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투자로 급성장한 북한의 해킹 역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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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성하 2021.03.05 16:40

지난 시간에 제가 김정은이 비트코인 등 암호화폐를 소유하고 있고 이것이 북한 체제의 운명을 제대로 진단하지 못하는 결정적인 요소가 될 수 있다는 이야기를 해드렸습니다. 그 영상에서 저는 삼성전자와 정성화라는 인물에 대해 아주 간단히 언급했습니다.

그런데 제가 북한의 IT 관련자들에게 물어보면 북한 IT 외화벌이의 1등 공신을 삼성전자로 꼽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왜 그런지 동영상 한 편을 할애해 설명하겠습니다.

영상을 보시면 아시겠지만 북한에 관한 전문적인 설명이 필요할 때면 주성하TV는 한국의 주요 메이저 언론과 방송의 보도보다 훨씬 더 정확하고, 깊이 있고, 은밀한 정보를 제공한다고 자부합니다. 그러니 주성하TV는 구독 좋아요도 좋지만 끝까지 봐주시면 더욱 힘을 얻습니다.

북한의 IT 역량은 사실 외부의 지원으로 급성장했습니다. 간단히 북한 IT 업계의 성장과정을 설명하면, 1995년 정성화를 주축으로 4명의 20대 젊은 인력이 ‘은별’이라는 바둑게임을 개발하던 때가 초창기였습니다. 이 4명을 은별라인이라고 하며 IT 인력의 1세대로 볼 수 있는데, 은별라인은 최룡해가 당시 김일성사회주의청년동맹 비서를 하며 키운 직속 라인이기 때문에 이들은 최룡해 라인이기도 합니다.

은별라인은 1996년 바둑프로그램 개발에 뛰어들었고, 이를 시작으로 북한은 2003년부터 수년간 세계 컴퓨터 바둑대회를 휩쓸었습니다. 그러나 1997년 최룡해가 숙청돼 혁명화를 간 뒤 뒤를 봐줄 권력을 잃은 은별라인은 해체됐습니다.

정성화는 북한 최대 정보기술조직인 ‘조선콤퓨터센터’ 산하 삼일포연구센터에 남았고, 은별라인의 다른 팀원들은 대외보험총국 등에 가서 외화벌이를 했습니다.

그런데 2000년 삼성전자가 대북사업에 진출했습니다. 이때 삼성전자가 조선컴퓨터센터와 손을 잡고 중국 베이징에 세운 ‘남북 소프트웨어공동개발센터’를 세웠는데, 여기에 73만 달러를 투자했습니다. 이때 정성화 등 조선컴퓨터센터 인력 10명이 베이징에 나와 세계적인 기술을 배우기 시작했습니다. 외국물을 먹기 시작한 것이죠.

2004년쯤에 이르렀을 때 삼성전자가 투자한 돈은 325만 달러를 넘었는데, 이 돈은 장부상 조선컴퓨터센터의 노동당 자금 납부 실적으로 기록됐습니다. 북한에서 300만 달러면 엄청난 돈이죠. 이 돈으로 북한은 글로벌 기준에 부합하는 인재들을 키웠고, 북한의 IT 역사에서 삼성전자의 이 투자를 빼놓을 수 없습니다.

물론 저는 삼성전자가 잘못했다는 뜻이 아닙니다. 어쩌면 삼성전자에게 300만 달러는 껌 값이었고, 그들이 그 후과를 짐작할 리는 없었을 겁니다. 이명박 정부가 들어서면서 남북협력이 끊기자 컴퓨터센터에 집중됐던 인력들은 해외 IT 개발 분야로 흩어졌습니다.

정성화는 이때쯤 제일 실적으로 많이 내는 IT 거물 책임자로 부상했습니다. 수하에 수많은 부하들을 거느리고 중국에 나가 수백 만 달러부터 시작해 나중에 수천 만 달러를 북한 당국에 벌어 바쳤습니다.

조선컴퓨터센터는 2018년 313총국으로 개명한 뒤 2경제위원회 직속이 됐습니다. 2경제위원회는 국방 담당 부처로 컴퓨터센터 IT 인력이 버는 자금은 고스란히 북한 무기 개발에 들어가는 셈이 됐습니다.

