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여정의 선전선동부, 동아일보 사칭하다 걸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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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성하 2021.04.12 16:13

오늘은 북한이 동아일보에 김정은의 위대성을 칭송하는 기사가 실렸다고 구라를 치다가 제게 딱 걸린 이야기를 해드리겠습니다. 오늘 이야기는 진짜 한번 들으면 너무 웃깁니다.

북한에서 김정은이 위대하다는 선전은 너무 흔해서 식상한 정도죠. 그런데 하도 찬양을 해대야 하니 북한 선전선동부 인간들도 고민이 클 겁니다. 뭔가 차별화를 해야 하니까요. 그러다보니 별 기상천외한 상상력을 다 동원해 소설을 쓰는데, 그 소설 한 권을 제가 입수한 것입니다.

제가 입수한 도서의 제목은 ‘우러러 따르는 김정은 동지’라는 혁명일화집입니다. 2014년에 출판한 215페이지짜리인데, 저는 이걸 읽다가 웃겨서 죽는 줄 알았습니다.

여기 나온 이야기는 차츰 다른 유튜브 영상을 통해 말씀드리겠는데, 오늘은 책을 펼치고 앞에 나오는 대목 하나를 말씀드리겠습니다. 이 책의 목차, 북한에선 차례라고 하는데, 이걸 보시면 1장 15페이지에 ‘칭송의 목소리’라고 해서 ‘김일성주석을 보는 것만 같다’는 제목이 보이실 겁니다. 한번 보십시다.

“남조선 신문 ‘동아일보’ 2012년 1월 5일부는 이런 글을 실었다. 조선중앙TV가 최근에 공개한 김정은 최고사령관의 땅크부대 시찰동영상에서는 김일성주석을 연상시키는 행동들이 유난히 눈에 띄었다. 김정은 최고사령관이 양손을 외투주머니에 넣고 걸어가는 모습도 1950년대 중국을 방문했을 때 거리를 걷고 있는 김일성주석의 모습과 무척 비슷했다. 지휘관들에게 이야기할 때 이리저리 손짓하는 점도 김일성주석을 떠올리게 한다. 과거 김일성주석과 체 게바라가 만났을 때의 모습을 담은 기록영상을 보면 말할 때마다 오른손으로 손짓을 크게 하는 김일성주석과 그냥 이야기만 하는 체 게바라의 모습이 대조를 보인다.”

다 읽기는 그러니 지금 제 뒤에 보이는 글을 쭉 읽어보십시오.

김일성이 웰남에 갔을 때 호지명주석, 그러니까 호치민인데, 그를 만났을 때 팔을 끼고 계단을 내려왔는데, 김정은도 군부대랑 가서 팔을 끼는 것을 좋아한다. 그러니 김일성과 비슷하다.

그리고 단추가 두 줄로 달린 검은 외투를 입었는데, 이게 김일성이 즐겨 입던 행태의 옷이라 1958년 김일성이 중국을 방문했을 때 비슷한 옷을 입은 것을 확인할 수 있다. 그러면서 이처럼 김정은 최고사령관의 모습은 갈수록 김일성 주석의 모습과 겹쳐 보이고 있다고 기사가 끝이 납니다.

저거 읽다가 너무 웃겨서 눈물이 날 정도였습니다. 아니 동아일보에서 무슨 김일성 주석이 어쩌고 김정은 최고사령관이 어쩌고 그렇게 씁니까.
그리고 제가 북한 기사 제일 많이 쓰는 기자 중 한 명인데, 동아일보에서 저런 기사가 나갔다면 당연히 난리가 났고 기억 못할 리가 없습니다. 

물론 저는 우리 신문에서 하늘이 무너져도 이따위 기사 쓰지 않는다는 것을 잘 압니다. 이거는 노동신문에나 실릴 내용이지 어떻게 동아일보에 싣겠습니까.

그럼에도 혹시 비슷한 내용이 있는지 한번 찾아보고 싶어졌습니다. 혹시 2012년 1월 5일자에 김정은 관련 보도가 있었는데 거기에 초를 쳐서 만든 거 아닌지 의심이 됐습니다. 요즘은 컴퓨터에서 즉시 그 날짜 신문이 뜨니까 찾는 데는 몇 초 안 걸리죠.

1월 5일자를 보니 비슷한 기사는커녕, 그날 우리 신문이 김정은이란 이름 쓴 적도 없습니다. 즉 북한이 동아일보 기사라고 떠드는 것과 사돈의 팔촌쯤 비슷한 것도 없습니다.

그런데 상상력이 좋죠. 아니 체 게바라 이름까지 들먹이면서 이걸 창조해내는 걸 보면 정말 대단하다 싶은 생각이 듭니다. 상상력이 대단한 것이죠. 저도 한국에 와서 16년째 기자를 하고 있지만, 그 무엇을 상상해 써도 선전부의 창작력에 발뒤꿈치도 못 따라갈 것이라는 점은 확실한 듯 합니다.

이렇게 머리 좋은 사람들이 자본주의 나라에 와서 광고 영업을 뛰면 얼마나 돈을 잘 벌겠습니까. 북에서 그 좋은 머리로 이렇게 소설을 써서 사는데, 문제는 글쟁이들은 정작 별로 잘 살지도 못합니다. 그리고 그나마 공식적으로 출판된 책이라 이 정도지, 외부에 공개되지 않는 내부 강연을 들으면 입이 딱 벌어지죠.

가령 김정은이 트럼프 대통령을 만났을 때 진행된 내부 강연을 들으면 트럼프가 우리 장군님을 얼마나 흠모했는지 아는 가면서 “트럼프가 장군님에게 주눅이 들어서 악수 외교도 못하고 손을 감싸 쥐었고, 절대 비밀인 전용차 내부까지 보여줄 정도로 흠모하고 존경했다”고 합니다.

물론 악수한 것도 사실이고 차를 보여준 것도 사실이니 그건 그렇게 과장했다 쳐도 김정은이 트럼프에게 핵무기가 1000개 있다고 말하니 그가 입을 딱 벌리고 핵 폐기를 입에 올리지도 않았다 뭐 이런 얘기도 있고, 김정은이 영어와 중국어, 러시아어에 능통해서 트럼프와 40분 넘게 단독 회담을 영어로 했다고도 합니다.

아무튼 북한 선전선동부 거짓말쟁이들은 구라가 세계 탑인데, 이 부서를 김여정이 직접 관리를 한다는 것도 잊지 말아야 할 대목입니다.

이제는 이런 선전도 못하겠네요. 몸무게가 140㎏를 넘는 뚱보가 됐는데, 김일성과 비슷하다고 하면 누가 믿겠습니까. 죽은 김일성이 열 받아 무덤을 박차고 나올 만한 이야기입니다.

그나저나 신문들이 많고 많은데 왜 하필 동아일보를 팔아먹었을까요. 북한 사람들에게 제일 있어 보이는 이미지를 가진 신문사라서 그랬을까요. 김정은 체제가 붕괴돼 제가 평양으로 가면 북한 사람들이 저에게 김정은 칭송하던 신문의 기자라고 돌을 던질까봐 걱정이 되네요. 오늘 이야기는 여기서 마치겠습니다. 시청해 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