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첫날마다 벌어지는 북한 전역의 똥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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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성하 2021.03.03 17:04

오늘 설 연휴 마지막 날의 유튜브 주제는 북한의 ‘똥’으로 정했습니다. 적나라한 이야기에 인상이 찌푸려질 분들이 많을 수도 있으리라는 우려도 있고, 순화시킬까 생각도 했지만 결국 그대로 쓰기로 결심했습니다.

썸네일 보고 들어오셨으니 감수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하지만, 새해 첫날부터 밥맛이 떨어진다 생각하시면 여기서 스톱하셔도 됩니다. 주성하TV는 구독, 좋아요도 좋지만 끝까지 봐주시면 더욱 힘을 얻습니다.

왜 주제를 똥으로 정했냐 하면 북한 주민들은 설날의 첫 출근을 똥과 함께 시작하기 때문입니다. 북한은 신년사나, 올해 같은 경우 노동당 대회를 통해 그해 과업을 정하는데, 그중에서 빠지지 않는 구절은 “농업에 힘을 집중해 인민들의 먹는 문제를 푼다”는 것입니다.

그러니 당의 방침을 관철하기 위해 보람찬 첫 출근을 해야 하는데, 겨울에는 할 일이 거의 없습니다. 그래서 설날 다음날에 보통 하는 일이 비료생산인데, 화학비료를 만들 수는 없고 결국 퇴비를 생산해야 합니다. 퇴비는 가을에 쌓아놓은 풀단에 인분을 섞어 만드는데, 즉 똥이 곧 비료인 셈입니다.

당의 과업을 수행하려면 집집마다 있는 재래식 변소를 잘 지켜야 하는데, 혁명과업 수행에 절대적인 비중을 차지하는 변소의 똥을 순식간에 습격당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똥을 훔쳐가는 일이 많아 북한에서는 겨울이면 화장실에 열쇠를 채웁니다. 한국에서는 청소하기 싫어서 열쇠를 채운다면 북한은 들어와 싸는 것은 얼마든지 환영하지만 똥을 훔쳐가는 것은 절대 막아야 하기에 열쇠를 채웁니다.

농촌에선 세대마다 퇴비 과제가 있는데, 보통 5톤입니다. 그런데 풀은 베어와도 똥은 얻을 수 없죠. 설날 다음날이면 분조별로 달구지를 동원해서 같은 분조원의 집에 가서 꽁꽁 언 변소를 곡괭이로 파서 싣고 밭으로 향하는데, 그래서 설 다음날엔 늘 마을에 똥냄새로 진동합니다.

열성 간부가 있는 농촌마을에서는 설날부터 똥 냄새를 맡아야 하는데, 당의 구호를 관철하기 위해 설날도 반납해서 일한다면서 설쳐대는 인간들이 있는 겁니다. 


평소에는 빈둥거리면서 놀다가 꼭 설날에 변소를 푸면서 야단법석인 인간들인데, 이런 인간들은 똥을 퍼도 달구지에 싣지 않고 꼭 똥지게를 지고 다닙니다. 누가 봐도 당의 방침 관철에 한 몸 불사르는 멋진 그림이 나오는 것이죠. 중간 간부들은 저것들이 쌩쇼를 한다며 얼굴을 찌푸려도, 간부님들이 똥통 메고 다니는데 앉아있을 수 없어 또 나옵니다.

북한에는 ‘백공두삽’이란 말이 있는데, 남들이 쉬고 있을 때 “자, 일 시작합시다”하고 한 삽을 먼저 박고 휴식시간이 되면 또 “조금만 더 하고 쉽시다”하고 남보다 한 삽 더 뜨고 쉰다는 뜻입니다. 남들보다 겨우 두 삽을 더 뜨는 것이지만, 백공두삽형의 인간이 되는 것이 출세의 지름길이고, 그런 삶에 체질화된 것이 북한 간부들인 것입니다. 그 잔머리에 백성들만 피곤하죠.

똥 소동이 농촌에서만 일어나는 것은 아니고 도시도 마찬가지입니다. 이건 냄새만 풍겨도 당의 방침 관철에 열심이란 것을 보여주기에 간부들이 매우 선호하는 쇼입니다. 도시도 인민반별로 화장실을 습격당하지 않기 위해 열심히 지키는데, 개인별 똥 과제가 보통 1인당 제가 있을 때는 50㎏ 정도입니다. 1월에는 북한에서 개똥 찾기도 하늘의 별따기입니다.

설 다음날은 이렇게 모은 똥이 농촌으로 향하는 날인데, 도시에서 농촌까지 똥차와 똥구르마, 즉 손달구지가 늘어서 뚝뚝 흘리며 간 언 똥들이 도로에 떨어져 도시부터 농촌까지 똥 냄새가 진동합니다.

간부들은 1톤 싣고 가서 10톤 영수증 달라고 하는데, 누구 말이라고 거부하겠습니까. 그러니 간부는 조금만 해도 당의 과제를 훨씬 초과 달성합니다. 돈 좀 있는 사람은 분조장에게 뇌물 주고 10톤 영수증 달라고 합니다.

농촌 초급 간부들은 이때가 대목이죠. 2000년대 초반에 퇴비 1톤 영수증에 술 10리터였는데, 분조장이 먹기도 하고 이 술을 팔아 영농자재를 사오기도 합니다.

결국 밭에는 100톤 밖에 똥이 없는데 영수증은 1만 톤 분이 발행되는 식이고, 중앙에도 퇴비 과제가 완수됐다고 보고가 됩니다. 북한은 보통 혁명과업 수행이 이런 식이죠. 돈도 없고 권세도 없는 일반 노동자들은 팔 것이 노동력밖에 없으니, 똥 습격에 나서는 사람들이 바로 이들입니다.

똥 과제를 수행하기 위해 농장 경비원들을 술을 먹여 잠재운 뒤 그들이 지키던 똥 두 자동차분을 온 작업반이 동원돼 훔쳐갔다는 한 탈북자의 회상담도 들은 적이 있습니다. 술 수십 리터로 해결해야 할 작업반 똥 과제를 두세 병으로 해결했으니 도둑질도 할만 한 것이죠.

가장 무지막지하게 똥을 퍼가는 것은 군인들인데, 그들도 부업지가 있기 때문입니다. 군인들은 가진 것은 없어도, 상관의 갈굼이라는 강력한 동기부여가 있기 때문에 혁명적 군인정신을 발휘해서 무지막지하게 훔쳐갑니다.

국가에서 배급을 주지 않으니 식량은 장마당에서 자기 돈을 내고 사먹는데, 똥은 국가에 공짜로 강탈당할 뿐 아니라 나아가서는 억울하게 자기 돈이나 품을 팔아 농촌에 가져다 쌓아놓아야 합니다.

먹고 싸는 이러한 순환 사이클은 북한의 실체를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사례이고, 그걸 가장 잘 보여주는 날이 바로 설날 다음날입니다.

대북제재로 올해는 중국에서 비료를 들여가는 것도 거의 막히고, 더구나 올해는 1월에 노동당 대회까지 했으니 이번 설 다음날은 똥 냄새가 여느 새해보다 더 진동할 것이 뻔한 일입니다. 그 냄새를 저는 고작 말로 서울에 조금 옮겨왔을 뿐입니다. 시청해 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