김정은은 정성화를 위시한 KCC의 성과에 고무돼 정부 각 부처에 IT 대표단을 파견할 것을 요구했는데, 대북 제재로 줄어든 자금난을 타개할 방편으로 간주한 것입니다.

이 때문에 2010년대 중반부터 노동당, 인민무력부, 보안성, 보위성 등 각 내각 부처들이 IT 팀을 중국에 파견했습니다. 예전에는 중국과 더불어 말레이시아가 IT 관련 북한 외화벌이의 핵심 기지였지만 2017년 2월 김정남 살해 사건 이후 현지 파견 인력이 추방됐습니다. 앞서 유럽의 중요한 기지였던 불가리아에서도 2016년 북한 IT팀이 추방됐습니다.

중국에 나온 북한 IT 기술자들은 여러 가지로 돈을 벌어 북한에 납부합니다. 외국에 나온 이들은 해외에서 프로그램을 개발해 팔면 돈이 된다는 것을 깨달았고, 또 해외 업체와 일하는 노하우도 적지 않게 익혔습니다. 물론 삼성전자의 혜택을 입고 해외에 나온 인물 중에 바로 앞서 이야기한 정성화 대표도 있는 것입니다.

여기에 더해 2009년 남북한 합작으로 세운 평양과학기술대 인력들도 북한 IT 발전에 크게 기여했습니다. 북한은 과거에는 IT 분야에서 금성학원 졸업생들에게 절대적으로 의존했지만 이제는 금성학원 출신과 과기대 출신 등으로 구분됩니다.

과기대 출신들은 웹, 모바일, 데스크탑, 크랙 등 전문분야를 선택해 집중적으로 배우고 있습니다. 크랙은 복사방지나 등록기술 등이 적용된 상용 소프트웨어의 비밀을 풀어서 불법으로 복제하거나 파괴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워낙 이들은 북에서 최고 인재들을 모았기 때문에 기초과학 실력뿐만 아니라 영어 실력도 있어 해외에 파견돼 돈을 버는데 적임자라고 할 수 있습니다. 과기대 측은 졸업생들은 해커로 활동하지 않고 있다고 하지만, 과기대가 이를 확인하기는 불가능하고, 이들 중에는 해커도 분명히 있습니다. 해커 이야기는 따로 영상을 만들어 올리겠습니다.

유엔의 대북제재가 강화돼 해외에 파견된 인력을 다 철수하게 됐지만, 북한은 노동자는 철수하면서 IT 인력은 중국 현지에 남겼습니다. 중국도 눈을 감아줍니다. 1000명 이상 IT 인력이 여전히 중국에 있습니다. 북한이 코로나로 국경을 차단하고 이를 핑계로 해외 근로자가 들어오는 것을 마곡 있는데 어쩌면 이는 IT 인력을 계속 중국에 상주시키기 위한 목적도 있을 겁니다.

또 하나 봐야 할 점은 2015년 이후 북한 내부의 인터넷 환경이 급격히 좋아졌습니다. 최소 5000회선 이상이 중국에서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소식통들에 따르면 북한 내부에서 자료를 다운 받는 속도는 중국보다 더 빠르다고 합니다. 다만 정보 노출 우려 때문에 북한 내부에서 직접 해킹은 하지 못하지만, 채굴장 정도는 돌릴 수 있지 않을까요.

예전에는 중국에 나와야 외화벌이를 할 수 있었지만, 지금은 대다수 IT 인력들이 북에 앉아서 외부에서 수주한 프로젝트 수행을 할 수 있습니다. 다만 북한 내부에선 감시 프로그램을 깔아 어느 사이트에 접속했는지를 파악하기 때문에 한국 사이트 등 민감한 사이트엔 접속을 못합니다.

더 설명드릴 것은 많지만 오늘은 북한 IT 인력 양성에 삼성전자가 어떻게 기여했는지가 핵심이기 때문에 여기서 마치려 합니다. 해커 이야기, 중국에 나온 인력이 어떻게 착취당하는지 등 이야기할 주제가 많지만 다음으로 미루겠습니다. 시청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