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과 당국을 조롱하는 북한 유행어
1,078 0 0
주성하 2021.06.07 10:07


김정은의 폭정이 올해 들어 더욱 잔혹해지고 있습니다. 그런데 아무리 공포의 독재를 해도 70년 동안 다져진 북한 통제 시스템 아래에선 민중이 봉기를 일으키기도 쉽지 않습니다.

하지만 압제가 강화되면 반발이 커지는 것은 유사 이래 어느 나라에서나 똑같이 나타나던 현상입니다. 북한도 예외가 아닙니다. 숨죽여 충성하는 척해도 생활 형편이 나빠지면 김정은을 비난하기 마련입니다. 총칼로 몸은 다스릴 수 있지만, 사람들의 두뇌는 다스릴 수 없기 때문입니다.

김정은에 대한 불만은 북한 주민들의 조롱과 풍자로 나타나는데, 친한 사람들끼리 공공연하게 이야기합니다. 물론 아주 운이 나쁘면 친구가 배신해서 잡혀가기도 하지만, 사실 그들을 잡아가는 보위부 사람들도 가족이나 친구끼리는 김정은을 조롱하고 있습니다. 겉으로만 충성하는 척 할 뿐이죠.

가령 태영호 공사도 탈북 2년 전까지만 해도 영국의 한 미용실이 김정은의 헤어스타일을 풍자한 포스터를 내걸자 직접 찾아가 항의까지 할 정도로 충성심을 보였지만, 실은 속으로 북한 체제에 회의를 품고 짬만 나면 탈출하는 꿈을 구지 않았습니까.

오늘은 북한 내부에서 김정은에 대해 돌아가는 조롱과 풍자들을 일부 소개하겠습니다. 한국에서 김정은을 어떻게 풍자해 부르는지는 우리가 잘 알고 중국에서도 김정은을 가리켜 ‘진싼팡’이라고 부른다는 것을 다 알지만, 정작 북한 주민들은 김정은을 어떻게 풍자하는지는 우리가 잘 모르죠. 이제 몇 가지 소개할 것인데 주성하TV는 구독, 좋아요도 좋지만 끝까지 들어주시면 더욱 힘이 납니다.

최근에 가장 많이 돌았던 유행어 중에 압권은 ‘니가 장군님이네?’였습니다. 제가 작년에 유튜브를 통해 최초로 소개해 드렸지만, ‘사랑의 불시착’이란 드라마가 돌면서 거기서 표치수가 했던 말이 유행어가 된 것입니다.

실속도 없이 우쭐대거나 잘난 척 하는 상대를 조롱할 때 마음에 들지 않으면 ‘니가 장군님이네’하는 겁니다. 작년 말부터 김정은이 한국 말투와의 전쟁을 선언했는데, 아마 여기에 충격을 받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그런데 그보다 훨씬 이전부터 김정은을 조롱하는 말은 많이 돌았습니다. 김정은을 장군님이 어쩌고 하는 것은 외부에서 공식적으로 하는 말이고, 집에선 좋게 말하면 “꼭대기 사람”이라고 하지만 그냥 “철부지 쟤가 말이야” “어린놈이 말이야”하는 식으로 말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것도 그럴 것이 어느 날 새파란 김정은이 뛰쳐나와 자기가 장군님이고 너희들은 다 내말에 복종해야 한다고 하니 나이 든 사람들은 얼마나 어이가 없겠습니까. 북에선 아주 가까운 사람들이 모인 사석에서 “우리 장군님”이 어쩌고 하면 “야, 이거 웃긴 놈이네”하고 멀리 하는 경우도 꽤 있는 것이죠.

그런데 재미있는 것은 북한 사람들도 김정은을 조롱할 때 ‘철부지’나 ‘돼지’가 키워드가 되고 있다는 것입니다. 하긴 북한에서 그보다 더 살찐 사람은 거의 없으니 그걸 조롱거리로 삼고 있습니다.

몇 년 전에 김정은이 평양 인근 돼지공장을 방문해서 너무 좋아 활짝 웃는 사진이 나왔는데 이때 조롱과 풍자가 극에 이르렀죠. 그걸 보고 사람들이 “쟤가 친구들을 만나서 반가워하는 것 같다”고 수군거리고, “돼지무리 중에서 사람돼지가 제일 무거워 보인다”고 수군거렸습니다. 물론 믿는 사람들끼리 술자리에서 하는 농담 같은 거죠. 이런 말 하다 신고 들어가면 죽습니다.

그 일이 있고 나서 평양에선 살찐 짐승 앞에 ‘지도자급’이란 단어가 붙기 시작했습니다. 돼지가 살이 잘 쪄 있다면 이걸 보고 “오, 지도자급 돼지네”라고 하는 거죠.

요즘 김정은이 평양 5만 세대 건설이다 뭐다 벌여놓고 지시문을 마구 내려 보내고 있는데, 이런 지시문을 북한 사람들은 ‘뜯개문’이라고 합니다. 한국엔 대깨문이란 은어가 돌고 있다면 북에선 뜯개문이란 은어가 도는 겁니다.

왜 뜯개문이냐면, 뜯개라는 것이 뭘 뜯어내는 도구를 말하는데, 김정은의 지시가 하달될 때마다 주민들을 상대로 수탈이 벌어지니 그걸 풍자하는 말이죠.  “평양에 대규모 건설을 시작할데 대하여”라는 식의 지시문이 내려오면 사람들은 “야, 뜯개문이 또 내려왔다. 간부들에게 합법적으로 인민들을 뜯어낼 구실을 만들어주네. 이번엔 얼마나 또 뜯어낼까” 이러면서 불만을 말하는 겁니다.

북한은 김정은을 민족의 태양에 비유하는데, 북한 사람들이 이에 빗대서 “우리는 태양만 믿고 삽니다”라는 말도 많이 합니다. 김정은을 찬양하는 말이 아니라 전기가 없으니 북에선 태양광 패널을 설치한 세대가 늘어났는데, 결국 우리에게 필요한 것을 해결해주는 것은 인간 태양이 아니라 자연의 태양이라는 의미가 있는 겁니다.

김정은의 잔인한 처형을 워낙 많이 봤기 때문에 사람들은 속에선 ‘너 4신 고사총에 맞아볼래?’라는 섬뜩한 농담도 많이 돕니다. 북한에서 웃으며 하는 농담인데, 직접 들으면 섬뜩할 거 같습니다.

김정은이 아무리 폭정을 강화해도 인민들의 마음속에 담고 있는 분노와 비아냥은 막을 수 없습니다. 과거 구소련 독재시기에도 사람들 속에서 스탈린과 당국을 비난하는 수많은 유머들이 돌지 않았습니까. 행동으로 불만을 표출 못하면 원래 말로 하는 겁니다.

몇 년 전 한국에서 높은 시청률을 기록했던 ‘태양의 후예’가 북에 퍼졌을 때 북한 사람들 속에는 “우리도 태양의 후예로 살고 싶다”는 말이 퍼졌습니다. 북한 당국이 주민들을 ‘태양의 민족’이라고 선전하니 거지같은 태양의 민족의 굴레를 벗고 한국 사람들처럼 잘 살아보고 싶다는 소망이 반영된 말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거지는 자유라도 있지, 자유와 생사여탈권마저 박탈당한 거지는 노예일 뿐이죠. 북한 주민들이 하루빨리 노예의 굴레를 벗고 자유와 표현의 자유를 마음껏 누리는 세상에서 살기를 바라며 오늘 방송 여기서 마치겠습니다. 시청해주셔서 감사합니다.