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투기는 북한이 먼저 생산했는데…KF-21을 보는 김정은 심정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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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성하 2021.05.20 20:44



최근 대한민국은 최초의 국산 초음속 전투기를 생산해 ‘KF-21 보라매’라는 이름으로 명명한 뒤 시험 비행 절차를 시작했습니다. 이로서 자국산 전투기를 독자 개발한 13번째 나라가 됐고, 초음속 전투기를 자체 개발한 8번째 나라가 됐습니다. 초음속 전투기 자체 개발을 천명한 지 20년 만에 거둔 성과입니다.

이것은 우리나라가 항공우주산업에서도 당당하게 국가 경제 위상에 합당한, 아니 경제규모 순위보다 더 위의 자리를 차지한 쾌거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렇게 자랑스러운 대한민국의 긍지를 이야기할 때마다 저는 사실 설명하기 어려운 감정에 휩싸입니다. 19년 전에 빈주먹 하나 들고 탈북해 왔을 뿐인데 반세기 넘게 남쪽의 여러 세대가 온갖 역경과 난관을 이겨내고 이룩한 경제 성장의 성과에 무임승차해 열매를 누리는 것입니다.

함께 자랑스러운 대한민국을 외치지만, 한편으론 저의 잘못은 아니었지만 결과적으로 대한민국의 성장에 도움은커녕 훼방만 놓던 과거의 북한 주민으로 정말 미안함을 느낍니다. 그런 점에서 탈북민은 늘 우리를 받아준 남쪽의 국민들에게 감사하는 마음을 가져야 하고, 또 누구보다 열심히 대한민국의 국민으로서 후손들이 자랑스러워 할 수 있게 최선을 다해 살아야 한다고 개인적으로 생각합니다.

이야기가 잠시 옆으로 샜는데, 오늘 주제는 “한국이 독자 개발한 전투기를 보면서 김정은은 어떤 생각을 가질까”라는 질문에 대한 대답입니다. 이 질문은 얼마 전에 생방송에서 한 구독자분이 하신 것인데, 그때는 깊이 생각해보지 못해서 잘 대답을 드리지 못했습니다.

물론 저도 김정은의 생각을 대신할 수는 없겠지만, 그래도 북한이 느낄 비참함은 알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특히 김정은은 김일성과 김정은에 비해 누구보다 비행기에 대한 집착이 강하니까 더욱 부러울 것 같습니다.

아마 많은 사람들은 전투기는 북한이 먼저 만들었다는 사실을 모르고 있을 겁니다. 오늘 북한의 전투기 개발사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드릴 것인데, 주성하TV는 구독 좋아요도 좋지만 끝까지 들어주시면 더욱 힘을 얻습니다.

현대전은 공중을 누가 제패하는 가에 승부가 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어쩌면 핵무기를 가진 쪽도 선제공격을 하지 않는 이상 공중을 제압당하면 핵무기를 쏠 기회조차 빼앗길 수 있습니다.

공중을 장악하면 핵무기를 투발할 수단, 즉 핵미사일과 공중 폭격기를 무력화시킬 수 있습니다. 폭격기는 뜰 수도 없고, 핵미사일은 발사 이후 궤도 진입할 때까지 가장 느린데 공중을 장악하면 발사 순간부터 곧바로 100% 요격을 할 수 있습니다.

더 중요하게는 발사 준비 단계에서부터 타격이 가능하죠. 핵잠수함도 활동 범위가 크지 않다면 위치를 가늠해 해당 상공에서 지키면 되죠.

하늘의 중요성이 커지면서 지상전의 왕자라고 하는 탱크 무용론까지 오래 전부터 나왔죠. 공중을 빼앗기면 탱크나 포병이나 땅에 있는 무력은 아파치나 A-10과 같은 공격기 앞에선 그냥 밥입니다. 걸프전 때 전 세계가 공중을 빼앗긴 결과를 봤죠.

그래서 현대전은 먼저 스텔스기가 들어가서 적의 항공관제 및 반항공 시스템을 파괴하는 것부터 시작됩니다. 관제 시설을 잃은 적의 공군은 눈을 잃게 되고, 반항공 시스템이 파괴되면 그때부터 속도가 느리지만 펀치력이 강한 폭격기나 지상 공격기, 헬기가 하늘을 제패합니다.

