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의 심판대에 올리겠다”는 북한 협박의 역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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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성하 2021.03.02 11:04

지난 영상에서 제가 쓴 기사를 놓고 북한이 동아일보를 타격한다면서 온갖 협박을 하고, 미사일 좌표까지 공개했는데 그게 엉터리 좌표였다는 이야기를 해드렸습니다. 그건 하나의 사례이고, 그 외의 사례가 많습니다.

제가 메이저언론에서 기사는 물론 북한 관련 개인 칼럼을 10년 넘게 써왔고, ‘자유아시아방송’ 등 각종 대북 라디오 방송도 13년 넘게 진행해 오고 있고, 누적 1억 명 가까이 방문한 블로그 ‘서울에서 쓰는 평양 이야기’도 운영했고, 지금은 또 유튜브를 통해서도 김정은이 열 받을 비밀을 많이 폭로하고 있으니 북한이 제 이름만 들어도 열 받는 것은 너무나 자명한 일입니다.

탈북한 외교관들도 현지에서 제 글을 많이 봤다고 영향을 받았다는 이야기 여러 번 들었습니다. 그러니까 북한이 저를 비방하고 협박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하고, 또 북한이 저를 협박하지 않으면 저는 “내가 열심히 싸우지 않고 있구나”고 자책했을 겁니다.

그런데 가만히 생각하면 북한이 저를 협박할 때 아주 고약하게 붙이는 수식어가 있어 약간 열을 받긴 합니다.

2013년에 북한 대남 선전·선동용 인터넷매체 ‘우리민족끼리’가 한국의 언론인과 학자 18명의 이름을 공개하며 전쟁 범죄를 운운하며 심판대에 올리겠다느니 하며 협박한 일이 있습니다.

그게 ‘괴뢰보수언론의 나팔수, 매문가들은 명심해야 한다’는 제목의 글로 ‘남조선언론문제연구원 최득필’이란 이름으로 발표됐습니다. 물론 최득필은 가명이고 사실 통전부에서 검토를 하고 내보낸 협박문인 것은 누구나 압니다.

거기에 모략질에 이골이 난 악질들이라고 언급된 기자들을 보면 사실 70%는 왜 이 사람들의 이름이 올랐지 저도 의아한데, 나머지 한 30%는 북한을 전문으로 하는 사람들이라 북한이 열 받았다면 인정하겠습니다.
그런데 그 글에 조선일보 아무개 기자, MBC 아무개 기자, KBS 아무개 기자 이렇게 언급됐는데 저만 유독 ‘동아일보’의 인간쓰레기 기자인 주성하 이렇게 언급돼 있습니다. 다른 사람들에게 안 붙이는 인간쓰레기란 단어를 갖다 붙인 겁니다.

그걸 보며 어이가 없더군요. 저만 탈북자여서 그런지 졸지에 인간쓰레기 기자가 돼 버렸습니다.

그런데 2016년 7월 16일자 노동신문에 또 주성하란 제 이름이 무려 10번씩이나 언급되며 비방을 한 일이 있습니다. 거기에도 또 동아일보 인간쓰레기 기자라고 언급됐습니다.

그날 북한이 납치한 탈북자 고현철 씨가 자신이 미국의 지시를 받고 탈북자들을 유인 납치하는 일을 했다며 기자회견 내용이 노동신문에 실렸는데, 그 기자회견에서 언급된 다른 탈북자들은 다 ‘죄를 짓고 도주한 쓰레기’니 뭐니 하면서 탈북자라는 것을 밝히면서 또 저는 탈북자라는 것을 쏙 빼놓고, 그냥 인간쓰레기 기자라 악담을 퍼붓는 겁니다.

왜 그러겠습니까. 동아일보에 탈북 기자가 있다는 사실은 북한이 주민들에게 숨겨야 할 비밀이었기 때문입니다. 탈북자도 남쪽에서 대표적인 언론사의 기자를 할 수 있다는 것을 성공 신화처럼 받아들일까 봐 두려운 것이죠.

