석으로 대규모 환심성 행사를 열기로 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국가 배급제도가 붕괴된 현 상황에서 장마당 세대를 겨냥한 세뇌는 쉽지만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런 분석을 곁들였습니다.

이런 행사를 1면에 쓴 것은 동아일보만 썼죠. 바로 이 기사입니다. 물론 조선도 쓰긴 했지만 뒤에 짤막하게 다뤘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호의적으로 쓰진 않았겠죠.

그런데 북한이 갑자기 6월 4일에 인민군 총참모부 공개 통첩장 이런 제목의 성명을 발표하고 보수언론들이 우리의 최고 존엄을 헐뜯는 새로운 악행에 매달리고 있다며 “역적 패당에게 최후통첩을 보낸다. 우리 군대의 타격에 모든 것을 그대로 내맡기겠는가, 아니면 뒤늦게라도 사죄하고 사태를 수습하는 길로 나가겠는가” 이러는 겁니다.

그러면서 전략로켓사령부 명의의 성명에서 동아일보는 서울시 종로구 북위 37°57′10″ 동경 126°97′81에 있고, 조선일보는 서울시 중구 북위 37°33′83″ 동경 126°97′65″위치에, 중앙일보도 좌표 까면서 미사일 등에 의한 조준타격을 하겠답니다.

근데 이 좌표가 엉터리여서 북한이 망신당했죠. 국토지리정보원이 이에 대해 “세계적 지리정보 기준에 의하면 위도와 경도의 분과 초 단위 숫자가 60을 넘어갈 수 없다. 동아일보 좌표로 밝힌 동경 126°97′81″은 있을 수 없는 수치”라고 밝혔습니다.

또한 조선일보사의 좌표로 명시한 곳은 서울에서 30여㎞ 떨어진 경기도 북부에 해당합니다. 북한이 망신을 당했지만, 중앙은 협박이 오자 다음날 “우리는 조선소년단 행사를 보도하지 않았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니까 북한이 한 보름 뒤에 ‘민족을 배반한 보수언론들은 앞날을 기대하지 말라’는 논평을 냈는데 동아일보, 조선일보 등을 거명하며 “보수 언론들은 반역의 대가를 반드시 치를 것이다. 우리 군대와 인민이 매문가와 대결광신자들을 철저히 쓸어버리겠다는 것은 천백번 정당하다”라고 주장했습니다. 그런데 이때 “우린 안 썼다”고 밝힌 중앙일보는 쏙 빼고, 동아일보와 조선일보만 겨냥해 비판했습니다.

북한이 한국 언론을 워낙 많이 비판하는데, 작년 3월에도 동아일보를 포함한 6개 언론사를 지목하면서 “우리의 정면돌파전에 대해 ‘한계에 직면 할 수밖에 없다’, ‘임시적 방편’ 등의 별의별 개나발을 마구 불어대고 있으며 심지어는 대북전문가들과 탈북자들을 내세워 코로나19 사태로 ‘좌절될 가능성이 크다’, ‘5개년 전략목표 수행이 상당한 타격을 받을 것’, ‘어려운 한해가 될 것’이라는 모략여론까지 조작 유포시키고 있다”고 공격했습니다. 그런데 요때도 중앙일보는 빼고, 동아와 조선만 비난했죠.

하지만 올해 당대회에서 김정은 스스로가 경제성장 목표가 심히 미진됐다며 5개년 계획의 참담한 실패를 자인했습니다. 그러면 김정은이 모략언론에 맞장구 쳤다는 말인데, 그러면 북한의 언론이라 부를 수도 없는, 아무튼 조선중앙통신을 위시로 한 매체들이 동아일보에 사과를 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작년에 미친 나발질을 한다느니, 만고죄악을 하나하나 기록해두고 철저히 결산할거라느니, 단발마적 비명을 지르니 하며 온갖 악담을 다 퍼부었는데 정작 김정은이 미친 나발질에 동의했다는 말이 아니겠습니까.

아무튼 저는 오랫동안 북한이 쓸어버리겠다는 매문가가 졸지에 돼버려서 경찰 경호 인력이 붙고 막 그랬는데, 아직까지 잘 살고 있습니다.

올해도 김정은이 남쪽을 향해 공세를 펴는 가운데 제가 또 협박을 당할 수는 있겠죠. 그렇지만 저는 여러분들께 약속드린 대로, 2021년 신축년에도 북한의 협박에 굴하지 않고 진실을 전하는 언론인으로, 꺾일지언정 굽히지 않고, 계속 북한의 실상을 여러분들께 알려드리겠습니다. 여러분들도 새해도 저와 함께 동행해시길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