북한은 이런 공군의 중요성을 누구보다 뼈저리게 오래 전에 깨달았습니다. 6.25전쟁 때 공군이 없어 사실상 패배한 것이죠. 낙동강 다부동 전투가 반전의 계기라고는 하지만, 사실 공군 때문에 이겼죠. 왜관 폭격처럼 하늘에서 폭탄비를 내리니 북한군 주력부대가 괴멸되고, 탱크들이 파괴되고, 보급로가 끊긴 것이었죠.

6.25전쟁이 끝난 뒤 김일성은 공군이 없는 것을 통탄해 공군 건설에 힘을 쏟았습니다. 결과 1980년대 드디어 북한은 평안남도 순천 인근 ‘각암공장’이라는 지하공장에서 전투기 두 대를 만들어냈습니다. 그냥 미그-15 전투기 수준이지만, 우리도 훈련기 생산부터 시작한 것처럼 당시 북한 주력기가 미그21인 점을 감안할 때엔 대단한 것이었습니다.

물론 엔진은 소련제였습니다. 북한제인 것은 다 아니까 시험비행을 할 때 한 조종사가 목숨을 걸고 도전했는데, 내린 다음엔 “죽어도 다신 타지 않겠다”고 했답니다. 동체가 너무 떨려서 정신을 잃을 지경이었다는 것이죠.

한에서 미그-29를 생산했다는 기사들도 봤는데, 이건 1980년대 말에 미그-29 부품 일체를 수입해서 조립한 것입니다. 당시 첫 비행기를 만들고 소련 비행사에게 맡기니 돈을 너무 많이 불러서 북한군 비행사 몇 명이 김정일에게 편지를 보내 목숨 걸고 시험비행을 했고 나중에 영웅칭호를 받았다고 박명호 전 북한 공군 대위가 증언했습니다.

현재 북한의 전투기 제작 공장은 평북 방현에 있는 ‘방현비행기공장’입니다. 일명 4월4일 공장으로 불리는 이 공장은 북한 군수공장 중에 최대 규모인데 종업원이 1만 명 정도 됩니다. 1990년대 중반 고난의 행군 때 이 공장 사람들부터 굶어죽었다고 합니다.

이 공장은 공군 전투기 정비와 수리 일체를 담당하는데 경비행기와 AN-2, 헬기 정도는 만듭니다. 그리고 지금은 경제난 때문에 그것도 못하고 무인기를 만드는데, 2014년 한국에서 몇 대 발견된 조잡한 북한 무인기가 여기와 신포에 하나 더 있는데 거기서 만드는 것입니다. 북한의 현재 수준이 딱 그 정도입니다.

그런데 웃기는 일이 있습니다. 김정은은 북한이 비행기 생산 능력이 있다는 것을 그렇게 자랑하고 싶었나 봅니다. 그래서 2015년에 어떤 촌극을 펼쳤냐하면, 북한의 기술로 경비행기를 자체 생산해서 김정은이 직접 시험 비행까지 하는 쇼를 펼쳤습니다.

그런데 이게 어설퍼서 딱 들켜서 망신당했죠. 새로 만들었다는 비행기 문이 울퉁불퉁한 데다 녹이 쓸어 노랗게 변해 있는데 눈 밝은 한국의 덕후들에게 들킨 것이죠. 이게 뭡니까. 동유럽 어느 나라에서 쓰다 버린 낡은 비행기를 주어 와서 페인트 좀 칠하고 새 거라 사기를 치려다 딱 걸린 건데, 제가 다 부끄럽습니다. 김정은도 얼마나 창피했겠습니까. 아마 노발대발해서 관련자 수십 명을 죽였을 듯 합니다. 그 다음부터 이런 쇼는 하지 않습니다.

이런 김정은이니 자체로 4.5세대 전투기를 생산하는 한국을 보며 얼마나 부럽겠습니까. 아니. 부럽기보단 속이 쓰리고 자괴감이 들고, 무능력하게 느껴질 겁니다. 김정은에게 밤에 이불을 뒤집어쓰고 “전투기는 우리가 먼저 만들었는데, 지금은 왜 격차가 이다지도 하늘땅 차이로 벌어진 것인지”를 한번 진지하게 생각해보길 권고합니다. 남북의 전투기 개발사에 대한 이야기 여기서 마칩니다. 시청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