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양 한복판, 중앙당사 인근에서 벌어진 무장강도사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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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성하 2021.04.28 15:17

북한도 사람이 사는 곳이라 범죄가 벌어질 수밖에 없겠죠. 그런데 사실은 외부에 알려지지 않아서 그렇지 이게 북한에서 일어난 범죄라고 믿기 어려운 범죄가 매우 많습니다.

온갖 종류의 범죄가 판을 치고 있는데 이제부터 가끔 제가 북에서 입수한 내부 자료들에 기초해서 엽기적인 범죄에 대해 말씀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오늘은 그렇게 치안이 잘 돼 있다는 평양에서, 그것도 중앙당과 김정은 집무실이 있는 곳 주변에서 권총과 수류탄을 들고 노동당 자금을 관리하는 은행에 뛰어들어 돈을 훔쳐간 강도사건 하나 공개하려 합니다.

이 사건은 북한의 보안성, 우리로 말하면 경찰청인데, 경찰대에서 강의자료로 활용되는 내부 범죄기록 중 하나입니다.

자 바로 제 뒤에 배경으로 보이는 이 자료인데, 이제부터 이 자료에 근거해서 한번 설명해 보겠습니다.

제목은 무역은행 사건이라고 돼 있죠. 이 무역은행이 어디 있는지 좀 있다 나옵니다. 사건이 일어난 시점은 2003년 7월 22일 낮 12시 50분경이라고 돼 있습니다.

영옥이라는 외화출납원이 100달러 지폐를 묶어 정리할 때 한 강도가 들어와서 주먹만한 것을 던졌다고 합니다. 살펴보니 도화선이 달린 수류탄이었고, 직원들이 모두 책상 아래에 엎드렸을 때 권총을 들고 사나이가 출납탁 위에 뛰어올랐다고 합니다. 심지어 권총에서 땅~하는 소리까지 났다고 하는군요.

사나이는 출납탁 위에 있는 유리 칸막이를 가로타고 서서 엉거주춤 일서서는 영옥의 면상을 타격하여 쓰러뜨린 다음 바람처럼 사라졌다고 돼 있습니다. 얼굴도 아니고 면상이 뭡니까.
그런데 부원 즉 우리로 치면 계장 정도 되는 김만호라는 사람이 머리를 쳐들고 보니 수류탄이 그대로 있어 실내화를 신고 달아났는데 못 잡았습니다.

수류탄을 살펴보니 검은색라크를 칠했다고 하는데, 이건 락카를 말하는 겁니다. 안에 성냥화약을 채워 넣었는데, 도화선이 가다 죽어서 폭발은 안 됐나 봅니다. 이 강도가 빼앗아간 것이 4만 달러라고 합니다.

다음 내용 보겠습니다. 어떻게 잡았는지가 나옵니다. 현장 증거로 서류 가방 1개, 플라스틱 완구 권총 1개, 손잡이와 가방 권총에서 지문이 나왔습니다. 도주한 범죄자들은 택시를 타고 부흥역으로 가서 평천구역 시장 주변에 내리면서 100달러짜리를 운전기사에게 주고 거스름돈을 받지 않았다고 합니다.

부흥역이면 평양시 평천구역에 있는 지하철역인데 평양역 근처입니다. 이 평양역 근처에 중앙당사와 김정은 집무실이 있는데, 이 주변에 있는 무역은행은 노동당 39호실 자금을 관리하는 중요한 금융기관입니다. 이곳을 털어 4만 달러를 훔친 것인데, 정말 목숨을 내걸고 강도짓을 한 것입니다.

수사 진행과정을 보면 상상화 인물사진 3만5000여매를 뿌렸는데, 이건 범인 몽타주를 말하는 것이고, 군중 정치 사업자료 8000여부를 뿌렸는데, 이건 각 인민반에 몽타주와 범인 잡으라는 지시가 내려간 것입니다. 우리 파출서 앞에 범인 사진들 붙여놓은 것과 비슷하고, 인민반이라는 자체의 조직망을 통해 강도 잡으라고 지시가 하달된 것입니다.

그런데 남포의 한 시장에서 훔쳐간 달러를 바꾸려다 도망쳤다는 신고가 접수됐습니다. 무역은행 달러는 일련번호를 등록시켜 놓는데 그게 들켰다 봅니다. 한 명이 아니라 두 명이 가담했네요. 애란년과 함께 백화점 옆에 있는 야산에 3만 달러를 묻었다고 나옵니다.

그러다가 드디어 8월 27일 둔전인민보안서 식당접대원의 신고가 들어왔고, 줄행랑을 치던 놈을 추격해 기차 터널에서 잡았다고 합니다. 둔전은 남포에서 멀리 떨어진 함경남도입니다. 7월 22일에 벌어진 사건을 8월 27일에 잡았으니 약 한 달 동안 북한의 보안기관들에 비상이 걸렸을 겁니다.

범죄기록은 여기까지입니다. 어떻게 처벌했는지 나오지 않지만, 이런 사건은 워낙 결말이 뻔해서 북한 사람들은 누구나 다 알 겁니다.

나중에 제가 다른 통로를 통해 들으니 이 강도는 26살 제대군인 청년이었다고 합니다. 2군단 소속 포병대대에서 포 견인트럭을 8년 몰다가 영양실조로 결핵에 걸려 제대됐다고 합니다. 결핵은 잘 먹어야 치료가 되는데 집에 와도 먹을 것도, 약도 없으니 이래 죽으나 저래 죽으나 이왕 잘 먹다가 죽자고 결심하고 이런 무모한 강도짓을 했는데 그런 용기가 있으면 탈북이나 했으면 지금 잘 살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이 사건은 워낙 충격적인 사건이어서 김정일이 펄펄 뛰면서 3대를 멸족시키라고 했답니다. 결국 이 청년과 부모, 공범이라는 애란이란 여성의 가족들까지 죽였다고 합니다. 그리고 친척들은 정치범수용소에 끌려가거나 잘 해봐야 지방 농민으로 유배를 갔을 겁니다. 강도짓을 한 이 사람이 북한에서 자기가 무슨 짓을 하는지 몰라서 했겠습니까. 정말 이판사판으로 목숨을 걸고 했을 것인데, 결국은 걸려서 죽는 운명에 처했습니다.

북한은 워낙 신고체계가 잘 발달돼 있어 중국으로 달아나지 않으면 거의 잡히긴 합니다. 북한이나 한국이나 서로 간첩을 잡는다고 주민등록체계, 신고체계를 철저히 만들어서 범죄가 일어나도 체포하는 능력이 매우 좋습니다.

제가 입수한 사건 파일에 대한 설명은 여기까지인데, 이게 과거 사건이긴 하지만, 지금도 알려지지 않는 이런 종류의 범죄가 계속 일어나고 있습니다. 비슷한 시기에 일어난 사건인데, 심지어 김정일의 비서를 사칭해 당 자금 몇 만 달러를 훔쳐간 간 큰 사기꾼의 이야기는 지금도 북한에서 회자가 되고 있습니다. 그런 사건은 워낙 교육 자료로 삼기에도 무엄한 일이라 구전으로밖에 전해지지 않습니다. 그 내용은 다음 유튜브에서 한번 이야기해볼까 합니다. 지금까지 시청해 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