물론 이 기자회견은 보위부가 조작한 것이고, 저는 보위부에 의해 졸지에 전혀 모르는 일을 잔뜩 한 사람이 됐습니다.

노동신문 원문 그대로 말씀드리면 “주성하 놈은 ‘동아일보’ 기자의 탈을 쓰고 미국과 괴뢰정보원의 막후조종을 받으며 우리 주민들에 대한 유인납치 만행을 감행하고 있다”는 것인데, 제가 미국 ‘디펜스포럼’의 수잰 숄티 대표와 연계를 맺고 거의 거대한 조직을 움직이는 망책이 돼 있더라고요. 어이가 없는 일입니다. 저는 슈잰 숄티 대표를 본 적도 없습니다.

아무튼 북한의 멍멍이 소리야 한 귀로 내 흘려도 좋지만, 인생의 존엄을 갖고 살아온 사람에게 인간쓰레기라고 하니 열 받지 않겠습니까. 북한이 이렇게 매체를 통해 저를 공격하는 것은 멍멍이 소리라 생각하고 넘기면 되는데, 제가 예전에 블로그를 통해 밝혔듯이 여기에 숨어있는 북한 추종 인물들이 저에게 보내는 ‘죽여버리겠다’는 협박 편지와 소포는 또 느낌이 달랐습니다. 이건 직접 현물로 눈으로 보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그래도 북한이 저에게 사형선고는 내리지 않아 다행이라 할까요. 북한이 별 황당한 짓을 많이 하는데, 심지어 4년 전에는 동아일보 사장과 모 기자에게 최고재판소 재판을 열고 사형에 처한다고 발표까지 했습니다. 그러면서 집행은 임의의 순간에 예고없이 한다고 했는데, 사형판결 받은 이유는 전 영국특파원 다니엘 튜더가 쓴 ‘조선자본주의공화국’이란 책을 신문에 서평 실어줬다는 것입니다. 너무 황당해서 어이가 없죠.

이 정도로 사형판결을 내리면 저는 백 번도 죽어야 했을 겁니다. 제가 어쩌면 예전에 “다시 뵙게 돼 반갑습니다”고 인사말을 했던 것도 마음속에 있던 의식이 저도 모르게 발현된 것 아닌가 싶습니다.

제가 이틀 연속으로 저에 가해졌던 북한의 협박을 주제로 유튜브를 하게 됐는데, 이것은 어쩌면 새해 들어 저 스스로에게 내리는 주문과 같은 것일지도 모릅니다. 올해도 굴하지 않겠다는 약속 같은 것입니다.

북한은 대남방송에 제 혈육을 등장시켜 저에게 보내는 편지를 읽게 하는 등 별 협박을 다 했지만, 북한 당국은 제가 왜 남쪽에 와서 언론인이란 직업을 선택했는지 모르는 것 같습니다.

북한 인민이 자유롭고 풍요롭게 사는 날까지 그들 편에 서 있겠다는 맹세는 제가 북한을 탈출한 동기이자 절대로 버릴 수 없는 신념입니다. 그 신념을 저는 기사로, 칼럼으로, 대북 방송으로, 그리고 작년과 올해는 유튜브까지 새로 만들어 지켜가고 있습니다.

저를 흔들려는 북한의 비열한 공격들을 보면서, 어떠한 살해 협박과 중상모략 속에서도 제가 이 자리에서 끝까지 버티고 서 있는 것 자체가 북한 독재 정권과 치열하게 싸우는 일이라는 믿음을 보다 굳세게 만들어 주고 있습니다.
인간쓰레기라고 협박을 하면 하면 할수록 저는 강해질 것입니다. 20만 넘는 주성하TV 구독자 여러분들과 함께 2021년 새해에도 계속 함께 걸으며 진실과 정의의 편에서 북한의 숨기고 싶은 속살을 폭로하겠습니다.

여러분들도 멀지 않은 가까이에 이렇게 치열하게 삶을 살아가는 사람이 있다는 사실을 기억해 주시고 가끔씩 찾아와 응원해 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시청해 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